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정복기

방송사 정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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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9.6. EBS 방송기술 입사. EBS 방송기술직에 입사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선배들에게 많이 배우고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였지만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 1년, 2년 지나면 나태해질 것이라는 선배들의 말이 기억난다. 타성에 젖지 않으려 스스로 채찍질을 해보기도 한다. 그렇게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어느덧 2011년 신입사원을 보게 되었다. 감회가 새롭다. 방송국 입사라는 열정을 품고 준비하던 과정이 생각났다. 비록 1년이 훌쩍 지나버린 시간이지만 엄동설한에도 구슬땀을 흘려가며 방송국 입사를 준비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몇 글자 적어 보았다. 부디 하나의 조언이라도 도움이 되어 훌륭한 후배들의 얼굴을 빨리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기계공학을 전공하였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다른 준비생들에 비해서 공부할 것이 너무나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2010년 3월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전공 서적을 샀다. 인터넷 강의를 신청해서 무작정 공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저항을 읽을 줄도 몰랐다. 기초가 전혀 없었고 만만한 과목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게 어떻게 보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나는 기본 정의부터 하나하나 꼼꼼히 봤다. 전공자라면 다시 한 번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현재 나의 기초는 완벽한가. 기초가 없다면 탑을 쌓을 수가 없다. 쌓더라도 금세 무너진다. 비전공자인 내가 방송국에 입사할 수 있었던 가장 주요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전기전자 분야에 기초를 파악하는데 좋은 책 하나를 소개하겠다. 신윤기 교수의 전기전자공학의 길라잡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초보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서술식으로 풀어서 설명한다. 꼭 이 책이 아니어도 좋다. 기초를 이해할 수 있는 서적이나 전공 관련 블로그를 활용해서 꼭 기본을 잘 알았으면 한다. 그 기본이 입사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방송공학은 그 내용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관련 서적도 많지 않고 강의도 찾기 어렵다. 나는 방송국 선배들이 저술한 디지털방송기술총람이라는 책을 샀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인터넷에서 찾았다. 자세하게 잘 설명한 웹페이지를 발견하면 그 내용을 캡쳐하고 파일로 정리해서 따로 저장해 놓았다. 그리고 추후에 이해되지 않으면 다시 볼 요량으로 책에는 체크표시와 파일이름을 적어 놓았다. 그리고 다량의 책으로 공부하는 것보다는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기를 권장한다. 내용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억하는 데에도 훨씬 수월한 방법이다. 나도 다른 책을 사지 않았다.

   
 

논술준비 역시 막막할 것이다. 나도 타고난 공대생이라 글쓰기에 재주가 없다. 하지만 너무 겁먹지 말고 준비하길 바란다. ‘대부분의 방송기술 준비생들의 글쓰기 실력은 도토리 키 재기’라고 하는 논술채점 선배님의 말씀이 기억난다. 나는 논술의 기본적인 글쓰기 형식만 익혔다.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에 딱 한 번의 실전 글쓰기만을 했을 뿐이다. 그 대신 많은 생각과 그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였다. 실전 글쓰기를 많이 하면 좋겠지만 나의 경우는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논술대비를 할 때 특정주제에 대한 생각의 발산을 통해 다양한 의견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의견들에 뿌리를 내리는 생각들을 반복하는 식으로 논술을 준비했다. 즉, 쓸거리들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논술에 대비할 수 있는 나만의 비법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주제가 끝날 때마다 내가 생각한 쓸거리들을 키워드 형식으로 종이에 적어서 파일 처리하였다. 그렇게 한주에 1개 주제에 대하여 생각을 정리하였고 그렇게 약 20개의 주제를 정리하니 어지간한 논술주제는 쓸거리들이 그 안에서 해결이 될 정도가 되었다.

   
 

논술준비를 하면서 논술과 면접, 상식은 한 번에 준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논술주제가 곧 사회 이슈가 되고 그 내용이 상식문제로 나온다. 그리고 면접 때 묻는 사회 이슈 역시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개인마다 자기소개서에 작성한 내용은 따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본인 스스로도 논술공부로 한 그러한 노력이 여러 취업단계에 유용하게 활용되는 것을 보고 참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방송기술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최신 기술 동향에 민감해야 한다. 나도 방송통신 분야에서 이슈가 되는 기술을 자주 확인해서 뒤처지지 않고자 노력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깊이 파고들수록 어렵다. 그 분야만 몇 년을 걸쳐서 공부한 사람들이 어렵게 알아낸 사실을 몇 시간의 노력으로 전부 이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나는 애초에 그런 생각을 버리고 ‘얇더라도 두루 알고 있자!’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출제자도 신기술은 어렵게 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 가지 방법을 중점적으로 준비했다.

   
 

첫 번째는 KBS 기술연구소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자료를 접했다. KBS 기술연구소에서 나오는 내용은 방송국에서 현재 가장 이슈가 되는 사항들이다. 그것만큼 방송기술인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또 IT관련 전문 사이트에서 일일단위 또는 주간 단위로 올리는 IT기술 소개 글을 활용하였다. 내용이 어렵지 않고 신뢰할 만한 것이 많다. 나는 1년 정도를 소급정리해서 제본으로 만들어 공부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이 실리는 ‘방송과기술’을 활용했다. 현재 방송국의 모습, 기술동향을 살펴볼 수 있어서 아주 유익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부하느냐가 방송기술직 준비의 관건이라 생각한다. 본인이 준비한 방법이 정답은 아니지만 지금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지금 이 시간에도 방송기술직 입사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후배님들에게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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