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철 소니코리아 과장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 FIFA 월드컵이 2018년 6월 14일부터 7월 16일까지 러시아에서 열렸습니다. 월드컵은 축구 경기 자체만으로도 전 세계를 뜨겁게 만들지만, 경기 현장의 생동감을 전 세계 안방으로 전달하기 위한 제작기술의 다양한 시도에서도 영상 전문가들의 많은 관심을 받아 왔습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16강 1경기, 4강 1경기 및 결승전 총 세 경기를 4K 라이브로 중계 제작하여, 보다 생동감 넘치는 경기 영상을 전 세계로 전달했었습니다. 4년이 지난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64경기 전 경기가 HD SDR과 동시에 UHD HDR로도 제작되었습니다. 각 나라의 중계권자는 원하는 포맷의 UHD HDR 영상을 제공받을 수 있었고, 한국은 지상파 3사의 합의에 따라, UHD HDR 신호를 받아, 월드컵 기간, UHD HDR 서비스를 시행하였습니다.
러시아 월드컵 중계 제작시스템
축구 경기 현장의 감동을 전 세계에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한 FIFA의 의지와 노력은 러시아 월드컵의 64경기 전부를 UHD HDR로 제작하게 하였습니다. HD 대비 4배 이상 늘어난 해상도와 확장된 다이내믹 레인지를 기반으로 디테일한 암부와 밝은 하이라이트를 표현할 수 있게 됨으로써, 보다 역동적인 영상이 제작될 수 있었습니다.
월드컵 전담 방송사인 HBS는, 러시아 내 11개 도시의 12개 경기장에서 32개국의 대표팀의 64경기 전 경기를, 4가지의 타임존(Time Zone)에 따른 총 7가지의 Kick-Off 시간에 따라 제작하였습니다. FIFA는 UHD HDR을 포함한 멀티 포맷의 라이브 영상 제작이 가능한 Sony의 SR Live 워크플로우(Sony의 Live HDR 워크플로우)를 채택하였고, 카메라는 싱글 체인 시스템으로 하되, 제작단은 HD SDR 레이어(Core Layer)와 UHD HDR 레이어(Enhanced Layer)의 듀얼 레이어 방식으로 구성하였습니다. 표준 제작 영상 포맷은 아래의 표와 같습니다.
경기당 총 40대의 카메라가 투입되었으며, Sony의 4K HDR 카메라인 HDC-4300에서는 UHD HDR과 HD SDR 신호를 동시에 출력하여, UHD HDR 제작 레이어와 HD SDR 제작 레이어에 각각 입력되었습니다. UHD HDR이 지원되지 않은 헬리캠, RF 카메라 및 일부 카메라의 경우, Sony의 실시간 HDR 컨버터 HDRC-4000에 의해 UHD HDR 포맷으로 컨버팅된 후, HDR 제작 체인으로 입력되었습니다.
카메라의 페인트 메뉴 컨트롤은 모두 SDR 모니터링 환경하에 이루어졌습니다. HDC-4300에서 제공되는 “SDR 게인 조정 기능”을 통해, UHD HDR 신호와 동시에 출력되는 HD SDR 신호에만 마이너스 게인을 적용함으로써, SDR 모니터링 및 페인팅 기술을 활용하여 UHD HDR과 HD SDR을 동시에 컨트롤 하였습니다. 이 독특한 기능을 통해, 한 체인의 카메라 시스템으로 HD SDR과 UHD HDR로 동시 제작이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스위처단에서부터는 UHD HDR 레이어와 HD SDR 레이어로 나뉘어 제작이 되었습니다. 4K 플랫폼이 장착된 Sony XVS-8000 스위처의 “Resource Sharing Mode”라는 고유의 기능을 활용하여, 물리적으로 한 대의 스위처 프로세서에서, 한 팀의 운용인력으로, UHD HDR과 HD SDR 동시 제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경기장에서 제작된 최종 영상은 광 네트워크를 통해 모스크바에 있는 IBC 센터로 전송되었습니다. HD SDR 레이어를 거쳐 제작된 1080/50P SDR 신호는, 1080/50P 그대로 또는 1080/50i로 컨버팅되어 전 세계 중계권자에게 전송된 후, 해당 국가의 방송 규격에 맞게 리프로세싱을(50P→59.94P 또는 50i→59.94i) 거쳐, 서비스 채널에 따라 방송되었습니다. UHD HDR 레이어를 통해 제작된 2160/50P HDR 신호는 중계권자의 요구에 맞게 좀 더 다양한 포맷으로 제공되었습니다. S-Log3 HDR 신호 그대로, 또는 ITU의 표준 포맷(PQ/HLG)으로 요청 시, Sony의 실시간 HDR 컨버터 HDRC-4000을 거쳐, 원본과 동일한 룩(Look)을 유지하면서, PQ 또는 HLG로 변환되어 제공되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지상파 3사의 합의에 따라, HLG(Hybrid Log Gamma) 포맷으로 UHD HDR 영상을 받았고, 리프로세싱 과정과 간단한 제작 과정을 거친 후, 지상파 채널만을 통해 HLG 포맷의 UHD HDR 영상으로 송출되었습니다.
