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MBC 강원영동 기술국
‘최초’라는 단어는 다양한 감정이 복합될 수 있다. 누군가에겐 호기심을 자극할 수도 있고, 때로는 긴장을 유도할 수도 있다. 무언가를 처음 접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설레거니와 동시에 걱정 등의 복잡 미묘한 감정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작자의 심정이 그랬다.
지난 7월 12일, 5대 메가 스포츠 중 하나인 본 대회가 국내에서 ‘최초’로 개최되었다. 필자는 1월에 입사하여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입사원이다. 국제신호 제작 경험이 전무하였고, 여러모로 ‘최초’의 경험이 많았다. 미숙할지라도 귀중한 경험의 순간을 남기고, 여러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어 본문을 작성하게 되었다.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HB(Holder Broadcaster)는 MBC가 담당하였다. 6개 종목 중 경영과 다이빙은 FINA(국제수영연맹)의 권고로 일본의 TV Asahi가 제작하였다. 그 외의 아티스틱 스위밍, 워터 폴로, 하이다이빙, 오픈 워터 스위밍과 개·폐막식은 MBC에서 제작하였다.
하이다이빙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분들도 많겠지만, 사실 필자는 하이다이빙 종목이 생소했다. 많이 접해보지 못한 종목이었기에, 어떠한 경기인지부터 알아봐야 했다. 하이다이빙 경기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하이 다이빙은 말 그대로 높은 곳에서(High) 다이빙(Diving)하는 경기다. 선수들은 다이빙 플랫폼이 설치된 타워에서 다이빙한다. 성별에 따라 높이가 달라지는데, 남성은 높이 27m, 여성은 높이 20m 플랫폼에서 다이빙한다. 통상 표현하기를 아파트 10층과 7층의 높이라고 한다. 다이빙 수영장은 깊이 6m, 너비 15m의 크기다. 선수마다 도합 4번의 다이빙을 하고, 점수를 합산하여 순위를 결정짓는다.
하이다이빙 종목은 높은 고도에서 다이빙하기 때문에 일반 다이빙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다. 두 종목 모두 물웅덩이를 향해 낙하하며 각종 예술 동작을 수행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입수 자세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다이빙은 머리부터 입수하지만, 하이다이빙은 부상 등의 염려 때문에 발부터 직선 상태로 올곧게 입수해야 한다. 기존에는 남성의 경우 29m로 경기를 하였으나 부상자가 발생하여 27m로 변경된 종목이기도 하다.
필자도 인터컴 테스트 및 배터리 교체 등의 이유로 다이빙 플랫폼을 몇 차례 오르내렸다. [사진 2]의 지미집 옆에 자세히 보면 사람이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았을 때는 사람이 저렇게 동전만 해 보인다. 높이 27m에 아래 수영장의 깊이가 6m인 점을 감안하면 체감 높이는 더 높았다. 이러한 곳에서 예술 동작까지 겸비하여 다이빙하는 선수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경기는 7월 22일부터 3일간, 조선대학교 축구장에서 이루어졌다. ‘갑자기 웬 축구장?‘ 정상적인 반응이 맞다. 본 경기장은 하이다이빙을 위해 기존의 축구장을 들어내고, 건축용 비계를 세워 만들어졌다. 대규모 공사가 초래된 본 대회는 그만큼 큰 국제경기라는 점을 방증하는 듯했다. 3일간의 경기 일정은 [표 2]와 같이 예선과 결승,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본 대회를 준비하면서 라인 포설의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풀어내 보고자 한다.
OB VAN(중계차)과 Venue(경기장)까지의 거리는 400m 내외였다. 교내에서는 순환 버스가 운행 중이었고, Venue까지 2차선 도로를 가로질러야 했기에 철골구조를 세워 라인을 건너보내기도 했다. 뷰티 샷은 경기장 뒤편의 미술대학 건물 옥상에 위치해, 약 600m 내외의 라인을 포설해야 했다. 본인이 많은 경험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상당한 거리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라인 포설 기간은 날씨마저 도와주질 않았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땀과 비를 분간할 수 없는 상태로 작업을 이어갔다. 뒷이야기지만, 철수 기간을 비롯해 경기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비가 내렸다.
사용된 카메라는 총 15대였으며, 현장에서 BMZ(Book Mixed Zone) 라인이 추가되었다. BMZ는 PGM과 별도로 IBC(International Broadcasting Center)로 전송되며, TOC(Technical Operations Center)에서 직접 운영하였다. 선수 시상식 등 MZ(Mixed Zone)에서 사용되는 용도였다.
카메라 라인 외에도 SER(Special Equipment Room)실 내 MIDAS 사 오디오용 광장비(STAGE BOX)와 MEDIA LINK 사(광장비(MD-006), CG실 내 OTICOM 사 광장비로 들어가는 광케이블까지 포설했다. 거리도 문제였지만, 상대적으로 충격에 약한 오디오용 광케이블은 더욱이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또, 모든 라인을 중간에 연장해주어야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실질적으로 30개 이상의 라인을 포설하게 되었다.
