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페이스북으로 시끄러운 한 해입니다. 개인정보 유출, 공개 범위 설정 버그, 최근에는 2분기 실적 발표 후 시가 총액이 134조 원 증발해버리는 일까지. 뉴스를 통해 보는 페이스북은 위기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꾸준히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 중이고, 그 결과를 이용자들에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9월 트렌드 리포트에서는 페이스북과 자회사인 인스타그램, 오큘러스 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동영상 서비스 업데이트’ 항목을 시간순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페이스북
| 2018년 4월
페이스북은 AR 기능을 페이스북 카메라에 빠르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촬영을 할 때 단순히 3D 객체(아이콘)나 텍스트를 추가하는 정도에 불과했는데, 올해 4월에는 페이스북 카메라에서 AR 3D 그림 그리기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이 기능은 후면 카메라로 사진 및 동영상 촬영 시 적용됩니다. 만들어진 아이콘을 단순히 추가하는 것을 넘어서서 이용자가 터치하는 대로 3D 선이 생성되고, 그대로 촬영이 된다는 점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이라고 보입니다.
또 페이스북은 카메라 옵션에 인스타그램에 있었던 기능인 ‘Boomerang’을 추가했습니다. 1~2초 길이의 동영상을 생성하면 4~5초 정도 무한 재생되는 동영상인데, 소위 말하는 ‘움짤’을 보다 쉽게 만들 수 있는 기능입니다. Boomerang에서도 AR 3D 그림 그리기 기능이 지원되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효과를 원하는 젊은 세대의 눈길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페이스북 메신저에는 360도 파노라마 이미지 촬영과 HD 동영상 촬영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HD 동영상의 경우 스마트폰 촬영 영상, 뉴스피드 영상, 메신저를 통해 수신받은 영상 모두를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다른 지인에게 보내거나 공유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사실상 요즘 1020세대는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것보다 페이스북 메시지(페메)를 이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페이스북의 동영상 콘텐츠가 확대되는 것까지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
| 2018년 5월
페이스북은 구글, 애플과 함께 AR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작년 4월 AR Studio라는 AR 개발플랫폼을 선보이고, 다양한 AR 서비스를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올해 5월에는 페이스북 개발자 컨퍼런스인 F8에서 페이스북의 전체 서비스에 증강현실 효과를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촬영 시에 움직이고 있는 인물과 배경을 완전히 분리하고, 현실의 배경은 가상의 배경으로 바꿀 수 있는 기능입니다. 지난 5월 AR Studio에 추가된 ‘배경 분리 기능’인데, Facebook Live 실시간 방송 시 콘서트 무대나 정글 같은 배경으로 방송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입니다. 크로마키 앞에서라면 움직이는 대상과 배경을 분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크로마키 없이도 움직이는 대상을 두고 배경을 분리해낸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기술로 느껴집니다. 대상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트래킹한다는 뜻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라이브 방송’이 가능한 수준으로 말입니다.
페이스북이 배경 분리기능을 추가한 것은 개인방송을 하는 크리에이터를 염두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미국의 경우, 국내와 달리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도 많기 때문에 크리에이터와 그들의 시청자까지 모두 페이스북 플랫폼 내에서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자사 플랫폼 내에서 다양한 방송 환경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2018년 6월
지난 6월에는 게임방송 전용 허브(Fb.gg)도 개설했습니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이제 페이스북 내의 ‘게임 동영상(Game Video)’ 페이지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게임방송이나 게이머의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내 게임방송은 크게 아프리카TV, 트위치(Twitch), 유튜브까지 세 개 플랫폼으로 나눠집니다. 이미 아프리카TV(주로 Live 방송)가 선점한 영역이고, 유튜브에서는 아프리카TV의 녹화방송(편집본)을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트위치(Twitch)는 아마존이 인수한 미국 플랫폼이긴 하지만 국내에서도 전문적인 게임방송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고 Top 지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게임방송 등 동영상 플랫폼으로서는 후발주자가 맞지만, 스트리머 입장에서는 페이스북에 있는 기존 지인들 중심으로 방송을 할 수 있는 데다가 콘텐츠를 유통할 플랫폼이 하나 더 생겼으므로 반길만한 소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아프리카TV의 별풍선이나 유튜브의 슈퍼챗처럼 페이스북에서도 ‘Facebook Stars’라는 이름으로 시청자가 스트리머에게 일정 금액을 후원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페이스북 게임 동영상 페이지의 Level Up Program을 통해 인증받은 스트리머가 받을 수 있는 여러 가지 혜택 중 하나입니다. 온라인 게임방송 시장에서 페이스북이 얼마만큼의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 2018년 7월
페이스북 워치(Facebook Watch)는 사실 2017년 8월에 공개된 동영상 전용 탭입니다(국내 페이스북에서는 제공되지 않는 기능). 올해는 출시 1년 만에 자체 콘텐츠를 제작·유통시키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페이스북이 넷플릭스나 유튜브와 같은 거대 동영상 플랫폼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행보로 해석됩니다.
