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황 SBS 기술국 송출기술팀
작년 이 맘쯤, ‘방송과기술’잡지를 뒤적거리며 합격후기를 보던 제가 이곳에 직접 글을 쓰게 되니 만감이 교차하네요.
후기를 어떤 식으로 써내려 갈지 고민하다‘방송사 정복기’라는 타이틀에 맞는 글을 구성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단 결론을 내려, SBS 방송기술직 전형에 관해 제가 준비했던 과정들과 지난 후에 느꼈던 내용을 중심으로 자세하게 이야기를 기술해 보았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방송사를 준비하시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고 현업에 계신 분들에게는 옛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저의 SBS 정복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2016년도 SBS 기술직 공개 채용에 응시하여 입사하게 된 신입사원 윤여황입니다.
‘가장 재미있게 다닐 수 있을 것 같은 곳’
단순하지만 제가 방송사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대학 시절, 전공이었던 전자공학을 바탕으로 졸업 후의 진로에 대해 찾아보다가 방송기술직이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일반 회사들과는 달리 방송국이라는 공간에서 일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 좋아했던 전공인 통신과목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이 들어 최종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올해 1월부로 송출기술팀에 배치된 후 DTV 주조정실(Master Control Room)이라는 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배치된 주조정실이라는 곳은 어떤 곳인지?
SBS DTV 주조정실(Master Control Room)은 SBS에서 제작된 모든 콘텐츠가 시청자에게 전달되기 위해 최종적으로 모여 송출되는 곳입니다. 모든 콘텐츠는 편성표를 기반으로 작성된 자동편성시스템(APM)에 따라 순서대로 송출이 되며, 안정적인 송출을 위해 송출시스템은 삼중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SBS DTV 주조정실은 현재 기술팀 2명과 편성팀 2명이 한 조가 되어 근무하며, 방송이 송출되는 시간 동안 항시 운영되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교대근무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SBS 방송기술직 입사를 위해 어떤 식으로 준비했는지? 준비 과정에 TIP이 있다면?
SBS 기술직 공개채용 전형과정은 “서류전형 – 필기시험 – 1차 면접 – 2차 면접”으로 이루어집니다.
서류전형
SBS 서류전형은 지원자의 기본 신상을 적는 이력 부분과 자기소개서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먼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스펙’에 관하여 말씀드리면 제가 생각하는 답은‘다다익선’입니다. 뻔한 답변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역으로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학점이 좋고 영어성적이 우수한 지원자를 안 뽑을 이유는 없습니다. 학점과 같이 회생이 불가능한 부분은 제외하더라도 영어성적이나 기사자격증과 같은 전공실력은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개선 가능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자기소개서 부분은 추후 이어지는 면접과정의 기반이 되는 자료로 쓰이기 때문에 매일 매일 읽어보며 고치는 과정을 권해드립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 있어서 특별한 경험이나 에피소드의 부재로 어려움을 느끼실 거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꼭 특별한 경험이 있어야 좋은 자기소개서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에 맞추어 본인의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풀어나간다면 충분히 좋은 자기소개서가 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데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은 없는 사실을 쓰거나 본인의 능력을 지나치게 과장해서 기술하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기소개서는 면접전형에서 지원자를 평가하는 기본 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글에 언급된 내용은 반드시 검증받게 됩니다. 따라서 최종합격이 목표이신 분들이라면 본인이 감당하지 못할 이야기를 적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필기 전형
SBS의 필기 전형은 SJT, 시사상식 그리고 전공시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① SJT
SJT는 방송사 직원을 가정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제시되고 Best와 Worst인 보기를 각각 고르는 시험입니다. 지원자의 생각과 인성 그리고 적합성 등을 판단하는 시험으로 정답은 없지만 골라야 할 보기와 하지 말아야 할 선택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문제를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주어진 상황에 대해 본인이 생각하는 보기를 고르면 됩니다.
② 시사상식
시사상식 시험은 단답형과 약술형 두 가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방송기술직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최근 뉴스들과 더불어 기본 과학 상식, 방송기술, 방송 장비, IT 쪽의 이슈나 용어에 초점을 두고 공부하시는 방법을 추천 드립니다. 파레토 법칙이나 골디락스 같은 기본 상식 용어들도 나오지만 방송기술직임을 생각한다면 위에 언급된 영역의 비중이 더 높다고 생각됩니다.
③ 전공시험
전공시험의 경우는 대학 때 배우는 전공과목들을 기반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저는 전자공학과를 졸업하였기에 전자기학, 전자회로, 회로이론, 통신이론 등의 기본 과목들은 대학 시절 공부하며 만들어 놓았던 서브노트들을 참고했었고, 추가로 무선설비기사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만든 요약노트와 방송공학에 관련된 책을 빌려 공부를 했습니다.