SER실 MEDIA LINK 사 광장비로 UnderWater CAM과 2대의 RF CAM을 광케이블 하나로 OB VAN과 연결하여 운용했다. 포설 라인은 줄일 수 있었으나, 각 소스는 OB VAN에서 각자 다른 F/S(Frame Sync)를 거쳐 사용되었다. 전체 가용된 F/S 6대 중 상기의 소스 3개가 각기 1대씩 입력되었으며, 그 외에 PICO CAM LIVE와 PGM, 드론이 각각 1대씩 사용되었다. OTICOM 사 광장비로부터 CG PVW, Key, Fill을 OB VAN에서 받아보았으며, OB VAN에서는 Sync와 PGM을 전송해주었다.
카메라 8대 기준으로 제작된 OB VAN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것보다 많은 카메라를 운용해야 했다. 15대가량의 카메라와 이에 따른 라인이 추가되면서 모든 장비를 OB VAN에서 운용할 수가 없었다. 협소한 공간 때문에 AER실(Additional Equipment Room)이 별도로 운용되었다.
AER실에서는 주로 슬로모션 관련 장비가 배치되었다. 슬로모션 카메라는 SSM(Super Slow Motion), HSSM(High Super Slow Motion), PICO CAM SLOW를 사용했다. SSM은 EVS 사의 XT2 장비를 사용하였고, SSM을 제외한 카메라는 XT3 2대에 입력되었다. HSSM 카메라 2대는 CCU에서 각각 Serial Port를 통해 Controller까지 연결하여 운용했다.
오디오 라인은 각 카메라의 Audio INPUT 단을 최대한 활용하였다. 이 외에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CCU는 모두 사용해 소스를 전송해주었다. RF CAM 오디오는 SER실 MEDIA LINK 사 광장비를 통해 광케이블로 OB VAN까지 신호를 전달했고, F/S에서 DEMUX하여 분리된 오디오를 수용했다. Venue Master Shot을 커버한 CAM1은 Stereo MIC로 수음하여 전체 공간감을 살려 현장감을 주려고 힘썼다.
가장 중요한 선수들의 다이빙 소리를 수음하기 위해 [그림 8]과 같은 형태로 양옆에 MIC를 설치했다. HSSM(CAM12) 위치에 Short Stand로 MIC를 설치하여 풍성한 소리를 내었다. 선수들이 연습하는 시간에 맞추어 다이빙 지점을 확인하고 MIC 위치를 조정해 주었다.
오디오에 관련하여 미처 생각지 못했던 두 가지의 문제가 있었다.첫 번째는, 남성과 여성의 착지 지점이 다른 점이었다. 아무래도 다이빙 높이가 다르다 보니 차이가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비교적 무게가 더 나가고 고도가 높은 남성 선수들은 수영장의 중간지점에 착지하였다. 반면에, 여성 선수들은 보다 안쪽에 착지하며 성별 간 차이가 있었다. 이에 따라, 선수들 성별을 고려하여 날마다 MIC 위치를 조금씩 조정해 주었다.
두 번째로는, 고득점의 선수 Sound가 미약하다는 점이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하이다이빙 종목의 점수는 안정적인 착지가 고득점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잘하는 선수들의 경우 오히려 Sound가 작게 나고, 불안정한 착지의 선수가 더욱 풍성한 Sound를 내는 아이러니가 있었다. [사진 9]와 [사진 10]을 비교하여 볼 때, 물보라가 일어나는 크기에서 느낄 수 있듯 수음되는 Ambience의 차이가 크다. 상대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고득점의 다이빙에 물소리가 지나치게 작게 들리는 것도 부자연스럽다고 판단하여, 자연스러우면서도 최소한의 수음은 가능하도록 때에 맞추어 반영하였다.
이와 같은 상황을 비롯하여 여러 돌발적인 변수에 대한 실시간 논의가 필요했다. 거리가 멀다 보니 직접적인 소통이 제한되었고, 여느 때 보다 현장의 스태프와 OB VAN 간의 원활한 연락망이 중요했다. 현장에서 운용한 인터컴은 총 12대로, TAMURA YMT-1900, TEMPEST 2400 Master Belt와 FreeSpeak 각 4대씩 사용했다.
TAMURA는 중계기(YRW-1820)가 무지향성이기에 사용하는 스태프들 중심점을 고려하여 설치하고, TEMPEST는 2개의 안테나를 Venue 중간 부분에 둔 채 각각 앞, 뒤 방향을 향하게 하여 사용했다. Venue 자체가 워낙에 광활하다 보니 인터컴 중계기와 무선 벨트팩의 거리 때문에 수신이 미약하기도 했으나, 다행히도 실제 대회 기간 사용 중에 큰 문제는 없었다.
