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다사다난했던 2014년을 뒤로하고 2015년 새해가 밝았다. 2014년의 우리 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 1위가 ‘지록위마(指鹿爲馬)’였다는데, 지상파 방송기술 분야에서 2014년은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안쳐다 보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쳐다본’ 한 해 같다. 아니, 손가락을 쳐다본 것도 아니고 아예 엉뚱한 곳만 쳐다본 한 해 같다. 뒤돌아 보면 희망은 컸었지만 확실하게 이루어 낸 것이 별로 없었던 한 해였다. 올해는 온순하다는 양의 해이지만, 방송기술 분야의 분위기는 별로 온순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매번 좌절을 겪어도 굴하지 않는 시지프스의 심정으로 지상파 방송기술의 올 한 해 이슈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지극히 가벼운 마음으로 보시기 바라며, 혹시 1년 지난 뒤에 이 글을 다시 꺼내보는 만행은 하지 마시기를 바란다.
UHD 방송
2013년부터 실시한 지상파 3사 4K 실험방송은 지난해 아시안게임 일부 종목을 4K로 제작 송출하면서 기본기를 다졌다. 즉 방송기술의 양대 산맥인 제작기술과 송출기술의 기본기를 4K에서도 익힌 것이다. 올해부터는 콘텐츠를 제작할 때부터 4K UHD로 제작하는 비중이 훨씬 더 커질 것이다. 그리고 4K에서의 부가서비스, 콘텐츠 보호 등의 이슈가 제기될 것이다.
방송장비 면에서 4K를 염두한 투자는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지난 2001년의 HDTV 본 방송을 위하여 도입한 장비들의 노후화 시점과 맞물리면서 신규도입 장비의 대부분은 4K를 지원하는 장비가 될 것이다. HD-Only 장비 대비 UHD/HD 겸용장비의 가격 차이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다만 큰 스포츠 이벤트가 없는 올해의 특성상 상반기에 대규모 도입은 어려울 것이며, 하반기부터는 2016년 올림픽방송이나 2018년 평창올림픽 및 월드컵방송을 위한 4K 투자가 더 활성화될 것이다. 장비 간 인터페이스 면에서는 올 4월의 NAB 이후 큰 줄기(SDI 혹은 IP 등)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장비의 하나인 HEVC 인코더의 성능은 그다지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장비의 안정성은 큰 이슈가 될 것이다.
DVB-T2 방식에 기반한 표준이 작년 연말에도 잠정표준 상태에 머물렀다. 방송사가 TTA를 탈퇴하고 방송협회 차원에서 표준을 제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대두하였지만, 믿는 도끼에 두 번이나 발등을 찍히니 아픈 것은 사실이다. 관련해서 ATSC 3.0 표준이 제정되는 시기가 변수가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언제까지는 표준이 제정될 것이라고 했던 공언들은 공언(空言)이 된 경우가 너무 많았다. 꼭 국내표준이 ATSC 3.0 기반으로 간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분야에서나 ‘한미공조’가 주요 토픽이다. UHD로 가는데 제약이 없는 유료방송 매체에 비해 지상파는 답답할 노릇이다. 그래도 4K 콘텐츠 제작능력은 제일 뛰어나다고 위로를 해 본다.
주파수 할당
주파수 문제의 대부분은 700MHz대의 이슈이다. 이미 지난 세기의 이야기지만 DTV 방식표준을 제정할 때 유럽의 DVB-T로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해가 갈수록 깊어진다. 영국의 OfCom을 비롯한 유럽의 규제기구들이 700MHz를 통신에 할당하기로 했다는 일부 언론의 단편적인 보도를 보면 그 아쉬움은 더 커진다. DVB SFN 실시로 인해 UHDTV 방송에 굳이 700MHz 주파수가 필요 없는 나라들의 기존상황은 생각하지는 않고, 700MHz가 꼭 필요한 지상파의 생존의지를 욕심으로 몰아가는 논조가 더 아프다. 말리기는커녕 때리는 시누이들.
