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의 변화에 따른 다이버의 신체 변화와 감압병에 대한 이해

수심의 변화에 따른 다이버의 신체 변화와 감압병에 대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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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방송과기술 기자님으로부터 기고 부탁을 받고 어떤 주제의 글을 쓸까 고민을 하다가 제주 바다와 관련된 제 실제 취미인 ‘스쿠버 다이빙’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스쿠버 다이빙의 주제에도 다이빙 교육, 수중 여행, 수중 촬영, 수중 공사 등 다양한 것이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다이빙을 할 때에 반드시 알아야 할 안전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사실 세월호 사건 때 많은 다이버들이 현장에서 애써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일부 사람들은 “구조 현장의 스쿠버 다이버들이 왜 하루 종일 물속 구조 활동을 할 수 없을까.”, “한시가 시급한 상황에 왜 빨리빨리 물속에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서 구조작업을 할 수 없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입수 중인 다이버, 세월호 참사와 구조 현장
입수 중인 다이버, 세월호 참사와 구조 현장

잠수병에 대한 이해
많은 분들이 어린 시절 물놀이를 하다가 잠수를 하고나면 귀가 먹먹해지는 증상을 경험해 보셨을 것입니다. 가볍게 물놀이를 할 때에도 이런 경험을 겪게 되는데 물속 깊이 들어갔을 때에는 어떨까요?
제가 스쿠버 다이빙에 입문해서 처음 5미터 수심에 내려가려고 시도했을 때, 귀가 터질 듯이 아파서 오르락내리락 하기를 수십 차례 반복했던 적이 있습니다. 귀속의 고막이 수심의 변화에 따른 압력의 변화를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인데, 사실 물속에 들어가면 고막이 느끼는 변화 이외에도 압력과 온도, 부피와의 영향에 관한 보일-샤를의 법칙에 의해 설명되는 잠수병이 발생할 수 있게 됩니다.

수영장에서 연습 중인 예비 다이버들, 입수 시 이퀄라이징 중인 다이버
수영장에서 연습 중인 예비 다이버들, 입수 시 이퀄라이징 중인 다이버
공기 압력계
공기 압력계

그렇다면 감압병이라고도 불리는 잠수병은 과연 무엇일까요?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은 어느 여름 날, 저는 다른 날과 같이 준비를 하고 스쿠버 다이빙을 하였습니다. 수압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고막에 통증이 오기 전에 코를 살짝 잡고 이퀄라이징을 하면서 입수를 했는데, 바닥에 도착하고 게이지를 확인해보니 입수 전 200Bar였던 공기가 150Bar로 줄어 있었습니다. 입수하는 동안 이퀄라이징(압력 평형)을 하느라 공기를 많이 사용했다고 생각하며 살짝 긴장했던 기억이 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것은 본인의 과호흡이 문제가 아니라 여름철 물속의 온도가 공기탱크의 온도보다 낮다보니 공기의 부피가 줄어들게 되어 나타난 현상으로 보일-샤를의 법칙 중 샤를의 법칙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샤를의 법칙
샤를의 법칙

* 샤를의 법칙 : 압력이 일정할 때 기체의 부피는 종류에 관계없이 온도가 1℃ 올라갈 때마다 0℃일 때 부피의 1/273 씩 증가한다는 것이다. 물속의 온도는 물 밖의 온도보다 낮으므로 부피가 줄어들게 된다.

사실 다이버는 입수 후부터 공기탱크로부터 압축된 공기를 레귤레이터로 호흡하게 되는데, 현재 수심의 수압에 맞춰진 압축된 공기로 호흡하기 때문에 잠수병의 원인이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 공기는 78%의 질소와 21%의 산소로 구성되어 있고, 평상시 육상에서는 우리가 들이마신 공기 중 산소는 폐에서 기체 교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되며 질소는 몸 밖으로 다시 배출되어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물속에서는 수압에 의해서 호흡을 통한 기체교환의 상황이 달라집니다. 수심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질소의 농도 또한 더욱 짙어져, 다이버가 숨을 들이마실 때 지상에서 호흡할 때보다
바닷물은 수심이 10m 깊어질 때마다 1기압식 수압이 증가함
더 많은 질소를 흡입하게 되고, 이 질소는 몸속 혈액이나 세포조직으로 더 녹아들어 상대적으로 압력이 낮은 물 밖으로 나오게 되면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겁니다.

보일의 법칙
보일의 법칙

* 보일의 법칙 : 일정온도에서 기체의 압력과 그 부피는 서로 반비례한다.

때문에 다이빙을 완료하고 출수하기 전에는 다이빙했던 수심을 감안하여 감압정지 또는 안전정지를 행하여 다이빙 중 몸속에 녹아 들은 질소를 배출해야 합니다. 이러한 다이빙 원칙을 지키지 않고 급상승하여 출수하게 되면, 압력이 높은 깊은 물 속에서의 호흡으로 인해 온몸에 녹아 있던 질소가 압력이 낮은 물 밖으로 나오면서, 소위 몸속에 녹아 있던 작은 질소방울들 즉, 마이크로버블이라 불리는 질소가 크게 팽창하여 몸속 혈액이 탄산음료와 같이 되는 것입니다.