TAMURA의 인터컴은 1.8·1.9㎓(TX·RX), TEMPEST의 2400 Master Belt는 2.4·2.8㎓(TX·RX), FreeSpeak는 1.9·2.4㎓(TX·RX)를 사용했다. 기존에 인터컴 사용 시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사용했던 주파수 대역이었지만, 국제경기가 이루어지는 기간과 장소에는 별도의 허가가 필요했다. 승인 절차가 없을 시 초래될 수 있는 주파수 혼선 등의 이유였다. 일반 시민들의 취미생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드론도 중계 기간에는 승인을 받아 운영했다. Venue의 안전 및 보안의 이유로 별도 승인이 필요했는데, 이를 모른 시민 한 명이 임의로 허가받지 않은 드론을 비행하여 문제가 되기도 했다. 평소에 의식하지 못하던 부분도 국제신호 제작 중에는 꼼꼼한 허가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중계 때는 평소에 다뤄보지 못한 CAM이 몇 가지 추가되었다. 대표적으로 PICO CAM이 있는데, [그림 14]와 같이 다이빙부터 수중 모습까지 촬영이 가능했다. 이처럼 활용도가 높았던 PICO CAM도 운용 간 문제가 있었다.
PICO CAM은 PGM과 Slow Motion으로 출력이 된다. 이때, PGM의 색감 및 아이리스를 조정하면 영상이 뚝뚝 끊기는 현상이 있었다. 이로 인해 PGM은 물론, PGM 화면을 기반으로 하는 Slow Motion 화면 역시 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리허설 중에 발견하여 다행이었으나, 원인 분석 및 근본적 해결의 시간은 부족하였다. 때문에, 대회 간에는 가급적 조정을 하지 않고 운용하게 되었다.
대회 첫째 날은 경기 중간에 날씨가 급변하지 않아 괜찮았으나, 두 번째 날부터는 해가 있다가 없다 하는 상황이어서 경기 진행이 대기 중일 때 조금씩 조정해 주었다.
상기 현상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확정할 수는 없었으나, 몇 가지 추정할 수는 있었다. CCU에서 TCP/IP 방식으로 리모트 컨트롤러에 들어가는 형태로, RCP가 예민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혹은 먼 거리를 라인으로 연장하여 사용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향후 PICO CAM을 다룰 기회가 주어진다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확인해보고 싶다.
다행히도 PICO CAM은 적당한 대처로 중계 간 문제 없이 넘어갔지만, 경기 중에 돌발 상황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카메라 커팅은 대체로 [표 4]에 부합하여 진행되었다. 어느 정도 일정한 패턴에 따라 진행되던 중 ‘하필이면 그때!’ 문제가 발생했다.
선수 등장 및 다이빙 후 수영장에서 나왔을 때 현장을 보다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RF CAM을 사용했다. RF CAM으로 커팅이 넘어간 순간, 화질이 저하되었고 그대로 중계되었다. 30°C가 훌쩍 넘는 기온에 장비 내부 온도도 60°C 이상을 넘어섰다. 장시간 햇빛에 노출되어 있어 더 이상 열을 견디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또한 추정일 뿐, 단순히 RF CAM이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신호가 불안정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본 방송 전에 수 시간을 테스트, 리허설을 하면서도 전혀 문제가 없던 장비가 거짓말처럼 중계를 시작하면서부터 말썽을 부린 것이다. 여러 번 확인하고 테스트한 부분들에 예상치 못한 배신(?)을 당하고 나니, 준비한 시간과 선배들의 노고가 순간적으로 헛되는 것처럼 느껴져 속상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물수건과 얼음을 담은 봉지를 활용하여 열을 낮추는 관록이 발휘되었고, 그 외의 다른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솔직히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이러한 국제경기에 대해 스태프들의 노고가 얼마나 녹아든 결과물인지 깨닫지 못했다. 어쩌면 이번 경험을 하지 못했더라면, 여전히 무지한 상태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미처 다 소개하지 못한 OB VAN 구조변경부터 장비 추가 과정까지 모두 감안한다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본 대회 중계 경험을 통해 완벽한 성장을 했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말하지 못한 크고 작은 실수도 많았고 앞으로도 수없이 겪게 되겠지만, 그보다 신속하고 올바른 대처의 중요성을 크게 인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대회 날을 제외한 라인 포설과 철수 시 비가 내리며, 궂은 날씨 탓에 힘이 배로 들기도 했지만 기억에 크게 남았다. 무언가의 첫 경험은 누구에게나 오랫동안 각인된다. 이번 중계는 필자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고귀한 첫 경험을 발판 삼아 앞으로 더욱 성장해나가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많은 부분을 조율하며 성공적인 중계를 같이 이룩해내신 서울 MBC 선배님들, 상시 웃으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신 MBC 강원영동 선배님들께 감사를 표하고 싶다. 작열하는 태양과 몰아치는 비바람 속에서도 잊지 못할 순간을 함께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