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와 함께 숨쉬는 한강

겨레와 함께 숨쉬는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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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두물머리에서 만나 한강으로 유입되어 서해로 흐른다. 남한강 발원지인 태백산 검룡소와 북한강 발원지인 금강산 금강천이 한강의 발원지라 할 수 있다.
내용본류의 길이는 514㎞로 우리나라에서 압록강, 두만강, 낙동강 다음의 네 번째이고, 유역 면적은 2만 6219㎢로 압록강, 두만강 다음이다.
한강은 본래 우리말 ‘한가람’에서 비롯된 말로 ‘한’은 ‘크다, 넓다, 길다’는 의미이며, ‘가람’은 강의 옛말로 ‘크고 넓은 강’이란 뜻으로 사용되었다.

   
 

한강이라고 부른 시기는, 한(漢), 위(魏)=대수(帶水), 고구려=아리수, 백제=욱리하, 신라=니하-상류, 왕봉하-하류, 고려=열수, 삼국사기 지리지=한산하, 북독, 조선시대=경강, 한수, 한강수, 한강으로 불리었다. 시대에 따라 그 이름을 달리하였다. 물길이 살길이라고 여긴 선조들은 한강을 차지하기 위해 국력을 기울인 전쟁을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강은 구석기 시대부터 우리 조상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31개의 한강다리 중에서 서울에 속한 다리는, 강동대교(강동구와 구리시를 이음)를 시작으로 행주대교(고양시와 강서구 개화동을 이음)까지 28개다. (2012. 건설 중인 다리 제외)
일반적으로 한강에 첫 번째로 놓은 다리가 한강철교라는 것은 알지만, 인도교로는 한강대교 다음 두 번째로 놓은 다리가 광진교(1936)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원래의 광진교가 낡고, 교통량이 많아져서 1997년에 철거하고 현재의 광진교는 2003년에 새로 놓은 다리다. 제2한강교라고 불리는 양화대교는 1965년 1월에 건설한 것이다.

   
 
   
 

 
경강의 시작인 한강은 광나루부터다. 자전거 전용 도로나, 운동시설, 여가 시설 등 사람들에게 쉬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특히 아무런 도구 없이 맨몸으로 걸음질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한강은 트레킹 천국과 같다. 걷는 도중 갑자기 비나 눈이 내려도, 예상치 못한 볼일이 생겨도 한강을 걸을 때는 걱정이 안 된다. 군데군데 전철역이 있고, 버스나 택시를 타기에도 용이하다. 한 시간 정도의 직장은 걸어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에 좋고 만원대중교통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샘이다.

기세등등하던 불볕도 힘을 잃은 가을의 초입 9월이다. 곧 온갖 운동동호회에서 행사를 치르게 될 것이다. 걷기동호회에서는 한강에서 대회를 가져보기를 권한다. 한강 남단의 강동구 강일동에서 강서구 개화동까지 총 연장이 41.5km다. 이 길은 한강사업본부에서 작심하고 만든 ‘한강 따라 100리 길’이다. 자전거 길과 걷는 길이 따로 있어서 마라톤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보통은 한 시간에 3~4km를 걷지만 잘 걷는 사람들은 4km에 35~45분 걸린다. 이들은 거의 걷기 전문가 수준이다. 이들처럼 걸으려면 죽기 살기로 걸어야 된다. 소털같이 많은 날, 무에 그리할 것 없지 않은가! 자신의 걸음을 생각해 보면 대략적인 완주 시간이 나온다.

   
 

하루에 완주하기 힘들면 구간을 나누어서 걸으면 더 좋다. 가족이 함께 걷는다면 구간을 정해 놓고 한 구간에 도착할 때마다 팔에 도장을 찍어 준다든가, 평소에 갖고 싶어 하던 것을 상으로 줘도 좋겠고, 주변 경관도 살피고 곳곳에 있는 문화 유적지와 생태학습장도 둘러보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마침 고덕동 주변 한강 변에 고덕수변생태 복원지(강동대교 아래)가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각종 오염 물질로 인해 이곳이 생태공원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야생식물이 자라고 곤충이 깃들어 살며 새들이 날아드는 멋진 생태공원이 되었다. 장대비가 쏟아졌다 개기를 반복하는 날, 잠시 고개를 내민 태양 아래 지저귀는 새소리가 요란했다. 온갖 새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화음, 지구 상의 어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이보다 더 웅장하고 아름다울까? 