스쿠버 다이빙 중 압력이 높은 바다세계를 여행하는 동안 호흡을 통해 온몸으로 녹아들은 질소가 압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물 밖으로 나오면서 발생한 문제 즉, 압력과 기체와의 관계, 기체의 부피와 온도와의 관계인 보일-샤를의 법칙에 의해서 발생된 질소 거품으로 인한 질환이 감압병(DCS : Decompression Sickness)인 것입니다.

다이버의 몸속에 형성된 질소 거품은 신경이나 혈관 등을 누르기도 하고 근육을 압박하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몸이 가렵거나 붉은 반점이 생기기고 하고 부풀어 오르기도 합니다. 증상이 악화되면 어지럽거나 무기력함을 느끼게 되고, 뻐근하거나 신체 곳곳에 찌르는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며 때로는 감각이 마비되기도 하고,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호흡곤란을 느끼며 의식을 잃고 기절하거나,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이러한 증상의 80%는 다이버가 지상으로 올라온 지 8시간 이내에 발생하게 됩니다.

안전정지 중인 다이버, 감압 챔버 속에서 치료 중인 다이버
안전정지 중인 다이버, 감압 챔버 속에서 치료 중인 다이버

이와 같은 감압병을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호흡한 질소가 몸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물속에서 나오기 전 적당한 수심에서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수심 5m 지점에서 정지하고 질소가 몸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3분 이상 상승을 멈추는 안전 정지를 할 것을 모든 다이버들에게 권하고 있습니다.
부득이하게 급하게 상승하여 감압병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높은 압력을 제공해 주는 감압 챔버에 들어가야 합니다. 이 챔버는 환자를 인위적으로 높은 압력에서 호흡하게 하였다가 서서히 압력을 낮추어 줌으로써, 깊은 물 속에 들어간 다이버가 서서히 수압이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어 체내에 녹아든 질소를 자연스럽게 몸 밖으로 배출시켜줍니다.

안전한 스쿠버다이빙을 위한 조언
지금까지 스쿠버다이빙 시 발생할 수 있는 감압병에 대해서 살펴봤는데, 사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다 보면 수많은 돌발 상황에 부딪칠 수도 있습니다. 공기가 고갈될 수도 있고, 오염된 공기를 호흡할 수도 있으며, 지나가는 배의 스크류에 치어서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안전한 다이빙을 즐길 수 있을까요?
안전한 다이빙을 위해서 지키고 있는 저의 방법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자신에게 맞는 장비로 꾸준히 연습하기
그 어떤 장비도 기능을 완벽하게 숙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스쿠버 다이빙은 물속에서 즐기는 레포츠인 관계로 그 장비를 물속에 들어갈 때만 조작해보는 경우가 많아 장비 사용 미숙으로 사고가 발생할 확률 또한 높습니다. 따라서, 스쿠버 다이빙이 취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본인의 장비를 갖추고 주기적으로 계속 만져 보고 착용해보고 익숙해져서 물속에서 쉽게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2. 간접 경험으로 다이빙 위험 피하기
다른 다이버의 위험했던 경험을 사전에 스터디하여 다이빙 도중 위험요소를 인식하는 능력과 최악의 시나리오 진행을 그려낼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예방법과 대처법을 숙달한다면 다이빙 사고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3. 서로 잘 통하는 다이빙 버디 만들기
물속에서는 특수 장비 없이는 대화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수화를 연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상에서처럼 수많은 말을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함께 다이빙하는 버디와의 호흡이 중요합니다. 여행 계획부터 장비 점검, 물속에 입수해서 출수하는 그 모든 행위를 함께 할 수 있는 버디라면 눈빛 교환만으로도 대화가 가능하게 되고 서로의 다이빙 스타일을 맞추어가게 됩니다. 따라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진정한 버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을 마치며
먼저 평소 즐겨보던 월간 방송과 기술에 제가 좋아하는 스쿠버 다이빙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기쁩니다. 예쁜 제주 바다를 소개했다면 더욱 좋았을 거란 아쉬움도 남지만, 누군가에게는 슬픔과 아픔으로 기억되는 바다에서 그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다이버들의 한계에 대해서 언급할 수 있게 되어 같은 다이버로서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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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제가 경험한 다이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다이빙 로그 사진 한 장으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제주도 문섬 새끼섬 앞에 있는 바닥 수심 50m 물속에 있는 난파선 포인트에서 KBS 제주총국에 근무 중이신 이두환 선배님과 함께 남긴 추억의 사진입니다.
시작하기 전까지는 마냥 위험하고 어려울 거라 생각될 수 있는 레포츠이지만 한번 시작하면 아름다운 바다 속 풍경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스쿠버 다이빙! 교육과 연습을 통해서 안전하고 즐겁게 즐길 수 취미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

AC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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