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원고에 포함된 그림은 https://chat.openai.com에서 제공하는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인 ‘DALL·E’가 실제 생성한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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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AI가 사회적으로, 특히 대한민국에서 하나의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한 시기는 2016년 3월이다. 당시,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개발한 AI인 ‘알파고(AlphaGo)’는 바둑기사 9단의 이세돌과의 대결에서 무려 4대 1로 승리했다. 대한민국에서 이 장면은, AI라는 개념이 논문과 소설 속에 머물러 있다가 현실로 등장한 장면으로 기억된다. 당시 언론에서는 앞다퉈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가설을 기정사실로 다뤘다.
그로부터 7년 좀 넘게 흘렀다. 이번에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파트너십을 체결한 비영리 연구소 OpenAI가 이슈가 되었다. 이 연구소가 만든 생성형 AI인 ‘ChatGPT(이하 챗GPT)’ 때문이다. 7년 전 알파고 이슈로 우리 사회는 AI에 대한 간접적 체감을 하였는데, 이번에는 아니다. 직접 이용자가 AI의 위력을 느낄 수 있도록 챗봇형의 AI인 챗GPT가 우리의 많은 수고를 덜어주는 서비스로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은 앞다퉈 생성형 AI가 가져올 미래에 대해 과감하게 논한다. 7년 전에 비해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의 파급력이 더욱 커졌기에, 생성형 AI가 가져올 미래는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첨단의 ICT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방송현장에 이를 어떻게 적용할까 고심해왔던 방송영역에서도, 생성형 AI를 통한 가능성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를 쏟아낸다. 논의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현재 거대한 방송사에서 수행하는 방송업무라는 것은 대부분 AI로 대체가 가능하다는 논의가 많다. ‘글쎄, 7년 전에도 그런 논의들은 많았다.’고 ‘그러니 큰 관심 두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상황은 7년 전과 다르다.
현재는 생성형 AI가 적용된 다양한 도구들이 실제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써주는 생성형 AI, 분석을 해주는 생성형 AI, 그림을 그려주는 생성형 AI, 동영상을 만들어 주는 생성형 AI, 사람과 똑같은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생성형 AI, 자금관리를 해주는 생성형 AI, 음악을 만들어주는 생성형 AI 등. 그 종류도 다양한 생성형 AI들이 현재 서비스로 출시되어 이용자들을 만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이번 원고에서는 AI로 변화할 미래의 방송환경에 대해 작은 그림을 그려보는 글을 다루고자 한다. 이 원고에서 제시된 그림들은, 실제로 그림을 그리는 생성형 AI 도구인 ‘DALL·E’가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들을 통해 미래 방송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 상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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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촬영/편집/송출까지 모두 원샷으로
방송영역에서는 항상 한정된 예산으로 얼마나 우수한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낼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 그래서 기획, 촬영, 편집, 송출에 이르기까지 그 기간을 줄이는 방법에 관심을 쏟는다. 기간이 늘어나면 제작에 투입되는 인력에 지급하여야 하는 대가나 장비 운용비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기간을 줄이는 데 관심을 두는 것이다.
생성형 AI가 방송환경에 적용되면, 현재 방송 콘텐츠 제작과 송출에 투입되는 기간은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무엇보다 투입될 인력을 구하고 조율하는 시간이 줄어들뿐더러, 모든 과정에서 자동화된 업무가 적용되기 때문에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현재 생성형 AI 기술을 통해 이 세상에 없던 방송 콘텐츠를 기획하는데 그리 큰 시간이 걸리지 않게 되며 촬영, 편집, 송출에 소요되는 시간도 마찬가지로 줄어든다. 기획자가 콘텐츠 결과물에 바라는 기대감에 따라서 방송제작과 송출 기간은 설정하기에 따라 달라지는 일종의 옵션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하나의 스튜디오에서 기획, 촬영, 편집, 송출까지 모두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 쉽다. 방송제작과 송출을 위해 구축된 서버의 용량, 연산력의 수준, 기획/운용자의 능력에 따라 생성형 AI가 최적화된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므로. 방송제작과 송출 과정에서 불거지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의사결정이 빨라진다. 기획자가 초기에 원하는 제작 방향, 구현하고 싶은 화면, 타겟 시청자층, 얻고 싶은 콘텐츠 효과 등을 명확하게 설정하기만 한다면. AI 기술이 도입된 스튜디오 공간에서 신속한 콘텐츠 제작과 송출이 가능하게 된다.
