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SNS 금지법, 미디어 플랫폼의 상호작용을 멈춘 새로운 질서 찾기

호주 SNS 금지법, 미디어 플랫폼의 상호작용을 멈춘 새로운 질서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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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호주 연방정부에서 추진한 ‘2024 온라인 안전 수정(소셜 미디어 최저 연령) 법안(Online Safety Amendment Bill 2024)’이 의회를 최종 통과하면서 글로벌 미디어 규제 환경 전반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입법은 소셜 미디어 이용 최저 연령을 법제화한 세계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플랫폼 책임성 강화라는 국제적 규제 흐름을 한층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 법안은 단순히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차원을 넘어, 지난 20여 년간 미디어 시장을 지배해 온 ‘상호작용’ 중심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국가 차원의 강력한 제동이기 때문이다.

특히 초기 논의 단계에서 유튜브(YouTube)는 ‘교육적 가치’를 근거로 예외 적용 대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유력했지만, 최종 단계에서 금지 대상 플랫폼에 포함되면서 미디어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이는 규제의 핵심 쟁점이 ‘유해 콘텐츠의 내용’에서,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설계된 ‘알고리즘’과 ‘플랫폼의 구조’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호주 정부는 유튜브를 단순한 ‘영상 아카이브’가 아닌, 추천 시스템을 통해 아동의 과몰입을 유도하고 이용자 간 소통을 활성화하는 ‘소셜 네트워크’로 법적 재정의를 내린 셈이다.

 

플랫폼의 ‘이중적 지위’와 규제 논쟁
당초 호주 정부는 유튜브를 ‘교실에서도 활용되는 필수적인 교육 도구’로 간주하여 규제 예외 대상으로 분류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호주 온라인 안전국(eSafety Commissioner)이 제시한 데이터는 이러한 기류를 뒤집었다. 안전국은 ‘아동의 유해 콘텐츠 노출 경로 중 약 37%가 유튜브이며, 이는 다른 어떤 소셜 미디어보다 높은 비율’이라고 지적하며 규제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특히 유튜브의 핵심인 ‘추천 알고리즘’과 숏폼 서비스인 ‘쇼츠(Shorts)’의 무한 스크롤(Infinite Scroll) 구조가 틱톡(TikTok)과 동일한 중독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이에 호주 정부는 유튜브를 최종적으로 ‘연령 제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Age-Restricted Social Media Platforms)’ 목록에 포함했다.
이에 대해 유튜브 측은 자사가 ‘소셜 미디어가 아닌 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이며 TV 방송과 유사한 ‘일대다(One-to-many)’ 매체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호주 정부의 이번 결정은 ‘상호작용 기능(댓글, 라이브 채팅)이 포함된 이상, 방송이 아닌 SNS’라는 새로운 글로벌 규제 기준을 정립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Logged-out)에서 시청만 허용하는 타협안으로 실행될 전망이다. 로그아웃 시청은 16세 미만 이용자는 계정에 로그인할 수 없으므로 ‘알고리즘 추천’, ‘댓글 작성’, ‘좋아요’, ‘구독’ 기능이 모두 마비된다. 오직 검색을 통해 영상을 찾아보는 ‘능동적 시청’이나, 홈 화면에 배열된 일반적인 영상을 보는 ‘TV형 시청’만 가능하다. 이는 플랫폼 기업이 아동의 시청 데이터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나 중독성 콘텐츠를 송출하는 고리를 끊어버리는 조치다. 사실상 유튜브를 ‘주문형 비디오(VOD)’로 격하시킨 것이다.

한편, 플랫폼의 법적 정의에 대한 논쟁은 텔레그램으로도 확장된다. 텔레그램은 스스로 ‘사적 메신저’라고 주장하며 규제망을 회피해왔다. 그러나 호주 정부와 국제 사회는 텔레그램의 ‘채널’ 기능과 대규모 그룹 채팅이 사실상 불특정 다수에게 정보를 전파하는 ‘미디어 플랫폼’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텔레그램이 테러 및 아동 성 착취물(CSAM) 관련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약 100만 호주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제재에 착수했다. 이는 한국의 ‘N번방’ 사태와 ‘딥페이크 성범죄’ 위기와도 직결된다. 텔레그램 내 범죄방은 단순한 대화방이 아니라, 운영자(PD)가 콘텐츠를 공급하고 참여자(관전자)가 소비하는 ‘불법 유료방송’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통신 비밀보호의 대상이 아닌, 방송법적 규제가 필요한 ‘공개된 미디어’로 다루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과 규제 공백
호주의 사례는 국내 방송미디어 시장의 오래된 난제인 ‘규제 형평성’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현재 한국에서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되어, 방송법상의 엄격한 규제(광고 시간제한, 내용 심의, 편성 규제)를 대부분 면제받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통한 유튜브 이용 빈도가 TV 시청을 압도하는 현실에서, 국내 지상파 및 유료 방송사들은 ‘유튜브가 사실상 방송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무제한의 자유를 누리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해 왔다.

