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밸런타인데이 2월 14일은 대표적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Youtube가 처음 만들어진 날이기도 하다. 10년 전, 사람들이 자유롭게 동영상 콘텐츠를 올리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Youtube의 등장은 동영상 콘텐츠 분야에 일대 혁신을 가져온 계기가 되었다.
방송 콘텐츠 이용 패턴의 변화는 세 번에 걸쳐 급격하게 이루어졌다. VOD를 통한 다시보기, N-Screen을 통한 이어보기, 그리고 온라인/SNS를 통한 함께 보기가 그것이다. 특히, 이동성에 기초한 모바일 플랫폼과 단말기가 확산되면서 다시보기, 이어보기, 함께보기가 복합된 동영상 콘텐츠 소비는 더욱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방송 콘텐츠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서 어떻게 볼거리를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원 프로그램 이용을 증가시키며, 나아가 모바일이나 온라인 마케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와 관련한 전략적 접근은 매우 중요해진다. 주요 방송 프로그램 및 이벤트들은 이러한 실험이 가장 우선적으로 이루어지는 대상이다.
슈퍼볼(Superbowl)의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지난 2월 1일,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Super Bowl)’이 열렸다. 슈퍼볼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로서가 아니라 방송 이벤트로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슈퍼볼 개최 1∼2주 전부터 미국 주요 방송 매체들은 관련 특집 프로그램으로 내보내고, 경기 당일, 하프타임 쇼와 슈퍼볼을 위해 특별히 제작되는 광고는 전 세계적인 관심이 되기도 한다. 이번 슈퍼볼은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올해 중계를 맡은 지상파 방송 NBC 중계 시청률이 역대 최고 수준인 49.7%로 나타났고, 1억 1,400만 명의 역대 최고 시청자가 시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30초당 TV 광고 단가는 약 450만 달러를 돌파했으며, 총 광고 판매액은 3억 5,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 올해 슈퍼볼은 인터넷 생중계가 이루어져 PC와 태블릿으로도 경기를 시청할 수 있었다 |
그런데 올해 슈퍼볼의 주요 사건 중 하나는 사상 첫 인터넷 생중계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미국 프로 경기 전체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12시부터 각종 특집 방송을 시작으로 오후 10시경에 경기가 끝날 때까지 10시간 가까이 생방송을 했다. 비록 NBC가 스마트폰 중계권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소셜미디어 Facebook, Twitter, Youtube를 통한 슈퍼볼 ‘함께보기’도 이루어졌다. NFL 전체 시청자의 약 33%가량이 경기 중 모바일 단말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 바 있는데, 소셜미디어 버즈량은 시청률을 예측하게 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NFL은 2014년 12월 Facebook과의 제휴를 통해, Facebook은 슈퍼볼 페이지의 라이브 피드(live feed)를 통해 실시간으로 슈퍼볼과 관련된 이용자들의 포스트, NFL 선수들의 포스트, 언론사 콘텐츠를 제공했다. Facebook을 통해 슈퍼볼 관련 대화를 나눈 이용자는 2014년 5천만 명에서 올해 2015년 6천5백만 명으로 증가했으며, 관련 포스트 및 코멘트 공유, Like 버튼 클릭 수는 2억 6,500만 건을 기록했다. 또한, Youtube는 NFL과의 제휴를 통해 공식채널을 개설하여 2015 슈퍼볼 미리보기와 NFL 선수들의 관련 영상을 제공하면서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 밖에 NFL의 경기 하이라이트 동영상 클립, 뉴스, 게임 분석, NFL의 가상 스포츠게임 “판타지 풋볼” 정보 등의 콘텐츠를 제공했다. 이로써 슈퍼볼 관련 광고 및 동영상의 총 시청 시간이 약 400만 시간을 기록해 2014년 220만 시간보다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는 이 콘텐츠들을 NFL 홈페이지나 제휴 방송사 홈페이지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다. Twitter는 슈퍼볼 경기 중계 시점에 2,840만 건의 트윗 버즈량을 기록했다. 2013년 2,410만 건, 2014년 2,490만 건에 이어 계속 버즈량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광고에서 Youtube의 아성은 굳건하다. 슈퍼볼 광고에서도 이는 계속되었다. 온라인 동영상 광고의 97%가 Youtube를 통해 집행되었는데, Facebook을 통한 광고 집행률은 62.7%로 나타나, 광고주의 선호는 아직까지 Youtube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Mashable의 보도에 따르면, Youtube가 Facebook보다 3배 넘는 광고 조회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슈퍼볼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Facebook이 올해는 전체 온라인 광고 조회수의 35%를 차지한 점을 감안하면, 이후 Facebook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Youtube에 도전장을 내미는 Facebook
Youtube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부동의 1위이다. 하지만 Facebook, Yahoo, Vessel 등이 동영상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고 실제 시장에서도 이들의 약진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SNS와 결합했을 때의 폭발력이다. 소셜TV는 동영상 콘텐츠의 ‘함께보기’를 촉발한다. 초기의 소셜TV는 GetGlue, Viggle 등 주로 별도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기업을 통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Facebook 등 기존 거대 SNS 사업자를 중심으로 소셜TV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소셜미디어 분석업체 Socialbakers의 조사에 따르면, Facebook에는 2014년 9월 기준으로 하루에 10억 개의 동영상이 업로드되는데, 이 중 2/3가 모바일을 통해 업로드되고 있다. 동영상 게시물 수는 아직 Youtube가 가장 많지만 감소 추세인 반면, Facebook의 동영상 수는 5월에서 7월 사이 50% 증가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면서 Youtube와 Facebook의 격차는 점차 좁혀지고 있다.
