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회 한국방송대상 방송기술상_안경찬 MBC 부장

[인터뷰] 제53회 한국방송대상 방송기술상_안경찬 MBC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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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소감 & 인터뷰

제53회 한국방송대상 개인상 방송기술 부문

안경찬 MBC 미디어IT센터 IT솔루션팀 부장

그림1.제53회 한국방송대상 개인상 방송기술 부문 수상


Q1. 제53회 한국방송대상 개인상 방송기술 부문의 소감 부탁드립니다.

먼저 반세기가 넘는 역사를 가진 ‘한국방송대상’에서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한국방송협회와 심사위원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난해 12월 ‘방송기술대상’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는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방송기술인 동료들에게 인정받았다는 기쁨이 컸습니다. 이번 수상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한국방송대상은 드라마, 예능, 보도, 시사교양 등 방송 전 분야의 작품과 방송인이 함께하는 자리입니다. 그 자리에서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AI 기술이 방송기술 부문 수상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AI가 더 이상 실험 단계에 머무는 기술이 아니라 실제 방송을 만드는 도구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MUSEEK은 위기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외부 선곡 정보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MBC 미니 앱의 실시간 선곡 정보가 중단될 상황이었고, 대안을 찾다가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MUSEEK(MUsic SEEK, AI 실시간 음악 인식 서비스)이 MUSE(Music Utility for Suggestion & Evolution, AI 음악 추천・생성 통합 플랫폼)라는 플랫폼으로 확장됐고, 이제는 AI로 만든 선곡표가 실제 새벽 라디오 방송을 통해 나가며, AI로 생성한 음원이 콘텐츠 제작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여기까지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 상은 제 이름으로 받았지만 혼자 만든 결과는 아닙니다. 함께 고민하고 개발한 IT솔루션팀 동료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실제 방송에 적용하는 과정에 함께해주신 PD, 작가, 엔지니어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올해 한국방송대상에서 함께 수상한 분들께도 축하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Q2. 개발하신 AI 실시간 음악 인식 서비스 ‘MUSEEK’과 AI 음악 추천·생성 통합 플랫폼 ‘MUSE’가 이제는 방송 제작에 없어서는 안 될 솔루션이 되었는데, MBC 내의 실사용 현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MUSEEK과 MUSE는 역할이 조금 다릅니다. MUSEEK이 청취자를 위한 서비스라면, MUSE는 방송 제작자를 위한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MUSEEK은 라디오에서 송출되는 음악을 AI가 실시간으로 인식해 MBC 미니 앱과 라디오 홈페이지에 선곡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입니다. 청취자가 앱을 열었을 때 지금 나오는 곡과 앞서 방송된 곡의 목록을 볼 수 있는 기능이 MUSEEK을 기반으로 동작합니다.

기술적으로는 MBC가 보유하고 있는 음원을 수억 개의 짧은 오디오 조각으로 나누고 AI 모델을 이용해 임베딩한 뒤, 이를 벡터 검색 엔진에서 실시간으로 검색하는 구조입니다.
라디오 음원 인식은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DJ 멘트가 음악 위에 겹치기도 하고, 곡의 일부만 방송되기도 합니다. 음악이 포함된 광고가 송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유사도 검색만으로는 안정적인 결과를 얻기 어려웠고, 룰 기반 알고리즘과 머신러닝 모델을 결합한 이중 인식 구조를 직접 설계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 외부 서비스보다 높은 인식 성능을 확보했고, 현재 하루 수백만 개의 오디오 청크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데이터입니다. MUSEEK을 운영하면서 계속 축적되고 있는 음원 임베딩 데이터는 선곡 정보 서비스뿐 아니라 음악 정보를 필요로 하는 다른 AI 서비스나 에이전트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MUSEEK의 AI 음악 인식 결과가 적용된 MBC 미니 실시간 선곡 화면
MUSEEK의 AI 음악 인식 결과가 적용된 MBC 미니 실시간 선곡 화면

 

MUSE는 2026년 2월 사내에 오픈한 AI 음악 플랫폼입니다. MUSEEK을 만들면서 구축했던 음원 임베딩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했기 때문에 별도의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고도 빠르게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크게 네 가지 기능을 제공합니다.

