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황금주파수”라고 일컬어지는 700MHz 대역 주파수. 그 이용관계를 둘러싼 논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늘어나는 데이터 트래픽 처리를 위해 이동통신용으로 이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지상파방송사업자들은 초고화질(UHD) 방송을 위해서는 해당 주파수 대역이 방송용으로 이용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최근에는 국가 재난안전망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가세해 힘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700MHz 대역 주파수의 이용을 둘러싼 이와 같은 논쟁의 발단은 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3년 지상파 텔레비전방송 전송방식이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방송용에 이용되던 채널은 기존 59개 채널(임시대역 61∼69번 제외)에서 38개 채널로 줄어들었다. 때문에 기존 방송용으로 이용됐던 채널 52에서 채널 60번까지(698MHz∼752MHz)까지와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는 시기에 방송용으로 사용되었던 채널 61∼69번(752MHz∼806MHz)이 현재 ‘미사용 채널’로 남아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과거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와 같은 ‘미사용 채널’을 이른바 “유휴대역”이라고 평가하고, 이른바 ‘모바일 광개토 플랜’ 발표를 통해 채널 52번에서 채널 69번(이하 ‘700MHz 대역 주파수’라고 한다) 가운데 40MHz 대역폭을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이른바 “대가 할당”하겠다고 밝히면서 논쟁이 시작되었다.
▲ 지난 8월 22일 언론학회 주체의 ‘700MHz, 공공대역 설정의 필요성’ 특별세미나 |
‘모바일 광개토 플랜 1.0’은 적법한 정책인가?
지난 2012년 과거 방송통신위원회는 ‘700MHz 대역 주파수’를 이른바 “유휴대역”이라고 이름 붙이고, 이 가운데 40MHz 대역폭을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이른바 “대가 할당”하겠다는 내용의 ‘모바일 광개토 플랜1.0’을 발표하였다. 그렇다면, 이 정책은 과연 적법한 것으로 유효한가? 한 번 따져보자. 현재도 마찬가지이지만 당시 국내 전파자원의 활용계획인 ‘주파수 분배표’를 보면 700MHz 대역 주파수는 방송, 이동통신, 고정통신용으로 분배되어 있다. 이렇게 두 가지 이상의 업무가 표시된 경우 우선순위가 표시되는 경우도 있지만, 700MHz 대역 주파수에 이와 같은 우선순위 표시는 없다. 때문에 700MHz 대역 주파수는 방송용 혹은 이동통신 내지 고정통신 어느 용도에도 사용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용도를 정한 ‘주파수 분배표’ 제5란을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TV 방송용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TV 방송용에는 중계소(방송보조국)를 설치·운영하기 위한 주파수를 포함한다. 그런데, 실증적·경험적으로 증명되고 있는 바와 같이 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이 디지털 전송방식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난시청 해소는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중계소 설치·운영을 위한 충분한 무선국허가와 이에 따른 주파수 지정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700MHz 대역 주파수는 “놀고 있는 대역”이 아니다. 난시청 해소를 위해 마땅히 사용되어져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유휴대역”이라고 밝힌 과거 방송통신위원회의 판단 내지 평가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왜 국가는 지상파텔레비전 방송 난시청을 해소하여야 하며 또, 700MHz 대역 주파수를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문제 제기이다. 먼저, 난시청 해소의 당위성에 대한 근거는 두 가지 차원에서 규명이 가능하다.
먼저, 「헌법」적 근거이다. 「헌법」은 대중사회에서 의사형성에 있어 그 기초자료인 정보를 자유롭게 획득할 수 있는 구체적 질서의 형성을 명령하고 있다. 즉,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情報源)’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정보의 자유’ 내지 ‘알 권리’를 ‘언론의 자유’의 내용 가운데 하나로 보장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일정한 정보를 알리기에 적합한 시설적·기술적 여건을 갖추고 있는 지상파방송은 이와 같은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 그 가운데 ‘최소한’의 방송정보원에 해당한다. 따라서 국가는 ‘정보의 자유’를 실효성 있게 보장하기 위해 ‘최소한의 방송정보원’으로서 지상파방송에 접근할 수 있는 방송질서를 형성하여야만 한다. 이와 같은 적극적 질서형성의 의무로부터 국가는 난시청 즉, 최소한의 방송정보원에의 접근을 어렵게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지게 된다.
