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남자 콤플렉스를 버려라
술 한통으로 패배한 카란세베스 전투
령소행이교기민 즉민복(令素行以敎其民 則民服)
『손자(孫子) 행군 제9편』
“나 같은 노인네를 왜 찍어. 내가 당신을 찍어야지.” “당신은 드레스가 맞지 않는다고 화를 내고 있지만, 내가 골치 아파하는 문제를 좀 생각해 봐요.” 이 대화의 주인공들은 누굴까? 놀라지 마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연인끼리의 대화로 들리지만 사실은 히틀러와 그의 여인이 주고받은 대화다. 그동안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무성비디오 속에 담긴 이 대화를 자동입술판독기술(ALR)로 분석한 것이다. 희대의 살인마 히틀러는 한쪽 고환만 있는 성적 콤플렉스가 있었다. 그의 광기는 이러한 콤플렉스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남자들에게는 대체로 ‘강한 남자 콤플렉스’가 있다. 의학적으로는 돈 잘 버는 부인을 둔 남편들의 스트레스와 같은 것을 ‘강한 남자 콤플렉스’라고 규정한다. 이는 가정에서건 직장에서건 남성이 우월하고 높은 경제력과 지위를 가져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강한 남자 콤플렉스가 한 개인의 영역에 국한될 때는 별문제가 없겠지만 개인을 떠나 보다 큰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에게 작용될 때, 작게는 그 조직에, 크게는 나라의 운명과 역사의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신성로마제국과 오스트리아를 25년간 통치한 요셉2세였다. 요셉2세는 계몽주의자 볼테르의 영향을 받은 계몽주의 옹호자였다. 제국 전역에 걸쳐 많은 업적을 남겼는데 교육제도의 정비, 농노제의 폐지, 법 앞에서의 종교적 평등, 언론의 자유, 유대인 해방 등을 시행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결정적인 콤플렉스가 있었다. 일종의 강한 남자 콤플렉스였는데 그것은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끈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처럼 전쟁에서의 천재라고 하는 이름을 날리고 싶은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 욕망을 채우고자 당시 평화로웠던 유럽에 전쟁의 불을 붙였다.
카란세베스 전투는 1788년 9월 19일에 벌어졌다. 이 전투는 술 한 통 때문에 어이없이 패배한 전투로 역사에 남아있다. 이 전투가 있기 전의 상황을 살펴보자. 어느 날 갑자기 요셉2세는 비잔틴 제국의 멸망 이후 투르크 왕조의 지배를 받고 있던 발칸 제국을 구원하겠노라고 선포했다. 이 소식을 들은 주변국들은 황당했다. 이미 오래전에 멸망한 고대의 나라를 구원하겠다니! 그동안 겨우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유럽에 풍파를 던지는 것이었다. 프로이센의 빌헬름 프리드리히가 극구 만류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그는 곧 스웨덴과 군사조약을 맺은 다음 발칸제국으로 군대를 이동시켰다. 6개 군단 24만여 명의 보병대와 3만 7천여 명의 기병의 막강한 군세였다. 이때 오스트리아 군대 역사상 가장 무능한 지휘관들이 각 부대의 지휘관으로 임명되었다. 그중에 쓸 만한 지휘관으로 라우돈 원수가 있었지만 너무 늙었기에 후방으로 빼버렸다. 그리고 최고사령관으로 예스맨인 리치를 선택했다.
먼저 1788년 5월 16일에 베오그라드를 공격하려고 했다. 그런데 기다렸던 러시아의 지원은 끝내 오지 않았다. 결국 공격 하루 전에 공격계획을 취소하고 말았다. 홀로 싸울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철수명령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이때 진영에는 전염병이 발생했다. 말라리아와 이질 등으로 병사의 태반이 고통받고 있었고 무려 3만 3천의 정예 병사들이 죽어 나갔다. 설상가상으로 군수물자까지 떨어져 갔다. 기회를 만난 투르크군은 베오그라드에 증원군 9천 명을 파병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군의 머리 하나당 금화 10냥을 준다는 공약을 걸었다. 위기를 만난 요셉2세는 급히 후방에 있던 라우돈 장군을 불러들여 지휘권을 맡겼다. 라우돈은 프리드리히마저 쩔쩔 매게 만든 명장이었다. 그가 부대를 지휘하고 7월 18일 단 하루 만에 두비차 요새를 점령했지만 나머지 지휘관들의 무능으로 인해 전쟁의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결국 오스트리아군은 베오그라드를 포기해야 했다. 그때 10만의 투르크군이 이동하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이는 오스트리아군에게는 전쟁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투르크군을 치기 위해 오스트리아군은 카란세베스 부근에 진을 쳤다.
