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 김필원 CBS 아나운서

만나고 싶었습니다 – 김필원 C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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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6월 CBS 아나운서 입사

경력사항 : 산뜻한 오후 ‘마이크 출동 떳다 김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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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가 되고나서 더욱 아나운서가 되기위해 노력했다는….그녀

김필원 아나운서를 만나보았다. 처음 본 기자를 앞에 두고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그녀를 만나보자.

 

󰀅 방송과기술입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방송과기술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CBS 음악 FM에서 12시부터 2시간 동안 여러분과 함께하는 ‘12시에 만납시다 김필원입니다’의 DJ김필원 아나운서입니다. 방송과기술이라는 전문잡지에서 방송기술인과 대화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앞으로 저와 점심 함께 해주세요!

 

   
 

󰀅 네, 평범한 질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아나운서가 되기까지 과정에 대해 짧게 말씀해 주시겠어요?

고등학교, 중학교 때 모두 방송 관련 동아리를 했어요. 방송반 생활을 하다 보니 내 목소리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왠지 모를 자부심과 즐거움 등이 가득했죠. 당시 제 생각에 성우나 아나운서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때 제 머릿속에는 ‘나 정도의 수다 능력이면 아나운서를 하고도 남을 거야‘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아나운서의 세계(?)에 뛰어들게 되었어요.

 

󰀅 이제 방송하고 계신 음악 FM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FM에 많은 라디오 방송이 있죠. 93.9MHz CBS 음악 FM의 특징을 무엇이라고 평소에 생각하고 계신지요?

다른 어떤 채널보다 음악 FM이라는 장점을 살려서 좋은 노래가 최대한 많이 나오는 채널입니다. less talk, more music 정신을 바탕으로 얘기는 줄이고 노래는 많이. 청취자분들께서 듣고 싶어 하는 좋은 노래를 일단 많이 방송하려고 해요. 3곡 연속해서 나가는 경우도 많은데, 그때 저는 다음 멘트를 생각하거나 사연들을 보곤 하죠. 예전엔 방송시간 내내 아나운서의 멘트 없이 노래만 나가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는 않고, 기본적으로 라디오 DJ가 방송하고 있어요. 게스트가 따로 없기 때문에 다른 곳처럼 ‘보이는 라디오’는 진행을 하지 않고 있고요.

 

   
 

󰀅 그러면 지금 방송하시는 ‘12시에 만납시다’(짧게) 소개를 직접 들어보고 싶은데 부탁해도 될까요?

물론이죠(웃음), 제가 12시부터 진행하는 ‘12시에 만납시다 김필원입니다’는 점심의 식욕, 소화촉진제 같은 방송이에요. 나른한 오후, 축 처지는 점심시간에 여러분께 다시 생기와 힘을 넣어 드린다고 할까요? 30~50대 성인을 주요 청취 연령대로 잡고 있고 주요 가요를 방송해요. 라디오라는 매체의 특성상 즐겨 들으시는 분이 택배나 트럭, 택시 운전기사 분들이 많고, 그밖에 청취할 수 있는 많은 중소 사업장, 영업사원, 주부들이세요. 점심도 김밥이나 빵으로 길 위에서 때우다시피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그런 청취자들과 ‘점심을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 방송을 진행하시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나 경험담이 많을 것 같은데 일부분만 얘기해 주세요.

제가 먹는 걸 좋아해선지 음식을 많이 보내주시는데요, 어느 토요일, 청취자 한분이 ‘CBS옆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휴일에 함께 일하는 이웃이니까 같이 먹어요.’ 하시는 사연을 주셨어요. 그 사연을 소개하는 순간 스튜디오 밖에 도넛 배달원이 들어오시는게 보이는데 정말 깜짝 놀랐죠. 방금 배달된 따끈한 도넛을 먹으면서 같은 순간을 호흡하고 있다는 즐거움이 이런거구나 싶었어요. 어느 애청자는 ‘필원씨, 언제 저희 공장에 놀러오시면 굴짬뽕 사드릴께요.’ 하시길래 크리스마스에 찾아갔어요. 그 가족과 함께 굴짬뽕을 먹었죠. 간암말기 판정을 받은 장미라는 유치원교사의 사연이 마음에 남아서 직접 의정부의 집을 방문하기도 했구요. 꿈을 잃은 것 같다는 아주머니를 응원했는데 힘이 나셔서 인형 만들기 자격증을 준비하시면서 손수 꼼꼼히 만드신 인형들을 보내주시기도 하고, 불황에 옷가게 하시는 분은 또 원피스를 보내오시기도 하구요. 그 안에 담긴 진한 마음이 느껴져서 저희 제작진도 진하게 기쁘고 진하게 힘이 나요.

 

󰀅 그렇게 해주시는 청취자 분들도 계시군요. 정말 힘이 되겠는데요?

네, 저를, 방송을 생각하시고 선물을 준비하시고 택배를 보내는 모든 과정이 바쁜 일상에서는 쉽지 않은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방송이 때로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이런 분들 생각하면 저절로 힘이 납니다. 저는 정말 덤벙거려서 지금도 실수를 많이 해요.

