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정복기 – KBC 김소리

방송사 정복기 – KBC 김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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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C 광주방송의 막내 엔지니어 김소리입니다. 저는 지금도 엔지니어로서 가야 할 길은 멀지만, 방송 엔지니어를 오랫동안 꿈꿔왔던 경험에 비추어 입사 후기를 작성하였습니다. 방송 기술인이 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시는 예비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후기였으면 합니다.

 

   
 

방송 기술인이 되려고 마음먹다

2006년 8월. 저는 미국 퀄컴 본사에 방문할 기회가 닿았습니다. 당시 화두가 되고 있던 것은 휴대이동 방송기술. 한국에서는 DMB 전국 서비스를 시행하기 시작하던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DMB 성공 가능성에 대한 저의 회의적인 보고서가 퀄컴 IT tour에 뽑혀, 미국 본사를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 저는 DMB가 휴대기기의 적은 배터리용량, 전국에 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비용문제와 향후 광고만으로는 유지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미국 본사에서 MediaFlow와 brew 등에 관한 세미나를 듣고, 일주일간의 일정을 보낸 이 경험이 저의 진로를 방송기술로 정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방에서는 방송기술 관련 소식과 지식을 얻을 곳이 없었고, 방송 엔지니어가 되려고 혼자 공부하는 것에는 한계를 느꼈습니다.

 

필기 공부는 정보가 중요하다

결국 대학 졸업 후 저는 상경하게 되었습니다. 학원가 근처에 숙소를 잡고, 스터디 Group을 만들어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논술과 방송기술지식, 전공지식 등을 돌아가며 문제를 내고 풀며 첨삭하는 일을 반복. 스터디에서 ‘방송과기술’이란 잡지를 알게 되었고, 정기구독을 신청하여 최신 기술 발전 방향을 터득하려 노력하였습니다. KOBA Conference에 참여하여 모르는 부분들을 배웠고, 그때 정리한 것을 토대로 기술 흐름을 읽으려 하였습니다.

일단 방송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무선설비기사 자격증을 갖춰야 하고, 토익과 같은 영어성적 등의 자격조건은 기본적으로 마련해놓아야 합니다. 저는 매달 나오는 시사상식 잡지를 구독하고, 틈틈이 방송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논술 소재가 될 만한 글들을 읽어보곤 하였습니다. 여러분도 꾸준히 공부하시면 어느 순간 필기합격은 무난히 되는 경지에 오르실 것입니다. 하지만 본 게임은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면접 경험이 없다 보니 면접관 앞에서 경직되고, 실수하는 일이 잦아져 향후 소중한 기회를 놓치는 일이 빈번해질지도 모릅니다.

 

면접은 다른 사람 앞에서 연습하는 수밖에

면접에서 어느 정도 탈락 경험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소심해지고 비관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이때 더 분발하여야 합니다. 원래 정상 근처에서 가장 힘이 드는 법입니다. 이 고개만 넘으면 여러분께서 꿈꾸시는 합격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얻을 수 있으실 겁니다. 저는 시중에 판매되는 면접 책을 10권 이상 사서 읽었고, 그 책 안의 몇백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미리 만들어 연습하였습니다. 면접 스터디를 만들어 매일 발표연습과 예상 질문 연습을 하는 것 역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방송사마다 면접의 형태는 약간씩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영어면접, PT 면접, 합숙면접이 있는 곳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인성면접과 기술면접은 필수입니다. 특히 기술면접은 ‘dB가 무엇인지 설명해 보아라, SDI가 무엇이냐.’ 등의 전공 분야를 설명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지름길로 가지 못한다면, 돌아서라도 가라

방송사의 채용 규모는 매우 작기에, 경쟁률이 수백 대 일이 되기 다반사입니다. 운이 좋아 대학졸업 후 단번에 합격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장수생일 것입니다. 저는 최종면접 때마다 ‘여성 엔지니어’라고 못 미더워하시는 우려가 싫어, ‘경력을 쌓아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라디오 방송국에서 엔지니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생방송 및 녹음방송 엔지니어링을 하고, 중계 및 송출에 관련된 일을 하였습니다. 일 년간의 라디오 엔지니어 생활을 마친 뒤, 저는 케이블방송 송출업체로 직장을 옮겼습니다. 주조정실에서 삼교대 근무를 하며, 송출 엔지니어의 경험을 쌓아갔습니다. 야간 근무를 하던 중에 KBC의 공채 소식을 듣게 되었고, 과연 지역 민방에서 여자 엔지니어를 뽑아 줄까 의구심을 가지면서 서류 접수를 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시험일이 평일 오후였고, 야간 밤샘근무를 마치고 광주에 내려가 KBC 시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전 직장의 휴일과 시험일이 겹치는 행운으로 KBC 최종면접까지 무사히 볼 수 있었고, 저는 광주방송 최초 여성엔지니어가 되었습니다. KBC 첫 출근 당시 선배님께서 처음 해주신 말씀은 아마도 평생 가슴 속에 지고 일을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엔지니어 한 사람을 뽑은 것이지, 여자를 뽑은 것은 아니다.”

 

그동안 지역방송사 면접에서 여성 엔지니어는 뽑은 적이 없다는 말만 들어왔기에, 저를 한 사람의 엔지니어로 대우해주신 것이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현재 저는 뉴스에서 영상을 내보내고, 날씨 녹화와 매일 2시간씩 진행되는 ‘생방송 투데이’ 프로그램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막내 엔지니어라 아직도 읽어야 할 매뉴얼들이 쌓여있고, 네트워크 쪽 공부할 것들도 많습니다. 아침 6시 뉴스부터 저녁 8시 뉴스까지 일하는 날도 있지만, 몸은 피곤해도 기분은 날아갈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것에 매일 매일이 감사하기 때문입니다.

대학 시절 우연한 기회로 방송 신기술을 알게 되고, 방송 엔지니어라는 꿈을 꾸게 된 지 몇 년 만에 저는 지상파입성이라는 꿈을 이뤘습니다. 지금 방송기술인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예비 후배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어떤 책의 제목과도 같은 말입니다.

“그래도 계속 가라.”

생각해보면, 저는 오랫동안 원하는 꿈을 위해 노력하는 아픈 청춘이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된다 생각합니다.

이제 저에게는 새로운 목표가 몇 가지 생겼습니다. KBC의 숙련된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하나이고, 뉴미디어 기술을 익히는 것이 둘입니다. 그리고 몇 년 안에 전문적인 방송기술 지식을 ‘방송과기술’에 기고하는 것도 목표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엔지니어 ‘김소리’라는 이름을 당당히 올릴 수 있는 그날을 기약하겠습니다.

 

< VOL.199 방송과기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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