첫째는 AI 음악 추천·검색입니다. 곡 제목이나 가수를 몰라도 ‘회사생활에 지쳤을 때 힘이 되어주는 노래’처럼 원하는 분위기를 문장으로 입력하면 AI가 적절한 곡을 찾아줍니다. 각 곡의 추천 이유와 장르, 분위기, BPM 같은 정보도 함께 제공합니다. 음원 자체뿐 아니라 가사, 가사 요약, 곡명, 가수명, 앨범명 등을 연결해 소리와 텍스트를 함께 검색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음원과 가사·메타데이터를 함께 검색하는 MUSE의 다중 RAG 기반 음악 추천
음원과 가사·메타데이터를 함께 검색하는 MUSE의 다중 RAG 기반 음악 추천

 

둘째는 라디오 DMB 자동선곡입니다. 24시간 편성되는 DMB 6개 채널의 선곡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AI가 자동으로 선곡 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라디오 송출 시스템과 바로 연계하도록 했습니다.

셋째는 AI 배경음악 생성입니다. 원하는 분위기를 문장으로 입력하고 스타일, 곡의 구조, 길이 등을 선택하면 필요한 배경음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참조 음원을 올려 비슷한 느낌의 음악을 생성할 수도 있고, ‘뉴스 오프닝’, ‘스트레이트’처럼 방송에서 자주 사용하는 형태는 프리셋으로 제공합니다. 생성된 음원의 저작권이 MBC에 귀속되기 때문에 외부 음원 사용에 따른 비용이나 저작권 문제도 줄일 수 있습니다.

넷째는 AI 효과음 생성입니다. 전환음이나 충격음, 환경음처럼 제작에 필요한 효과음을 자연어 프롬프트만으로 생성해 바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자연어 프롬프트를 이용해 방송용 배경음악을 생성하는 MUSE
자연어 프롬프트를 이용해 방송용 배경음악을 생성하는 MUSE

 

가장 의미 있게 생각하는 적용 사례는 표준FM과 FM4U의 새벽 시간대 본방송입니다. MUSE에서 만든 자동선곡 리스트가 DMB뿐 아니라 실제 정규 편성 방송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MBC에서 AI가 정규 편성 과정에 직접 활용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라디오 이외의 영역에서도 활용이 늘고 있습니다. 보도, 시사교양, 예능, 스포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배경음악과 효과음 제작에 사용되고 있고, 유튜브 등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서비스 오픈 3일 만에 47개 부서, 임직원 131명이 사용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77개 부서, 236명의 임직원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확대됐습니다.

 

Q3. MUSEEK & MUSE의 추가 개발이 필요한 부분이나 업데이트 현황은 어떠한지요?
MUSEEK과 MUSE는 완성된 시스템이라기보다 현장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계속 발전시키는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서비스를 오픈한 뒤 사용자 의견을 반영해 모바일을 지원하고, 가사가 포함된 긴 배경음악 생성, 장면 이미지를 분석해 어울리는 배경음악을 만드는 기능 등도 추가됐습니다. 최근에는 사람이 직접 MUSE에 접속해서 사용하는 것을 넘어, 다른 AI 서비스가 MUSE의 기능을 사용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습니다.
얼마 전 ‘MBC 사내 바이브 코딩 공모전’에서 선정된 프로그램 중에는 라디오 대본을 분석해 필요한 효과음과 배경음악을 자동으로 찾아내고, 이를 MUSE와 연동해 생성하는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MUSE 자체가 하나의 완결된 서비스이면서 동시에 다른 AI 서비스에서 호출해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된 것입니다.

앞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더 보완하려고 합니다.
첫째는 MUSE의 기능을 다른 AI 서비스와 에이전트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연계 구조를 정비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화면에서 직접 사용하는 기능뿐 아니라 필요한 기능을 MCP(Model Context Protocol) 형태로 제공하면 활용 범위가 훨씬 넓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는 AI 생성 음원에 대한 관리 체계입니다. 생성되는 음원이 많아질수록 누가, 언제, 어떤 프롬프트를 이용해 만들었는지 기록하고 실제 방송에서 어떻게 사용됐는지 추적하는 기능이 중요해집니다. 방송사가 AI 생성물을 업무에 활용하는 만큼, 생성 자체뿐 아니라 이후의 관리와 검증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Q4. 지난 방송과기술 1월호 인터뷰에서는 ‘AI 기반 라디오 뉴스 제작 시스템’의 고도화와 MBC의 자체 AI 모델을 목표로 하셨는데, 최근 개발 과정/결과는 어떠한지요?
지난 인터뷰에서 소개했던 AI 기반 라디오 뉴스 제작 시스템은 올해 ‘MSPEAK’이라는 TTS 종합 플랫폼으로 오픈했습니다.
처음에는 LLM 기반 교열과 TTS를 결합해 새벽이나 주말처럼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시간대의 라디오 뉴스를 제작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개발하면서 살펴보니 뉴스뿐 아니라 방송 제작 전반에서 음성 합성이 필요한 경우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특정 뉴스 시스템이 아니라 다양한 제작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형태로 확장했습니다.

