손근선 BBS 기술영상국 라디오기술부
2016년 여름휴가는 조금은 이른 7월에 3박 4일로 대만여행을 다녀왔다. 딸이 8월 말에 프랑스로 유학을 가기에 당분간 가족들 모두가 함께 하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있고 해서 가족들의 추억 여행을 하기로 하였다. 유난히 더운 올여름이었지만 여행하는 대만 또한 습하고 덥기는 마찬가지였다. 2시간여의 비행 끝에 타이페이의 도원 국제공항에 내리는 순간 더운 공기가 훅하고 들어왔다. 자유여행으로 갔기에 모든 일정을 여유롭게 잡았다.
첫째 날은 스펀과 지우펀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이곳은 타이페이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데 택시를 대절하여 이용하였다. 요금도 그리 비싸지도 않고 친절한 기사님을 만난 덕분에 편안한 관광을 할 수 있었다. 스펀(十分)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지만 우산을 쓰지 않아도 다닐 만 했다. 기찻길 양옆으로 천등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데 소원을 적어서 하늘로 날려 보내는 곳이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천등을 날려보내며 각자의 소원을 빈다고 한다. 우리도 가족의 건강과 학업성취, 부자가 되는 소원을 빌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라 그런지 가게마다 한글설명이 잘 되어 있었다. 가게의 종업원들도 친절하여 여러 가지 포즈로 사진도 직접 찍어주며 추억 만들기에 도움을 주었다. 스펀에는 먹을거리도 있는데 기사님이 제일 맛있다는 가게로 가서 닭날개 볶음밥을 사 먹었는데 우리 입맛에도 딱 맞는 곳이었다. 그리고 후식으로 땅콩을 직접 갈아서 파는 땅콩 아이스크림을 기사님이 서비스라며 사주셨는데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천등을 날리고 다음에 들린 곳은 지우펀이다. 지우펀은 타이완의 옛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구불구불 이어진 비탈길을 따라 늘어선 예스러운 건물들이 눈길을 끌었다. 골목마다 묻어나는 낭만적인 정취, 홍등의 이국적인 풍경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였다.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 온 듯 이색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골목 양옆으론 갖가지의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였다. 이곳에는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와 음식점, 카페 등이 줄줄이 늘어서 항상 사람들로 북적여 사람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되었다. 이곳의 명물로 통하는 샤오츠, 땅콩 아이스크림, 꼬치구이, 위위안 등을 맛보았다. 가격도 저렴해 이것저것 다 맛보아도 부담이 없다. 지우펀은 조금은 출출할 때 가야만 제대로 된 음식 맛을 볼 수가 있다.
지우펀에서 타이페이의 옛 생활모습을 보고 다음으로 가게 된 곳은 진과스라는 곳이다. 진과스는 광부마을이다. 산에 집들이 큰 마을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면 예전에 얼마나 큰 광산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가 있다. 거대한 산이 광산이었다니 놀라울 뿐이다. 지금은 채굴이 이루어지지는 않고 옛 모습을 재현한 건물들이 있다. 이곳에서는 예전에 광부들이 먹었다는 광부도시락이 있는데 꼭 한번 먹어 볼만하다. 반합도시락과 접시도시락이 있는데 반합 도시락은 반합을 기념으로 가져올 수 있지만 그리 추천은 하고 싶지 않다.
스펀, 지우펀, 진과스를 마지막으로 우리의 대만에서의 첫날 여행을 끝내고 숙소가 있는 서문정으로 이동을 하였다. 숙소가 있는 서문정 거리는 한국의 명동과 비슷하다. 각종 쇼핑몰과 화장품가게, 음식점 등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곳들이 즐비한 곳이다. 대만에서는 곳곳에 야시장이 발달되어 있지만 이곳은 1950년대부터 번창한 곳이라 한다. 그 유명한 곱창국수를 컵에 담아 걸으며 먹을 수 있고 닭튀김인 지파이, 삼형제 빙수 가게도 이곳에 있다. 대만에 여행 갔다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들이다.
출발하기 전부터 태풍소식으로 뒤숭숭했지만 이곳에 도착해서는 거의 느낄 수가 없었다. 오히려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이 불어 습한 날씨에도 여행하기에 적당한 날씨였다. 여행 이틀째 태풍의 영향으로 화련으로 가는 일정이 취소되어 지하철을 이용하여 여행을 하기로 일정을 변경하였다. 타이페이는 우리나라처럼 지하철을 이용하기가 매우 편리하다. 처음으로 간 곳이 불교방송을 다니다 보니 사찰은 한곳을 들릴 필요성에 의해 용산사를 갔지만 그곳도 태풍의 영향으로 출입이 금지되어 밖에서만 보고 발길을 돌렸다.
이어서 중정 기념관을 향했다. 중정기념관은 대만의 초대 총통인 장개석을 기념해 완공된 건물이라 기념관의 정문을 중국의 본토를 향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규모도 크고 광장도 굉장히 넓다. 건물 계단이 89개인데 장개석이 죽은 나이라고 한다. 이곳도 광장만 개방이 되었고 기념관의 내부는 굳게 닫혀 있었다. 이어 오후에는 타이페이 여행에서 필수코스인 융캉제를 들렸다. 무엇보다도 타이페이의 유명한 망고빙수, 코코 밀크티 그리고 바나나파이, 총좌빙 무엇하나 사려면 줄을 길게 서야만 하는 불편함만 없다면 좋은데 어디가나 줄을 길게 서 있다. 먹거리를 사고 주변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한가함과 여유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다음으론 우리나라에 오면 63빌딩을 들리듯 이곳에 오면 타이페이101(타이페이 금융센타)을 들렸다. 지하철을 이용해 저녁 시간 전에 도착하였지만 딘타이펑 식당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으로 대기시간만 1시간 30분이란다. 지하철을 다시 타고 딘타이펑 본점으로 가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와 하루 일정을 마쳤다.
3일째 되는 날에는 단수이를 둘러보았다. 시먼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1시간 정도 가면 단수이역에 도착한다. 아침을 호텔에서 간단히 했기에 단수이 전통시장 내에 있는 철판 요리집을 찾았다. 앉은 자리 앞에서 직접 요리해 주면서 약간의 퍼포먼스도 곁들여준다. 조금은 누추한 식당 분위기와는 다르게 스테이크도 새우구이도 정말 맛나게 먹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훙마오청으로 향했다. 원래는 스페인령의 총독부였던 건물이었다고 한다. 바로 옆에는 담강 고급 중학교와 진리대학 캠퍼스가 자리 잡고 있다. 영화<말할 수 없는 비밀>의 주 무대였단다. 이곳을 지나 단수이 선착장 쪽으로 내려와 대왕 오징어 튀김을 사고 강변을 따라 단수이역 가는 중간에 카스테라 가게가 있는데 꼭 사야 하는 곳이란다. 역까지 걸어가는 길은 석양을 보며 산책하기 좋은 코스인 것 같다. 짧은 3박 4일의 여행이었지만 오래간만에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