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 빛을 그리다 展 Ⅱ (클로드 모네, 두 번째 이야기)

모네, 빛을 그리다 展 Ⅱ (클로드 모네, 두 번째 이야기)

해갈을 바라며 애간장 태우는 농민의 마음을 아는지 장맛비가 메마른 대지를 요란히 적시던 여름의 어느 날 어린이대공원의 가랑잎 길 위에도 푸른 빗줄기는 떨어졌다. 필자는 광진구 능동 어린이회관 본다빈치 뮤지엄에서 열린 ‘모네, 빛을 그리다 展 Ⅱ’ 개막식에 초대되어 궂은 날씨에도 전시관을 찾아 집을 나섰다. 정말 오랜만에 찾은 어린이대공원은 비가 와서인지 휴관인 듯 주변은 고요하고 적막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을씨년스러운 오솔길을 따라 대략 십분 남짓 걷기 시작하여 다다른 행사장의 밖까지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나서야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다행히도 KT스카이라이프는 이전 전시의 미디어후원을 한 터라 사전 등록을 통해 별다른 기다림 없이 개막식장 주변 스케치 및 전시회장 내부를 촬영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이 모든 취재 및 관람을 편히 가능케 해준 본다빈치(주) 서정민 실장님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전시 후기를 이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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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대공원 및 전시관 전경
어린이 대공원 및 전시관 전경

전시개요
전시명 : <모네, 빛을 그리다展>시즌2 – 클로드 모네, 두 번째 이야기
전시장소 : 본다빈치뮤지엄(능동 어린이회관 기획전시실, 어린이대공원역 2번출구)
전시기간 : 2017년 7월 7일 ~ 10월 29일 ,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시간 : 오전10시~오후7시(금, 토, 매 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8시30분까지 운영)

지난 2016년 열렸던 ‘모네, 빛을 그리다 展’에서 인상주의의 효시로 일컬어지고 있는 클로드 오스카 모네의 일대기를 통해 그의 삶과 사랑 그리고 모든 작품을 컨버전스 아트로 전시하며 1일 관람 5천 명, 전국적으로 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앵콜 연장까지 이어진 흥행에 성공한 본다빈치가 ‘다시 모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라는 의문에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려원 대표는 개막식에서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전시를 통해 클로드 모네의 전성기를 되짚어 보고 싶습니다. 지난 전시가 인상주의가 탄생하기까지의 시간이었다면 이번엔 그의 삶에 모티브였던 지베르니에서의 시간”이라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무수히 많은 영감을 얻은 지베르니 정원을 담아낸 ‘클로드 모네 : 빛의 초대’, ‘지베르니 연못 : 꽃의 화원’, ‘빛의 모네 : 환상의 낙원’을 비롯해 아내 카미유를 그려낸 ‘영혼의 뮤즈 : 그녀 카미유’,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의 수련 전시관을 컨버전스 아트로 재현한 ‘미디어 오랑주리 : 수련 연작’ 등을 전시 구성으로 공간에 담아냈다. 또한 이번 오프닝에선 천재 재즈피아니스트라 불리는 진보라 씨의 축하공연이 있었고 아래 사진에서 보듯 전시 오프닝 무대의 MC를 맡은 언더그라운드 싸이‘R.P(Rhythmical Player)’와 비트박서 DJ Tump Jung의 디제잉으로 전시장의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분위기를 신선하고 흥미롭게 북돋아 줘 여느 전시회와는 사뭇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축사하는 본다빈치 김려원 대표
축사하는 본다빈치 김려원 대표
오프닝 MC를 맡은 가수 RP
오프닝 MC를 맡은 가수 RP

먼저 인상주의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인상주의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빛에 의한 사물의 인상을 표현한 회화라고 한다. 인상 ‘Impression’이란 단어에서 보듯 같은 사물일지라도 시공간에 따라 작가가 받은 인상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전통적인 회화기법을 거부하였기에 태동 당시에는 주류 미술계로부터 갖은 비판과 대중들의 외면을 감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사물의 고유색이라는 것이 빛을 흡수하고 반사했을 때 그 파장에 대한 눈의 반응 차이로 색을 구별하기에 인상파의 주장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어쨌든 인상주의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근대 예술운동의 한 갈래이고 그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인물이 모네라는 점은 이견이 없다.

