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철 소니코리아 과장
4K라는 단어가 이젠 너무 익숙해진 오늘이 된 것 같습니다. 비단 영화 및 방송용 전문가 장비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 가전 부문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4K를 지원하는 제품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더불어, 가전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TV가 이제는 4K TV라고 하니, 4K는 어느덧 당연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보다 실제에 가까운 영상체험을 하고자 하는 시청자의 끊임없는 욕구와 계속된 기술 개발을 통해 영상 산업의 발전을 지속하고자 하는 산업적인 필요성에 의해 보다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와 필요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개념으로, 영상 산업 분야에서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HDR입니다. 그런데 HDR은 영상산업이 4K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도입된 개념이므로, 먼저 4K 개념의 발전과정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쉽게 얘기하는 4K 개념에는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해상도를 들 수 있겠습니다. 일반적으로, 4096×2160 또는 3840×2160의 해상도를 지닌 영상을 4K 또는 UHD 영상이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단지 해상도 기준에서만 접근하게 되면, 4K 영상은 HD 대비 4배 더 크게 볼 수 있는 영상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특정 사이즈 이하의 모니터에서 두 영상을 비교해 보면, 뚜렷한 구분이 힘들게 되며, 대형 모니터에서 보더라도 어떤 게 4K 영상인지 구분하기 힘든 경험을 많은 분들이 해보셨으리라 예상합니다.
그래서 2014년부터 4K 색공간에 대한 개념이 관심을 받기 시작합니다. HD보다 훨씬 넓은 색공간을 기반함으로써, 결국 보다 실제에 가깝고 HD 대비 차별화된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흔히들 BT.2020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4K의 확장된 색공간 개념을 지칭합니다. 하지만 이 색공간 개념이 너무 기술적인 범위를 포함하고 있고, 기술적 및 물리적인 제한으로 인하여, 모니터에서 해당 색공간을 100% 구현해내지 못하다 보니, 이 역시 4K 영상 차별화에 기대만큼 큰 역할을 해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2015년부터는 HDR(High Dynamic Range)이라는 개념이 상당히 큰 주목을 받게 됩니다. 사람의 눈이 채도에 비해 휘도에 훨씬 민감하다는 사실에 출발한 개념으로, 일반적으로 HD 영상에서는 구현하지 못했던 하이라이트 부분의 디테일을 살리고, 훨씬 밝게 표현함으로써, 그 어떤 개념보다 훨씬 몰입감과 현장감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결국 4K 영상의 미학은 확장된 해상도 및 색공간과 더불어, HDR을 적용하면서, 완성되게 됩니다. 그러므로 HDR 제작 워크플로우에 대해 보다 정확한 이해가 바탕이 된다면, 여러분들이 현재 기획 및 제작하고 있는 4K 영상 미학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영상분야에서 있어서의 HDR 개념에 대해 보다 정확히 알아보겠습니다.
HDR 개념의 출발은 바로 OETF(Optical-Electrical Transfer Function)와 EOTF(Electrical-Optical Transfer Function)의 이해에서 시작됩니다. OETF와 EOTF는 동일한 의미의 반대 개념으로, OETF는 영상 획득 단계, EOTF는 디스플레이 단계에서의 입력신호 대비 출력신호에 대한 비율을 표현합니다. 즉, OETF는 카메라 쪽에서, 그리고 EOTF는 모니터 쪽에서 사용하는 Gamma 곡선의 일종이라고 생각하시면 좀 더 쉽게 이해가 됩니다. 기존 HD 카메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Rec.709 Gamma는 최대 밝기를 100%까지만 표현할 수 있었지만, HDR Gamma 곡선의 경우, 종류에 따라 최대 10,000%까지의 밝기를 표현할 수 있게 합니다. 이렇게 기존의 영상에서는 구현하지 못했던 극단적인 밝기 및 컨트라스트의 표현이 가능해짐으로써, 시청자들은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보다 실제에 가까운 몰입감 있는 영상체험을 하게 됩니다.