가장 의미 있는 결과는 지난 7월부터 MSPEAK의 AI 보이스를 이용해 만든 라디오 뉴스가 실제 실시간 방송에 송출됐다는 점입니다.
현재는 일부 발음을 보완하기 위해 잠시 송출을 중단하고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뉴스는 단어 하나, 발음 하나의 오류도 민감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빨리 적용하는 것보다 충분한 수준의 정확도와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사용자가 직접 AI 보이스를 만들어 사용하는 기능도 추가됐습니다. 본인의 음성을 클로닝해 다양한 제작 환경에서 TTS로 활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인터뷰에서 말씀드렸던 ‘음성 콘텐츠 전반으로의 확대’가 실제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라디오 뉴스에서 방송 제작 전반으로 확대된 MBC TTS 종합 플랫폼 ‘MSPEAK’
라디오 뉴스에서 방송 제작 전반으로 확대된 MBC TTS 종합 플랫폼 ‘MSPEAK’


MBC 자체 AI 모델과 관련해서는 영상 임베딩 모델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MBC에는 수십 년 동안 축적한 방대한 영상 아카이브가 있습니다. 이 영상을 기존의 키워드나 메타데이터 검색뿐 아니라 장면의 의미와 맥락을 기준으로 검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영상을 샷과 장면 단위로 자동 분할하고, 각 장면의 메타 정보를 생성한 뒤 비전-언어 임베딩 모델로 인덱싱하는 전처리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드라마, 예능, 뉴스 등 장르별로 MBC 콘텐츠를 이용한 학습 데이터셋을 만들고 있습니다. 범용 모델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MBC 콘텐츠에서 어느 정도의 검색 성능이 나오는지를 직접 평가하고, 이를 기준으로 방송 도메인에 특화된 임베딩 모델을 제작 중입니다. 나아가, 모델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새롭게 만들어지는 방송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인덱싱해 벡터 검색 엔진에 쌓는 영상 RAG 파이프라인도 함께 구축하고 있습니다.

영상 임베딩 구성 개념도
영상 임베딩 구성 개념도


최종적으로는 사내 다양한 영상 제작 및 아카이브 시스템들과 연계해, 제작진이 ‘비 오는 날 서울 도심을 걷는 사람’처럼 문장으로 원하는 장면을 찾을 수 있는 실제 서비스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MUSEEK에서 음원을 임베딩하고, MUSE에서 이를 검색과 추천에 활용했던 경험을 영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5. 방송 AI 서비스 기획 및 개발을 위해 참조하거나 영감을 얻는 방식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는 새로운 기술 자체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보다 현장의 불편함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MUSEEK 역시 “외부 선곡 정보 서비스가 종료된다”는 현실적인 문제에서 출발했고, DMB 자동선곡 기능도 24시간 채널의 선곡을 반복해서 해야 하는 라디오국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만든 기능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서비스를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지금 현업이 어떤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가”, “반복해서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입니다.

두 번째로는 이미 만들어 놓은 기술을 다시 봅니다.
MUSE는 MUSEEK을 위해 구축했던 음원 임베딩 인프라가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 하나가 끝날 때마다 “이 기술을 다른 곳에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렇게 하나씩 쌓인 기술 자산이 다음 서비스의 출발점이 됩니다.

물론 새로운 기술도 계속 직접 사용해봅니다. 깃허브나 허깅페이스에 새로운 모델이나 오픈소스가 나오면 우선 직접 실행해봅니다. 그리고 이 기술을 방송 현장의 어떤 문제와 연결할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조금 더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한 경우에는 관련 논문도 찾아봅니다.

