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진 KBS 제작기술본부 기술운영부
Prologue
지난 9월, 반백 년의 역사만큼이나 방송 제작, 관리 및 운영 분야에 종사하는 이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는 IBC 전시회에 다녀오게 되었다. 170개국에서 1700여 개의 업체가 전시에 참여하고 57,000여 명이 참관한 이번 전시회는 OTT, 인공지능, UHD 및 IP 기반 제작 등 방송을 비롯한 미디어 관련 산업의 세계적인 흐름을 파악할 좋은 기회였고, 짧은 지면으로나마 그 흐름에 대해 공유하고자 한다.
OTT & Partnership
이번 전시회에서는 Facebook, Apple, Amazon, Netflix, Google 등 거대 미디어 서비스 기업들의 성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Netflix의 경우 Pay-TV, Telco 등 25개국 50개 이상의 파트너사와 협업을 유지함과 동시에 콘텐츠의 양적인 측면과 아울러 질적인 성장도 이루었다. Youtube의 경우 현재 사용자 수가 19억 명이고 91개국에서 80개의 언어로 서비스 중이며, TV 제조사와 협업으로 인해 TV에서 Youtube 시청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와 함께, BBC가 Amazon, HBO와 파트너십을 맺고 고품질 드라마를 제작·공급하고, 중국 자본을 투자받아 자연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등 방송사들이 미디어 서비스 기업들과 Co-work를 통해 신규 서비스나 플랫폼을 출시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띄었다.
미디어 서비스 기업들의 약진과 함께 인공지능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 분야도 많은 볼거리를 선사하였다. BBC, NHK 등 세계적인 공영방송사는 인공지능을 콘텐츠 제작과 미디어 서비스에 활용하기 위한 다수의 프로젝트를 자사 연구소 중심으로 자체 진행하고 있었고, 플랫폼 기업인 Microsoft, IBM, Google, Amazon 등은 자신들의 플랫폼에 탑재된 인공지능 솔루션을 선보였는데, 수개월 사이에도 제품의 기능이 달라질 정도로 집중적 투자를 하고 있었다.
IP-Based
IP 기반 제작환경으로 변화와 함께 이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내용들도 주목을 받았다. 2016년 IBC 이후로 매년 개최되는 IP Showcase에서는 IP 관련 표준에 관한 기본적인 교육부터 현재 출시된 장비의 데모, IP 기반 제작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사들 간의 토론 및 각종 진행 상황 등을 공유하고 있었다. ST2110-21(비디오 전송 타이밍 모델) 표준 관련하여 다수의 발표가 있었고, ST2110-50 표준명이 ST2022-8로 변경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IP 기반 방송장비 관리/제어 표준인 AMWA NMOS와 관련된 소프트웨어와 장비 시연도 있었는데, 방송장비 등록 및 발견 표준(IS-04)과 연결관리 표준(IS-05)을 지원하는 장비를 기반으로 IP 비디오 라우팅 실험 환경을 구성한 뒤 NMOS 관리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시연하였다.
비압축 IP 전송 표준인 ST2110은 주요항목(에센스, 동기 등)의 표준화가 완료된 상태이며, 표준과의 호환, 메타데이터 등의 기타 내역에 대한 표준화가 현재 진행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Sony, Grass Valley 등 주요업체들은 선제적으로 비압축 IP 전송 표준이 적용된 제품군을 선보였다. 또한, 모듈러 형식의 장비보다 단일 하드웨어에 I/O와 모듈 기능을 하는 소프트웨어들을 탑재한 하드웨어 통합 방식의 장비가 다수 출시된 것을 볼 수 있었으며, 공중망을 통한 리모트 프로덕션 및 중계제작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서 트래픽, 보안, 연결 유지 등 네트워크 관리의 중요도가 증가하고 있었다.
Grass Valley에서는 이번 전시회에서 유일하게 Arena TV의 IP 기반 중계차를 전시하였다. Arena TV는 세계 최초로 IP 기반 UHD 중계차를 2016년에 도입한 이후로 총 3대의 중계차를 보유 운영하고 있으며, Cisco 스위치 중심으로 Grass Valley의 LDX86N UHD 카메라, Kayenne 스위처, GV Node, GV Convergent, Densite 시스템 등을 LAWO의 VSM으로 통합 제어하는 방식으로 구축되어 있었다.
HDR
그 밖에도, HDR 관련 다양한 장비와 워크플로우, 서비스들의 등장과 이에 대한 품질검증 필요성에 발맞춰 신호 분석기, 비디오 모니터가 출시되었다. 분석기의 경우 HLG, PQ, S-Log 등 다양한 HDR 표준(추후 Dolby Vision 추가 예정)에 대한 분석, 3G-SDI 및 12G SDI 신호와 파일을 입력으로 받아, RGB, Nits, Color Gamut을 비롯해 Pixel 단위 분석, Eye Pattern 측정, Error Logging이 가능하였고, 비디오 모니터의 경우, 대부분이 600~1000Nits의 휘도 표현과 HLG, PQ, S-Log를 지원하였으며, 최고 2000Nits(PQ)까지 표현 가능한 제품과 SFP 인터페이스를 통한 12G SDI over Fiber/IP 입력을 지원하는 제품도 볼 수 있었다.
Epilogue
모바일 브로드밴드의 확산, 스마트 기기의 보급 증가, 콘텐츠 소비 행태 변화와 함께 OTT가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그 영향력에 있어서도 지상파나 유료방송 같은 전통적인 리니어 채널 플랫폼을 위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비록, 네트워크 사용료 및 각종 규제 법안 등 다양한 쟁점 사안이 산재해 있지만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글로벌 OTT들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기에 기존 방송망을 이용한 공공서비스와 함께 다양한 플랫폼으로의 콘텐츠 유통에도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 등을 활용하여 방송 제작 리소스 투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하고, 새로운 방송 경험을 만드는 것이 방송시장을 개척하는 동인이 될 것이다. 이에 더하여, 현재 ST2110 표준을 중심으로 IP 기반 제작 워크플로우로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ATSC 3.0 표준의 등장과 함께 송출·송신 분야의 상당 부분이 기존과 다르게 IP 기반으로 변화된 것이 사실이다. 즉, 방송의 중심 깊숙이 IP 개념이 들어오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IP로의 전환에 대한 인식확산과 시스템 운영을 위한 인력교육 등이 절실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이번 IBC 2018 전시회는 방송기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방송기술은 끊임없는 변화와도 같다. 그래서 늘 도전적이며 타성에 젖을 수 없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