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사르의 알레시아 공방전
방마매륜(方馬埋輪) ― 『손자(孫子) 구지 제11편』
“인간은 누구에게나 모든 게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밖에는 보지 않는다.” 참 공감이 가는 말이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많다. 누가 이 말을 했는가? 바로 카이사르다. 카이사르는 누군가? 우리가 잘 아는 로마의 정치가이자 군인인 율리우스 카이사르다. 영어로는 줄리어스 시저다. 이탈리아의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보면 이런 기록이 있다.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다음 다섯 가지다. 지성, 설득력, 지구력, 자제력, 지속적인 의지, 카이사르만이 이 모든 자질을 두루 갖추고 있다.” 어떤가? 역사에는 수많은 영웅과 위인이 있지만 카이사르만큼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도 드물다. 왜 이런 평가가 나왔을까? 그가 치렀던 여러 전쟁 중에 특별히 알레시아(Alesia) 공방전을 보게 되면 “과연, 카이사르구나!”하고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유명한 갈리아 전쟁은 7년간이나 지속되었는데 기원전 52년 9월의 알레시아 공방전에서 사실상 끝이 나게 된다. 갈리아에서 새로운 족장으로 추대된 젊은 베르킨게토릭스는 로마에 맞서 반란세력을 모아 일어났다. 이 소식을 들은 카이사르는 곧바로 알프스를 넘어 갈리아로 들어가 반란군 축출에 나섰다. 기원전 52년 여름, 베르킨게토릭스는 8만 명을 이끌고 알레시아 요새로 들어가서 농성전을 준비하는 한편 모든 갈리아 부족에게 연락하여 알레시아로 집결하게 했다. 이때 카이사르는 알레시아 요새를 둘러싸는 포위망을 만들었는데 아주 특이하게 두 개의 성벽으로 구축했다. 첫 번째 성벽(내벽)은 농성군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고, 두 번째 성벽(외벽)은 바깥에서 오는 지원군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두 성벽 사이의 120m 중간지대에 로마군이 위치했다. 어느 역사학자는 이 포위망을 두고 ‘전쟁 역사상 가장 현명한 포위공격 책략’이라고 평했다. 갈리아 기병들은 50개의 부족에서 25만의 보병과 8,000여 기의 기병을 모았다. 이들은 기원전 52년 9월 20일 알레시아가 눈앞에 보이는 지점에 도착했다. 이제 카이사르는 5만의 병력으로 안팎을 합쳐 34만에 달하는 적과 싸우게 됐다. 처음 전투는 기병전이었다. 로마군의 기병은 규모 면에서 불리했으나 용감히 싸워 갈리아 기병을 물리쳤고, 이들에 호응해 성 밖으로 나온 농성군의 일부 보병도 카이사르의 안쪽 포위망을 뚫지 못하고 다시 요새로 물러났다. 다시 갈리아군은 공성기구로 밤을 틈타 맹렬하게 공격했지만 로마군의 포위망을 뚫는데 실패했다.
그런데! 카이사르를 보자. 전투가 벌어질 때면 카이사르는 붉은 망토를 펄럭이며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하며 나타났다. 사흘째 되는 10월 2일, 갈리아군은 로마군의 약점을 발견했다. “북쪽 성벽이다!” 그렇다. 북쪽 성벽이 허술하게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때를 만난 갈리아군은 그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이때 카이사르는 높은 망루에 올라 붉은 망토를 펄럭이며 모든 사람들이 보이도록 지휘했다. “내가 여기 있다. 모두들 힘을 내어 싸우라!” 갈리아군의 발악적인 총공세에 포위망의 몇 군데가 뚫렸지만 그때마다 카이사르가 위에서 보면서 지원군을 보내어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카이사르가 무엇을 봤다. “아, 바로 저곳이다!” 갈리아군의 한쪽 측면에 결정적인 약점을 발견한 것이다. 카이사르는 위에서 내려와 직접 기병대와 보병대를 이끌고 성벽 밖으로 나가 그들의 측면을 공격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들을 무너뜨렸다. 북쪽 성벽의 갈리아군은 괴멸했다. 기대했던 북쪽 전선이 패하자 바깥으로 나왔던 갈리아군은 다시 요새 안으로 들어갔고, 포위했던 갈리아 지원군도 퇴각하기 시작했다. 이 전투에서 로마군은 12,800명이 전사한 반면 갈리아군은 괴멸에 가까웠다. 5만도 안 되는 병력이 34만이나 되는 적을 괴멸시킨 것이다. 그것도 앞과 뒤 양쪽의 적을 상대해서 말이다. 이런 승리는 전쟁 사상 처음이다. 이튿날 베르킨게토릭스는 말을 타고 카이사르를 찾아와 무릎을 꿇었다.