700MHz 할당은 ‘정부(+ 통신사)’ vs. ‘국회’의 구도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재난방송에 20MHz를 할당하고 난 지금의 상황은 지상파에 더욱 밝아 보이지 않는다. 700MHz 할당 문제에서 가능한 시나리오는 1) 지상파에 9개 채널 배정, 2) 지상파에 5 ~ 6개 채널 배정, 3) 전부 통신사에만 배정 등이 있을 수 있다. 1)번으로 결론이 나기를 공익과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기대해 본다. 그것도 준비기간을 고려한다면 가능하면 빠른 시간에 결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 전망에서 가장 나쁜 것은 불확실성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주파수 할당이 올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발표가 날 것이라고 한다면 너무 사이비 점쟁이 같아 보일 테지…
▲ 2014년 10월 14일 방송인총연합회 주파수 정책 규탄 기자회견 |
다채널방송(MMS)
지난 연말에 EBS에 한해서 다채널방송 허가가 주어졌다. EBS는 올 2월 중에 MPEG-2 HD 2개 채널로 다채널방송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상파는 이미 DTV MMS 실험방송을 해 보았지만 약간의 수신기 정합문제는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합문제의 최소화로 MMS 방송이 탄력을 받기를 기대해 본다.
EBS를 제외한 방송사들은 추가 채널에 대해 방통위가 광고를 불허함으로써 원칙적으로 본 방송에 진입하기 어려운 장벽에 막혀있다. 다만 재난방송 시나 중요한 방송 이벤트가 중복되는 경우 등에 다채널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반만이라도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사업자의 판단에 따른 공간적, 시간적 가변 다채널 서비스 – 멋있지 않은가? 채널을 필요에 따라 스스로 창조하는 창조방송 창조경제.
▲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의 역동적인 혁신경제 2015년도 핵심과제 및 성과 보고자료 중 |
디지털 라디오
지난 10여 년간 디지털 라디오는 ‘뜨거운 감자’였다. 혹자는 ‘계륵’이라고도 하였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이미 실시 중인 것을 보면 계륵은 아닌 것 같다. 최근의 동향을 보면 디지털 라디오에 대한 논의는 일정 부분 UHDTV의 부상으로 밀린 느낌이 있다. 일본의 경우도 2013년 봄에 NHK를 비롯한 주요 방송사들이 디지털 라디오를 추진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디지털 라디오 추진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디지털 라디오의 장점을 무시하고 아날로그 라디오 방송을 실시할 것은 아니므로, 올해는 유의미한 결정들이 나올 것을 예상한다. 상반기에 700MHz 주파수 배정 이슈가 마무리된다면, 하반기에는 디지털 라디오 추진이 재점화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라디오는 음질도 음질이지만 부가서비스 적인 측면에서 사용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서비스임이 분명하므로 IT 선진국을 자처하는 우리나라 정부가 그냥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모바일 방송
DMB는 지상파방송의 대표적인 모바일 방송이다. 현재 안드로이드 계열의 국내 스마트폰에는 DMB 수신모듈이 대부분 있지만, I-Phone에는 DMB 수신 모듈이 안 들어가도 소위 ‘애플빠’들은 개의치 않는다. 게다가 각종 모바일 IPTV 서비스들이 속속 출시되면서 DMB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양상이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10년 가까이 끌어온 DMB 사업자들께 경의를 표한다. 현재 지상파 DMB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화질이다. DMB의 QVGA급의 화질로는 대표적인 DMB 프로그램인 프로야구 중계도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이를 타파하고자 지특위(지상파특별위원회)가 내놓은 ‘Smart DMB’ 어플은 통신망을 통해 화질을 조금 더 향상시켰다. 다만 Wi-Fi가 아닌 LTE 환경 하에서 Smart DMB 고화질 기능을 실행시키기에는 지갑이 두둑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올해에는 HEVC 코덱을 적용한 Smart DMB 어플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Smart DMB의 화질이 SD급이라면 HEVC 적용 화질은 720P HD 정도 될 것으로 예측된다.