1788년 9월 19일 달빛이 없는 밤이었다. 오스트리아 경기병의 후사르 분견대가 전위대로 카란세베스에 있던 티미스 다리를 건넜다. 강 맞은편에 도착한 그들은 수색을 했지만 투르크군은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왈라키안 유랑족이 쉬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들은 기병대에게 시냅스 주(酒)와 여자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기병들은 신이 나서 말에서 내렸고 어울려 술을 퍼마셨다. 몇 시간이 지나자 첫 번째 보병 부대가 다리를 건너왔다. 그들 역시 눈이 휘둥그렇게 되어 그 자리에 끼려고 했다. 기병들은 술통 주위를 아예 요새처럼 둘러막고 보병들을 쫓으려고 했다. 욕설이 오가고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누군가 발사한 총에 한 사람이 쓰러졌다. 잠시 당황하던 그들은 이내 서로 총을 잡고 마구 쏘기 시작했다. 자중지란(自中之亂), 같은 편끼리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그때 어떤 보병이 “투르크! 투르크!”라고 소리쳤다. 원래 의도는 투르크군이 몰려온다고 하면 술 취한 기병들이 놀라 도망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엉뚱하게도 보병들까지 그 소리에 놀라 혼비백산했다. 장교들은 이 사태를 수습해보려고 뛰어다녔다. “멈춰, 이 자식들아, 멈추란 말이야!”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이 말 때문에 혼란은 더욱 증폭되었다. 왜냐하면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은 헝가리인, 롬바르디아인, 슬로바키아인 등으로 구성된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군대였는데, 독일어를 쓰는 장교들은 “멈춰!”라는 뜻으로 “Halt!”를 외쳤으나, 독일어를 모르는 다른 민족의 군인들에게는 그 발음이 투르크군이 신봉하는 “알라!”로 들렸던 것이다. 그래서 정말로 투르크군이 온 것으로 착각하고 소리 나는 방향으로 마구 총을 쏴댔던 것이다. 이때 진영 가운데 있던 군마들이 놀라서 울타리를 넘어 오스트리아군의 진영을 짓밟고 다녔는데 이것을 투르크 기병대의 야습으로 착각한 포병 지휘관은 그곳을 향해 마구 발포를 했다. 당시에 대포는 890여 문이 있었고 포탄은 17만 6천 발이 있었다. 얼마나 쏴댔는지는 모르나 엄청난 포탄이 작열했을 것이다. 이런 난장판 속에서도 쿨쿨 잠을 자고 있던 요셉2세는 급히 외딴 마을로 피신했다. 이런 일이 있은 지 이틀 뒤에 투르크의 대공이 이끄는 군대가 카란세베스 마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오스트리아 군대 1만 명의 사망자들과 부상자들이 누워있었다. 술 한 통 때문에 하룻밤 사이에 서로 때리고 죽였던 사람들이다. 대공은 그들을 보면서 한마디 던졌다. “정말 무언가 끔찍한 기습이 있었는가 보군.”
손자병법 행군(行軍) 제9편에 보면 평소 조직의 규율에 대한 의미 있는 말이 나온다. 장수가 평소에 행하던 대로 명령하여 부하들을 가르치면 부하들이 복종할 것이다(令素行以敎其民 則民服). 그러나 평소에 행하지 않던 것을 명령하여 부하들을 억지로 가르치려 한다면 부하들이 복종하지 않을 것이다(令素不行以敎其民 則民不服). 이 말은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하다. 군대나 회사와 같은 조직사회에는 나름대로 법과 질서를 유지하는 규율이 있다. 그런데 그 규율이 평소에 잘 지켜지도록 습성화가 되었다면 어떤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구성원들은 무엇을 해야 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될 것인가를 명확히 구분하여 행동하게 된다. 그래서 돌발 상황을 만나도 평소에 그러했던 것처럼 리더의 명령에 기꺼이 복종하게 된다. 그런데 평소에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던 어떤 행동을 갑자기 어떤 상황에서 강요하게 되면 구성원들이 그 말을 들을 리 없다. 그래서 평소에 규율을 지키는 것을 습성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불편하고 고통스럽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은 전쟁 때는 작은 유혹에도 쉽게 넘어갈 수 있다. 리더가 이를 잘 알아서 평소부터 엄격하게 군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금기사항을 교육시키고 습성화시켰다면 그 날 밤의 추태는 없었을 것이다. 큰일은 항상 작은 일에서 비롯된다.
令素行以敎其民 則民服
령소행이교기민 즉민복
평소에 행하던 대로 명령하여 부하들을 가르치면 부하들이 복종한다
“한순간에 남자를 무너뜨리는 것이 무엇일까요?” “정답! 돈과 여자” 뉴스를 대문짝만하게 장식하며 사회저명인사들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이유는 대체로 돈과 여자와 관련된 사건이다. 흔히 쓰는 패가망신(敗家亡身)이란 말이 있다. 집안의 재산을 다 써 없애고 신세를 망친다는 뜻이다. 돈에 관련된 문제보다도 여자에 관련된 문제로 이슈화되면 그야말로 패가망신이다. 불륜에 관한 이야기는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삽시간에 퍼진다. 자식들 보기에 얼마나 민망하고 그 부끄러움이 얼마나 오래가겠는가. 지난 2012년 3월에 특전사령관 최중장과 여군 부사관 간의 부적절한 관계가 뉴스에 터졌다. 세상이 발칵 뒤집어질 정도의 충격으로 인터넷 검색 1위로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한순간의 욕망을 이기지 못해 평생의 수고와 노력이 한 줌의 재로 사라지는 것이다. 돈과 여자는 ‘강한 남자 콤플렉스’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타고르는 이런 말을 했다. “쾌락은 이슬처럼 연약해서 한 번 크게 웃고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그러나 슬픔은 강해서 질기게 오래간다.” 아예 지적 수준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강한 남자 콤플렉스’는 별 의미가 없다. 생각조차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쓸데없는 짓은 안 한다. 대체로 이러한 콤플렉스에 빠져들기 쉬운 사람은 스스로 어느 정도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우리말에 ‘얼치기’가 있다. 똑똑하지 못하여 탐탁하지 않은 사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치를 말한다. 언제나 얼치기가 일을 낸다. 얼치기가 되지 말자.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아주 똑똑하든지 아니면 차라리 바보가 되라. 그렇다면 진짜로 강한 남자는 어떤 남자일까? 강한 자에게는 더 강하고, 약한 자에게는 한없이 약해질 수 있는 남자가 아닐까?
아주 똑똑하든지 아니면 바보가 좋을 때가 있다
令 素 行 以 敎 其 民 則 民 服
령 령 흴 소 다닐 행 써 이 가르칠 교 그 기 백성 민 곧 즉 백성 민 옷 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