   
 
   
 
   
 

         
광나루의 광진교에는 8번째 교각을 광진교 8번가라고 부르는 곳이 있다. 이곳은 세계에 3개밖에 존재하지 않는 교각하부의 전망대로서, 상하이 국제 금융센터 100층 전망대와 괌의 수도 아바가에 있는 아프간 요새 전망대와 함께 세계 3대 전망대 중의 하나라고 한다. 처음에는 느린 걸음으로 몸의 긴장을 풀어줄 겸 8번가 전망대에서 잠시 한강을 감상하다가 운이 좋으면 흥겨운 째즈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고, 마술을 구경할 수도 있다. 한강 다리 위에 풋풋한 숲길이 있고 식수와 화장실이 있는 다리가 광진교다.

한강 야간 트레킹은 밤하늘의 별들을 볼 수 없는 대신 한계 없는 과학의 힘이 쏟아낸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저 현란한 불빛에 매료되어 젊은이들이 서울로, 서울로 몰리는 것은 아닐까? 낮에는 자연이 낳은 풍광을 감상하며 걷는 재미가 아주 좋다. 이젠 제법 시원한 바람에 잔물결 일렁이는 강물과 이야기를 하며 걷는다. 사람에게 말 못한 속내도 털어놓고, 흥얼흥얼 시도 한 수 읊조리며 걷노라면 서울에 살면서 한강의 풍광을 마음껏 누리는 것도 행복이란 생각이 든다.

   
 
   
 

잠실둔치 길은 꽃과 농작물들이 잘 가꾸어져 있다. 특히 잠실대교 아래는 어도가 있어서 아이들에게 생동감 넘치는 한강을 보여주며 함께 걸으면 참 좋은 길이다. 어도는 잠실 수중보가 너무 높아서 약한 물고기들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물고기길이다. 산란기에 물고기들이 떼 지어 올라가는 모습이 장관이란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어도가 너무 좁아 보였다. 잠실의 석촌호수는 송파대로가 개통되면서 동호와 서호로 나누어졌으며, 서호의 남쪽은 송파나루가 있었던 곳으로 원래 한강이 흐르던 곳이다.

뚝섬유원지라고 불리는 뚝섬나루는 옛날에는 목재의 집결지였다. 한양에 집을 짓기 위해서는 한양보다 지형적으로 위쪽에 있는 산간지방에서 벌목한 나무를 뗏목을 만들어 물에 띄우면 흘러흘러 뚝섬나루에 도착했다. 이것을 뚝섬에서 건져 말려서 집을 짓는 데 썼다고 한다.

   
 
   
 
   
 

6, 70년대만 해도 뚝섬에서 물놀이를 하며 여름 피서를 즐겼단다. 지금도 뚝섬둔치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물놀이 시설이 있다. 한여름 뙤약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린이들은 저희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건강한 웃음소리 쨍그랑 날리며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백 개는 훨씬 넘어 보이는 화려한 비치파라솔이 빈 곳이 없어서 텐트를 친 사람들도 있었다.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은 구태여 멀리 가지 않고도 한강 둔치 이곳저곳에 있는 어린이 수영장이나 다른 시설들을 이용한다면 손색없는 휴가를 즐길 수 있겠다.

문화란 옛것만 좋은 게 아니다. 현대문명의 위용은 뚝섬문화콤플렉스에도 있다. 일명 자벌레라고도 불리는 기이하면서도 아름다운 건축물! 이곳에는 전망대와 전시장, 카페가 있어서 예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거나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별을 관측하는 곳도 있다. 2층은 돈을 쓰지 않고도 즐기는 곳이 있어서 전천후 쉼터다.