▲ 주요 서비스간 동영상 포스트 수 비교 / 출처 : Mashable(Oct 16, 2014) |
실제 동영상 이용 빈도에 있어서도 Youtube와 Facebook의 격차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마케팅 조사업체 ComScore에 따르면, Youtube의 미국 온라인 동영상 시청자는 2014년 10월 기준 한 달 1억 5,500만으로 9,380만의 Facebook, 5,450만의 야후를 앞서고 있다. 하지만 Youtube와 Facebook의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Facebook은 Youtube와 같은 오리지널 비디오 플랫폼 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특히, 동영상 서비스로서 Facebook의 핵심적 강점은 소셜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의 특징상 이용자의 몰입(engagement)이 강하다는 데 있다. 검색보다 추천/공유가 더욱 중요한 모바일 동영상 이용에서 이용자의 몰입은 콘텐츠 소비뿐 아니라 마케팅 측면에서 엄청남 강점이기 때문에 광고주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 미국의 일일 평균 온라인 동영상 시청자 수(2014년 기준) |
하지만 Facebook의 동영상 서비스에도 고민은 있다. 최근 2월 10일 미국 LA에서 열린 <Digital Entertainment World 2015> 콘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동영상 플랫폼으로서 Facebook이 먼저 해결해야 할 점을 지적했다.
먼저, Facebook의 가장 큰 특징인 뉴스피드 시스템은 본격적으로 동영상 큐레이션을 제공하기에는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뉴스피드에 올라있는 콘텐츠 외에 연관된 부가적 콘텐츠로 이용자의 주목을 유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영상 소비 측면에서는 단순히 이용자의 피드에 콘텐츠를 나타나게 함으로써 콘텐츠 이용을 ‘푸시’하는 것 외에 이용자가 자신의 피드 이외의 콘텐츠를 찾아서 이용할 수 있게 하느냐의 여부도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Youtube의 인터페이스는 채널 구독과 비디오 추천 및 검색 기능을 가지고 있어 이용자가 콘텐츠를 ‘발견’하는 것을 지원한다는 강점을 지닌다.
두 번째 문제는 Youtube가 이미 온라인 동영상을 통한 수익 모델 시스템을 선점했다는 점이다. Youtube가 동영상 제작자와 충분한 수익을 쉐어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어 왔지만, 동영상에 광고를 붙여 온라인 동영상 업로더에게 수익을 창출하는 기회를 제공해 온 것은 사실이다.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Youtube와 콘텐츠 홀더가 45:55로 광고 수익을 배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Facebook이 어떠한 광고 수급 전략과 수익 배분 방식으로 모델로 광고주와 콘텐츠 홀더를 만족시킬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광고주들은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자사의 광고를 보기 원하는 동시에 진짜 자신의 광고를 보는 사람에게만 대가를 지불하고 싶어한다. Facebook 동영상의 오토플레이(Autoplay) 광고 시스템은 전자를 만족시키고, Youtube의 스킵이 가능한 트루뷰(TrueView) 광고 시스템은 후자를 지원한다. 광고주들이 과연 어떤 방식을 더욱 선호할 것인가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경쟁의 성패를 좌우할지도 모른다.
SNS를 통한 오리지널 콘텐츠 유통
SNS에서의 버즈량과 방송 프로그램 시청률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방송 프로그램이나 슈퍼볼, 오스카 시상식 등 주요 이벤트를 지원하는 세컨드스크린으로서 SNS를 활용하는 사례는 다수 발견되지만, 미국 방송콘텐츠 사업자들은 대개 Youtube 등 SNS에 직접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 일부 소수 방송사만이 홍보용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클립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정도이다. 이는 다수의 방송 사업자들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의 클립형 콘텐츠가 원 프로그램 이용을 감소시키는 대체 관계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SNS를 통한 오리지널 콘텐츠 유통이 시도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향후 방송과 SNS 간의 크로스 플랫폼 콘텐츠 서비스가 시도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최근, 진보적 성향의 온라인 뉴스 제작자인 The Young Turks는 Facebook 전용의 짧은 형태의 시리즈 프로그램인 ‘Final Judgement’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일 매일 오후 8시에 프로그램을 포스팅하는 형태로 서비스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The Young Turks는 콘텐츠가 페이스북에 축적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보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사이트인 Uproxx 역시 Facebook을 핵심 유통 플랫폼으로 삼아 다큐멘터리 스타일로 테크놀로지와 발명가를 다룬 오리지널 시리즈 ‘Luminaries’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짧은 형태의 클립형 동영상 콘텐츠의 중요성도 점점 강화되고 있다. 클립형 동영상 콘텐츠의 부각은 모바일 플랫폼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모바일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스낵 콘텐츠’라는 속성을 갖기 때문에, 스낵을 즐기듯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소비할 수 있는 형태가 중요하다. 지난해 9월 발표된 Citrix Mobile Analytics Report에 따르면, 모바일을 통해 동영상을 이용하는 비율의 87%가 10분 이내의 재생을 한 것으로 나타나, 이 시간 동 완결적으로 시청할 수 있는 짧은 클립 형태의 콘텐츠가 모바일 콘텐츠로 적합하다고 제시하였다. SNS가 콘텐츠 홍보와 유통에 주요한 창구로 등장하면서, 이에 최적화된 짧은 형태의 동영상 콘텐츠의 중요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화제성이 곧 성과로 연계되는 미디어 환경 역시 이러한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SNS를 통해 감상, 추천, 공유되는 클립형의 짧은 동영상은 단순히 길이가 짧다는 것이 특징이 아니라, 이용자가 그것을 어떻게 소비하고 인게이지먼트를 형성하는지, 그리고 제작자는 그것을 통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는가라는 관점에서 매우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이다. SNS를 통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의 변화가 주목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