그럼 HDR OETF/EOTF 표준, 즉 표준 HDR Gamma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흔히들 PQ라고 일컬어지는 Gamma 곡선이 SMPTE에 의해, 2015년 표준화되었으며, 공식적인 명칭은 ST2084입니다. 이 Gamma는 사람의 실제 인지능력을 기반으로, 최소 0.01cd(칸델라)에서 최대 10,000cd의 밝기 범위를 12비트 밸류로 표현합니다. 극단적인 밝기의 표현이 가능한 Gamma로써, 영상의 미학적인 부분이 중요시되는 분야인 영화 쪽에서 주로 채택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표준화 마무리 단계에 있는 HLG(Hybrid Log Gamma)가 있습니다. 일본 국영방송사인 NHK와 영국 국영방송사인 BBC에 의해 제기된 HDR Gamma로써, 블랙에서 최대 하이라이트를 0에서 1 사이의 상대적인 값으로 가정하여, 최대 2,000cd까지의 하이라이트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Backward Compatibility(하위 호환성)의 특성에 힘입어,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방송을 해야 하는 방송사에 큰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하위 호환성은 HDR 영상을 색감의 큰 왜곡 없이 일반 TV(SDR TV)에서도 시청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방송사의 입장에서 HLG를 환영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과거 국내에서 아날로그 방송이 단파되기 전까지, 방송사에서는 아날로그 방송과 HD 방송을 동시에 송출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HDTV가 없는 시청자들의 경우, HD 영상을 수신할 수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고시된 일정 시기까지는 틀린 포맷의 동일한 2개의 영상을 동시에 서비스해야 했습니다. 4K HDR의 방송을 동일한 개념으로 접근 시, 하위 호환성이 없는 HDR 영상의 경우, 일반 SDR TV에서 시청할 경우, 색감이 심하게 변질되어, 정보 전달에 있어 왜곡이 일어날 우려가 있습니다. 결국 방송사 입장에서는 시청자들이 모두 HDR TV를 준비할 때까지, HDR 영상과 더불어 SDR 영상을 추가적으로 제작해야 하고, 서비스 역시 동시에 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상황의 초래를 HLG가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에, HLG는 방송사의 표준 HDR Gamma로 자리매김할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Sony에서 제공하는 S-Log3라는 HDR Gamma가 있습니다. 현재 Sony에서 출시되는 대부분의 4K 카메라 제품에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는 Gamma로써, 현재의 10비트 제작 환경에서 카메라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습니다. 0.1cd부터 최대 4,000cd의 밝기까지 지원하며, 기존 영화 DI 작업에서 많이 사용되던 Cineon Log와 상당히 유사하여, 해당 로그 작업 유경험자들은 상당히 손쉽게 접근할 수 장점이 있습니다.
이 세 가지 Gamma를 위의 그림과 같이 영역별로 비교해보면 각각의 장단점을 보다 손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먼저, 현재 HD 영상 제작에서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BT.709 Gamma는 사람이 가장 잘 인지하는 밝기의 범위인 1cd ~ 100cd 범위내에서만 인식하게 되고, 이를 넘어서는 하이라이트 영역에 대해서는 표현을 못 하게 됩니다. PQ의 경우, 10,000cd까지의 밝기를 표현하게 되지만, 상대적으로 일반적인 밝기의 범위인 1cd ~ 100cd의 영역에 대해서는 최소화하게 됩니다. 이에 반해, S-Log3와 HLG의 경우, 일정 수준의 하이라이트와 충분한 중간 밝기(1cd ~ 100cd)의 영역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특히 S-Log3의 경우, BT.709의 영역과 하이라이트를 적절하게 가져감으로써, DI 작업에서도 상당한 이점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S-Log3의 특성은 2가지의 HDR 영상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청자의 시청 조건을 강제할 수 있는 방송의 경우, 하위 호환성을 제공하는 HLG를 사용하게 되지만, 시청자가 자기 시청환경에 맞게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는 VOD 서비스의 경우, 영상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PQ Gamma의 적용이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 VOD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최근 영상 수요의 패턴을 고려 시, S-Log3 원본 영상을 기반으로 서비스 목적에 맞게 HDR Gamma를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제작을 지원하기 위해 Sony에서는 다양한 기술 및 제품을 조만간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럼 위의 이해를 바탕으로 Sony의 HDR 포스트 제작 워크플로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효과적인 고화질의 HDR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촬영 카메라의 선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원본 영상에 담겨져 있지 않다면, 결국 표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때 카메라의 관용도가 상당히 중요하며, Sony에서는 14스톱의 관용도를 제공하는 PMW-F55 또는 F65를 권장합니다. 해당 카메라를 활용하여 S-Gamut3 색공간 세팅으로 4K RAW 파일 형태로 촬영을 합니다. 그리고 S-Log3 Gamma 세팅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하이라이트 부분에 대한 모니터링을 합니다.
