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30대의 마지막 해가 시작된 그러니까 막 서른아홉이 된 2009년 1월 어느 날. ‘40대가 되기 전에 무슨 의미 있는 일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 순간, ‘철인 3종’이라는 단어가 반짝 머리를 스쳤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3종’이라는 것이 10대, 20대, 30대를 뜻하는 것으로 스스로 규정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한번 정리하는 것도 좋겠구나.” 하는 생각에 바로 입문하게 되었으며 철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강렬함도 결코 나쁘지 않았다.
철인3종 경기란
철인 3종 경기(트라이애슬론)는 일반적으로 세 종목의 스포츠를 함께 하는 경기를 말하며, 보통은 수영과 사이클, 달리기(런)로 인간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경기를 뜻한다. 흔히 말하는 ‘킹 코스’라고 하는 ‘풀코스’는 바다수영(3.9km), 사이클(182km), 마라톤(42.195km) 3개 종목을 정해진 시간 안에 완수해야 한다. 1978년 하와이에서 처음으로 국제대회가 열렸으며, 2000년엔 시드니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등장했다. 제한 시간은 대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17~18시간 안에 완주하면 철인(iron man)이란 칭호를 준다. 이 대회는 풀코스대회와 단축대회로 나뉘는데, 단축코스는 대회 때마다 조금씩 달라서 보통 바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 순서로 하는 이른바 ‘올림픽 코스’가 있으며 그 외에도 ITU 장거리, 스프린트, 슈퍼 스프린트 등 다양한 코스가 있다.
물과 친해져라
웬만한 사람은 물에 대한 공포가 있다. 수영장에서 중급정도 수준이 되면 어느 정도 공포감에서 벗어나는 법을 알게 된다.(물론 상급자가 돼서도 모를 수도 있지만) 그러나 이것만으로 철인대회에 도전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수영장에서 느끼는 공포감은 바다수영이나 저수지에서 느끼는 공포감과는 비교할 수 없다. 어찌 됐든 최대한 물과 친해져야 한다.
투자를 망설이지 마라
부상의 위험을 피해라
미국의 어느 잡지에 의미 있는 통계 기사가 있었다. 조깅 중에 사고를 당한 확률을 분석해 본 결과, 40대와 운동을 시작한 지 6주가 안 된 사람의 다칠 확률이 제일 높다는 것이다. 중년의 나이에 마라톤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그만큼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만해지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페이스를 잃는 일이 없도록 하자. 하루 15분씩 매일 하는 것이 운동이다. 운동복과 런닝화, 양말 등을 가까이 두는 것도 요령이다. 물론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운동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함이지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슈트는 기본이다.
나만의 사이클
수영 훈련
사이클 훈련
연습은 주로 미개통도로나 차가 많이 다니지 않은 포장도로를 추천한다. 물론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라면 더욱 좋다. 갈고닦은 실력을 나누고 싶은 맘은 굴뚝같겠지만, 항상 초보라는 마음으로 자전거 자세가 완전히 자기 것이 될 때까지 옆에 지인에게 묻고 또 물어봐야 할 것이다.
순간 가속과 스피드 업을 목적으로 하는 인터벌 훈련으로 100% 힘을 쏟아 부어 패들링을 유지하며 5Km를 달린 후 50%의 힘으로 5Km를 달려 숨 고르기를 하는 형태로 한다. 같은 방법으로 5SET~8SET 실시한다. 물론 2회 때는 1회 때보다 3회 때는 2회 때보다 속도와 힘이 줄어든다. 하지만 그 힘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포인트다. 이 훈련을 계속하다 보면 자전거 실력을 비약적으로 높여줄 수 있다.
‘롤러’는 ‘평롤러’, 고정식 ‘림롤러’, ‘타이어롤러’ 정도가 있는데 초보자는 타이어 마모를 방지할 수 있는 고정식 ‘림롤러’를 추천한다. 비가와도 날이 궂어도 밤이 깊어도 훈련장소가 마땅치 않아도 훈련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지만 ‘롤러’에 의존한다면 실전 감각이 무뎌질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란다. 주로 경사가 높은 언덕에서 많이 사용하는 기술이 댄싱이다. 주로 언덕에서 훈련하지만 평지에서 먼저 댄싱리듬을 익힌 후 익숙해지면 언덕에서 훈련한다. 안장에서 일어서서 몸은 움직이지 않고 자전거만 좌우로 살짝 눕히듯이 패들링을 하는 댄싱은 자전거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철인경기에서 ‘드래프팅’(일명 꽁지 붙기)은 반칙이다. 하지만 엄연히 이것도 실력이다. 계속 남의 힘을 이용하여 끝까지 완주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적절히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훈련할 때 실력이 좋은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뒤에 붙어서 계속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포인트다. 하지만 이 기술은 엄연히 반칙이기 때문에 철인경기에서는 추월 전 잠깐씩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RUN!
트레이닝으로 자신의 한계를 체크하자. 5분이 될지 3분이라도 좋다. 그다음은 그 한계를 늘려가자. 초보자나 중급자는 일주일에 고강도 훈련을 2~3번 하고 다음날, 더 좋게는 다 다음날에 저강도 훈련을 통해 근육을 풀어 주는 것이 좋다.
고강도 훈련에는 ‘템포런’, ‘최대산소훈련(인터벌훈련)’, ‘스피드 훈련’, ‘장거리 훈련’ 등이 있다.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은 반드시 쉬어야 한다. 달리기에 어울리는 영양성분은 탄수화물이다. 대회가 다가오면 탄수화물을 축적해 근육 내에 ‘글리코겐’ 양을 늘려야 한다. 또한, 여름엔 급수와 영양소가 중요하니 명심하기 바란다.
사이클 ‘바꿈터’에서 달리기를 진행할 때는 자전거를 메고 들어와야 하는 구간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이를 어길 경우 실격할 수 있다. 헬멧을 벗고 런닝화로 갈아 신을 때 양말을 신어야 할지 벗어야 할지도 고려해야 한다. 초보자라면 전문 사이클화 대신 런닝화로 사이클과 런 두 종목을 진행해도 무관하다.
경주보단 즐거움이다!
생각해 보면 바다수영은 숨이 차고 두려우며 앞길이 막막했던 내 10대의 시절이다. 20대는 사이클. 질풍노도의 시기이다. 두려움이 없고 강렬하다. 속도에 매료된다. 사고가 가장 많은 종목이다. 30대는 삶의 무게를 지고 걸을 수 있지만 멈추기엔 부담이 있다. 바로 마라톤이다. 무릎이 아프고 현기증이 난다. 부모님은 쇠약해지고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그래도 가장은 언제나 ‘고고씽’이다. 가족들이 응원할 때 기록이 좋은 이유이다.
운동을 시작 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필자는 철인 경기를 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기록을 위한 철인 경기는 앞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다. 수십 년 운동을 한 선배들 앞에 버릇없는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경쟁을 위한 운동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운동을 하고 싶다. 매일 매일이 살벌한 무한 경쟁에 내몰리는 게 우리 아닌가? 운동의 본질은 행복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