또한, 개발하는 방식 자체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올해 KOBA 2026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코딩을 멈춘 개발자’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는데, 요즘은 제가 직접 코드를 한 줄씩 작성하는 시간보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정의하고 전체 구조를 설계하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아이디어가 생기면 긴 기획서를 만드는 것보다 먼저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현업에 보여주려고 합니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실제 화면에서 버튼을 한 번 눌러보게 하는 것이 훨씬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이런 개발 방식을 ‘MBCKIT’라는 AI 에이전트 개발 플랫폼으로 조금 더 체계화했습니다. 사용자 피드백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에이전트 코딩을 이용해 빠르게 서비스를 개발하고 다시 개선하는 구조입니다.

현업 피드백과 바이브 코딩을 연결하는 MBC의 개발 기반 플랫폼 ‘mbckit’
현업 피드백과 바이브 코딩을 연결하는 MBC의 개발 기반 플랫폼 ‘mbckit’

 

결국 출발점은 여전히 같습니다. 현장의 문제를 듣고, 가능한 한 빨리 작동하는 형태로 만들어 보여주고, 실제 사용자의 피드백을 다시 개발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Q6. AI가 사회 전반에서 활발히 사용 중이며, 산업 구조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의 미래와 비전에 대해 AI & IT 개발자의 입장에서 의견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AI로 인해 콘텐츠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음악, 영상, 목소리까지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되고, 콘텐츠의 양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질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그럴수록 ‘누가 만들었는지’, ‘믿을 수 있는지’, ‘권리 관계가 명확한지’가 더 중요해집니다. 이것이 AI 시대에 지상파 방송사가 가질 수 있는 첫 번째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기술은 점점 보편화되겠지만,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와 검증의 경험은 단기간에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신뢰는 저절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AI가 만든 결과를 누가 검증할 것인지, 출처와 권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시청자와 청취자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먼저 세우고 지켜야 합니다. 생성형 AI로 정보와 콘텐츠가 넘쳐날수록, 이런 기준을 갖춘 ‘믿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곳’의 가치는 오히려 더 커질 것입니다.

한국방송대상_(2701)

두 번째 경쟁력은 데이터와 아카이브입니다. 지상파 방송사는 수십 년 동안 뉴스,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등 방대한 콘텐츠를 축적해 왔습니다. 과거에는 이 아카이브가 보관과 재사용의 대상이었다면, AI 시대에는 새로운 콘텐츠와 서비스를 만드는 핵심 데이터가 됩니다. 사람이 메타데이터를 보고 영상을 찾던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장면의 의미와 맥락을 이해하고 필요한 부분을 찾아 활용할 수 있게 되면 과거의 콘텐츠는 다시 현재의 제작 자산으로 살아납니다.
이 두 가지를 바탕으로, 지상파 방송은 정해진 시간에 콘텐츠를 송출하는 ‘채널’에서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뉴스나 프로그램이 TV 방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상, 음성, 텍스트로 다시 구조화되고, TV와 라디오뿐 아니라 OTT와 디지털 플랫폼 등 이용자가 콘텐츠를 만나는 모든 접점으로 확장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방송사는 AI 기술의 단순한 소비자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모든 AI 모델을 직접 만들 필요는 없지만, 방송사가 가진 데이터와 제작 환경을 가장 잘 이해하는 영역에서는 필요한 기술과 서비스를 직접 설계하고 축적할 수 있어야 합니다. MUSEEK에서 만든 음원 임베딩 기술이 MUSE로 이어지고, 그 경험이 다시 영상 아카이브 검색 기술로 확장된 것처럼,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며 쌓인 기술과 데이터는 다음 서비스의 기반이 됩니다.

AI 에이전트가 발전하면 이런 변화는 더 빨라질 것입니다. 음악, 음성, 영상, 검색처럼 각각 만들어진 AI 서비스를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다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서로 호출하고 연결해 제작 과정 전체를 지원하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AI는 사람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제작자가 더 많은 것을 시도하고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도록 돕는 도구가 됩니다.

결국, 지상파 방송의 미래는 지상파가 수십 년간 쌓아온 신뢰와 콘텐츠 자산에 AI를 결합해, 콘텐츠를 만들고 찾고 전달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데 있습니다. 여기에 방송을 만들어온 사람들의 경험까지 더해진다면, AI 시대에도 지상파만이 만들 수 있는 콘텐츠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믿습니다.