이렇게 촬영된 원본 데이터 원본 편집 또는 Proxy를 기반으로 한 편집 작업 이후, DI(색보정)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4K 해상도의 ST.2084 HDR 영상 제작을 목적으로 할 경우, 색보정 장비의 작업 공간을 S-Gamut3/S-Log3로, 모니터 출력은 BT.2020/ST.2084로 세팅을 하고 색보정을 합니다.
(다빈치 리졸브, 베이스라이트 등 대부분의 색보정 장비에서 Sony 관련 RAW 파일 및 Gamma 세팅을 기본적으로 지원합니다.)
모니터 세팅 역시, 색보정 장비의 출력에 맞게, 색공간을 BT.2020으로, ST2084로 Gamma 세팅을 맞추어 줍니다. 이때, 모니터는 2015년 초 Sony에서 출시한 세계 최초 프로페셔널 4K OLED HDR 모니터인 BVM-X300을 권장합니다. BVM-X300은 Sony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4K OLED 판넬을 사용합니다. 이 모니터는 OLED 판넬의 우수성을 그대로 계승함으로써, LCD 대비 1,000,000:1의 뛰어난 컨트라스트비를 제공하게 되며, HDR 모드에서는 최대 1,000cd/m² 출력을 제공함으로써 HDR 영상 표현에서 최적화되어 있는 최고 사양의 모니터입니다.
이렇게 제작된 영상은, 하이라이트 부분을 밝게 표현하면서도 디테일을 유지하고, 풍부한 색감을 기반으로 몰입감을 극대화함으로써, 4K 영상미의 극치를 구현할 수 있게 됩니다.
위와 같이 RAW 파일 기반의 영상 작업이 가장 고화질의 HDR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만, RAW 파일의 큰 용량은 전체 제작 워크플로우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초래합니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과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거나, 보다 효율적인 작업이 요구되는 경우, 현재 가장 효율적인 4K 비디오 코덱인 XAVC 4K를 S-Log3와 결합하여 4K HDR 영상 제작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카메라를 비단 PMW-F55뿐만 아니라, 보다 컴팩트하고 기동성이 있는 PXW-FS7 또는 FS5를 선택하여, 보다 효율적이고 다이나믹한 HDR 영상 제작이 가능하게 됩니다. 또한 최근에는 2/3” 4K 시스템 카메라인 HDC-4300을 기반으로 한 4K 라이브 HDR 제작도 가능하게 되어, 다양한 제작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HDR의 도입은 영상산업에 다양한 이점을 제공합니다. 영상제작자에게는 스토리 텔링의 또 다른 도구로써 활용될 수 있고, 시청자에게는 몰입감을 극대화한 새로운 영상 체험을 제공해줄 수도 있으며, 영상서비스업계에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Amazon이나 Netflix 같은 일부 OTT 서비스를 통해서만, 일부 콘텐츠가 4K HDR로 서비스되고 있지만, 위와 같이 다양한 방면에서의 HDR 제작 워크플로우가 정립되고, 관련 지원 제품 및 솔루션들이 점차 많아질수록, HDR 콘텐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영상업계 종사자 대부분이 동의하듯이, HDR이 콘텐츠의 중요한 경쟁력의 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향후 4K HDR 영상 제작에 대한 지속적이고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