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주호의 테마 클래식 1 – 새해

송주호의 테마 클래식 1 –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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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호 음악칼럼니스트 / EBS 기술기획부 선임

어느덧 7년 만에 ‘방송과기술’에서 클래식 음악에 대해 연재하게 되었군요. 그때에는 음악의 원리부터 역사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깊고 어려운 이야기들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번에는 보다 쉽고 흥미롭게,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지만 뭐부터 들어야 할지 막막하신 분들을 위해 매달 주제를 정해서 곡을 추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쉽게 음악을 접하실 수 있도록 유튜브에서 영상도 골랐습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간단한 클래식 음악 상식까지 곁들인다면 ‘방송과기술’ 독자분들은 로맨틱 엔지니어가 되실 겁니다.
이번 달 주제는 ‘새해’입니다. 매년 1월은 모든 사람들이 기대감을 안고 시작하는 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그 기쁨을 표현했습니다. 농민들은 축제로, 교회에서는 예배로 말이죠.

바흐: 신년 칸타타 ‘사랑하는 하나님, 저의 적들을 살피소서’, BWV153
요한 제바스찬 바흐(Johan Sebastian Bach: 1685~1750)는 삶의 대부분을 교회에서 칸토르(Kantor: 작곡가, 지휘자, 교육자, 오르가니스트를 겸하는 최고 음악책임자이자 음악감독)로 지냈습니다. 그런 만큼 수백 곡의 교회음악을 작곡했죠. 그중에서도 바흐를 가장 짓눌렀던 것은 매주 예배를 위해 의무적으로 칸타타를 한 곡씩 작곡해야 하는 임무였습니다. 1월 1일이나 1월 첫 일요일 예배를 위해서도 당연히 칸타타를 써야 했죠. 이러한 칸타타를 특별히 ‘신년 칸타타’라고 부릅니다. 바흐는 일곱 곡의 신년 칸타타를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칸타타’라는 장르를 알아볼까요? ‘칸타타’(cantata)는 ‘노래하다’라는 뜻이 이탈리아어 ‘칸타레’(cantare)에서 유래되었습니다. 17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는데요, 기악 반주에 독창과 합창, 서창(레치타티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말하듯이 부르는 노래)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아마도 ‘오라토리오’(oratorio)와 혼동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은데요, 오라토리오는 압도적으로 종교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한다면, 칸타타는 ‘노래하다’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종교적인 내용과 세속적인 내용을 모두 아우르지요. 그리고 길이도 비교적 짧습니다. 이렇게 탄생된 칸타타는 18세기 중반 바흐의 시대에 꽃을 피웁니다.
바흐는 약 300곡의 칸타타를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대부분 교회의 기념일과 관련이 있죠. 하지만 이 중 25곡은 교회와 관계없는 작품들입니다. 이 둘을 구분하여 각각 ‘교회 칸타타’와 ‘세속 칸타타’라고 부릅니다.
일곱 곡의 신년 칸타타 중에서 이번 지면에서 소개해드릴 곡은 세 번째 작곡된 <사랑하는 하나님, 저의 적들을 살피소서>(Schau, lieber Gott, wie meine Feind)입니다. 이 곡은 1724년 1월 2일에 라이프치히의 성토마스 교회에서 연주된 작품으로, 베드로전서 4장 12~19절에 기록된 그리스도의 고난과 마태복음에 기록된 예수의 이집트 피신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헤롯을 적의 상징으로 사용하여 새해에는 이러한 적들로부터 보호해 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죠. 혹시 작년에 괴롭힘을 많이 당하셨다면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곡을 듣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추천 유튜브: youtu.be/zcZMRhLXMvk)

J. S. Bach
J. S. Bach
youtu.be/zcZMRhLXM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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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스존: 합창곡 ‘새해 첫날’
바흐는 오늘날 ‘음악의 아버지’라는 영예로운 칭호를 듣고 있습니다만, 사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음악은 바로 잊혔습니다. 유행하던 음악 스타일이 변한 것도 이유이기는 합니다만, 당시는 지금 작곡해서 지금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였습니다. 즉, 세상을 떠난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는 경우는 드물었죠. 하지만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역사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내 음악은 음악의 역사의 어떤 위치에 있게 될 것인가, 혹은 지난 시대에 뛰어난 거장은 누구인가 등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Bartholdy: 1809~1847)은 이러한 관점에서 바흐를 발굴해 냅니다. 그래서 <마태수난곡> 등 바흐의 작품들을 다시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본인도 바흐의 스타일로 오르간 곡을 작곡할 정도로 바흐에 대해 큰 애착을 갖고 있었습니다.
교회에서 일하지 않았던 멘델스존이 교회 합창곡을 다수 작곡한 것도 바흐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중에 이번에 소개해드릴 곡은 <교회력에 붙인 여섯 개의 말씀>(Sechs Sprüche zum Kirchenjahr)입니다. 이 곡은 일곱 개의 합창곡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합창 모음곡인데요, 이 중 세 번째 곡이 ‘새해 첫날에’(Am Neujahrstage)입니다.

