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마트미디어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TV방송 시청의 행태는 다양해졌고, 이에 따른 콘텐츠와 디바이스, 그리고 플랫폼과의 연결고리는 복잡해지면서도 어떻게 보면 간편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는 TV Everywhere 시대, 즉 언제 어디서나 시청자들의 요청과 수요에 의해 프로그램 공급자는 다양한 디바이스와 플랫폼을 통해 전달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른바 OTT(Over The Top)라 불리는 동영상 시청서비스는 모바일과 인터넷이라는 거대 인프라망과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멀티디바이스 등을 통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다 보니 기존 지상파망을 통한 채널에 대한 수요의 대부분은 다채널에 대한 욕구와 다시보기(VOD)에 대한 열망으로 변화하면서 현재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의 방송정책 다변화를 고민케 하고 있다. 이에 다가오는 미래방송에 대한 초석이라 할 수 있는 지상파 UHD 도입에 따른 문제점과 향후 로드맵, 그리고 관련 법령 개선에 대한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한다.
제2의 디지털 전환… 그 준비와 시청자보호
지난 디지털방송 전환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정책수립과 시행의 당사자인 정부의 소극적이고 네거티브적인 디지털 전환 정책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지상파시청자에 대한 미흡한 수신자 보호대책, 사후관리 방치와 함께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지원 또한 미흡하였고, 일방적인 정책을 강행한 데에 그 이유가 있다. 화질을 개선하여 소비자 복지 향상과 시청자의 매체선택권을 확보시킨다는 것보다는 산업적 측면으로 접근했던 것이 크고, 전송방식에 대한 논란에 매몰되어 시간상으로 정책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놓쳤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지상파 방송사들의 안일한 시청자 서비스 정책 또한 중요한 원인으로 분석될 수 있다.
콘텐츠 제작과 방송 커버리지 확보에 치중한 나머지 방송사별로 수신환경개선 관련 전담부서 및 콜센터 시스템이 미진했던 것이다. 지상파방송이 무료 보편적인 서비스를 충실히 제공할 수 있으려면 다분히 정부 차원의 재정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난시청 해소와 수신환경 개선을 통한 직접수신율 향상은 지상파사업자의 몫이면서도 정부의 의무이행 사항인 것이다.
셋째 이러한 두 가지 요인과 더불어 유료방송사의 전략적이고 공격적인 영업은 가상종료와 자막고지 정책 등에 힘입어 오히려 지상파 직접수신 가구들의 이탈을 방조했고, 지상파 공시청 선로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훼손 또는 불법점유 되는 사태까지 간 것이다.
지난 7월 정부는 700MHz 대역에서 5개의 지상파 UHD 주파수를 할당하기로 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최초로 4K UHD 방송을 도입하게 되는 역사적인 결정의 순간을 맞이하였다. 2012년 12월 31일 아날로그방송을 공식 종료한 이후 2년 7개월 만에 이러한 차세대방송 플랜을 결정하게 된 다양한 이유와 배경 속에서 이제 명심해야 할 것은 그동안 HD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함께 해소하여 보다 좋은 서비스를 시청자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잠시 현재의 4K UHD 현황을 설명해 보고자 한다.
얼마 전 한국지상파디지털방송추진협회(이하 DTV KOREA)에서 제작 완료한 4K급 UHD 홍보용 공익광고는 방송사와 기획사, 제조사 등의 협력 등으로 완성도 있는 영상을 만들어 낸 바 있다. 그 동영상에는 지상파 UHD의 장점인 초고화질 영상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었지만, 또 하나의 홍보문구는 지상파 직접수신이었다. 즉 예전의 아날로그 시대에도 그랬고, 현재의 HD급 시대도 그러하듯, 4K UHD급의 미래방송 시대에도 지상파의 시청방법은 안테나 또는 공시청설비를 통한 수신이 곧 무료 보편적 대국민 서비스이자 시청자 미디어 복지향상인 것이다.
지상파의 무료시청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10여 년 전부터 지상파 방송사 위주의 TF도 추진되었고, 시민단체들로 이루어진 DTV전환감시시청자연대 또한 운영되어 왔었다. 물론 학계 측에서도 그 당위성에 인정하고 있고 정부 일부관료 및 부처들도 인정해 오고 있다. 다만 경제적인 측면과 산업적인 측면에서 통신사업과 비교, 추측되는 부분에 너무 치중되고 있다는 것이 많은 지적이다.
