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정복기 – CBS 김주형

방송사 정복기 – CBS 김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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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기술국에서 막내로 일하고 있는 김주형입니다. 현재는 98.1MHz CBS 표준 FM에서 방송 송출 제작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입사한 지 어느덧 일 년이 되었네요. 그동안 방송국 안에서 보고 느낀 점과 방송사 입사를 위해 어떻게 노력하였는가를 통해 방송 기술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일년이 지난 지금 입사 당시를 되돌아 보면서…

 

   
 

누구에게나 기회는 찾아오는가 봅니다. 2011년 4월 합격 소식을 전하는 전화 한 통을 받았을 때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이미 하루 전날에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불합격 통보를 받아 좌절상태에 있던 저에게, 기합격자의 입사포기로 차석자로서 합격했다는 전화가 온 것입니다. 이렇게 전 행운과도 같은 기회를 통해 엔지니어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방송사 입사 준비를 늦게 시작한 편입니다. 대학에서는 학부제라는 틀 안에서 컴퓨터 공학을 중심으로 공부하였습니다. 프로그래밍이나 데이터베이스 같은 분야에만 관심이 있었지, 전기․전자․통신 분야에 대해선 큰 비중을 두지 않은 채로 졸업을 하였습니다. 졸업 이후 방송기술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잡고 준비한 경우라서 남들보다 출발이 늦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방송 기술직 준비생들에게 필수라고 할 수 있는 무선설비기사, 정보통신기사 같은 자격증 준비부터 시작하여 전공분야를 기초부터 공부하기 시작하다 보니 남들보다 뒤처짐을 항상 느꼈습니다. 더불어 토익 점수 같은 자격조건을 쌓는 일도 병행하면서 공부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금방 지나가고 어느덧 청년실업자 중의 한 명이 되어 있더군요.

방송사는 물론, 거의 모든 회사가 그러하겠지만 신입 공채는 서류와 필기, 면접 순의 전형을 하게 됩니다. 자격증을 준비하고, 토익 같은 스펙만 조금 쌓아 놓는다면 서류전형에 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저는 졸업 후 필기시험 준비에 매진했었습니다. 전자, 통신, 방송기술 같은 전공 분야에 대해 기초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다 보니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반복해서 공부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필기 전형에서 통과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방송사 입시 준비를 하면서 여러 해를 보내다 보니, 자연히 청년실업 문제를 체감하면서 자괴감이나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살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방송사 시험들을 보아 오면서 필기시험 전형과정을 통과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최종면접까지도 가는 경우가 몇 번 생기다 보니 쉽사리 방송기술인으로의 꿈을 포기하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필기전형 이후 여러 차례에 걸친 면접 과정 역시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한두 번씩 면접자리에 가보면서 느낀 것이라고는 저는 정말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는 점이었죠. 전공지식도 부족하여 필기전형을 턱걸이로 통과하고, 대학 성적도 평균 이하이며, 요즘엔 남들 모두 한다는 외국 연수과정도 안 다녀온 상태에서 방송 관련된 경력 하나 없이 책만 보고 준비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방송기술직을 준비하는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어느 방송사나 채용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특히나 제가 지금 일하고 있는 CBS 같은 방송사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일 년에 한 명을 채용할지도 불확실할 정도로 문이 좁은 방송사가 대부분입니다. 운이 좋아 최종 전형까지 올라간다 해도 자기보다 나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지원자들 가운데 있다면 자신은 떨어지는 구조가 되죠. 그러다 보니 관련 업계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분들에게 밀리는 경험을 여러 번 경험하였습니다. (그분들은 현재 다른 방송사에서 일하시는 업계 선배님들이 되어 있겠네요.)

이런 경우를 여러 번 경험하고 나니 책만으로는 엔지니어의 꿈을 이루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잠시 내려두고 여러 경력을 닥치는 대로 쌓기 시작했습니다. 통신분야에서의 공기업 인턴생활이나 음향장비 렌탈업체 아르바이트도 하고, 그때 모은 돈으로 해외 영어연수도 잠깐이나마 다녀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졸업한 지 5년 차 백수가 되어 있더군요. 하지만 이내 CBS 공채를 통해 어엿한 방송 기술인이 되었습니다.

저는 좁은 기술직 채용문 때문이라도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말하고 싶습니다. 필기시험에서 요구하는 전공지식이야 열심히 공부해서 1년 안에 합격하느냐 저처럼 아둔하게 공부해서 5년 만에 합격하느냐 차이일 뿐 모두에게 공평하게 열려있습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필기시험을 통과할 기회가 있지만 면접에 들어가면 지원자들을 어쩔 수 없이 일렬로 세우게 됩니다. 저 또한 수많은 면접을 경험하였습니다. 실무면접, 합숙면접, 등산면접, PT면접, 영어면접, 토론면접, 1:1 면접, 실무진면접, 임원면접. 제가 경험한 면접만 해도 다양합니다. 수많은 면접에서 떨어지면서 배운 것이란 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들보다 다른 무언가를 경험하고 면접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 붙을 수밖에 없지요. 방송사처럼 채용문이 좁은 곳에서는 전공지식만큼이나 사회적 경험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입니다.

 

   
 

저는 지식이 뛰어난 사람도 아니고, 특별한 재주가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저도 CBS에 입사하기까지 5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머리가 둔한 사람에 속합니다. 그렇기에 방송사 입사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특별한 노하우를 가르쳐 드릴 것도 마땅히 없습니다. 하지만, 계속된 입사 문턱에서의 미끄러짐으로 엔지니어에 대한 꿈에 망설임이 생기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절대 멈추지 말고 다음 해에 한 번 더 시험을 보도록 조언해 드리고 싶네요. 자랑은 아니지만 저는 이 회사에 3수 만에 합격하였습니다. 처음엔 필기시험에서 떨어지고, 두 번째엔 최종 임원면접에서 낙방. 그리고 세 번째, 햇수로는 5년 만에 제 꿈을 실현시켰습니다. 만약, 두 번의 실패가 없었다면 이 합격의 영광도 없었을 것입니다. 최소한 면접에 가서 자신을 어필할 한 가지는 가지고 들어가는 것이니까요. 자신의 경력과 스펙을 위해 이 회사에 지원한 것이 아닌 정말 이 회사에서 오랜 시간 함께할 의지가 있음을 강조할 수도 있습니다.

방송 엔지니어로서의 일. 아직은 1년 남짓 짧은 시간동안 겪어보았지만, 그렇게 긴 시간을 투자하여 얻을 값어치 있는 자리였습니다. 그러니 절대 포기하지 마시고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저처럼 누구에게나 기회는 찾아옵니다.

   
 

 

< VOL.197 방송과기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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