실수담 하나 말씀드리면, 지금 제가 생각해봐도 ‘그때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되는 경험인데 그냥 그 당시 장염에 걸려서 탈진상태라 그랬나보다 그래요. 방송을 잘 진행하고 말미에 광고가 나가고 있을 때였어요. 난데없이 제가 광고 관련 페이더(Fader)를 내려버린 거에요. 잘 나오던 광고가 끊겨버리고, 이게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하다가 블랭크 생기고 다시 못나갔던 광고 찾아서 내보내고 사과멘트 하고 끝 곡이 나갔는데…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아찔해요. 이런 사고는 정말 심각한 사고인 거고… 평소에 방송에서 수다 떨다가 하는 실수들은 오히려 청취자들과 저 사이를 가깝게 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혹시라도 자잘한 실수를 하게 되면 솔직히 말하고 함께 웃는 편이죠.

 

   
 

󰀅 정말 듣는 순간 저도 아찔해지네요. 방송을 위해 스튜디오에 들어가면 무엇보다 적막감을 이겨내야 할 것 같은데 관련해서 평소 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건강관리, 컨디션관리가 최우선이죠. 장염 걸려 탈진하면 바로 광고사고 잖아요. (웃음)

간혹 이럴 때가 있어요. 방송 외의 시간에 말을 하다가도 제 말이 좀 많아지면 스스로 ‘아, 내일 방송해야 하는데, 이러면 안 돼!’하고 경계를 해요. 목을 아끼는 거죠. 겨울에도 감기 한번 없이 보내기위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두껍게 옷을 입고 목도리는 의무적으로 하고 집안의 온도, 습도도 예민하게 신경써요. 가족들이 피곤하죠.(웃음) 아프면 바로 티가 나는 일이고 청취자들이 저 때문에 불편해질 수 있으니 건강관리 자체가 제 직업의 일부분이에요. 방송을 위해서 방송 이외의 모든 것을 신경 써야 하니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죠. 예전에는 아침 6시부터 3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프로 진행을 한 적도 있는데 새벽 3시간 방송을 통해 ‘체력이 곧 실력이다’를 절감했거든요. 아나운서들은 제 말에 적극 동의할 거예요. 워낙 건강체질이지만 늘 운동하고 음식조심 해요.

제 스스로 다행인 것은, ‘12시에 만납시다’를 진행할 때는 그전에 어떤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더라도 방송이 저에게 치유의 역할을 해줘요. 방송이 저에게는 스트레스 해소의 시간이에요. 청취자들에게도 그런 점이 전달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와는 정반대로 얼마 전부터 ‘5분뉴스’를 할 때는 뉴스 울렁증 때문에 콘솔 앞에 계신 엔지니어들을 긴장시키곤 한답니다. 다른 아나운서들에게도 조금씩 있는 증상이라는데 저도 그런 과정을 지나고 있는 것 같아요.

 

   
 

󰀅 저희가 쉽게 듣는 방송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군요. 안 그래도 매 방송진행 전과 후에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질문드릴려고 했는데 짐작이 되는군요.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이라 화려하게만 생각하는 일면이 있는데 참 솔직한 답변이신 것 같습니다. 이런 질문 드려볼게요. 앞으로 라디오의 디지털 전환이 몇 년 후에 이루어지게 될 텐데 디지털 라디오에 대해 알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이거 어려운데요(웃음). 솔직히 기술에 대해선 잘 몰라요. 장비에 대해서도 잘 모르구요. 기계치랄까. 그냥 방송할 때 가까스로 콘솔 앞에 앉을 수 있는 정도니까요. 그런데 이런 생각은 있어요. 현재 CBS 음악 FM이 인터넷 라디오 레인보우를 통해선 온라인으로 방송이 되지만 안테나를 통해서 서울, 부산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듣기 힘든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점이 많이 아쉬웠는데 디지털 라디오로 바뀐다면 음악 FM이 전국에서 손쉽게 방송되어 더 많은 청취자분들과 만나보고 싶어요. 저도 많이 기대한답니다.

 

   
 

󰀅 네, 그러면 PD, 기자, 작가 등 많은 분과 같이 방송을 하실 텐데 아나운서가 보는 방송기술인에 대해서 들어 보고 싶습니다.

전 저희 회사 기술인과 대부분 친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웃음). 농담이고요, 현재 CBS 기술인협회장이신 정해권 선배님과는 특이한 인연으로 마케팅 본부에서 만나 함께 광고영업을 같이 했었어요. 그래서 동지애수준의 친근감이 있구요.

입사초기에 리포터로 전국 방방곡곡을 다녀서 당시 중계팀을 거쳐가셨던 여러 기술인들과 타지에서 동고동락하는 경우가 많아 친근한 선, 후배님들이 많아요. 다른 회사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특히 CBS 기술인들은 푸근하고 정이 많으세요. 현장에 나가서도 기술적인 부분 이외에도 많은 도움을 주시곤 하죠.