4K UHDTV 이동수신 이슈도 대두될 것이다. SFN을 지향하는 UHDTV는 현재의 ATSC DTV에 비해 이동수신 능력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UHDTV 이동수신 능력이 검증되고 본방송 일정이 잡힌다면 스마트폰에 DMB 대신 혹은 추가로 UHDTV 수신 모듈이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너무 선행조건들이 많아서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이 모든 조건들이 충족되는 2017년도쯤에는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N-Screen 서비스
IP망에서의 콘텐츠 서비스는 이제 어쩔 수 없는 대세다. ‘콘텐츠연합플랫폼’에서 서비스하는 ‘pooq’ 서비스의 일정 부분 성공에 고무된 방송사들은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미 가입자가 100만을 돌파하였으므로, 충성도 높은 유료회원 비율이 더 높아지면 올해 중이라도 커뮤니티(Community) 기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영향력 있는 디지털 미디어의 하나로 인식되려면 그들만의 커뮤니티 기능이 있어야 할 것이다.
OHTV(Open Hybrid TV)는 2012년부터 본방송에 적용되어 왔다. OHTV의 장점은 Channel-bound Service라는 점이다. 즉, 채널 전환 시 해당 채널 방송사의 서비스가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접근성이 쉬운 서비스이다. OHTV VoD 서비스가 상반기 내에 pooq과 연계가 되는 결재시스템을 갖추면 어느 정도 밥벌이(?)를 하는 서비스가 되리라고 본다.
지난해에 지상파 방송사, 종편 3사 및 ‘CJ E&M’은 동영상 플랫폼 사업을 위해 ‘SMR(Smart Media Rep.)’로 뭉쳤다. 그 결과로 수익배분에 합의가 안 된 YouTube에는 영상제공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수익배분율에 합의한 Naver와 Daum KaKao에만 제공하고 있다. 아직 초기이지만 YouTube의 방문자 수는 조금 감소하고, Naver Cast는 증가하고 있다. 올 연말쯤 되면 그 차이가 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은 지상파 매출의 30% 정도가 VoD에서 나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좋은 선택이라고 믿고(?) 싶다.
다른 서비스와 연계하는 것과 달리 별도로 방대한 방송사 자체 보유 영상 아카이브 및 메타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를 활용하면 유튜브와 유사한 한국형 동영상 포털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올 한해 유통 채널을 다각화해서 콘텐츠 제값 받기가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 SMR 등장으로 인한 온라인 동영상 광고 집행 변화 출처 : ideabrewhouse.blogspot.kr |
IoT
현재 IT 분야의 최대화제는 IoT이다. 올 초 CES에서도 UHDTV와 함께 IoT 적용기술이 화두였었다. 사실 방송기술 분야에서 IoT 트렌드를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좀 거리감이 있다. 하지만 IoT 관련 이슈를 안 쓰면 원고의 품격이 현저히(?) 떨어지는 요즘의 세태를 반영하였다. 방송장비 중에서 송출용 방송장비는 Status Monitoring을 위해 연결(Connected)되어 있다. 일종의 IoT 기반화 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주로 제작용 방송장비에 IoT 기술이 적용될 것이다. 예를 들어 관찰카메라 같은 경우에는 IoT 기술로 편의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제작용 방송장비의 경우 올 한해는 초기라서 기초적인 수준에서 적용이 되겠지만. 가전사에서는 여러 가전기기에 IoT 기술을 적용할 것이다. 그중에서 사용자와 접점이 되는 대표기기가 부각될 것이다. 즉, 사용자가 모든 기기와 Interface를 하기 어려우므로 대표적인 기기 하나와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IoT Hub). 예상으로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TV가 스마트폰에 비해 가정 내 IoT Hub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를 대비해 방송사에서도 IoT Hub가 방송사 콘텐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야 할 것이다. 여러모로 방송기술인은 피곤하다.
