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SBS 미디어기술연구소
국내 최대 게임쇼 G-STAR 2019가 지난 11월 14일~17일 나흘 동안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이번 쇼는 변화하는 글로벌 게임 시장의 트렌드와 게임 산업 전체를 조망하는 행사로서 그 의미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필자는 게임에는 완전히 문외한이다. 어릴 적부터 가끔 전자오락실에 가서 게임을 즐기곤 했었는데, 고3, 재수를 거치면서 ‘스트리트 파이터’에 입문하는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흥미마저 잃어버렸다. 그러다가 최근 의도치 않게 게임 업계가 돌아가는 양상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가 11월에 지스타가 부산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참관하게 되었다. 필자도 난생처음 참관이었지만, 본지를 읽는 독자들에게도 생소하게 느껴질 듯싶어 그 역사부터 짚어보고자 한다. 그리고 전시회의 개요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한 후 필자가 주로 시간을 할애한 BTC관 및 컨퍼런스(G-CON × IGC)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G-STAR가 걸어온 길
지난 2005년 개최되기 시작한 이 행사의 최초 개최지는 일산 킨텍스였다. 첫 출발부터 전 세계 15개국 156개사가 참여했으니 처음부터 흥행에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이듬해인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면서 불과 시작 2년 만에 직격탄을 맞고 이후 흥행 부진을 이어가다가 2008년 한국콘텐츠진흥원(한콘진)이 내놓은 개혁안에 의해 다시 개최된 것이 2009년이었다. 여기서 21개국 198개 게임사의 참가를 이끌어냈을 뿐 아니라, 당시 24만 명이라는 사상 최대 관람객을 유치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또한, BTB관을 강화하는 전략이 그대로 적중하면서 이후 게임 수출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이후 이 행사는 그 규모 면에서 세계 3대 게임쇼인 도쿄 게임쇼에 필적할 정도로 성장해왔다.
G-STAR 2019 개요
명칭 : G-STAR 2019
기간 : 11월 14일~17일(BTC)
11월 14일~16일(BTB)
11월 14일~15일(IGC × G-CON)
장소 : 부산 벡스코
연혁 : 2005년부터 매년 개최
규모 : 36개국 691개사(3,208 부스), 약 25만 명 참관
주최 : 한국게임산업협회
주제 : Experience an New World of Games!
올해 가장 눈길을 끌었던 점은 개요에서 보면 알겠지만, 글로벌 게임사들의 참여가 많아지고 적극적이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에픽게임즈에 이어 올해는 슈퍼셀이 다이아몬드 등급인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다. 또한, 구글, 네이버 등 대형 클라우드 업체뿐만 아니라 미호요, X.D. 글로벌 등 중국 게임사도 국내에서의 경쟁력을 앞세워 참여했다. 이는 이 쇼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는 증거이다.
또한, 쇼의 주제 특성상 유저 중심의 행사가 많았던 점이 인상 깊었다. 야외 이벤트 광장에서 다양한 체험형 행사가 열렸으며, 전시관 안에서도 직접 게임을 즐기며 체험할 수 있도록 상당한 공간이 할당된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주요 프로게이머가 게임하는 것을 직접 관람할 수도 있었고(불행히도 그중에 필자가 아는 게이머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게임을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직접 게임을 하는 것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림 2] 참조
BTC관
필자는 처음 참관했기 때문에 그 규모에 적잖이 놀랐지만, 올해 행사는 시작 전부터 약간의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바로 국내 메이저 게임사(3N) 중 2개의 N의 불참(넥슨과 NC소프트)과 아세안 정상회의 개최 준비로 인해 행사장 규모가 줄어들게 된 점 때문이었다.
강신철 지스타 조직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2N의 불참은 다른 업체들이 거의 다 메웠고, 행사 장소 부족은 야외 부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상당 부분 해결했다는 것인데, 아무래도 2N이 빠진 것은 큰 타격이 아니었을까? 그나마 구글과 LG를 통해서 소개된 스태디아나 지포스 나우 등 5G 클라우드 게임이 소개된 것이 위안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이 아쉬움을 상당 부분 해결한 것이 중국 게임사들의 약진이라니 좀 씁쓸했다. 실제로 미호요와 XD 글로벌 부스는 항상 북적였다. 예전에는 ‘부스걸로 시선 끌기’라는 혹평을 받았으나 이제는 정말 게임성으로 국내 게임사들을 압도하는 모습이었다. 국내업계가 긴장해야 할 대목이다.