개별 법률에서도 난시청 해소의 당위성에 대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이하 ‘디지털 전환 특별법’이라 한다)이 바로 그것이다. ‘디지털 전환 특별법’은 제1조에서 그 입법목적을 두 가지로 밝히고 있다. 하나는 ‘시청자의 권익향상’이고, 나머지 하나는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이다. 시청자의 권익향상’이라는 목적의 구체적인 내용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난시청 해소 및 수신환경 개선’임을 입법자 스스로 확인하고 있다. 바로 같은 법 제12조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법 개정전 방송통신위원회)은 지상파방송사업자가 디지털방송의 난시청 해소를 위하여 「전파법」에 따라 지상파 방송보조국의 개설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디지털방송의 활성화를 고려하여 방송보조국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규범형식이 재량행위로서의 성격임을 들어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시청 해소가 입법목적임을 부인하기 어렵다면 규범형식과 상관없이 난시청 해소 그리고 이를 위한 수신환경 개선은 기속적 성격을 가진다고 해석하는 것이 ‘디지털전환 특별법’의 형해화(形骸化)를 막는 체계적이고 타당한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요컨대, 700MHz 대역 주파수가 이른바 “놀고 있는 대역”이라는 전제에 기초한 ‘모바일 광개토 플랜’에 따른 이른바 “이동통신 할당론”은 그 전제의 타당성과 합리성을 찾기 어려우며, ‘정보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질서마련이라는 「헌법」적 명령 그리고 ‘디지털전환 특별법’과도 합치되지 않는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다.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과 ‘국가재난 안전망 활용 계획’의 위법성
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등장한 이른바 ‘700MHz 대역 유휴론’. 그리고 이에 기초한 ‘모바일 광개토 플랜 1.0’이 그 전제의 오류로 인해 위헌성과 위법성의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면, 700MHz 대역 주파수 가운데 40MHz 대역폭을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할당하겠다는 내용의 이른바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과 20MHz 대역폭을 국가재난망 구축에 이용토록 하겠다는 ‘국가재난 안전망 활용 계획’은 다음과 같은 점들에서 위법성이 지적될 수 있다.
먼저, 「전파법」 제6조의 3은 “방송법 제2조 제2호의 방송사업을 위하여 이용하는 주파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관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파수분배표가 개정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텔레비전 방송용’으로 그 용도가 정해져 있는 700MHz 대역 주파수에 대한 관리청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아닌 방송통신위원회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과 ‘국가재난 안전망 활용 계획’이라는 정책발표는 국가의 모든 행정작용은 법률에 위반할 수 없다는 행정법상 일반원칙인 ‘법률의 우위 원칙’에 위반되는 위법행위라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하겠다.
다만,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다음과 같은 반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전파법」 제6조의 3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밝힌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은 전파자원에 대한 관할권이 방송용과 통신용으로 이원화되기 전인 과거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정책인 ‘모바일 광개토 플랜 1.0’을 그대로 이어받았기 때문에 위법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과거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모바일 광개토 플랜 1.0’의 경우 관할권이 분리되기 전이기 때문에 권한유월의 문제 즉, 「전파법」 제6조의 3에 위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문제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 1.0’이 적법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그 이유는 아래에서 지적하고 있는 「전파법」 제6조의 2 제2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파수 대역정비의 목적적 한계에서 찾을 수 있다.
둘째, 과거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주파수 이용효율의 개선을 이유로 대역을 정비했다. 그런데, 「전파법」 제6조의 2 제2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본문에서는 주파수 대역정비의 목적적 한계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법 개정전 방송통신위원회)이 법 제6조의 2조 제2항에 따라 동일한 용도 안에서 주파수 대역정비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점은 바로 “동일한 용도 안에서”라는 목적적 한계이다. 대역 정비를 통해 유휴대역이 발생하더라도 이는 방송용이라는 용도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설령, 700MHz 대역 주파수가 유휴대역이라고 하더라도 주파수분배표가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그것이 과거 방송통신위원회가 행한 것(‘모바일 광개토 플랜 1.0’)이든 혹은 현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행한 것(‘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이든 상관없이 그것은 위법하다는 지적을 역시 피하기 어렵다고 하겠다.