인상파란 이름을 갖게 해준 그의 대표작 인상, 해돋이(1872)

모네의 [인상, 해돋이]는 인상파란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 작품으로 널리 유명하다. 그 유례는 18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낙선자 전시회에 모네는 위 그림을 출품하게 된다. 그런데 어떤 기자가 조롱이 섞인 말투로 ‘인상주의’라고 하였는데 그 말이 곧 인상파 화가들의 출범을 알렸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지베르니 특별전인 만큼 전시장 구석에서 ‘인상, 해돋이(1872)’ 작품을 어렵게 볼 수 있었다.

모네의 영원한 뮤즈 카미유
모네의 영원한 뮤즈 카미유
꽃을 오브제로 형상화한 카미유
꽃을 오브제로 형상화한 카미유

신화에 따르면 뮤즈들은 제우스의 딸들로 미술, 음악 등을 관장하는 여신이었다. 그녀들로부터 영감을 얻은 시인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전설을 바탕으로 지금은 예술가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 존재를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카미유 동시외는 클로드 모네의 뮤즈임에 틀림없다. 모네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카미유를 선택한 그 순간부터 그 둘에게는 시련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변변한 직업도 없는 어린 나이의 화가에게 지원이 끊기자 부부는 혹독한 삶의 무게에 짓눌렸다. 집세도 없어 파리를 떠나야만 한 것이다. 하지만 타지는 화가와 모델로 만난 이 둘에게 또 다른 그림의 배경이 되었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32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 그린 ‘임종을 맞은 카미유 모네’를 끝으로 더 이상 카미유를 화폭에 담을 수 없었다. 모네의 그림에 꽃이 유독 많은 이유가 카미유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 주변 배경은 꽃을 오브제로 카미유를 형상화했을 거란 느낌을 받았다.

전시장에 꾸며진 지베르니 정원
전시장에 꾸며진 지베르니 정원
정원에서의 클로드 모네
정원에서의 클로드 모네

모네는 “정원일은 나의 기쁨”, “나는 황홀하다. 지베르니는 내게 환상적으로 멋진 공간이다.” 말할 정도로 정원에 애착이 강했다고 한다. 실제로 모네는 1926년 수많은 유작을 남기며 세상을 떠나기까지 수련시리즈를 주로 그렸는데 인생의 황혼기를 지베르니에 머물며 빛에 따라 변하는 수련의 아름다운 인상을 작품에 담았다. 그 중 ‘수련’은 지난 2008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834억에 낙찰되며 유럽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할 만큼 그의 최고작으로 평가받는다.

지베르니 정원에 애착이 강했던 클로드 모네
지베르니 정원에 애착이 강했던 클로드 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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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수련 작품의 탄생을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방 전체를 수련으로 꾸며 감상을 해오던 모네는 1922년 수련 대장식화를 전용 공간에 그만의 방식으로 제작하여 전시한다는 조건으로 국가에 기증하겠다는 서명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의지가 너무 앞선 탓이었을까? 불행하게도 그는 세 번의 백내장 수술로 인해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작품을 남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1925년 기증을 결정한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1926년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결국 1927년 오랑주리 개관식에 참석하지 못한다. 20세기 초현실주의 분야에 대표적인 미술가로 손꼽히는 프랑스 화가 앙드레 마송은 “오랑주리는 진정한 인상주의의 시스티나 성당이다”란 말로 그의 작품을 칭송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모네는 유일한 고유색을 부정하며 빛의 반사, 굴절, 회절, 산란, 분산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는 사물의 색 또한 고유색이 될 수 있음을 믿었기에 당시 주류였던 고전주의와 차별화되는 유일한 작가이기도 하다.

