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균 tbs 라디오 기술부
계절에 어울리는 음식이 있는 것처럼, 계절에 듣기 좋은 혹은 어울리는 음악이 있다고 한다. 무더위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아침저녁으로 살랑살랑 바람이 부는 가을의 초입엔 단연 재즈가 최고라고 개인적으로 주장하는 바이다. 또한 가을은 하늘은 높고 바람은 선선하니, 나들이 떠나기에 참 좋은 시기이다. 올여름 자의든 타의든 휴가를 못가서 늦은 휴가를 계획하는 분들이나, 가족들의 등쌀에 떠밀려서 나들이를 가야 한다면 10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열리는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을 추천해 본다. 물론 재즈의 ‘ㅈ’자를 몰라도 상관없다. 처음 접하기엔 값비싼 페스티벌 티켓을 구매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족끼리 즐기다 올 수 있는 무료공연 및 즐길 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이란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음악 페스티벌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던 2004년을 시작으로 올해 14회를 맞이하고 있다. 개최 당시, 재즈 페스티벌을 연다고 했을 때 의아하게 여기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1회부터 현재까지 재즈라는 특별한 장르를 고집하고 있으며, 12회 동안 누적 관객 수는 191만 명에 달한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하는 문화관광축제 중 2008~2010 유망축제, 2011~2013 우수축제, 2014~2015 최우수축제를 거쳐 2016년에는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되어 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재즈는 스윙, 퓨전, 보사노바, 비밥, 월드뮤직 등 수많은 하위 카테고리로 나뉘며 모든 장르를 수용할 수 있는 특이한 음악이라고 한다. 그래서 몇몇 음악 전문가들은 재즈를 한마디로 ‘자유’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에 부합하듯 페스티벌의 콘셉트 또한 ‘음악을 잘 몰라도 즐길 수 있는 소풍 같은 축제’이다.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음악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지만, 보다 많은 관객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3년 전, 친구 따라 강남 가듯이 아무것도 모르고 놀러 간 재즈페스티벌 매력에 빠져 3년 연속 자라섬을 찾았다. 처음 갔을 때나 지금이나 재즈는 잘 모른다. 물론 다른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자라섬’은?
자라섬은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달전리 1번지 일원에 있는 섬이다. 1943년 청평댐이 건설되면서 북한강에 생긴 자라섬은 남이섬의 1.5배 크기이며, 직선거리로 800m 정도에 위치해 있다. 행정구역상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남이섬은 휴양지로 인기를 끌었지만 자라섬은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해방 후 중국인이 섬에서 농사를 지었다 하여 ‘중국섬’이라고도 불렸다. 그러다가 ‘자라처럼 생긴 언덕’이 바라보고 있는 섬이라 하여 ‘자라섬’ 이름을 얻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인 데다 섬 전체가 하천법의 규제를 받고 있어 오랜 시간 자연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여름철 북한강 물이 가득 차면 섬은 잠기기도 한다.
자라섬 페스티벌 공연은 자라섬뿐만 아니라 가평읍 일대 다양한 장소에서 동시에 공연이 열린다. 유료무대인 ‘Jazz Island’ 공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무료 공연이니 홈페이지나 안내소에서 프로그램 일정을 보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자라섬 페스티벌 입구에 들어서면 ‘welcome post’ 무대에서 흥겨운 공연으로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해 준다. 흥겨운 공연을 뒤로하고 들어가 보면 한쪽에는 오토캠핑장이 있으며 캠핑장 한쪽에는 ‘Acoustic stage’가 마련되어 공연과 캠핑을 동시에 즐길 수가 있다. 조금 더 들어와 보면 페스티벌 현장에서 빠질 수 없는 먹거리 장터가 있다. 그 맞은편엔 넓은 잔디 광장이 펼쳐져 있는데 이곳이 ‘Festival Lounge’이다.
‘Festival Lounge’ 무대는 메인 공연장 무대와 규모가 비슷하며 유료공연이 시작되는 직후인 17시 즈음까지 아마추어에서 프로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공연이 계속 이어진다. 무대 앞 넓은 잔디밭에는 돗자리 그늘막 텐트 등을 펴고 자유롭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주변으로는 스폰서 업체들의 팝업부스가 있어서 다양한 이벤트, 먹을거리, 기념품을 제공한다.
