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Hybrid) 방송미디어 전략

하이브리드(Hybrid) 방송미디어 전략

방송미디어 산업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확산으로 인해 급격히 변화해 왔으며, 이러한 변화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그 변화의 첫 단계는 2000년대 초반으로, 인터넷의 보급과 개인 PC의 보편화가 디지털 세계로의 첫걸음을 가능하게 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방송 중심의 편성 구조가 해체되기 시작하며, 미디어 소비가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 양상에 대해 당시에는 방송미디어 산업이 디지털 환경에서 활발히 활성화된 시기가 아니었음에도, 2004년 당시 MIT 미디어랩 소장이었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는 디지털 기술이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의 확산이 새로운 개념인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Right, IP)’을 탄생시키고, 디지털 컨버전스를 통해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과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시대를 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파괴적 혁신 기술(Disruptive Innovation Technology)’로 설명하며, 이러한 변화가 우리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의 통찰력은 디지털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정확히 짚어낸 셈이었다. 네그로폰테의 예견은 오늘날 방송미디어 산업에서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과 그 파급력을 제대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이후 2010년대에는 스마트폰의 등장과 모바일 시장의 활성화로 인해 미디어 소비 환경이 언제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는 ‘온디맨드(on-demand)’를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1인 1미디어 시대를 열며 이용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과 인터랙티브 요소가 강조된 플랫폼 서비스가 주류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에 따라 방송 영상도 자연스럽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되고 소비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방송사들이 VOD를 포털사이트에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이후 유튜브를 통해 방송 영상을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이 과정에서 무료로 유튜브에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충돌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유튜브라는 거대 플랫폼이 지닌 ‘규모의 경제’와 영향력 앞에서 방송사들은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2020년대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을 맞이했고, 이는 방송미디어 산업에 또 다른 변화를 불러왔다. 디지털 환경에서 안정적인 체제가 구축되기도 전에 비대면 문화의 확산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폭발적인 성장이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형성했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전통적인 방송 방식은 더욱 위축되었으며, OTT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미디어 소비가 급격히 확대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콘텐츠 제작, 유통, 소비 방식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의 구조를 재편하며, 단기간 내에 질적 성장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산업과 시장 전반에서 치열한 경쟁과 자본 잠식 현상이 반복되면서 일부 기업들은 경영 악화라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방송미디어 산업은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변화하는 소비자 요구를 반영하며,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끊임없이 진화해 온 ‘하이브리드(Hybrid) 미디어’이다. 2025년은 방송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전환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AI와 같은 차세대 기술이 미디어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기존 방송 체계와 디지털 플랫폼 간의 공존 및 경쟁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산업 구조 전환의 관전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방송미디어 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콘텐츠 혁신이 향후 생존과 성장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더구나 실시간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된 콘텐츠 추천시스템도 주목받고 있다. 또한, 글로벌 OTT 플랫폼의 확장과 함께 현지화 전략이 강화되면서 각국의 로컬 콘텐츠 제작이 활성화되고 있다.
결국, 방송미디어 산업은 기술 발전과 소비자 요구의 변화에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생존과 성장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다. 2025년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산업의 혁신과 경쟁력이 시험대에 오를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다.

그간 방송미디어 산업은 다양한 형태의 하이브리드 전략을 펼쳐왔지만, 대부분이 동종 산업 안에서 이뤄진 형태였다. 즉 성공 가능한 ‘원천콘텐츠 IP’를 이용해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OSMU)’를 실행하며 세계관 확장이나 장르 간 확장을 실행해 왔다. 최근 여기서 한층 더 넓은 형태로 콘텐츠 IP의 기본 세계관을 바탕으로 다종 산업과 접목한 비즈니스에 방점을 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산업은 바로 리테일・유통 영역이다.