파일기반 제작시스템 가속화
파일기반 제작시스템의 활성화가 가속화 될 것이다. 대부분의 방송사에서 송출부분에서는 File 기반의 직접송출시스템을 가동 중에 있다. 제작 부분에서 Storage 기반 NPS(Networked Production System)의 장점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지만, 그중에서도 File 기반 제작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원본영상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꼭 한류 콘텐츠의 유통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국내에서뿐 아니라 Global한 시장에서의 OSMU(One Source Multi Use)를 위하여 방송본에서 한글자막 등을 제거하는 서비스 등이 각광을 받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송출된 영상의 자막을 제거하여 비자막 원본영상을 복구하는 서비스 개발 연구가 활발하다. 파일기반 제작시스템이라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서비스를 활용하면 수출되는 콘텐츠에 현지어 자막을 쉽게 입힐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일부 방송사에서는 상용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플랫폼 기반 제작시스템으로 4G LTE망을 이용한 영상전송시스템(MNG – Mobile News Gathering)의 사용이 빈번하다. 그러나 현재 Full-HD 화질이라고 보기에는 좀 아쉽다. 4G의 1,000배 속도로 예측되는(항상 예측치는 그럴듯…) 5G 상용화 시점은 2020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5G 시대의 MNG는 UHDTV 전송까지 무난할 것이다. MNG가 올 2/4분기 정도부터는 3 Band LTE-A 서비스 정도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3-Band CA LTE의 최대속도가 300Mbps에 달할 것이라는 광고 문구를 그대로 믿기는 어려울 테지만.
▲ SBS 클린본 자동 생성 시스템(MASIC) |
부가서비스
지상파 DTV 부가서비스하면 우선 데이터방송이 떠오른다. 현재도 HDTV에 데이터방송이 송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상파 방송사 근무자들도 잘 모르고 있다. 한때는 DTV 데이터방송의 최대 Cash-cow로 T-Commerce가 부상되었었다. 지난 10여 년간 혹시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기대감이 있었지만, Internet Wired된 TV 앞에 가만히 앉아서 상품구매를 할 진득하고 무던한 시청자를 찾기는 어려웠다. 물론 방송법 자체가 T-Commerce 화면 크기의 제한 등으로 기를 팍 죽여 놓은 이유도 있지만. 하지만 이제는 서광이 비치기 시작한다. 때에 따라서 방송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통신이라고 주장하는 IPTV를 통해서. IPTV의 양방향 서비스를 이용한 T-Commerce의 시도가 올해 상반기에 시작될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DMB TPEG 시장 축소 등으로 상처 난 지상파 부가서비스의 자존심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흑묘백묘론.
직수율 개선
현재 지상파TV 직접수신율은 기관별 매체별로 인용하는 수치가 다 다르다. 2013년 방통위자료는 6.8%이다. 이에 비해 유료방송의 합은 130.7%(중복 가입가구 합산)이다. 주지하다시피 지상파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이른바 황금비율인 2025년 직수율 30%이다. 지상파 플랫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상파 방송사는 매년 DTV KOREA에 자금을 지원하여 직수율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로 작년에는 공동주택의 수신개선사업이 끝이 났다. 즉 직수율이 상승할 수 있는 물리적 여건이 완전히 갖추어진 것이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EBS 다채널방송이 시작되며 MMS에 의한 채널의 다양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DTV KOREA에서는 올해 DTV뿐 아니라 DMB 수신상태도 점검하는 ‘지상파 종합 민원센터(가칭)’를 구축 운영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4K UHDTV 방송이 조기에 활성화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쟁력 있는 지상파 4K 콘텐츠를 직접수신에 의해서만 볼 수 있다면, 직수율의 상승은 또 다른 모멘텀을 만나게 될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이 끝이며, 끝이 시작이 되는 형국이다.
▲ DTV KOREA 홈페이지의 직접수신 설명 자료 |
이상 올 한해 방송기술 10가지 트렌드에 대해 살펴보았다. 구글의 CEO인 래리 페이지는 ‘기술발전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혁명적으로 변한다’고 했다. 이 글이 혁명적까지는 안되더라도 점진적인 방송기술발전을 이해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