이 쇼에서 필자가 주목했던 또 한 가지는 바로 양대 게임용 그래픽 엔진인 Unity와 Unreal 동향이었다. 사실 최근 영화나 방송 등 고품질 영상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그래픽 기술의 역할은 절대적이며 이 중심에는 양대 그래픽 엔진인 Unity와 Unreal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방송용 그래픽 장비에서도 이 두 엔진을 도입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방송 엔지니어로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 아닌가 한다. 양대 엔진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과 2019년 동향을 아래와 같이 공유한다.
유니티(Unity) (in ‘포켓몬 GO’)
・개요 : 2005년 당시 매크로미디어 플래시를 보완하는 3D 타깃 제작툴로 출발. 이후 기존 게임 엔진보다 쉽게 쓸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개발자들이 이를 게임 개발에 이용하기 시작한 이후, 지금은 웹미디어 제작툴보다는 게임 엔진으로서 성격이 규정되고 있음
・로열티 : 무료(수익 1억 초과 시 부과)
・특징 : 접근성이 좋음(초보 개발자들의 개발 진입장벽이 낮음), 사용자 친화적인 GUI, 다양한 플랫폼으로 간단하게 빌드가 가능, Asset Store(사용자들이 만들어 놓은 디자인/개발 리소스 유/무료 공유, 빠른 시제품 제작 가능)
・2019 동향 : 14일~16일 3일간 유니티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유니티 컨설팅 운영, 멀티플레이 및 게임용 음성 및 커뮤니케이션 툴을 제공하는 비복스(Vivox)의 게임 비즈니스 솔루션 전문가의 상담 진행, 다비치/코요테 등 유명가수들이 축하 공연으로 참석하는 ‘트리니티 파티’ 개최 등 ‘유니티 커뮤니티 이벤트’ 진행
언리얼(Unreal) (in ‘배틀그라운드’)
・에픽 게임즈에서 만듦, 미들웨어 솔루션, 체계가 다른 업무와 상호 연동이 가능, 분산된 업무 동시 처리(자료 일관성 유지)
・로열티 : 기존에는 유료였으나, 유니티의 급부상으로 가격 정책 변경(기본 무료, 총 매출의 5%)
・특징 : 높은 퀄리티 및 좋은 퍼포먼스, 시각화된 스크립트 기반의 프로토타입 도구인 ‘블루프린트’ 제공, 엔진 구성이 유연(여러 기술 조합 및 확장에 적합한 구조), 언리얼 스크립트 지원, 엔진과 도구는 거의 C++로 작성되었으나 다른 언어로 이식 가능, 리얼타임 렌더링
・2019 동향 : 2019 언리얼 라인업 공개(넥슨의 ‘V4’, NC의 ‘리니지2M’, 넷마블의 ‘세븐나이츠2’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의 협업(페라리, 닛산 등 쇼케이스나 설계 등에 활용), 에픽 메가 그랜트를 통해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대항해시대 오리진’, ‘건그레이브 고어’, ‘로건’ 등 발굴 지원, 280억 원 규모의 어셋 무료 공개, 창업자(팀스위니)의 철학에 따라 개발자들을 위한 지원과 생태계 구축을 이어나가고 있음
IGC × G-CON
지스타를 처음 접한 필자로서는 무작정 전시장으로 뛰어 들어가 헤매는 것보다는 차분하게 강의를 듣는 것이 더 도움이 될 듯하여 관심 가는 강의를 찾아서 들었으며 그중 일부를 본지에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컨퍼런스 제목부터 설명하기로 하자. IGC는 Inven Game Conference의 약자로서 Inven은 게임 전문 웹진이자 커뮤니티 이름이다. G-CON은 G-STAR 컨퍼런스의 준말로서 올해 컨퍼런스는 Inven과 G-STAR 조직위의 콜라보로 진행된다는 의미이다.
