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인생 」
옥도일 서울예술대학 방송영상과 전임대우초빙 교수
경력 : 서울예술대학 방송영상과 전임대우초빙 교수
SBS 아트텍 테크 1팀장, 테크 2팀장, 전략사업팀장, 부국장
KBS TV기술국 기술담당
활동 : 분당 할렐루야 교회 HD 방송 시스템 설계
상암동 CJ M & E 센터 인프라 사전 설계
서울예대 아텍 센터 HD 복합 스튜디오 시스템 설계
현) 한국 소프트웨어 진흥원 컨텐츠 심사위원
현) 광주 정보 문화 산업 진흥원 CGI 프로젝트 평가위원
■ 교수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SBS를 거쳐 현재 서울예술대학 방송영상과에서 방송시스템 운영, 독립연구과정, TV Workshop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옥도일이라고 합니다. 제 인터뷰가 퇴직을 앞둔 많은 방송기술인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교수님 현역시절을 좀 들려주세요.
예전 동아방송에서 KBS를 거쳐 91년 개국요원으로 SBS에 오게 되었습니다. SBS에 가게 되면서 ‘내가 하고 싶은 분야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있었죠. 처음 왔을 때 종합편집 분야의 전체시설 구축 및 운영을 하고 싶어 왔습니다. 회사에서는 기술감독을 맡아달라고 했었지만 전 종합편집 분야를 하고 싶었습니다.
엔지니어가 살 길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종합편집 분야만 보더라도 SBS의 경우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TV는 이미 올드미디어이기 때문에 방송사도 바뀌어야 하고, 제가 현재 가르치는 과목도 앞으로 바꿔야 합니다. 한 조직에서 몇 %만이라도 인식이 깨어있다면 변화에 뒤처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종합편집 분야를 고집하신 이유가 있나요?
방송기술에서도 분야가 많이 있지만 종합편집 분야는 항상 창의적인 면을 중요시하는 업무입니다. 새롭게 변화를 추구하고 모든 분야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업무가 전체 프로그램의 질을 결정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제가 종합편집 분야에 매력을 많이 느꼈습니다. 제 표현을 말씀드리면 똑같은 물건이라 하더라도 백화점에 진열되는 상품이 있고, 남대문 좌판에 진열되는 상품이 있는데 그 차이는 단지 2%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마무리가 누구 손을 거치느냐가 품질을 결정하는 것이지요. 그 차이를 실감했기에 매력을 많이 느꼈습니다.
서울예술대학 방송영상과 건물 모습 |
■ SBS 시절을 업무 내용에 대해 조금만 더 들려주신다면?
어려웠던 부분이 CJ M&E 센터의 기본 설계를 제가 했는데, 참 힘들었습니다. 운영은 잘 알고 있지만 시설설치나 기본인프라 부분은 잘 몰랐기 때문이지요. 그때 고생하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수월해지더군요. 설계 맡은 부분이 사업팀장으로서 힘들기도 했지만, 가장 보람이 있었다고 할까요? 하하.
한편으로는 NTV, 후지TV, 아사히TV 등 일본에도 가서 많이 배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사업팀장을 하다가 다시 현업으로 돌아갈 때, 제가 원래 있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에서 종합편집으로 다시 갔습니다.
지금 제가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지 않습니까? 인생이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쉽지만은 않죠. 이런 표현을 자주 씁니다. ‘나는 어제 한 일을 오늘도 하고 내일도 한다’ , 오늘까지 하는 일에서 후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이지요. 옳다고 믿기 때문에 실천했습니다.
■ 엔지니어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대단하시군요?
그렇기도 하지만, 제가 안타까웠던 부분을 잠깐 말씀드릴게요. 엔지니어는 자신의 지식을 데이터로 가지고 있어, 후배들에게 전수가 되어야 합니다. 지식이 엔지니어의 머릿속에만 있다면 전수가 안 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회사의 손해가 되는 것이죠. 엔지니어의 자연스러운 지식 전달과 함께 후배가 하고 싶은 분야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선배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네, 맞는 말씀입니다. SBS의 변화를 느끼셨다는 말씀은 어떤 의미이신지요?
후배들이 힘든 일을 하는데 최근 들어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물론 긍정이지요,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가지고, 항상 새롭고 도전적으로 하는 모습이 보여 선배로서 뿌듯합니다. 예를 들면 종합편집 분야에서 보면 특수영상이나 색보정, 음향 등이 보강되어 프로그램의 질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조명이나 세트, CG 등 전체적으로 변화가 있는 것이 외부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진취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후배들을 많이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2001년경, 서울예대 학과장님이 TV 편집에 대한 강사 추천을 통해 강단에 서게 되었습니다. 제가 실력이 뛰어나서 가르치기보다는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학생들에게 돌려준다는 의미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학교나와서 가르치다 보니 체계적인 것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합니다. 공부하다 보니 실무와 체계적인 이론의 결합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죠.
후배들에게도 실무와 함께 체계적인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한 일을 하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엔지니어가 진정한 프로가 아닐까요?
전 지금도 플로어에 가서 마이크맨나 조명 플로어도 다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일 자체가 좋은 일이고, 거기서 행복감을 느끼면 그 사람이 가장 인생을 잘 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얘기가 다른 곳으로 좀 샌 것 같네요. 하하.