그중에서도 NBA 스타인 샤킬 오닐이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과정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 ‘Big Chicken Shaq’는 낯선 지역에서 레스토랑을 오픈한다는 점에서 tvN의 윤식당과 닮았다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빅 치킨 샤크’는 페이스북 동영상 전용 탭인 ‘워치’를 통해 가을께 방송되는데, 실시간 라이브 방송으로 시청자들과 소통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한 페이스북은 미국 내 언론사의 동영상 뉴스 서비스를 추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언론사 뉴스를 단순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 사용자 전용 뉴스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목적으로, 이를 위해 페이스북은 수백만 달러 규모의 제작비를 언론사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기존 TV 방송처럼 정해진 시간에 CNN과 폭스뉴스 등의 간판 진행자가 방송을 진행하며, 20여 곳의 언론사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페이스북이 자사 전용 뉴스 방송을 제작하는 것은 페이스북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가짜뉴스’ 문제 때문으로 보입니다. 페이스북이 가짜뉴스를 유통하는 데에 효과적인(?) 플랫폼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올바른 정보가 유통될 수 있도록 페이스북이 자체적으로 정화하는 작업이 되는 셈이지요.
한 편, 페이스북은 전 세계 서비스로 페이스북 그룹 내 ‘Watch Party’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워치 파티’는 페이스북 그룹 내 이용자들과 라이브 방송이나 녹화 영상을 함께 시청하는 기능입니다.
페이스북은 워치 파티 서비스를 테스트하며 특정 주제(요리, 공예, 인테리어 등)로 모인 페이스북 그룹 사용자들이 관련 영상을 시청하며 서로 질의응답을 나누거나, 메이크업, 운동, 기술 등 전문 분야에 대한 실시간 강의를 시청하면서 학습하는 커뮤니티들을 발견했습니다. 페이스북은 ‘워치 파티’ 기능이 동영상을 시청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은 2018년 6월,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동영상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새로운 동영상 서비스는 ‘IGTV’라는 이름으로, 철저히 모바일 친화적인 동영상 플랫폼의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군더더기를 모두 빼고 동영상 시청에 최적화되어 있는 UI, 회전할 필요도 없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던 습관 그대로 세로형 동영상을 시청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인스타그램이 ‘세로형 동영상 플랫폼’이라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은 이유는 보도자료를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은‘2021년에는 모바일 동영상이 총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의 7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연령대가 낮은 타깃의 경우 전문 콘텐츠 크리에이터보다 비전문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더 오래 시청’한다는 조사결과를 언급했는데, 미래 잠재고객이 될 현재 1020 세대의 모바일 이용행태를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에 적용한 결과가 바로 IGTV입니다.
젊은 세대에 맞춘 서비스이므로 앱 자체는 매우 직관적이고 단순합니다. 앱을 여는 즉시 동영상 재생이 이뤄지고, IGTV 화면의 하단 바는 4가지 카테고리(For You(추천), Following, Popular, Continue watching)로만 구분됩니다. 크리에이터 전용 채널이 있어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고 있던 특정 크리에이터 채널 관련 동영상만 시청할 수도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따르면, IGTV 출시와 함께 월평균 액티브 이용자 수가 출시 8년 만에 10억 명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의 이용자와 IGTV라는 새로운 동영상 앱을 통해 페이스북은 물론 페이스북 메신저용 동영상 콘텐츠도 확대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10대 이용자를 계속해서 확보하고, 이들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큘러스
오큘러스를 인수한 페이스북은 지난 5월에 열렸던 F8 2018에서 저가 헤드셋 ‘Oculus Go’를 공개하고 곧바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Oculus Go’로 즐길 수 있는 동영상 시청 앱도 공개했습니다. 서비스의 핵심은 ‘따로, 또 같이’라는 점입니다.