・ ‘새로운 세대를 위한 게임’ (복규동 스마트조이 이사) : ‘라스트 오리진’의 스마트조이 복규동 본부장이 진행한 강의이다. ‘라스트 오리진’은 캐릭터의 특징을 잘 반영한 2D 일러스트와 SRPG의 전략과 상성의 요소를 잘 담아내 호평받은 모바일 수집 RPG이다. 이 강의에서 복 본부장은 20대 청년층을 위해 게임을 개발할 때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주된 초점은 게임업체의 메인 타깃에서 벗어나 있는 20대 청년층의 시장 가능성에 주목하여 만들고 서비스한 ‘라스트 오리진’의 성공을 통해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였다.
・ ‘2019년 대한민국 게임 유저를 말한다’ (이철환 아이지에이웍스 팀장) : 아이지에이웍스는 게임업체들이 궁금해하는 각종 마케팅 정보들을 제공해주는 솔루션인 모바일 인덱스를 제공해주는 업체이다. 이 팀장은 본 강의에서 현재(2019년 10월 기준)의 모바일 게임 시장 동향을 소개하였다. 그중 흥미로운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대한민국 전체 게임 유저 : 약 17,290,000명/월(전체 모바일 이용군의 절반에 해당)
– 남녀 비율 : 50대50으로 거의 동등, 20대는 남성이, 30~50대는 여성이 많았음.
– 소비금액 : 총 3,013억 원/월(1인당 약 17,427원)
– 장르별 MAU(월간 이용자 수) : 퍼즐/퀴즈 > 액션 > 롤플레잉 > 아케이드 > 캐주얼 > 전략 > 어드벤처 > 스포츠 > 보드 > 시뮬레이션 > 운전/레이싱 > 카드 순
– 장르별 1인당 평균 사용 시간 : 롤플레잉 > 전략 > 퍼즐/퀴즈 > 카지노 > 캐주얼 > 카드 > 액션 > 시뮬레이션 > 어드벤처 > 스포츠 > 보드 > 아케이드 > 운전/레이싱 순인데 롤플레잉이 압도적
– 유저 재방문율(상위 20개 게임 대상) : 일주일 만에 40%가 떠났고, 8주 후에는 약 20%만 남음
– 유저 이탈률(상위 20개 게임 대상) : 일주일 만에 40%가 삭제, 한 달 후 60%가 삭제
– 세그먼트 1(남성/헤비/고과금 – 롤플레잉/액션/전략) : 월 MAU(액션→롤플레잉→전략 순), 성별 구성(롤플레잉과 전략은 남성군이 70%, 액션은 56%로 세 장르는 남성 위주라는 것이 확인됨) 나이대(롤플레잉은 20~30대가 압도적, 전략은 30~40대 남성, 액션은 고르게 분포), ARPMAU(롤플레잉 35,505원, 전략 10,772원, 액션 2,028원으로서 롤플레잉이 매출을 견인하는 장르임이 확인됨), 재방문율(상위 10개 게임 대상, 4주 후 25%, 8주 후 14%로 모든 게임 대상 조사보다 떨어짐), 삭제율(일주일 후 41% 삭제, 한 달 수 68% 삭제), 즉, 롤플레잉/액션/전략 게임을 즐기는 남성 유저들은 금방 게임을 접거나 다른 게임을 즐기는 경향이 높다는 것을 의미
– 세그먼트 2(여성/라이트/소과금 – 퍼즐/캐주얼/시뮬레이션) : 월 MAU(퍼즐/퀴즈가 압도적), 성별 구성(세 장르 모두 여성이 60% 이상), 나이대(모든 장르에서 30~40대 여성이 우위), ARPMAU(시뮬레이션 2,217원, 캐주얼 1,822원, 퍼즐/퀴즈 1,058원으로서 그야말로 소과금), 재방문률(4주 후 35%가 남고, 8주 차에 23%가 남음, 여성 유저들의 재방문율이 높음), 삭제율(일주일 후 30%, 한 달 후 50%) 즉, ARPU는 낮지만, 리텐션 코스트 또한 낮다는 것을 의미함
– 2019년 신작 분석(달빛조각사, 콜 오브 듀티 모바일) : [그림 5], [그림 6] 참조
