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방송과기술 5월호 수록
1. 들어가며
OTT와 관련해 지난해 12월호 트렌드 리포트에도 글을 실은 적이 있습니다. 원고 말미에 ‘국내에도 공룡 OTT의 탄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며 글을 마무리했는데요, 해가 바뀌자 국내외 새로운 소식이 속속들이 들려옵니다. 1분기만 지났는데도 지상파방송연합플랫폼 ‘푹’과 SKT ‘옥수수’의 통합법인 출범 소식이, 애플과 디즈니의 연이은 발표 등 국내외 굵직한 이슈가 많았습니다. 5월호 트렌드 리포트에서는 1분기에 일어난 굵직한 국내외 OTT 이슈를 정리해보겠습니다.
2. 숨가쁘게 달려온 국내외 OTT 사업자들의 2019년 1분기
1) 업계 1위 넷플릭스의 대항마 디즈니 플러스의 등장
글로벌 OTT 사업자 중 올해 1분기를 뜨겁게 달군 기업은 다름 아닌 ‘디즈니’였습니다. 올해 3월 21세기 폭스의 영화, TV 콘텐츠 부분 인수가 최종 완료되는 것에 이어, 2016년부터 계획한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의 구체적인 그림이 ‘디즈니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기 때문입니다. 2016년 당시 디즈니는 2019년까지로 계약된 넷플릭스와의 콘텐츠 공급 계약이 종료되면 그 이후로는 자사 플랫폼을 개발해 독점 서비스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2019년이 왔습니다.
넷플릭스는 2019년 3월 기준 전 세계 1억 4천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 OTT 사업자이지만, 최근 업체들의 경쟁이 심화한 상태라 그야말로 ‘플랫폼 전쟁’을 겪는 중입니다. OTT 사업 경쟁자인 구글, 애플, 아마존, 디즈니 중에서도 특히 디즈니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 선보이는 ‘디즈니+’를 통해 넷플릭스보다 저렴한 가격과 그간의 인수합병을 통해 확보한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21세기 폭스 등의 글로벌 인기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서비스한다는 점에서 넷플릭스에 제대로 대항할 수 있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지원 플랫폼도 다양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스마트폰, 스마트TV를 넘어서 플레이스테이션 4 등 콘솔게임기에서도 시청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며, 2년 내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서비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JP모건의 애널리스트는 디즈니가 ‘디즈니+’를 통해 미국 내에서만 4500만 명의 가입자를, 전 세계 1억 6천만 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현재 가입자 수를 감안하면, 디즈니는 자타공인 인정할 수밖에 없는 넷플릭스의 경쟁자가 된 셈입니다.
애플 역시 지난 3월 25일 애플의 오리지널 TV 프로그램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TV+’를 선보였습니다. 오프라 윈프리, 스티븐 스필버그, 리즈 위더스푼 등 유명인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참여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애플 오리지널 콘텐츠와 더불어 HBO·쇼타임·CBS 등 케이블 채널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OTT 서비스와 함께 새로운 애플TV app과 애플TV 채널을 5월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 다양한 애플 기기에서 뉴스와 영상 콘텐츠를 시청해왔던 서로 다른 ‘방식’들을 새로운 애플TV 앱을 통해 통합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애플TV+ 서비스의 가격은 올가을께 발표될 예정입니다.
2018년에는 미국 1위 통신사 AT&T가 타임워너를 최종 인수했고, 2019년에는 애플과 디즈니가 무섭게 추격하고 있는 업계 상황을 두고 넷플릭스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습니다. 넷플릭스는 4월 중순께 일부 국가에서 반값 요금제를 실험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도 모바일 전용 요금제와 주 단위 요금제 시범 서비스 대상이 되었습니다. 넷플릭스는 이미 한국시장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최근 닐슨 코리안클릭의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개봉 이후 국내 가입자를 200만 명 대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넷플릭스 가입자는 20대(41%)가 가장 많고, 30대(29%), 40대(16%) 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30세대의 넷플릭스 이용률을 합하면 70%가 된다는 점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2) 국내사업자, 이통사와 손잡거나 콘텐츠 다양화
올해 1월, 넷플릭스에 대항하는 토종 OTT 연합을 출범시키겠다는 콘텐츠연합플랫폼 ‘pooq’과 SKT의 ‘oksusu’의 합병 소식은 4월 초 본 계약이 진행되면서 구체적인 윤곽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OTT 서비스 이름은 정해진 바 없으나, 이 글에서는 편의상 푹과 옥수수를 합쳤다는 의미에서 ‘푹수수’라고 지칭하겠습니다.) ‘푹수수’에는 기존 옥수수 가입자 946만 명과 푹 가입자 400만 명이 합쳐져 총 가입자 1300만 명 이상의 OTT가 생길 예정입니다.