호주가 유튜브에 대해 강력한 진입 규제(16세 미만 금지)를 적용한 것은, 국가가 유튜브의 플랫폼 권력과 영향력이 전통 미디어를 능가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는 국내 ‘통합방송법’ 논의에 있어, OTT와 플랫폼을 규제 틀 안으로 포섭할 수 있는 강력한 명분을 제공한다. 국회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규제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호주식 전면 차단 대신, 알고리즘의 위험성에 주목한 법안이다. 미성년자 계정에 대해 중독성 알고리즘 추천을 차단하고, 콘텐츠를 시간순(Chronological)으로만 배열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플랫폼의 ‘편성권(알고리즘)’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미디어적 규제 성격을 띤다. 또한 2024년 8월, 초·중·고교 교내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이는 2026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호주와 달리 ‘물리적 환경’을 통제하여 학습권을 보장하려는 시도이다.

호주의 조치는 국내 레거시 미디어 업계가 오랫동안 제기해 온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에 힘을 실어준다. 현재 국내 방송법상 지상파와 유료방송은 광고 시간, 품목(주류 등), 내용에 대해 엄격한 사후 심의를 받는다. 반면, 유튜브 등 OTT는 ‘정보통신망법’ 적용을 받아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롭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TV 광고가 디지털 광고보다 브랜드 인지도 및 신뢰도 측면에서 여전히 높은 효과를 보이고 있음에도, 규제 비대칭으로 인해 광고비가 디지털로 쏠리는 현상이 지적되어 왔다. 호주 사례는 유튜브를 ‘방송’에 준하는 강력한 규제 틀로 묶을 수 있다는 글로벌 선례를 남겼다.

 