■ 아닙니다. 좋은 말씀이신데요. 그러면 서울예대에서 느끼신 점들과 수업 얘기를 잠깐 듣고 싶습니다.
서울예대는 일반적인 학교가 아니라, 실무 위주의 학교이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학생들로 모인 학교입니다. 학습열이 강하고, 나이가 상관이 없습니다. 예전 83학번이었던 학생도 있고, 부모에 이끌려 다른 학교에 다니다가 자퇴를 하고 온 학생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론보다는 실무에 계셨던 분들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죠.
강의는 이론과 실습 위주로 이루어져 있고 제가 가르치는 3학년 전공심화수업(개인면담심화수업)으로 독립연구과정이 있는데 ‘연출, 카메라, 영상제작, 편집, 음향, 조명 등 전체를 아울러서 전반적으로 교수가 생각했을 때 교수입장에서 이 정도는 하고 나가야 한다’는 부분을 잡아주는 것이지요.
다른 수업으로는 TV Workshop이란 과목은 1학년 과정으로, 제작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으로 두 명의 교수가 연출수업과 방송시스템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고 있죠.
■ 교수님의 하루 일과와 생활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요?
네, 학교에는 주에 4일 정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과는 아침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20년째 다니고 있는 여의도의 수영장에서 수영을 늘 하고 있습니다. 수업이 늦은 오후일 경우에는 연구실에서 수업 준비를 하기도 하고, 양천 도서관에서 자료 조사나 공부를 하곤 합니다. 이런 생활을 예전 SBS 시절부터 하고 있는데 인체 리듬을 잃지 않기 위함이 있죠. 건강 관리는 기본이고, 마음도 즐겁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과의 수업에서는 25명 모집에 27명 한 반, 28명 한 반, 총 두 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년 경우에는 9명 정도 되어서 폐강이 되었던 수업인데, 학생들의 피드백도 듣고, 커리큘럼도 실무 위주로 바꿔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학생들에게 어떤 것이 필요할까?’를 생각한 결과, 강의 시스템을 고치게 된 것이죠. 그 결과 수업에 빠지는 학생도 없더군요. 정말 보람을 느끼고, 학생들에게 고맙네요.
사람은 하던 수업만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저 같은 경우는 좀 적극적이라 TV편집 분야로 학교에 강의를 시작했지만, 방송의 다른 분야도 가능하면 맡고 있습니다. 예전에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제1팀장 시절, 방송위원회에서 SBS HD 시스템 운영사례에 대해 발표할 일이 있었습니다. 그 수업이 일반인 대상이 아니라 엔지니어를 상대로 했기 때문에 다들 어려워하더군요. 그러다 제가 맡게 되었죠. 준비하다 보니 못 할 일도 아니더군요. 이런 일이 학교에서도 많이 발생되더군요. 학교에서 할 수 없다고 말 한 적은 없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방송분야에서는요.
한편으로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도움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인턴쉽 과정을 진행하며 SBS나 외주제작사에 학생들을 많이 보내는데 인간관계를 통해 제 영역이 넓어지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여담이지만 앞의 얘기의 반복인데 방송관계자들도 생각이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남들이 140Km로 달리는데 제 자신이 100Km로 나간다면 이건 뒤처지는 것이잖아요. 많은 뉴미디어와 Tapeless 제작시스템만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
■ 교수님 은퇴 때 이야기와 자신만의 은퇴 노하우가 있다면?
정년퇴직하기 전에 퇴직자연수를 받았습니다. 거기서 나이를 먹을수록 혼자 노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조직에 있다가 혼자가 되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 말이 많이 와닿더라구요. 그런데 전 알게 모르게 혼자 노는 걸 준비하고 있더군요. 혼자서 운동을 하거나 퇴직하기 한 달 전부터는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했거든요.
주말에는 운동이나 워킹, 수영을 늘 하고 있습니다. 남는 시간에는 책이나 잡지도 보고 하고 있으니 생각보다 시간도 잘 가고 큰 외로움은 많이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퇴직기술인 모임 같은 동기 모임도 자주 나가고 있고요. 학생들과 어울리니 젊어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요. 하하. 대학원을 나가면 저랑 30년 차이 나는 학생도 있으니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당부하고 싶은 말은 비자금을 만들어 놓으라는 것입니다. 하하. 지금 대학원도 비자금으로 다니고 있고, 제가 하고 싶은 것들도 비자금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86 아시안게임 시절 옥도일 교수 |
■ 마지막으로 퇴직을 앞둔 방송기술인에게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하프 타임’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막연하게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신을 되돌아본다면 마냥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의미 있는 미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개인별로 다르겠지만 자기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본인이라는 생각을 하고 본인의 10년, 15년 후를 그려보고 준비한다면 좋을 듯합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는 말이 있듯이 평상시에 준비하여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오늘 이렇게 방송과기술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교수님의 생각과 엔지니어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네, 인터뷰는 참 어렵네요. 하하. 좀 어눌하고 두서없이 얘기가 오고 가지는 않았나 모르겠네요. 아무쪼록 모든 방송기술인에게 일에 대한 자부심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 VOL.196 방송과기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