지금까진 언급한 무대의 공연과 행사들은 별도의 입장티켓이 없어도 누구나 즐길 수가 있다.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공연은 크게 유료공연과 무료공연으로 나뉘게 되는데, 유료공연은 ‘Jazz Island’에서 열리며 이곳은 ‘입장팔찌’를 착용한 관람객만 입장이 가능하다. ‘Jazz Island’ 공연은 보통 16시 즈음 시작하며 공연 한 시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하다. 입장시간이 다가올수록 유료무대 입구 쪽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는데 이유는 바로 선착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텐트나 그늘막을 가지고 입장할 예정이라면 줄을 서도 앞쪽에서 공연을 즐길 수는 없다. 그늘막이나 텐트는 무대 왼편과 뒤쪽에만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Festival Lounge 무대나 다른 무대 공연을 즐긴 후 느긋하게 입장하는 걸 추천한다. 단 돗자리만 가지고 온 경우라면 조금 서둘러 입장하는 것이 공연을 좀 더 무대와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다. 또 한 가지 팁이라면 무대를 바라보고 왼쪽이 자리가 조금 늦게 차는 경우가 많아서 앞쪽에 자리를 잡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또한 이동통로 라인이 그려져 있는데, 통로라인 쪽에 자리를 잡으면 공연 중 화장실이나 간식거리를 사러 이동하기에 편리하다. 또한 공연이 한창일 때엔, 어두운 경우가 많아 자리 찾기에도 용이하다.
‘Jazz Island’에도 ‘Festival Lounge’와 마찬가지로 스폰서 업체들이 다양한 이벤트로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조금 서둘러서 종이 ‘등받이 의자’를 주는 업체를 찾아 받아두면 조금은 편안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Jazz Island’의 특징은 간단한 음식을 파는 부스들이 많다는 것이다. 편의점은 물론이거니와 떡볶이, 피자, 케밥, 꼬치, 스테이크 등등 다양한 메뉴를 파는 업체들이 많아 입을 즐겁게 해준다. 또한 막걸리와 뱅쇼를 파는 부스도 있어서 간단한 음주도 즐길 수가 있다. 물론 ‘Jazz Island’에는 음식물 반입이 자유로우니 준비해 온 먹을거리, 마실거리 등을 자유롭게 즐길 수도 있다.
자리를 잡고 간식거리 준비도 끝났으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공연을 기다리면 된다. 누워서 가을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도 좋고, 프로그램 북을 보면서 오늘 출연하는 아티스트 소개를 읽어도 좋다.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매년 한 나라를 선정해 그 나라의 아티스트 몇 팀을 초대해 그 나라의 스타일의 재즈를 들려주는 ‘포커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이스라엘’이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면 그냥 즐기면 된다.
Jazz Island의 메인공연 사진
공연은 보통 한 팀당 한 시간 내외로 하며 하루에 4-5팀이 참가하며, 중간 쉬는 시간에는 사인회를 열어 아티스트들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한쪽에는 참가 아티스트들의 앨범 또한 판매하니 관심이 가는 앨범을 구입 후 사인을 받아 소장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메인 공연은 10시 전후로 끝나는데, 10시 이후로는 Jazz Island 무대 맞은편에 자리한 Party stage에서 아직 흥이 가시지 않은 관객들을 대상으로 신나는 공연을 이어간다. 단 이 공연은 대부분 스탠딩 공연이다. Party Stage 공연까지 즐겼다면 대부분 일정을 마친 것이다. 더 이상 자라섬 내 공연 일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 공연의 여운이 가시지 않거나 좀 더 페스티벌을 즐기고 싶다면 가평읍내로 나가 밤새 Jazz 관련 영화를 연속 상영하는 ‘All night cinema’를 관람하는 걸 추천한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은 여타 뮤직 페스티벌과는 달리 자라섬뿐만 아니라 가평읍 일대 카센터, 카페, 역 앞, 거리 등 다양한 장소에서 여러 형태 공연이 이뤄지며 마치 지역 축제와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페스티벌의 백미는 유료공연이지만 무료공연이 상대적으로 많아 재즈에 관심이 없더라도 부담 없이 소풍 가듯, 캠핑 가듯이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10월 20일(금)부터 22(일)까지 3일간 개최된다. 올가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연과 함께 재즈의 선율에 몸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
공연관람 준비 TIP
입장권 구매는 빠를수록 싸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티켓은 1일권, 2일권, 3일권 이렇게 3가지 종류가 있다. 여타 공연과 마찬가지로 얼리버드 제도가 있으니 미리미리 예매를 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티켓 값을 아낄 수 있다. 또한 티켓을 구매하면 공연장 내 뿐만 아니라 가평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정 금액의 상품권을 주며 제휴카드인 L사 카드로 결제하면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겉옷 및 담요준비
본 공연은 해 질 무렵 시작하기 때문에, 일교차가 큰 가을 날씨에 대비를 해야 한다. 더욱이 앉아서 공연을 관람하는 경우가 많아 강바람과 산바람을 막아 줄 담요나 겉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돗자리보다는 매트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돗자리보단 푹신푹신한 캠핑매트가 조금이나마 편안한 공연관람을 보장한다. 더불어, 좌식 등받이 의자를 준비한다면 금상첨화.
준비물이 많다면 미니 카트를
자라섬 내에서 생각보다 이동거리가 꽤 된다. 게다가 먼 곳에 주차를 하게 된다면 이동거리가 길어질 수 있다. 음식이나 매트 등 준비물이 많다면 미니 카트를 준비해서 이동하는 것이 일행의 손을 자유롭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