여기서 잠시 MMS, 즉 지상파다채널방송서비스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기술적으로 검증이 완료되었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디지털 전환 초기에 도입하여 서비스 중인 MMS가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지지부진한 이유를 이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국내 방송미디어시장은 다분히 편향적인 면이 없지 않다. 소위 인위적인 채널 런칭과 더불어 시청자 복지향상보다는 소비향상으로 치닫고 있지 않나 싶다. 이러한 상황은 모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의 대부분의 가구가 다채널방송을 원하고 있으며, 유료방송의 선택 또한 다양한 채널선택권에 있다는 부분과 함께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지상파 콘텐츠를 선호하고, 유료방송 시장이 저가구조이며, 콘텐츠제작자와 가전시장과의 생태계 순환 구조 시스템도 복잡하다는 점, 또 한편에서는 한반도의 산악 지형형태와 공동주택 위주의 주택 비율이 타 국가와 비교되는 점 등이 그러한 원인이 될 수 있다.
MMS 정책이 유독 국내에서 난항을 겪는 것은 사업자들의 문제가 아니다. 방송정책과 계획의 정확한 로드맵을 제시하여 균형 있는 미디어방송 플랫폼 시장 구축이라는 큰 아젠다를 무너뜨리고 있는 정부의 획일적인 편향정책에 기인한 것이다.
또 하나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정확한 대국민 홍보 전략이 다시금 필요한 시기라 하겠다.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해야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는 것처럼, 결국은 TV수상기를 바꿔야 하는지, 아니면 차세대 미래방송 도입은 언제쯤 TV수상기를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홍보가 필요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결국 사용자인 시청자에게 모든 경제적 부담이 돌아간다면 무료보편서비스의 대국민 미디어 복지향상이란 헛물인 것뿐이다.
아날로그 종료 및 채널재배치가 끝나고 2년이 지난 시점에서 모든 국민이 디지털방송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건 아니다. 아날로그 수상기로 컨버터를 연결하여 비정상적인 영상을 보시는 분, 아날로그 케이블상품을 통해 뿌연 화면을 시청하시는 분, 디지털수상기를 보유하였지만, 아날로그 유료방송을 보시는 분 등 디지털 소외계층은 아직도 존재하며, 디지털 전환기 정부지원 받았던 세대와 가구들은 아직도 미흡한 사후 유지관리 시스템에 지쳐가고 있다. 앞으로 향후 5년, 아니 10년 후가 될 제2의 디지털 전환 때에는 모든 국민과 시청자들에게 더 이상의 피해가 가지 않으려면 그동안 HD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미비하고 부족했던 부분들을 함께 해소하고 치밀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겠다.
이에 정부의 전폭적인 시청자 및 방송사 지원과 더불어 UHD 특별법, 공시청 관련 법령 등의 제·개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방송수신환경 관련 법령 제·개정
지난해 “세월호 참사” 등 각종 안전사고 예방과 대응에 대한 중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범국가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재난안전망과 더불어 재난·긴급 대피시설로 이용되는 공동주택 등의 지하층 등에서 재난·긴급방송을 수신할 수 있도록 “지상파방송공동수신설비 설치기준에 관한 고시”가 지난 8월 4일 미래부 고시로 개정되었다. 지난 HD 디지털 전환 이후로 난립되어 있는 공동주택의 수신설비 개보수 사업과 함께 공동주택 수신설비의 효율적인 유지관리 규제 등을 담은 지상파방송 공동수신설비 설치기준에 대한 법령 제·개정을 지속적으로 정부부처 및 유관기관 등과 협의 추진한 결과이다.
■ 고시 개정 주요내용
○ 재난방송 수신을 위해 지하대피소 등 지하층으로 설비대상 확대(제3조의 2 신설)
☞ 중계기용 무선기기 설치로 지하층 내에서 휴대폰으로 DMB 시청 및 승용차 내에서 FM라디오 청취가 가능함에 따라
방송설비 유지·관리 확인 가능
○ 모든 방송설비전원은 정전 시에도 항상 방송수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비상전원 공급
이 가능한 회로를 구성하여야 하며,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하여야 한다.