최근에 겪고 있는 뉴스울렁증 때문에 혼자 고민하다가 방송 10초쯤 남겨놓고 토크백으로 기술인 선배께 ‘선배 저 뉴스 못할 것 같아요’ 라고 다급하게 말씀 드린 적이 있거든요. 정말 황당한 상황이었을 텐데도 그 선배는 그냥 너무나 인지한 미소를 저에게 보여주셨어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 선배님의 얼굴을 보고나니 이상하게 마음이 안정되며 편안해졌고, 방송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되었어요. 방송을 할 때 유일한 동지가 앞에 계신 기술직 동료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나운서에게, 그리고 특히 저에겐 기술직 선배님들은 항상 친근하다고 할까요?

 

   
 

󰀅 그런 일도 있으셨군요. 참 당황하셨겠어요. 그래도 큰 사고 없이 지나가서 다행이네요.

네, 그때 저를 살려주신거죠. 기술직 분들께는 이런 표현을 한번 드리고 싶어요. 라디오 방송은 PD가 기획하고 아나운서가 진행하잖아요. 그 방송이 송출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기술인에게 달린 일이기에 사실상 방송의 생명줄은 기술인이 잡고 있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당장 진행자에겐 ‘유일한 방청객, 가장 가까이 있는 청취자’예요. 지금 방송이 잘되고 있는가 아닌가를 가늠할 수 있는 최초의 존재며 그날 방송이 재미있는지, 지루한지 단번에 알 수 있거든요. 그래서 방송기술직 분들은 방송의 질과 직결되는 존재시죠.

 

󰀅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네요. 전국에 계신 방송기술인의 보이지 않는 업무가 있었군요. 좀 분위기를 전환해서 좋아하시는 활동이나 여유 시간에 대해 질문 드려볼께요.

음, 저 여행 많이 좋아해요. 봄에 여름휴가를 당겨서 스페인, 포르투갈에 다녀왔고 어떻게든 짬을 내서 국내여행도 많이 하려고 노력하죠. ‘주말을 즐기세요!’ 라고 말하면서 저는 퀭한 얼굴로 일만하면 안 되잖아요. 낯선 환경, 그곳의 사람들, 새로운 경험들로 저를 채워야 방송도 즐길 수 있으니까요.

바다낚시도 가끔 나가요. 성격상 가만히 못 있는 편이라 이것저것 몸으로 하는 일들을 좋아하는데, 한식, 양식 요리자격증도 따서 음식도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각종 장아찌나 술을 담그기도 해요.

그밖에 몇 년 전에 춘천마라톤에도 참가했던 적이 있는데 지금은 예전만 못해요. 그냥 일주일에 세 번 정도 헬스장에서 열심히 운동하는 정도?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해서 얼마 전에는 미러리스 카메라도 하나 구입해서 여행사진 찍고 정리하고 혼자 셀카 찍는 재미에도 빠져있어요.

 

   
 

󰀅 아주 활동적이시군요.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 짧게 여쭤보겠습니다.

예전엔 노련한 아나운서나 방송인을 롤모델로 삼아보기도 했는데 이젠 그런 생각조차 안하게 돼요. 배철수씨가 그러셨더라구요. ‘방송은 밥먹는 일처럼 해야지 안 그러면 지친다고…’지금은 그 말을 간혹 생각해요. 일상과 방송을 밀착시키고 싶어요. 거창한 것도 아니고 그냥 우리네 인생들이 밥 한 끼 먹으며 수다 떨고, 안부 묻고 하는 그런 소소한 일상. 사실 방송이 이렇게 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온에어의 순간이 밥 먹듯 편안할 수 없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렇게 해보고 싶어요. 그게 저의 큰 목표예요. 지유롭게 즐겁게 방송하는 것. 사람의 삶과 그것을 표현하는 ‘말’이라는 수단과 ‘음악’에 대해 자신이 있지 않으면 안되는 거죠. 이건 어쩌면 방송인으로서 큰 욕심이에요. 하지만 저는 욕심을 부리고 싶어요.

 

   
 

󰀅 네, 많은 경험에서 나오는 필원씨만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와 저희 ‘방송과기술’이 200호를 맞이하였는데 축하 말씀 간략히 부탁드립니다.

벌써 그렇게 되었어요? 저 입사한지 얼마 안됐을 때 이 책을 만났었는데 CBS 선배님들 글이 실리면 신기하고 존경스럽고 그랬어요. 200호엔 제 이야기가 실릴 수 있다는게 참 신기하고 영광스럽네요.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정말 축하드려요. 지금까지 방송과기술을 만드셨던 모든 분들 수고하셨고, 앞으로도 응원할께요.

제가 좋아하는 방송을 할 수 있는 모든 환경을 만들어 주시고 지켜주시는 방송기술인분들께 꼭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언제나 하고 싶었던 말을 이제야 하네요.

 

󰀅 두서없는 질문에 성실히 답변해 주셔서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다시 한 번 오늘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저에게도 소중한 경험과 기억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전 국민이 다 듣고 있는 방송 ‘12시에 만납시다’ 혹시 아직 안 듣고 계시는 분들이 이 글을 읽으셨다면 청취해 주실거죠?(웃음) 이런 방송 흔치 않아요. 끝까지 방송 홍보네요. 또 만나요!~

   
 

 

< VOL.200 방송과기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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