손자병법 구지(九地) 제11편에 보면 주목할 어귀가 나온다. 결사의 태세를 위해 말을 묶어놓고 수레바퀴를 땅에 묻더라도(方馬埋輪) 아직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未足恃也). 이 구절은 카이사르와 같은 장수의 지휘통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생각해보자. 말을 묶어놓고 수레바퀴를 땅에 묻으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도망갈 수 없다. 병사들에게 도망갈 길을 아예 없애버리면 어쩔 수 없이 싸우게 되지 않겠는가? 항우가 행했던 파부침주(破釜沈舟,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굳은 결의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도 이와 같은 것이다. 이는 단순히 병사들을 규제하는 외형적인 조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지휘관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이다.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자신들의 리더는 결코 그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실제 카이사르가 전투 중에 행하는 행동 중 두드러진 것이 있는데, 그가 말에서 내려 말을 어느 한 곳에 매어두는 일이다. 그러면 휘하의 모든 장교들도 그들의 말을 그곳에 매어둔다. 어떤 위기에서도 함께 하겠다고 하는 일종의 예식이다. 그리고 안팎의 적을 상대하는 이중포위망을 만들어놓고 그 자신도 그 안에 들어가서 병사들과 함께 있었다. 같이 죽고 같이 살겠다는 것이다. 카이사르는 전세가 불리할 때는 보병방패를 직접 들고 나가 칼을 휘두르기도 했고, 백인대장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가며 그들의 사기를 북돋워 주기도 했다. “김 대리! 힘내라! 내가 여기 있다!” 어려울 때 윗사람이 자기 이름을 불러주면 얼마나 힘이 날까? 이런 그였기에 그가 없는 전쟁터에서도 그의 부하들은 “총사령관께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다!”는 구호를 외치면서 스스로 전의를 북돋웠다고 한다.
方 馬 埋 輪
방 마 매 륜
말을 묶어두고 수레바퀴를 땅에 묻다
모두들 힘이 빠져 있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아도 글로벌 위기를 맞아 회사가 어려운 참에 자재 값이 너무 올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쟁업체에서 아주 괜찮은 새로운 상품을 들고 나왔다. 회사에 출근하고 싶은 마음도 나지 않는다. 바로 이럴 때가 리더가 행동해야 할 때다. 점심 식사 후에 경비실 김씨만 빼놓고 모두 회의실에 모였다. 그리고 사장이 헛기침을 한 후에 한마디 한다. “자, 여러분. 내일부터 업무비용을 아끼기 위해 회사차량은 짝수제로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BMW를 이용하겠습니다. 허허……. BMW가 뭔지 아시죠? 버스(Bus)를 타고 지하철(Metro)을 갈아타고 그리고 걸어서(Walk) 출근하겠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경쟁업체에서 신상품을 출시했다는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잘 듣고 차질 없이 대비하면 됩니다. 힘내세요! 우리가 힘을 합하면 못할 게 뭐 있겠습니까?” 현재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상황 판단과 해결 가능성을 가시화 해주고 있다. 반신반의하던 마음도 ‘그래, 한 번 해보자!’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불가능할 것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할 때가 많다. 아무리 해도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에 좌절감과 무기력을 느끼고 있는데 상사가 먼저 모범을 보이고 비전을 제시해준다면 용기가 생긴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죽기 살기로’ 마음먹어서 안 될 일은 없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구성원 각자가 ‘죽기 살기로’ 마음먹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무릇 위대한 리더일수록 팀원의 머리가 아닌 마음을 공략한다. 리더는 시간이나 일을 관리하지 않고 팀원의 마음을 관리한다. 마음을 움직이면 시간과 일은 팀원이 알아서 관리를 한다. 팀원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리더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다. 어려울 때 “척!”하고 붉은 망토를 날리는 상사를 보게 된다면 어떨까? 우습기도 하고 눈물도 나고 힘도 날 것 같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높은 곳에 올라가서 세상을 바라보자.
方 馬 埋 輪
모 방 말 마 묻을 매 바퀴 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