국내 UHD HDR 지상파 방송 과정
한국에서는 2017년 5월 31일부터 지상파 UHD 방송이 시작되었고, 일부에서는 UHD HDR 영상 송출 테스트가 있긴 하였지만, 대부분 SDR 기반의 UHD 방송이었습니다. (SBS의 경우,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 남극편’을 UHD HDR로 제작 및 방송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상파 3사의 경우, UHD HDR 서비스의 필요성을 미리 인지하고, HDR 포맷은 HLG로 사전에 결정하고 준비를 해왔던 관계로, FIFA에서 월드컵 UHD HDR 제작 결정이 나자, 지상파 최초로 UHD HDR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지상파 3사는 합의를 통해,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UHD HDR 포맷을 HLG로 결정하였으며, 리프로세싱(50P→59.94P) 과정을 거친 영상은 각 사의 추가 제작 과정을 거친 후, 지상파 채널을 통해서만 송출되었습니다. HD 편성과 거의 동일하게 UHD HDR 편성이 되었고, 제작은 각 사에 따라 일부(MPEG-H 오디오 등) 차이가 있었지만, 원본 신호에 로고/자막 등의 CG 데이터와 코멘터리(해설 오디오)를 삽입하는 정도로 제작되었습니다. 자막의 경우, 방송사 및 UHD 로고 외에 추가로 “LIVE HDR” 또는 “HDR LIVE”를 추가함으로써, 실시간 UHD HDR 서비스가 되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최종 제작된 영상은 약 17Mbps 정도의 HEVC 포맷으로 인코딩되면서, HLG 플래그가 삽입되고, ATSC 3.0 송출 포맷에 따라 수도권 내에서 서비스되었습니다. 2017년 이후 국내에서 새롭게 출시된 삼성/LG의 UHD TV의 경우, 대부분 ATSC 3.0 튜너를 내장하고 있으므로, 직접 수신을 통해, 보다 생생한 월드컵의 현장을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편성된 UHD HDR 경기는 다음 그림과 같이 제작되었습니다.
경기 당, 약 3시간 정도로 편성이 되었고, 경기 시작 전 1시간 동안은 HD-SDR 영상을 UHD HDR로 업컨버팅된 영상으로 채워졌고, 실제 경기 영상만이 Native UHD HDR 영상으로 송출되었습니다. 경기 영상에서도, 일부 슬로우모션 및 클로즈업 영상은 러시아 제작 현장의 기술적 제약으로, 모두 업컨버팅된 영상이 사용되었지만, Native UHD HDR 영상의 경우, HD 대비 관객석까지 넓은 앵글로 잡아냄으로써, 확장된 다이내믹 레인지의 영상미를 극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저조한 UHDTV 보급률과 ATSC 3.0 튜너 이슈 등으로 실제 UHD HDR로 월드컵을 시청한 사람은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청한 사람들 및 방송국 제작진들에게서 전해지는 영상미에 대한 감탄은 왜 HDR 제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대답이 될 것입니다. 러시아 월드컵 이후, 스포츠뿐만 아니라 드라마/콘서트/다큐/예능 등 보다 많은 영역에서 UHD HDR 영상 제작 시도가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앞으로 HDR 콘텐츠 시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HDR의 적용 여부는 비단 영상미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콘텐츠의 가치에도 직결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