SBS 필기시험의 경우 매해 시험을 출제하시는 분이 다르기 때문에 시사상식과 전공시험의 경우 정해진 범위나 과목, 난이도, 유형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최소한으로 위에 언급된 과목들과 더불어 네트워크, IT 관련 과목들에 대한 기본지식이 잘 갖추어져 있다면 어떤 문제가 나와도 좋은 성적을 얻으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네트워크와 IT 기술은 현재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방송기술에 있어서 점점 비중이 커지고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준비하시는 분들은 이 부분에 유념해서 공부하시면 많은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1차 면접
SBS의 1차 면접은 다대일 면접으로 약 30~40분 정도 진행이 되며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질문과 검증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사전에 면접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본인이 자기소개서에 어떤 내용을 썼는지를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저는 자기소개서 내용을 여러 번 읽어보면서 면접장에서 꼭 해야 할 말들을 정리했고 예상 질문과 그에 따라 파생될 질문들을 가능한 많이 만든 후 거울을 보며 연습하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혼자 하는 것이 불안하고 버거우신 분들은 면접스터디를 통해 피드백을 받으시는 방법도 좋습니다.
면접 과정에서는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지원자의 성향과 열의를 판단하고 순발력과 지식, 인성 등을 평가합니다. 이제부터는 페이퍼가 아닌 직접 얼굴을 맞대고 평가가 이루어지는 순간이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남들과 차별되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어필해야 하고 단점이 있다면 그것을 잘 커버해 보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면접 TIP은 면접관분들을 소통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면접장은 평가가 이루어지는 공간이지만 그 이전에 서류상으로만 나타났던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자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소개하고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나간다는 느낌으로 면접에 임한다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2차 면접(합숙 면접 및 임원 면접)
SBS의 2차 면접은 합숙 면접과 임원 면접으로 나누어집니다.
합숙면접에 참가한 인원은 모두 임원면접을 보게 되는데, 합숙 기간이나 임원면접까지의 기간은 해마다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2박 3일의 합숙면접 후 약 일주일 뒤에 임원면접을 봤습니다.
합숙면접은 다대다 면접으로 비교적 편한 분위기에서 진행이 되었고 면접 기간에는 토론, 발표, 상호면접, 야외활동 등 다양한 주제와 방식으로 지원자들의 역량과 인성, 순발력, 가치관 등을 평가합니다. 저는 총 3번의 면접 중 합숙면접을 가장 편하고 솔직하게 임했었습니다. 덕분에 저만의 꾸밈없는 모습과 생각을 면접 기간에 충분히 보여드릴 수 있었고 후회 없이 면접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다른 지원자들과 함께 평가를 받게 되므로 많은 비교평가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남들과 차별될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를 준비한다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임원면접 역시 다대다 면접으로 이루어지는데 지원자들은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 후 이어지는 공통질문과 개인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공통질문은 매해 다르기 때문에 특정 짓기가 어렵지만 방송기술의 트렌드와 더불어 현재 방송사가 직면한 과제에 대해 평소 다각도로 생각을 해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마지막 임원면접이다 보니 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이 되지만,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 본인이 준비한 만큼 자신 있게 답변하면 됩니다.
입사 후 지금까지 SBS를 다니면서 느낀 점
입사 전에 제가 바라본 SBS는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가 강한 방송국이었습니다. 특히 적은 수의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경쟁력 있는 방송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돋보이는 회사였습니다.
입사 후 3개월의 인턴과 3개월의 수습과정을 거치며 알게 된 것은 그 모든 것들이 지금 계신 선배분들께서 치열하게 쌓아 올리신 결과물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항상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들은 저에게 많은 자극이 되었고 이곳이 더 성장할 수 있는 회사임을 확신시켜 주었습니다.
방송사를 준비하면서 방송엔지니어라는 직업이 생각보다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 그만큼 관련된 정보 역시 많이 없기에 준비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시작단계에서부터 굉장히 막막하게 느껴집니다. 그런 마음을 잘 알기에 정답은 아니지만 SBS 방송기술직 전형의 최소 가이드라인이라도 알려드리고자 한번 적어 보았습니다.
방송기술은 제작부터 송출 그리고 기획부터 시스템 구축에 이르는 다양한 톱니바퀴들이 맞아 떨어질 때 하나의 작품이 나오게 됩니다. 그만큼 각 톱니바퀴를 돌릴 수 있는 다양한 인재가 요구되기 때문에 본인이 어디에 관심이 있고 능력이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시면 방송사를 준비하는데 조금 더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다시 한번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을 얻으셨길 바라며 저의 방송사 정복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