셋째, 「주파수분배표」개정의 문제를 차치하고 또, 700MHz 대역 주파수가 이른바 유휴대역 즉, “놀고 있는 대역”으로 새로운 주파수 할당이나 주파수 사용승인과 같은 주파수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절차상 하자로 인한 위법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전파법」 제6조의 2 제3항은 “주파수를 새롭게 분배하거나 회수 또는 재배치하고자 할 경우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주파수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주파수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 주파수 재배치 내용이 공표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700MHz 대역 주파수 이용관계에 관한 계획수립과 일련의 사실행위는 이와 같은 절차를 위반하였다. 물론, 이와 같은 ‘절차상 하자(瑕疵)’에 대해서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오는 9월 관련 사항을 주파수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올리겠다고 밝힌 만큼 치유될 수 있다고 보는 반론이 제시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밝히고 있는 것과 같이 하자 있는 행정행위의 치유는 행정행위의 성질이나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이고 예외적으로 행정행위의 무용한 반복을 피하고 당사자의 법적 안정성을 위해 허용되는 때에도 국민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구체적 사정에 따라 합목적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라는 한계를 가진다.
700MHz 대역 주파수의 이용관계는 규범에 따라 적용되어야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둘러싼 기존의 담론들은 이른바 전파자원이 공공적 성격을 갖는가 아니면 경제적 효율성을 강조해야 하는가라는 이항대립적(二項對立的) 논의로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논의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주목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논의의 전제가 되고 있는 명제인 700MHz 대역 주파수의 “유휴성” 여부이다. 사전적 의미로 “유휴”는 “쓰지 아니하고 놀림”이라고 정의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현행 주파수분배표는 과거 방송통신위원회 시절과 마찬가지로 700MHz 대역 주파수를 (지상파)텔레비전 방송용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지상파텔레비전 방송에 소요되는 주파수 대역을 700MHz 대역 주파수에서 충분하도록 이용허가하고도 여유가 있다면 “유휴(遊休)”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지하는 바와 같이 ‘디지털 전환 특별법’에서 난시청 해소를 위해 방송보조국 개설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시청 해소의 과제가 현존하는 상태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를 유휴대역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떠한 설명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여기에다 이미 UHD 방식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날로그 방송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임시대역이 필요했던 것처럼 UHD 방식 도입을 위해서 지상파텔레비전 방송용으로 분배된 700MHz 대역 주파수가 부족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정보를 알리기에 적합한 시설적·기술적 여건을 갖추고 있는 지상파방송은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 그 가운데 ‘최소한’의 ‘방송정보원’에 해당한다. 국가는 국민에게 보장된 ‘정보의 자유’ 혹은 ‘알 권리’를 실효성 있게 보장하기 위해 ‘최소한의 방송정보원’으로서 국민 누구나 지상파방송에 접근할 수 있는 방송질서를 형성하여야만 한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칸트(I. Kant)의 이야기를 상기해 본다. ‘판단(das Urteil)’이란 특수를 보편 아래에 포함된 것으로 사유하는 것이며, 규범과 같이 보편이 미리 주어져 있는 경우 판단은 특수를 보편에 포섭하기만 하면 된다. 특수를 잘못된 보편에 적용하면 그 판단은 그릇된 것이다. 판단의 주체는 그저 그것을 올바르게 적용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700MHz 대역 주파수의 이용관계는 규범에 따라 적용되면 된다. 여기에서 정치적 판단이나 ‘설득을 위한 담론’과 같이 화려한 관념적 수사에 의해 포장되는 비전(vision)의 제시 내지 정책 발표는 아무런 정당성도 설득력도 가질 수 없다. 700MHz 대역 주파수의 이용관계에 관한 인식의 전환과 전향적인 규범적 담론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허영, 「한국헌법론」,박영사, 2011.
고민수, “지상파재송신 관련 법적 쟁점과 분석”, 「공법학연구」제11권 제4호, 한국비교공법학회,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