개별 AI 서비스를 중앙의 AI Agent가 도구처럼 호출하는 보도 AI 에이전트 MAGIC
개별 AI 서비스를 중앙의 AI Agent가 도구처럼 호출하는 보도 AI 에이전트 MAGIC



Q7. 2026년은 본인에게 어떤 한 해였는지요? 남은 기간의 계획은?
2026년은 저에게 ‘만든 기술이 실제 전파를 탄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2월에 MUSE를 오픈했고, AI가 만든 선곡표가 새벽 라디오 본방송에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7월부터는 MSPEAK의 AI 보이스로 만든 라디오 뉴스도 실시간 방송에 송출됐습니다. 개발 화면에서 시연하는 것과 실제 방송을 통해 청취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개발자로서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3월에는 한국방송작가협회 웹진에 글을 기고했고, 5월에는 KOBA 2026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면서 MBC 밖의 분들과도 방송 현장에서 AI를 적용한 경험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방송대상 수상까지 이어지면서 개인적으로도 가장 많은 분을 만나고 가장 많은 피드백을 받은 한 해였습니다.

남은 기간에는 앞서 말씀드린 ‘만드는 조직’이라는 방향을 실제 프로젝트로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프로젝트는 디지털뉴스 CMS ‘이음(IEUM)’입니다. 디지털뉴스룸에서 약 15년 동안 사용해온 외부 솔루션의 노후화로 교체가 필요한 상황에서 새로운 상용 솔루션을 도입하는 대신 직접 개발하기로 했고, 제가 총괄 PM을 맡고 있습니다.
기사 관리와 승인 워크플로우, 다중 채널 배포, 유관 시스템(보도제작 시스템 등) 연계는 물론이고 기사 요약, 키워드와 썸네일 자동 생성, 영상·이미지 분석 등 AI 기능도 처음부터 시스템 내부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체 개발 중인 디지털뉴스 CMS 이음(IEUM)
자체 개발 중인 디지털뉴스 CMS 이음(IEUM)

 

두 번째는 ‘영상 임베딩 모델 과제’입니다. 올해는 영상의 샷·장면 분할 파이프라인과 MBC 방송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셋 구축 및 모델 설계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3년에 걸쳐 제작시스템들과 연계한 아카이브 검색 서비스로 완성하기 위한 기반을 만드는 단계입니다.
이와 함께 mbckit을 기반으로 ‘두 가지 AI 전환 서비스’도 직접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보도본부의 주요 업무를 AI 에이전트 서비스로 구현하는 프로젝트이고, 다른 하나는 아나운서국의 업무 스케줄을 자동으로 관리하는 서비스입니다. 스케줄 관리 서비스는 아나운서국에서 먼저 적용한 뒤 향후 전사 서비스로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느끼는 점은 대형 프로젝트와 연구과제의 PM을 수행하면서도 이 두 서비스는 모두 1인 프로젝트로 직접 개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 같으면 여러 명의 개발자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을 일을 지금은 한 사람이 기획부터 프로토타입, 개발까지 상당 부분 진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개발자의 역할과 개발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저도 실제 업무를 통해 체감하고 있습니다.

 

Q8. 마지막 한 마디
지난 1월 인터뷰에서 “화려한 기술보다 현장에서 매일 쓰이는 기술을 만들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새벽 라디오에서 MUSE 선곡표의 음악이 실제로 흘러나오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 그 말을 조금은 지킨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뭉클했습니다.
돌아보면 MUSEEK은 외부 서비스 종료라는 작은 위기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때 만든 음원 임베딩 인프라가 MUSE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은 지금 영상 아카이브 검색 기술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하나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면 그 과정에서 다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이 남습니다. 지난 몇 년간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제가 가장 크게 배운 점입니다.

AI 때문에 방송기술인의 역할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지금은 현장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직접 해결책을 만들 수 있는 시대입니다. 방송기술인은 방송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있고 동시에 기술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변화 속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술이 빨라질수록 신뢰에 대한 기준은 더 단단해야 합니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누가 검증할 것인지, 어떻게 방송에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방송사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동시에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콘텐츠와 아카이브의 가치를 AI를 통해 더 크게 활용하는 방법도 찾아야 합니다.
거창한 프로젝트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매일 반복되는 작은 불편 하나를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해도 됩니다. MUSEEK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하나씩 쌓이고 서로 연결되면 결국 방송을 만드는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한국방송협회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그리고 지금까지 함께해주신 동료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실험실에서 끝나는 기술이 아니라 현장에서 쓰이는 기술, 시연으로 끝나는 기술이 아니라 실제 전파를 타는 기술을 만들겠습니다.

그림10. 실험실이 아니라 현장에서, 시연이 아니라 실제 전파를 타는 기술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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