   
 
   
 
   
 

한강을 걷다 보면 눈요기꺼리가 참 많다. 흐드러진 꽃이 있고, 첫사랑처럼 가슴 설레게 하는 갈대가 있고 철새들이 있다. 아름다운 건축물도 한 몫 단단히 한다. 세빛둥둥섬이 그렇고 반포대교가 그렇다. 그 중에도 약 1.2km의 반포대교에는 아름다운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다. 이 분수대는 2008년 12월 14일 세계 기네스 협회에서 세계에서 가장 긴 교량 분수로 공식 인증했다. 반포대교뿐만이 아니다. 동작대교에서 보는 저녁노을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노을을 보는 카페가 생겼겠는가! 한강의 다리들은 야간에 전등을 밝히면 정말 아름답다. 교각마다 특색이 있고, 다리 상부의 디자인도 각양각색이다. 이렇게 크고 물 맑고 자연과 과학이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한강을 보면 중국의 황포강이 생각난다.

   
 
   
 

1996년 여름에 중국여행을 하던 중 황포강에서 유람선을 탄 적이 있다. 바로 앞 사람 코도 안 보이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 승선은 했는데 배는 꼼짝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볼멘소리가 터지기 직전, 볼멘소리 대신 함성이 터졌다. 휘황찬란하지는 않지만 오색 전등이 비추이는 곳에는 세계 각국을 상징하는 건축물들이 나타났다. 어둠 속에 건축물의 특색을 살려서 불빛 쇼를 하고 있었다. 대단하고 경이로웠다. 이튿날 새벽, 혼자 몰래 호텔을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다시 그 자리에 가 보았다. 그곳에는 그저 그런 건축물과 누런 강물이 시치미를 뚝 떼고 있었다. 17년이 지난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한강, 우리나라의 수도의 상징인 한강은 갖출 것 다 갖추었는데 외화 벌이는 언제쯤 할런지! 참 아까운 관광자원이 버려지고 있다는 아쉬움이 크다.

수양버들이 울창하여 노들나루라고 했고, 백로가 노닐어 노량진이라고 부르는 노들나루 둔치를 지나면 선유도공원이 나온다. 양화대교 중간쯤에 자리한 선유도공원은 과거의 정수장 건축구조물을 재활용하여 국내 최초로 조성된 환경재생 생태공원이자 물의 공원이다. 이곳은 다양한 수생식물원과 녹색기둥의 정원, 시간의 정원 등 생태 숲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양화 한강공원과 연결된 선유교 안개분수, 월드컵분수를 구경할 수가 있어서 선유도공원과 일대를 둘러보는 데 한나절은 족히 잡아야 한다.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에 아주 좋은 산책코스이자 트레킹코스다.

   
 
   
 

서울에 속한 한강의 마지막 코스이자 한강 백리 길의 마지막인 강서지역에는 무려 2.5km나 되는 가양대교가 있다. 가양대교의 야간경관조명은 한강공원의 세계 최대 높이의 분수와 함께 2002년 월드컵 때  서울을 찾은 내외국인들에게 아름다운 한강을 추억하게 해준 파노라마식 전망을 제공하기도 했다.

한강 주변에 있는 가볼 만한 곳과 아름다운 곳을 지면이 부족하여 다 소개하지 못해 무척 아쉽다. 수박 겉핥기식이 되고 만 것 같아 찜찜하기도 하다.
얼마 전에는 웰빙이 유행이더니 요즘에는 힐링이 사람들 마음을 휘어잡았다. 둘 다 외국말이지만 그 내용은 건강하게 즐겁게 살자, 즉 잘 먹고 잘살자는 얘기다. 오늘 잠깐의 짬을 내어 한강을 걸어보자. 운동화 한 켤레면 족하다.

   
 
   
 
   
 
   
 

*한강역사해설가 김경내.
자료 참조 : 한강역사해설가 해설 매뉴얼.
사진제공 : 한강사업본부-사계절사진 각 1매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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