이러한 통합을 압두고 ‘푹’은 최근 디즈니, NBC 유니버설 등 해외 메이저 스튜디오의 콘텐츠를 대거 확보해 5월 초 차례로 선보이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푹은 폭스, 워너브러더스와도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푹’의 특성상 국내 방송 콘텐츠 위주일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해외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통합법인 출범 전부터 볼거리가 보강된다고 하니 이용자 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푹과 손잡은 SKT만 OTT 서비스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이통사 모두 OTT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LG U+는 이미 지난 해 IPTV 플랫폼에 넷플릭스를 탑재했고, <킹덤>을 송출한 뒤에는 하루 유치 고객이 3배 이상 늘어나기도 하는 등 넷플릭스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미 넷플릭스와 제휴한 LG U+보다는 푹수수 또는 KT가 ‘디즈니+’와 연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번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매진 행렬에서 보듯 마블 시리즈는 물론 겨울왕국, 토이스토리 등 디즈니가 보유한 콘텐츠에 대해 선호도가 매우 높은 편입니다. 이런 디즈니 콘텐츠를 국내에 독점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떤 사업자도 놓치고 싶지 않은 상황입니다. 과연 어떤 이통사가 디즈니와의 제휴에 성공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3. 국내 OTT 이용자에게 인기 있는 콘텐츠는?
2018 방송 매체 이용행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률은 2017년 36.1%에서 2018년 42.7%로 증가했습니다. 높아진 이용률을 반영하듯,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는 OTT 서비스의 이용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습니다(2019.03.29.). 유튜브, 네이버TV, 푹, 옥수수, 티빙 등 8개 OTT 서비스를 대상으로 한 이 보고서는 국내 주요 OTT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콘텐츠 중 국내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시청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찾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국내 OTT 이용자들은 집(77.0%)에서, 스마트폰(72.6%)으로 가장 자주 인터넷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조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순수 국내 OTT 플랫폼에서는 기존 방송에서 제공되는 콘텐츠가 인기 콘텐츠에 포함된 빈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사업자별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보다는 기존 방송사에서 제작한 콘텐츠가 더 인기가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연구자는 이러한 점이 넷플릭스와 같은 서비스가 국내 방송사 콘텐츠 확보 노력을 가속화하는 이유일 수 있다고 파악했습니다. 현재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는 방송된 지 오래된 구작이나 국내에서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정도이기 때문에, 국내는 물론 아시아 전체 이용자 확보를 위해 넷플릭스가 국내 방송사의 신작을 확보하려는 것은 당연한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4. 나가며 : 사람들의 시간을 얻기 위해서…
지난 4월 11일 디즈니+의 발표 소식이 발표되자 많은 사람들은 넷플릭스에 견줄 진짜 경쟁자가 나타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경쟁상대는 디즈니가 아닌 ‘유튜브’라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미국 CNBC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연초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우리는 디즈니+, 아마존 등 다른 부문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이용자 경험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히며, “우리는 HBO보다 포트나이트와 경쟁합니다.”고 밝혔습니다.
넷플릭스의 경쟁상대를 디즈니가 아닌 유튜브나 포트나이트 게임이라고 언급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0월 유튜브가 전 세계적으로 몇 분 동안 다운됐을 당시 우리의 시청시간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한 바 있는데요, 이처럼 넷플릭스는 ‘모든 공급자와 광범위하게 경쟁’하는 한편 ‘사람들의 시간’을 얻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엔터테인먼트와 비교했을 때 이용자의 경험에 어떻게 차별화를 둘 수 있을지 고민하는 넷플릭스의 모습에서 업계 1위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변화의 바람이 부는 국내 OTT 업계에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참고자료
・Netflix says it’s more scared of Fortnite and YouTube than Disney and Amazon (CNBC, 2019.01.17.)
・국내 주요 OTT서비스의 동영상콘텐츠 제공 및 이용현황 분석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19.03.29.)
・2018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방송통신위원회, 2018.12)
・‘킹덤’ 효과, 향후 Netflix의 지속 성장을 위한 방안 (닐슨코리안클릭, 2019.02.25.)
・판 커진 동영상 스트리밍(OTT) 시장-애플·디즈니, 넷플릭스와 ‘콘텐츠 전쟁’ 돌입 (매경이코노미, 제2003호)
・스트리밍 전쟁’ 시대 전세계가 안티… 넷플릭스 제국 계속될까 (조선비즈, 2019.04.16.)
・유튜브 프리미엄TV 시청료 25% 인상… 콘텐츠 경쟁 가열(한국경제TV, 2019.04.11.)
・애플, 동영상 스트리밍 ‘애플TV플러스’ 공개 (지디넷코리아, 2019.03.26.)
・애플·디즈니 “넷플릭스 한판 붙자” (한국경제, 2019.03.25.)
・옥수수와 통합 앞둔 푹, 해외 콘텐츠 대거 보강(ThePR, 2019.04.18.)
・디즈니도 OTT출격…韓 이통3사 누구와 손잡나 (아이뉴스24, 2019.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