① 달빛조각사 : 출시 시점 50만 건 설치 후 급격히 떨어짐, 이는 전체 게임을 할 만한 유저가 초반에 이미 대부분 게임을 설치했다는 것을 의미, DAU(일간 이용자 수)의 경우 출시 직후 61만 명이나, 일주일 후 절반 이탈, 또 일주일 후 10만 명 더 이탈, 현재 10만 명 정도가 즐기고 있음. 리텐션 관점에서 아쉬운 대목, 보통 특정 장르의 게임이 나오면 비슷한 장르로부터 이동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달빛조각사는 그렇지 않았음. 이에 대해 이 팀장은 유저 타게팅이 잘못된 게 아닐까 하고 분석. 이탈 유저의 경우 대부분 기존에 하던 게임으로 넘어감. 보통 같은 장르가 경쟁작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달빛조각사의 경우 롤플레잉보다 액션 장르(콜 오브 듀티 모바일, 브롤스타즈, 라이즈 오브 킹덤즈)로 많이 넘어감. 이는 달빛조각사의 실질적인 경쟁작은 액션과 전략이라는 것을 의미함
② 콜 오브 듀티 모바일 : 출시 당시 22만 건 설치, 흥미로운 것은 DAU 추이, 출시 일주일이 지나서 정점(31만 명)을 찍은 후 조금씩 감소했지만 5주가 지난 시점에서도 20만 명이 남음. 유입된 유저들의 경우 동일한 장르로부터 유입되었으며, 이탈의 경우 롤플레잉과 액션으로 주로 이동함.
・3D 스캔과 차세대 게임 캐릭터 제작기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 : 1세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데스티니스차일드’ 등 개발자로서도 유명한 김형태 대표가 진행한 강의로서, ‘트리플A급 하이엔드 게임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력 및 노하우 확보의 해답은 3D 스캔이다’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그는 3D 스캔 기술은 여러 장 사진이 있고, 이것을 3D화할 프로그램이 있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3D 스캔 전문 장비를 구축하여 얻은 결과물과 언리얼 엔진4로 수정해 완성본을 만드니 기존 대비 작업량이 대폭 단축되는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그림 7~9] 참조. 추가로 김 대표는 “3D 스캔을 사용하면 개발 시간 단축 외에도 실사 같은 느낌을 보다 강조할 수 있고, 촬영 후 5일 안에 인게임 적용 가능하며, 결과를 예측하기 쉬워 재촬영을 통한 퀄리티 조정이 비교적 쉬운데 반해, 세상에 없는 디자인은 만들기 어렵고 옷을 사서 모델을 섭외해 입히고 찍는 등 패션 감각 등의 인싸 스킬이 필요하며, 창의성을 중시하는 모델 디자이너의 거부감 등 단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팁을 공유하였다. “기존과 다른 오픈 마인드, 반사재질 및 반투명 재질 사용 시의 높은 스캔 난이도, 실사 이상의 매력을 부여하기 위해서 상당한 디자인적 재능이 필요하다.” 시프트업은 이 기술을 사용하여 콘솔 게임인 ‘프로젝트:이브’ 등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소감
난생처음 가 본 전시회였고, 그동안 게임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들인 시간에 5%도 이해 못 한 것 같았다. 하지만, 반복되는 업무로 지친 뇌에 신선한 자극은 된 듯하다.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화려한 그래픽 기술에 감탄하면서도 무언가 2%의 아쉬움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그게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아마도 예능적/드라마적 감성 같은 게 아니었을까 하고 짐작만 할 뿐이다. 이러한 감성은 우리가 몸담고 있는 업계의 주특기인데 우리에게도 게임이라는 콘텐츠 시장 속에 기회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매표소 앞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는 참관객들과 전시장의 화려함이 KOBA의 미래 모습이 되길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