먼저 ‘오큘러스 TV(Oculus TV)’는 F8 2018에서 선보인 Oculus Go 전용 동영상 시청 앱입니다. 거실 앞에서 TV를 보는 것처럼 가상현실 공간에서 TV를 보는 서비스이자 플랫폼입니다. 이용자는 거실과 같은 분위기의 가상공간에 있는 최대 180인치 크기의 화면에서 오큘러스 TV나 영화 콘텐츠를 띄워 시청할 수 있고, 페이스북 워치(Watch)를 포함해 넷플릭스, 훌루 등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F8 2018에서 또 다른 가상현실 동영상 시청 앱을 발표했습니다. ‘오큘러스 베뉴(Oculus Venue)’는 실제 콘서트장이나 스포츠 경기장에 있는 것처럼 생중계하는 서비스로, 혼자 있지만 가상공간 안에서는 다른 사람과 함께 중계되는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MLB닷컴, NBA 등 이미 VR 중계 서비스를 하거나 준비 중인 서비스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사점
페이스북은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과 오큘러스를 통해 새로운 동영상 유통 플랫폼을 선보임과 동시에 동영상 콘텐츠를 확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일찌감치 동영상이 미래 먹거리라는 점을 알았지만, 많은 이용자들은 동영상을 시청할 때 유튜브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페이스북이 동영상 영역에서 찾은 돌파구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관계 중심의 동영상 시청, 둘째, 젊은 세대 타깃의 신규 서비스 개발입니다.
페이스북은 기본적으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 네트워크-지인을 중심으로 하는 관계-속에서 동영상을 시청하는 새로운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혼자 보는 동영상이 아닌, 그룹 내에서 동영상을 함께 시청하거나 오큘러스 Go를 통해 혼자이지만 여럿이 함께 있는 가상공간을 제공해줍니다. 그리고 동영상을 주제로 더 많은 사람이 소통하고, 관계를 이어가길 원하고 있습니다. 정보와 커뮤니티는 이용자들의 이탈을 막고, 연대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페이스북은 젊은 세대의 시청행태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동영상 레이아웃인 가로형 시청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세로형 레이아웃을 선택한 점, 크리에이터들의 더 재미있는 영상 제작을 위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점 등을 통해 페이스북이 젊은 이용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 인스타그램의 기능을 페이스북에 추가한다거나, 페이스북 메신저의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공유할 수 있는 점을 추가하는 등 자사 플랫폼 안에서 콘텐츠 공유가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기능도 개선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페이스북 전체 서비스의 동영상 콘텐츠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부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올해 페이스북은 끊임없이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뉴스를 통해 보는 페이스북은 어쩐지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플랫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의 2018년 2분기 실적 발표 후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로 하루 만에 1200억 달러(약 134조 원) 가까운 시가총액이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이용자 유지 및 확보를 위해 끊임없이 동영상 콘텐츠 분야의 기술을 개발하고, 전 세계 이용자에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용자 맞춤 광고를 제작하기 위해 AR 분야 기술을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으며, 가장 핫한 SNS인 인스타그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를 정리하면서 페이스북 자체는 성장이 더딘 서비스가 될지 몰라도, 페이스북이 가진 기술과 자회사는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페이스북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는 글이었길 바랍니다.
참고자료
해외 IT 업체 동향 브리핑 (디지에코, 2018.05.15.~2018.08.02.)
페이스북 F8 2018에서 꼭 챙겨봐야 할 5가지 발표 (KISA Report, 2018년 5월호, 한국인터넷진흥원)
세계 최대 동영상 축제, ‘비드콘 2018’을 가다 (블로터, 2018.06.27.)
SNS 대세는 ‘텍스트→동영상’…저성장 그림자 드리운 페북·트위터 (이데일리, 2018.07.29.)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왜 IGTV를 출시했을까 (블로터, 2018.08.08.)
Facebook Stories adds funky AR drawing and Instagram’s Boomerang (Tech Crunch, 2018.04.12.)
Facebook launches Fb.gg gaming video hub to compete with Twitch (Tech Crunch, 2018.06.08.)
Tune In Today: Oculus TV Now Available on Oculus Go (Oculus, 20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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