그림 1.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포스터 / 출처 : 넷플릭스
그림 1.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포스터
/ 출처 : 넷플릭스

 

지난해 방송미디어 산업은 드라마 제작 비용이 크게 상승하자, 예능 제작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하이브리드 전략을 구사할 좋은 기회와 연결된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공개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새로운 형태로 이어지며 그 여파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기존의 방송미디어는 영상 시청이라는 단편적인 콘텐츠 소비에만 치중했다면, 이제 이종 산업과 절묘한 하이브리드 연계 전략을 통해 또 다른 형태로 확장성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흑백요리사>는 ‘요리’라는 소재를 서바이벌 형식으로 풀어내며, 화려한 영상미를 통해 시청자의 미각과 식욕을 효과적으로 자극했다. 여기에 셰프들의 요리 인생과 철학을 매력적이고 독특한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으로 엮어내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매력은 콘텐츠 자체의 화제성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콘텐츠 부문에서 3주 연속 글로벌 1위를 차지하며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림 2.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글로벌 Top10 1위(2024. 9. 30.~2024. 10. 6. 기준) / 출처 : 넷플릭스
그림 2.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글로벌 Top10 1위(2024. 9. 30.~2024. 10. 6. 기준) / 출처 : 넷플릭스

 

콘텐츠의 화제성은 인터넷 버즈와 언급량 증가로 이어졌다. 실제로 <흑백요리사>는 9월 한 달 동안 언급량이 지속해서 상승했으며, 넷플릭스의 주간 활성 사용자(WAU) 수 또한 증가했다. 이와 함께 <흑백요리사> 신드롬은 출연 셰프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이는 그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예약 건수의 급증으로 연결되었다. <흑백요리사> 우승자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의 레스토랑 예약이 ‘캐치테이블’ 앱에서 오픈되자마자 무려 11만 명이 몰려들었고, 그가 경연 중에 편의점 제품으로 만든 디저트는 CU에서 ‘밤 티라미수’로 출시하며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콘텐츠의 성공은 단순한 시청에 그치지 않고, 관련 산업으로까지 영향을 확장하며 하이브리드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그림 3.  관련 주요 수치 / 출처 : 나스미디어 (2024.. 10).
그림 3. <흑백요리사> 관련 주요 수치 / 출처 : 나스미디어 (2024.. 10).

 

처음 <흑백요리사>가 공개되었던 지난 9월에는 콘텐츠에서 선보인 요리를 편의점과 협업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지만, 이후 셰프들의 특별 다이닝 행사나 이벤트, 요리 강좌 등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백화점, 면세점 등 리테일・유통 영역에서 규모를 넓혀가는 중이다. 앞서 <흑백요리사> 우승자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 사례처럼 콘텐츠에서 선보인 각종 요리를 간편식으로 만들어 판매하며 대중적 인기와 호응을 얻기도 했다. 지난 11월 기준 <흑백요리사> 요리로 만들어진 상품에서 ‘만찢남 마파두부덮밥’이 1위를 기록했고, 그 뒤를 이어 ‘만찢남 해물누룽지탕’, ‘장호준 소고기 우동’이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하며 전체 간편식 매출의 약 36%를 상승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방송미디어 산업의 변화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소비자 요구의 변화에 따라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콘텐츠 IP를 중심으로 한 하이브리드 전략은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디지털 플랫폼과 이종 산업의 융합은 지속적인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향후 방송미디어 산업은 디지털 기술과 소비자 요구에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생존과 성장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AI와 빅데이터, 그리고 차세대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혁신은 필수적이며, 다양한 산업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흑백요리사> 사례는 방송미디어 콘텐츠가 단순한 시청 경험을 넘어 다양한 산업과 융합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콘텐츠는 시청자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동시에, 관련 산업으로 경제적 효과를 확장하며 하이브리드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했다. 방송미디어 산업이 단순히 콘텐츠 제작에 그치지 않고, 다른 산업과의 협력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방송미디어 산업이 기술적 혁신, 소비자 맞춤화, 그리고 산업 간 융합을 통해 생존과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2025년은 이러한 변화가 정점에 이를 중요한 시기로, 방송미디어 산업이 도전과 기회의 갈림길에 서 있는 시점이다. 비록 산업이 여러 난관에 직면해 있지만, 변화와 혁신의 기회를 포착하여 하이브리드 전략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적 전환은 방송미디어 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디지털 시대에 더욱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 김민아(2024. 12. 22). 유통가, 흑백요리사 러브콜 계속…모델·요리 강좌로도 이어져: 편의점 냉장 간편식 매출 견인…면세점·백화점도 손 내밀어. ZDNET Korea.
・ 나스미디어 (2024. 10). MEDIA & MARKET ISSUE. 358호.
・ 넷플릭스 공식 페이지.
・ 인크로스 (2024. 10. 11). 2024년 10월 미디어 이슈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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