즉, 생성형 AI가 도입될 미래 방송환경에서 ‘시간’의 개념은 방송 송출일까지의 ‘한계’가 아니라, 방송 콘텐츠의 품질을 더 향상하는 ‘기회’의 요소로 완벽히 작용한다. 제작과 송출에 필요한 최소시간 보다, 품질을 높이기 위한 최대시간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한 의사결정 주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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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소통하며 기획하는 방송
그럼 기획자는 어떻게 콘텐츠를 기획할 것인가? 원하는 제작 방향, 구현하고 싶은 화면, 타겟 시청자층, 얻고 싶은 콘텐츠 효과 등을 설정하기 위해 기획자가 할 일은 무엇이 될까? 바로, 생성형 AI와 대화를 시도하는 일이 기획자가 할 주요 업무가 될 것이다.
생성형 AI 시대에 기획자는 생성형 AI가 가진 능력을 뽑아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방송용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위해 책상에 앉는 그 순간부터 생성형 AI는 기획자에게 원하는 것을 물을 것이고, 기획자는 그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며 추가로 원하는 업무를 지시해야 한다. 조연출, 작가 등의 스텝들 십여 명이 모여있는 공간에서 치러야 했던 집단적 브레인스토밍이, 기획자와 생성형 AI가 독대하는 1:1 토론으로 대체되는 것이다.
기획자에게 생성형 AI는 수십, 수백, 수천, 수만, 수억 명 이상의 스텝들이 모여있는 집단이 된다. 기획자는 생성형 AI에 자신이 원하는 방송 콘텐츠의 그림을 말해주고, 질문에 대답하며, 명확히 업무를 지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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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력이 가장 많이 필요하다던 촬영도 AI로 대체
방송제작 현장에서 가장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분야 중 하나가 촬영인데, 이 촬영의 영역도 생성형 AI로 대체되기 쉽다. 이미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SNS에 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올려놓은 시대에, 생성형 AI는 방송에 필요한 동영상을 만들어내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기획자는 자신이 원하는 영상들을 검색해 찾아보고 그 영상들을 이용하면 된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낼 영상들은 단순히 일상 속의 풍경을 담은 영상들이 아니다.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우측에 서 있는 키가 크고 눈이 동그란 한국 남자가 특정한 대사를 읊조리는 장면’ 같이 구체적인 영상을 제공할 것이다. 기획자가 할 일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생성형 AI에 요청하는 것이 다다. 이로써 촬영이라는 수고로운 업무 과정이 대체된다.
연예인 발굴은 섭외자의 몫이 아닌, 엔지니어와 연구원의 몫으로
생성형 AI는 방송에 적합한 연예인을 추천해주지 않는다. 방송에 적합한 연예인을 ‘생성’해준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낸 ‘버츄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나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이 이미 광고계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데, 미래 방송환경에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내는 연구소가 보편화될 것이다.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발굴된 인물을 혹독한 트레이닝을 통해 연예인으로 길러내고 있는 현재 연예기획사의 역할은 바로 이 연구소에서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인간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엔지니어와 연구원들이 모여 이 세상에 없는 가상의 인물을 만드는데. 이 인물의 외모, 건강, 생각, 마음, 사상, 철학, 경험, 삶에 이르기까지 디자인하고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을 방송에 활용하는 일은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세상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을 인물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곧,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기획자만 방송국에 남는다고? 과연 그럴까?
여기까지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그럼 미래의 방송환경에서는 기획자만 남고 나머지 일자리들은 생성형 AI가 다 대체할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7년 전 알파고가 등장했을 당시만 해도, ‘AI가 단순한 업무를 하는 인력들은 대체할 것이다.’라는 인식들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AI가 ‘생성형’으로 진보하는 동안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AI가 대체될 수 있다는 인식의 총량이 더 커졌다고 본다.
방송환경을 예로 들어보면, 방송사에서 기획자가 할 일이라는 것은.
어떠한 방송 콘텐츠를 만들 것인지, 얼 만큼의 예산을 투입하고, 어떤 인력들을 투입할 것인지, 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어떠한 효과를 줄 것인지, 방송사의 입장에서 부가적인 사업은 무엇을 할 것인지. 같은 일들이 기획자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일들을 생성형 AI가 대체하지 못할까?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사실 생성형 AI라는 개념이 어떠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성해낸다는 AI의 기능적 개념을 포함하고 있고,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대용량의 데이터를 조합한다는 개념도 포함하고 있으므로. 방송 콘텐츠 기획자가 생성형 AI에 대체되지 않으려면 생성형 AI보다 아이디어도 많아야 하고, 수용하고 있는 정보량도 월등해야 한다. 따라서, ‘방송 콘텐츠 기획자는 생성형 AI가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라는 가설은 이제는 증명되기 어려운 가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