(제4조 ④항 신설)
○ 세대단자함에 MA용과 케이블용 분배기 각각 설비(제3조의 2 ⑤항 신설)
우리나라는 공동주택이 전체 가구의 60%를 차지한다. 그만큼 공동주택에 필요한 공시청 설비를 통한 방송시청행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다만 이러한 공시청 설비의 개보수와 복원 등이 다소 미비하고, 그 법령 또한 강제성을 띄지 못하는 현행법은 당연히 유료방송의 전략적인 영업과 공시청 설비 훼손 등으로 시청자들의 무료보편서비스 미디어 복지 혜택은 힘든 상황이다.
사례를 몇 가지 들어보겠다.
· 아파트 공시청이 끊겨 관리사무소에 연락하지만 아는 사람도 없고 아무도 관심도 없다.
· 결국 유료방송을 신청하게 됐다.
· 아파트 중간층 어디쯤에서 공시청 라인이 누군가 이사하면서 끊어졌다.
· 관련사항 등을 연락할 곳도 현장 조치를 해줄 곳도 없다.
위와 같이 시청자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에 공시청 개보수 여무에 대한 인식 부재, 그리고 원인 파악 및 현장 조치 등 민원 대응 시스템 체계의 부재가 현실이다. 분명히 지상파가 디지털화 등을 하면서 지상파 수신환경이 많이 개선되었는데도, 제대로 시청자들에게 홍보를 못 한 것이 아쉽다는 부분이다.
방송수신환경 관련 법령을 보자.
지난 2000년 이전까지는 모든 공동주택이 단일배선이었다. 2000년 이후 공동주택의 층별장치함까지 분리배선을 의무화하였고, 2004년 이후에는 건축물 내 2개 성형배선으로 의무화하여 시행되고 있다. 시청자들이 지상파방송은 직접수신을 통해 시청이 가능하다는 인식만 갖춰진다면 모든 공동주택 내 공시청 설비 및 실내외 안테나를 통해 직접수신으로 전환하고, 유료방송은 선택적으로 가입해 시청하는 행태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EBS MMS 개국 이후 국민의 눈길을 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처럼 교육적이고 경제적인, 그리고 재난재해 시 끊김 없이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는 국민기본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홍보하고 강조해야 한다. 현행의 방송수신환경 관련 법령에 공시청 설비에 대한 유지관리 항목을 보다 적합하게 포함하여 개정하여야 하고, 나아가 시청자들부터 직접수신에 대한 접근을 막는 장벽들을 제거하여 시청자의 선택권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공동주택의 사후관리, 즉 유지관리에 대한 보다 세밀한 법령과 개정안이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8월의 개정안은 지하망에 대한 재난방송용 수신설비 확대와 전원설비 추가되는 항목이 포함됨으로써 앞으로 UHD 차세대 방송용 설비를 포함한 지상파 플랫폼망 구축에 고무적인 사항이라 할 수 있다.
다가올 제2의 디지털 전환은 단언컨대 지난 디지털 전환의 답습과 반복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보다 체계적이고 시청자중심의 로드맵과 계획을 통해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방송의 범국민적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매월 민방위 훈련 시 먹통이었던 지하대피소 등 지하층 대피 주민 재난방송 수신 가능으로 효율적인 훈련 및 비상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국가 재난 재해 비상사태 시 중단 없는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령에 명시되어 있는 공시청 선로의 무단 점유를 원천 봉쇄하고, 신축 및 기존 건축물에 대한 공시청 설비 유지관리의 편리함을 통해 향후 차세대방송도 수신 가능 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앞으로 건축법령 및 주택법령 등 관련 법령사항도 정부와 방송사 및 유관기관 등이 합심하여 대시청자 복지 혜택을 위해 조속히 개정을 추진하여 시행토록 해야 할 것이다.
전 세계 방송미디어 시장의 변화는 무척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최근의 지상파 UHD 방송 도입에 대한 플랜이 본격화 되는 시점에 지상파방송의 직접수신과 수신설비 인프라망 구축 등 지상파 플랫폼에 대한 법적인 부분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차세대 방송 공적책무 수행과 미디어환경 변화 대응 속에서 무엇보다 대시청자에 대한 홍보와 지원이 유일한 소통의 창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