‘안전한 미디어’를 위한 새로운 질서 찾기
호주의 실험은 글로벌 미디어 산업에 “자율 규제의 시대는 끝났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 유튜브와 SNS는 더 이상 무제한적 표현이 허용되는 ‘자유로운 광장’이 아니라, 아동의 정신 건강과 사회적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고위험(high-risk) 미디어로 재정의되고 있다. 미디어 산업적 관점에서 보자면 호주의 이번 조치는 매우 과감한 결정이다. 유튜브와 틱톡이 지난 15년간 구축해 온 개인화 기반 소셜미디어 모델을 사실상 강제로 해체하고, 알고리즘에 의해 분절된 이용 행태를 일정 부분 과거 TV와 유사한 ‘일방향적 방송 매체’ 구조로 되돌리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 법안의 실효성 여부를 떠나, 괄목할 부분은 호주뿐 아니라 다수의 국가가 청소년 보호와 플랫폼 규제 체계를 다시 고민하게 만드는 강력한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SNS가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한 상황에서 전면 금지는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며, 국제적 미디어 유통, 서비스, 홍보, 마케팅 구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호주 정부는 유튜브가 ‘교육적 도구’라는 구글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Logged-out) 시청만 허용하는 절충안을 제시하며, 플랫폼의 이용 방식 전반을 재구성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제한을 넘어, 플랫폼이 청소년 이용자 기반을 전제로 구축해 온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을 문제 삼는 규제적 접근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내 미디어 정책 역시 이제는 ‘차단’과 ‘방임’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실제로 방송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2024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결과는 호주식 규제가 한국에 도입될 경우 발생할 시장의 충격을 가늠하게 한다. 이 조사 결과에서 10대 청소년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98%에 육박하며, 일상생활 필수 매체로 스마트폰을 꼽은 비율은 75.3%에 달했다. 또한 10대의 OTT 이용률은 90% 이상이며, 이 중 유튜브 이용률이 73.5%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콘텐츠는 숏폼(41.8%)으로 나타났다. 이는 호주가 틱톡과 쇼츠를 ‘중독성 디자인’으로 지목해 금지한 근거와 정확히 일치한다. 또한 한국 교총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 10명 중 6명이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 과의존으로 인한 수업 방해를 호소했다. 이에 한국 국회는 2026년 3월부터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법’을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호주의 ‘접속 차단’과는 다른 ‘물리적 차단’ 방식이지만,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호주처럼 16세 미만 청소년의 유튜브·SNS 이용이 제한될 경우, 미디어 산업 전반에는 작지 않은 파장과 반발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K-팝, K-드라마 등 글로벌 시장에서 SNS 의존도가 높은 한국 콘텐츠 산업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K-Pop의 글로벌 성공 방정식은 ‘참여형 팬덤’에 기반한다. 10대 팬들이 유튜브 뮤직비디오에 댓글을 달고, 틱톡 챌린지 영상을 올리며(UGC), 실시간 투표에 참여하는 과정 자체가 마케팅이다.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 웹드라마, 10대 타깃 브랜드 콘텐츠 등 대부분의 청소년 지향 제품이 유튜브와 SNS를 핵심 유통 창구로 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채널이 제한될 경우 유통 전략의 전면적 재수정과 플랫폼 다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플랫폼을 찾는 차원을 넘어, 국내 미디어 산업이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매체 전략, 팬덤 관리 방식, 홍보・마케팅 구조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함을 의미한다. 호주의 규제 실험은 결국 콘텐츠 제작・유통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하는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규제와 진흥의 균형 찾기
호주의 실험은 전 세계 미디어 규제 환경에 “플랫폼의 설계 자체를 규제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호주식 전면 차단보다는 규제와 산업 진흥의 균형을 모색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이 필요하다. 방송법과 IPTV법, 정보통신망법으로 파편화된 현행법 체계를 통합하고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부가통신사업자’가 아닌 ‘미디어 사업자’로 재정의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동시에 미성년자 대상 알고리즘 추천 제한(필터버블 방지법) 등 ‘내용’이 아닌 ‘매커니즘’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차단 중심 대책보다는 콘텐츠 환경 개선, 리터러시 교육 강화, 안전 설계 원칙 적용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우선, 유튜브와 텔레그램의 법적 지위를 재정립해야 한다. 특히 텔레그램은 최근 딥페이크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단순한 ‘국내 대리인 지정’ 수준을 넘어 수사 비협조 시 매출액 기반 과징금 부과와 같은 실효적 제재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 규제의 출발점이다.

둘째,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다. 호주가 유튜브를 규제한 핵심 논리 역시 아동・청소년이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중독 구조에 빠지는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본 데서 출발했다. 국내에서도 ‘청소년 필터버블 방지법’, ‘알고리즘 책임성 법제화’ 등 관련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하여, 적어도 미성년자만큼은 안전하게 설계된 미디어 환경에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국내 콘텐츠 생태계의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 지금의 청소년 미디어 환경은 숏폼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도파민형 소비’에 과도하게 노출돼 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이 다시금 서사(narrative)를 갖춘 양질의 콘텐츠로 회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의 인지·정서 발달과 미디어 건강성에 직결된 문제다. 방송사와 제작사는 유튜브 중심의 유통 전략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자체 플랫폼 경쟁력 강화와 ‘청정 미디어 환경’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호주의 법안은 단순히 한 국가의 규제 조치를 넘어, 플랫폼 시대의 미디어 질서를 재구성하려는 국가적 시도로 평가된다. 이에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시청 행태와 청소년의 발달 과정은 물론, 사회적 담론 형성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실에서 ‘플랫폼은 어디까지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정책적 의제로 부상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향후 미디어 규제는 플랫폼을 단순히 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알고리즘 책임성, 이용자 보호, 건전한 콘텐츠 생태계라는 세 가지를 균형 있게 고려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청소년 보호와 미디어 산업 육성을 서로 보완하는 구조로 재설계하려는 정책적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문헌
・ Australian Government. (2025). Social Media Minimum Age. Department of Infrastructure.
・ Avia (2024). South Korea 2024 Advertising Matrix.
・ KISDI (2024). 2024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결과. 정보통신정책연구원.
・ Marketing Interactive (2024). Meta triggers 14-day countdown for under-16 ban downplays ad disruption.
・ Straits Times. (2025). South Korea to ban phones in class starting March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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