Herr Gott, du bist unsre Zuflucht für und für. 주 하나님, 당신은 어느 곳에나 계시다.
Ehe denn die Berge worden, 산이 만들어지기보다도 오래전에
und die Erde und die Welt erschaffen worden, 대지와 세상을 창조하셨다.
bist du Gott von Ewigkeit zu Ewigkeit. 당신은 영원무궁한 하나님이시다.
Halleluja. 할렐루야

경건하고 엄숙하면서도 어둠을 헤치고 광명으로 뻗어가는 듯한 멘델스존 특유의 직선적인 진행 스타일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추천 유튜브: youtu.be/lIkvP7qhA_Y)

F. Mendelssohn
F. Mendelssohn
youtu.be/lIkvP7qhA_Y
youtu.be/lIkvP7qhA_Y

버르토크: 네 개의 ‘새해 인사’
교회에서만 신년을 축하하는 것은 아니지요. 모두가 새로운 희망을 품고 새로운 기대로 축하 인사를 건넵니다. 여러분들은 얼마나 많은 분에게 새해 인사를 나누었나요?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던 분들과도 이번 기회에 인사를 전해보세요. 혹시 여러분의 인생이 바뀔만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헝가리 작곡가 버르토크 벨러(Bartók Béla: 1881~1945)는 자국에 넓게 펼쳐진 농촌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민요를 채집하기 위해서였죠. “독일인이 자신의 음악의 뿌리를 바흐에게서 찾는다면, 헝가리인은 농민음악에서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던 그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민요에 대한 집념은 고국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헝가리를 넘어 동쪽으로는 러시아까지, 서쪽으로는 북아프리카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이주했을 때는 인디언 민요도 연구했을 정도로 그 범위가 넓어졌죠. 그래서 그는 무려 1만 3천 개의 민요를 채록해냈습니다. 물론 버르토크는 채록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민요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44개의 이중주곡>은 비교적 헝가리 민요의 토속적 색채가 잘 드러나는 곡입니다. 합주 교육을 위한 목적도 있어서 일부를 제외하고는 기교적으로도 난해하지 않습니다. 모든 곡에는 소소한 제목이 붙어있는데요, ‘새해 인사’(Újévköszöntő)라는 같은 제목을 가진 곡이 네 곡이나 들어있습니다. 헝가리의 농민들은 어떻게 새해인사를 했을까요? (추천 유튜브: youtu.be/BhrNryQtJ64)

Bartók Béla
Bartók Béla
youtu.be/BhrNryQtJ64
youtu.be/BhrNryQtJ64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
제가 지금까지 세 곡을 추천해드렸지만, 새해의 음악은 단연 신년음악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이 계실 것 같네요. 1월 내내 공연장에서는 신년을 축하하는 음악회로 가득하죠. 그런데 혹시 관현악 연주회에서 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를 많이 연주하는지 궁금해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왜 신년음악회에서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음악을 그렇게 많이 연주할까요? 단지 신나서일까요? 여기에는 신년음악회의 기원이 되는 빈 필하모닉에 그 실마리가 있습니다.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는 1939년 12월 31일 송년음악회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는 나치에 의해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통일 직후로, 이 음악회는 이 통일에 기여한 나치 전범자들을 위한 선물로 개최된 것이었습니다. 이 음악회에서는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작품이 연주되었습니다. 그의 빈 왈츠를 빈 음악의 상징으로 보았던 것으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프로그램은 현지인들에 대한 유화적인 나치의 문화정책이었던 것이죠. 이 송년음악회는 1941년부터 1월 초에 개최되면서 신년음악회로 바뀌게 됩니다.
후에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작곡가들의 왈츠와 갈롭, 폴카 등 여러 작품으로 확대됩니다. 특히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동생들인 요제프 슈트라우스와 에두아르트 슈트라우스, 그리고 아버지인 요한 슈트라우스 1세와 그의 동료였던 요제프 라너의 곡들이 주로 프로그램에 편성됩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1세는 요제프 라너의 악단 소속이었으나 독립하여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를 만듭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아버지의 뜻대로 금융을 공부했지만 몰래 음악을 공부하여 1844년에 자신의 오케스트라를 창설합니다. 아버지의 악단과 경쟁하는 관계가 되기도 했지만, 아버지 사후에는 아버지의 악단과 자신의 악단을 하나로 합칩니다. 요제프는 형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자 1853년에 지휘자로 데뷔합니다. 본래 건축가였으나 형에 버금가는 작곡가로 재능을 인정받았죠. 에두아르트는 하피스트 출신으로, 세 형제가 교대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다가 두 형이 모두 세상을 떠난 이후에는 그의 괴팍한 성격으로 단원들과 불화가 커져 결국 1902년 미국 투어 후 영예의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는 해체되고 맙니다.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는 누가 포디움에 오르는가도 주요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1939년 첫 송년음악회부터 1954년까지는 클레멘스 크라우스, 1955~1979년은 빌리 보스코프스키, 1980~1986년은 로린 마젤이 맡는 등 처음에는 한 지휘자가 오랫동안 연속해서 지휘했습니다. 그러다 1987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이후 매년 지휘자가 바뀌게 되었죠. 올해 2017년 신년음악회는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 출신의 스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맡았습니다. 유튜브에 올려져 있는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영상 중에는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했던 2014년이 가장 최근이군요. 다른 해의 영상도 감상해보세요! (추천 유튜브: youtu.be/TwRvxPUX4cg)

2014년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 Terry Linke)
2014년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 Terry Lin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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