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남한의 3/4 정도의 크기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로 튜율립과 풍차가 유명한 나라이다. 국토 대부분이 산이 없고 구릉 위주이며 그나마도 대부분이 바다보다 낮아 늘 침수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당당히 세계 경제에 한 축으로 자리 잡아 선진국들과 어깨를 겨루고 있는 것을 보면 이들이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기보단 개척하고 계발하여 앞에 놓인 악조건인 환경을 극복하여 자신들만의 장점으로 승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네덜란드의 주요산업은 예상과는 달리 농업과 낙농업이 아닌 물류산업이다. 세계 3위의 물류 항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한 물동량은 세계 1위이다. 물류 산업의 특성을 파악하고 자신들의 장점을 잘 살려 물류 흐름의 허브로써 네덜란드를 만든 것이다. 이런 특징을 잘 반영하듯 지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365일 중 360일 이상 다양한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다. 아마도 세계적인 방송장비와 기술 전시회인 IBC 2011이 이곳에서 개최되는 것은 당연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2011년 9월 9일부터 13일까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RAI에서 세계 방송 시장의 변화와 기술의 트렌드를 보여주고 파악할 수 있는 IBC 2011이 열렸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130개국 이상에서 1,300개 이상의 사업자가 D-Cinema, Mobile, 3D 시스템, 서버, 스토리지, 카메라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13개 관에 걸쳐서 최신의 제품을 선보였다. 그 규모는 한국에서 열리는 KOBA와 비교한다면 상당히 큰 규모였다. IBC는 특히 유럽 시장의 방송 환경 및 시장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로 사용되며 단순히 전시회 관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질적인 미팅과 협상을 통해 자사에 필요한 시스템에 대한 솔루션을 찾고 필요하다면 즉시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IBC 2011에서는 Future Zone이 오픈되어 있었다. 현재의 기술보다는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차세대 방송기술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술을 소개하는 장이었다. 일본의 NHK 중심으로 구성되어 다소 자괴감이 들긴 하였지만 한 켠에 마련된 한국 ETRI 부스를 보고 위안을 받기도 하였다. 이곳에서는 방송관련 전문 연구기관들이 차세대 방송기술에 대한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전시하고 시연하고 있었다. 특히 NHK는 UHD TV를 선보였는데 기존 HD보다 화질이 상당히 깨끗하여 85인치 화면에서도 결코 HD에 뒤처지지 않는 깨끗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NHK는 차세대 방송기술로 UHDTV를 염두에 두고 매년 끊임없는 연구를 하고 있다. 카메라, 스위쳐, 컨트롤러는 물론이고 앞으로 UHD에서 음향의 메인이 될 22.2채널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향후 전개될 방송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었다.
이번 한국의 ETRI는 눈의 동작 인식을 파악하여 화면에서 리모컨 없이도 마음대로 원하는 화면을 전개할 수 있고 특별히 2초 이상 관심을 보이는 화면을 바로 보여주는 나름대로 특별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었다. 현재는 다소 시스템 구성이나 UI가 미흡해 보였지만 좀 더 연구하고 업데이트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된다. 해외에서 우리나라 연구기관의 성과물이 시연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 뭉클하기도 하거니와 자랑스럽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국의 방송사에도 기술연구소가 있고 나름대로 성과물을 내고 있는데 일본의 NHK처럼 해외시장에서 자신들의 기술력을 당당히 소개하고 홍보하는 역할이 없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올해 IBC 2011은 기존 제작 시스템에 근거한 베이스 밴드 분야 관점에서 본다면 특별히 눈에 띄는 기술적 진보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Tapeless 관련 기술 변화 트렌드를 반영한 브로드밴드 부분을 고려하면 방송기술이 미래로 나아가는 가교 역할을 하기에는 나름대로 충실했다고 판단이 든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기술의 융합, 시스템의 융합이 가속화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으며 이런 시대적 트렌드를 어떻게 방송현업에 도입하고 접목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우리에게 놓인 방송의 미래는 결코 장밋빛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가능성 앞에 또 다른 도전이 놓여 있다. 이 도전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고 승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답은 바로 우리의 몫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