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는 읽을 만한 책 소개와 함께 기술인이 직접 읽고, 그 소감을 독자와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회원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 많은 도움이 되었던 책, 나를 새롭게 만든 책 등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을 되살려 공유하고,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악인
그 사람, 악인인거죠?
요시다 슈이치 지음 /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정가 12,000원
일본 아사히신문에 연재된 작품으로, 인간 심연의 ‘악의’를 날카롭게 파헤친 감성 미스터리이다. 저자는 ‘선과 악’, ‘강자와 약자’라고 하는 굵직한 테마를 선명한 묘사화 독특한 기법으로 그려내며, 하나의 살인사건으로 시작되는 인간 본성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일본 신문ㆍ잡지 서평담당자가 뽑은 2007 최고의 책 1위에 선정되었고, 2007년 제61회 마이니치 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미할리스 대장
현대 그리스 문학의 대표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장편소설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정가 10,800원
19세기 후반 터키의 압제를 받던 크레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불굴의 의지를 지닌 사나이 미할리스 대장을 중심으로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 사이의 서사시적 투쟁을 그리고 있다. 종교적이면서도 세속적인 크레타 민중의 삶이 담겨 있다. 누구보다도 현실적으로 삶을 사랑하는 크레타인들의 모습을 전해준다. 무자비할 만큼 사랑스러운 모습의 인물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실존 인물들로 그려진다.
철학자와 늑대
괴짜 철학자와 우아한 늑대의 11년 동거 일기
마크 롤랜즈 지음 / 강수희 옮김 / 추수밭 / 정가 15,000원
베스트셀러 저자가 자신의 소울메이트 늑대와 함께 쓴 동거일기로, 11년간 함께하면서 겪은 모험과 우정, 그리고 우리가 인정하기 싫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유머와 감동으로 풀어낸 책이다. 철학교수인 저자는 어느 날 구멍이 난 삶의 부분을 채우기 위해 개로 둔갑한 늑대를 입양한다. 그리고 개의 가면을 쓰고 인간 세계에 어울려 살면서 거꾸로 인간의 가면을 되비추기 시작한다.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지승호가 묻고 강신주가 답하다
강신주, 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정가 22,000원
말과 글과 행동이 같은 우리시대의 인문학자 강신주를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만나, 5주 50시간 함께 이야기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자신의 생각을 날카롭고 명쾌하게 풀어내는 철학자 강신주는 이 책에서 인문학적 계보를 찾아 제자백가에 이르는가 하면, 다시 현대 한국 사회로 돌아와 우리 현실을 바라보다 본연의 인문정신에 이르러 끝을 맺는다.
이덕일의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한국 역사상 가장 치열한 논란의 대상.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정가 10,900원
<조선왕조실록>에 3천 번 이상 언급된 조선 최대 당쟁가 송시열. 그는 조선과 한국사에 비극을 잉태한 인물이다. 300년이 넘게 유지되어온 송시열 신화의 비밀. 성인과 악마라는 극단적 찬사와 저주 사이에 놓인 그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인가. 이 책은 송시열과 그들이 만들어낸 조선사와 이로부터 이어지는 한국사의 그늘. 그 숨겨진 비극적 역사의 실체와 진실을 역사학자 이덕일이 추적한 것이다.
▩ 책을 읽고 나서
배효식 OBS 기술국 기술 1팀
대학 때였다. 아르바이트로 노동일을 했는데 그날은 빌라 건축현장이었다. 일을 하던 중 다른 파트(미장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의 아저씨가 지붕 위에 서서 저쪽의 사다리 좀 갖다달라고 부탁했다. 바쁜 일이 없던 터라 접이식 사다리를 가져다 옥탑방 지붕에 길게 펴서 받쳐주고 돌아서는데, ‘어어’ 하면서 쿵 소리가 났다. 아저씨가 사다리와 함께 떨어진 것이다. 높지는 않은데 떨어지면서 사다리 사이에 다리가 끼면서 꽤 크게 다친 것 같았다. 부러지거나 금이 간 것처럼 보였다. 옆에서도 고통이 느껴질 만큼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아파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저씨는 업혀서 병원으로 갔고 그 이후는 나도 모른다.
내가 아는 건 내가 세워드린 접이식 사다리가 거꾸로였다는 것이다. 발로 디뎠을 때 안 접히게 사다리를 세워야 되는데 반대로 세운 것이다. 사고난 그 순간 바로 알았다. 심장이 쿵쾅대고 죄책감과 두려움, 미안함에 내 얼굴도 하얘졌던 것 같다. 그런데 동시에 ‘원망, 책임, 처벌, 병원비, 내 일당’ 이런 단어들이 뒤죽박죽으로 머리를 점령했다. 아직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명치깨가 답답해지는 이십년 된 일이다. 나는 정직하지 못했다. 그 현장에 있던 누구도 몰랐지만, 내가 알았다.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을 자청해야 했었다. 사실을 밝히고 다친 분께 진심으로 사죄했어야 했다. 적어도 병문안이라도 가서 미안함을 표했어야 했다.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정직해야 했다. 그 일을 못 잊는 건 미안함 때문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가끔씩 그 일이 생각날 때마다 아팠던 건 명치가 아니라 내 양심이었을 것이다. 소설은 두께도 얄팍하고 잘 읽힌다. 다섯 대학생들이 한 아파트에 살면서 각자의 시선으로 그린 그들의 얘기. 같은 아파트, 같은 세계 속에 살지만 각자의 시선으로 본 세계는 다른 이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처럼 보인다. 나의 세계도 당신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일 것이다. ‘퍼레이드’가 준 또 하나의 울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