전시관에 재현된 미디어 오랑주리:수련 연작
전시관에 재현된 미디어 오랑주리:수련 연작

모네는 생전에 꽃과 정원이 있는 공간을 사랑했다고 한다. 또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식탁에 앉아 빛에 의한 순간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내는 것을 좋아했던 화가였다. 그런 모네에게 거실의 식탁은 의미가 남달랐을 것이다. 그래서 항상 정원에서 따온 아름다운 꽃이 있었고 값비싼 찻잔과 은주전자 그리고 샹들리에가 조화를 이루며 친구들과의 식탁교제를 위해 정성스럽게 정돈돼 있었다고 한다. 그런 모네의 식탁이 그대로 관람객들의 체험으로 이어져 지베르니의 집에 있는 듯 묘한 기분이 들게 한 점 또한 전시장의 백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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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의 식탁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
모네의 식탁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지난 전시회와 비교해 필자가 확연하게 느껴진 다른 점은 사용자 경험(UX)이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 예로 오큘러스 기어 VR이 드디어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작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G-Star2016에서 몸소 체험을 통해 게임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입증한 VR이 오락을 넘어 문화예술 시장으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는 듯했다. 관람객들의 줄이 끊이질 않을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프랑스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에 전시된 모네의 수련연작 8점을 다 보려면 높이 2m, 길이는 91m에 달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VR기기로 고개를 돌려 보니 색다른 공간에 있는 듯했다. KT는 지난 5월 세계최초로 IPTV 기반 하이퍼 VR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실시간 객체 추출 및 합성’을 통해 TV속 캐릭터들과 함께 어울리는 ‘TV쏙’이란 서비스다. 신인상주의 화가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를 예로 들면, 단지 360도 시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작품 속 사람들과 가상현실에서 조우할 수도 있다. 가상 캐릭터에 본인 얼굴을 합성하여 여인의 원숭이와 장난을 치는 등 작품 속 등장인물들과 인터랙티브한 동작도 가능하게 된다. 실제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출시된다면 이름은 ‘그림쏙’이라 칭하고 싶다.

전시관에 등장한 오큘러스 기어 VR
전시관에 등장한 오큘러스 기어 VR

최근 경험을 파는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이 큰 인기를 끄는 이유도 경험 때문인 듯싶다. 올해 가이드투어 매출만 500억을 목표로 한다니 이제는 엄연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기업이라 불릴 만하다. 현재 O2O 서비스의 유형이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고 있지만 주된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은 오프라인의 불편함을 온라인으로 해결해주는 서비스로서의 편의성(Convenience as a Service)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마이리얼트립의 대표 역시 오프라인에서 겪는 여행의 불편함을 온라인에서 쉽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창업아이템을 고민하였다고 한다. 여기에 남들과 똑같은 패키지 여행상품이 아닌 진짜 내가 좋아하는 여행 경험을 위해 현지 가이드와 온라인 상품으로 직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가 소위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배경 지베르니 정원과 오랑주리 미술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배경 지베르니 정원과 오랑주리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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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영화와 미술을 좋아하는 커플이 프랑스로 허니문 또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면 지금까지는 패키지 상품 또는 블로그를 통한 자유여행이 전부였다. 물론 나름 좋은 여행이 될 수도 있지만 평생 간직할 만한 그 무언가가 부족한 듯싶다. 이런 사람에게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주인공 길과 그의 약혼녀 이네즈처럼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에서의 키스신’을 스냅사진으로 간직할 수 있는 둘만의 특별한 경험이 상품으로 나온다면? 또 주인공처럼 모네의 수련연작을 감상할 수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을 둘러보고 처음 시간 여행을 하게 되는 파리 4구의 1920년대 배경의 장소를 체험할 수 있다면 아마도 망설일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최근 모 인터넷 매체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여름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의 1위는 돈이 아니라 시간이나 여유가 없어서였다. 그런 의미에서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VR이 그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 콘텐츠나 어지러움 유발 등 기술적으로 미비한 점은 분명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5G, 6G 네트워크 환경에서 핵심 콘텐츠로서의 VR, MR 등이 넥스트 미디어가 될 것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크게 이견은 없는 듯하다.
이번 전시회에서의 모네 수련 연작을 VR로 볼 것이라는 기대를 못해서 인지 정말 신선한 경험을 해 보았다. 10월까지 전시 기간이 잡혀 있지만 시즌1에도 큰 인기에 연장이 되었는데 전시는 물론 스페셜 존, 인터랙티브존 등 스케일이 더 커지고 다양해졌으니 연말까지는 갈 것 같다. 어린이대공원 안에 있어 가족 나들이나 연인 데이트코스로 추천한다. 특히나 프랑스 파리의 오랑주리 뮤지엄에서 모네의 수련연작을 보고픈데 시간이나 여유가 없는 분들에게는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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