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Upstage)가 포털 사이트 다음(Daum)을 새롭게 운영한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지난 2026년 1월 말, 카카오는 다음의 운영사인 100% 자회사 ‘에이엑스지(AXZ)’의 지분 전량을 업스테이지에 넘기고, 그 대가로 업스테이지의 주식을 받는 형식으로 양사가 지분을 맞교환하는 주식교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간 다음은 1995년 출범 이래 국내 IT 포털 산업의 발전 맥락을 함께 해왔다는 점에서 충분한 대표성과 상징성을 가졌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 특히 스마트폰 보편화 단계에 진입하면서 변화하는 이용자 니즈와 시장 포지셔닝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그 결과 쇠퇴기를 맞이했고, 웹 로그 분석 사이트 인터넷 트렌드를 기준으로 현재 포털 검색 점유율 3% 수준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상태다.
카카오 입장에서 현재 다음은 인터넷 시대의 상징성 이면에 소위 계륵(鷄肋) 같은 존재로 전락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포털 사업을 떼어내며 이를 포기한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다음이 인터넷 초창기부터 30년 가까이 축적해 온 방대한 데이터(뉴스, 카페, 티스토리 등)와 트래픽을 고려하면 이를 완전히 버리기는 어렵다. 이는 모두 카카오의 핵심 디지털 자산이며, 특히 AI 시대에 수십 년간 쌓아온 양질의 한국어 데이터와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포기한다는 건 글로벌 경쟁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도화된 피봇(Pivot) 전략
카카오의 입장에서는 현 상태로 다음을 유지하자니 낮은 점유율로 인해 네이버나 구글 대비 매출은커녕 막대한 서버 유지비 등 손실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고, 새롭게 투자한다고 해도 유의미한 ROI(투자자본수익률)를 기대하기가 힘든 구조다. 이미 2000년대 중반 이후 네이버로 넘어간 주도권을 끝내 회복하지 못했던 것처럼, 특정 서비스에 고착화(Lock-in)된 이용자의 습관과 사용자 경험을 돌이키기는 쉽지 않다. 현재 1, 2위 사업자와의 압도적인 점유율 격차를 고려할 때 떠나간 이용자를 다시 후킹(Hooking)할 동인이 내부적으로는 부재한 상황이다.
결국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다음이라는 거대한 데이터 창고를 버리기는 아쉽지만, 근본적인 구조적 개편은 필수적이라는 진단을 내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카카오는 AXZ를 업스테이지에 넘기면서도 지분 투자를 통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두고, ‘포기인 듯 포기 아닌’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다. 필자는 이것을 카카오가 선택한 일종의 고도화된 피봇(Pivot)이자 생존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K-AI의 저력, 업스테이지
카카오와의 전략적 지분 맞교환(M&A)으로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선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과연 어떤 기업일까?
2020년에 B2B 회사로 창업한 업스테이지는 김성훈 대표를 비롯한 네이버 클로바 출신 AI 핵심 인력 3명이 만든 회사다. 당시 국내 AI 생태계 구축과 서비스 구현을 목표로 만들었으며, 기업에서 문서를 다루는 노동력을 AI로 대체했을 때를 감안해 문서 이해 플랫폼인 ‘도큐먼트 AI(Document AI)’를 출시했다. 이 플랫폼은 다단, 표, 차트 등이 포함된 복잡한 비정형 문서를 빠르고 쉽게 전산화해 주는 모델로 B2B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후 2023년 초거대언어모델(LLM) ‘솔라(Solar)’를 자체 개발하며 본격적인 도약기를 맞이했다.
업스테이지의 기술력은 이미 지난해부터 업계 안팎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정부가 주도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국가대표 AI) 육성 사업’의 최종 5개 사에 업스테이지가 당당히 이름을 올린 순간이었다. 네이버(하이퍼클로바X), LG(엑사원), SKT(에이닷) 등 내로라하는 막강한 대기업들의 각축전 속에서, 스타트업 규모인 업스테이지가 주관사로 포함된 것은 그 자체로 압도적인 기술적 체급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업스테이지가 대중과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각인된 계기는 따로 있었다. 바로 2025년 7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자신의 SNS X를 통해 업스테이지의 차세대 모델 ‘솔라 프로 2(Solar Pro 2)’의 성능을 직접 언급하며 호평한 일이다. 이를 기점으로 업스테이지의 솔라 시리즈는 단순히 성능만 좋은 모델이 아니라, 동급 모델 대비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효율성을 겸비한 모델(Cost-effective LLM)’로 전 세계 개발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간이 흘러, 수많은 신규 거대 모델이 쏟아지는 무한 경쟁 속에서도 그 잠재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2026년 2월 18일 기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rtificial Analysis)의 지능 지표에서 업스테이지의 ‘Solar Open 100B’는 22점으로 85위, 추론 특화 모델인 ‘솔라 프로 2’는 15점으로 125위를 기록했다. 2025년 7월 12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외형적 순위는 크게 조정되었으나, 이는 모델의 증가와 시장의 폭발적 팽창으로 같은 개발사에서 출시한 모델도 다양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글로벌 빅테크가 장악한 차트 내에서 꾸준히 순위권을 방어하며, 작지만 빠르고 강력한 한국 AI의 기초 체력을 입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카카오톡 내 GPT 검색 도입과 업스테이지 기술
그간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플랫폼 삼아 수많은 기술적 실험과 서비스 확장을 시도해 왔다. 하지만 이는 서비스의 외연이 유기적으로 넓어지는 형태라기보다는 채팅앱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과도한 기능과 기술을 집약시키는 다소 폐쇄적인 슈퍼앱(Super-app) 전략에 가까웠다. 이로 인해 앱이 무거워지고 UI/UX가 복잡해지면서, 정작 핵심인 커뮤니케이션 기능의 이용자 접근성과 편의성이 저해되는 역효과를 낳기도 했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앱이라는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에 기대어, 내부에서만 너무 많은 기술적 실험을 감당하려 했던 경향이 있었다.
또한, OpenAI와 구글 등 미국발 빅테크 기업들이 압도적인 자본과 속도로 글로벌 AI 시장을 장악하는 현시점에서 카카오가 자체 개발 모델만을 고집하는 것은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현재 기술 변화의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만드는 올인하우스(All-in-house) 전략보다는 무리한 R&D 리스크를 줄이고 AI 원천 기술(LLM)에 특화된 업스테이지 같은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 생존에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카카오는 폐쇄성을 탈피하고 최근 카카오톡 내부에 외부 AI를 접목한 ‘챗GPT 포 카카오(ChatGPT for Kakao)’ 형태의 대화형 검색을 전격 도입하며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가 되었다. 사용자가 카카오톡 앱을 이탈하지 않고도 대화창 안에서 AI와 문답하며 실시간 최신 정보와 요약을 즉각적으로 얻어내는 편의성을 증명한 것이다.
이번 업스테이지와의 지분 동맹은 이러한 외부 개방형 기술 도입의 완결판이다. 무거운 자체 개발 리스크를 덜어내는 대신, 카카오는 업스테이지의 빠르고 가성비 좋은 솔라 특화 모델을 카카오톡 AI 검색 코어 및 톡비서 기능 등에 전면 이식할 계획이다. 지분 교환 이후 업스테이지는 카카오톡이 발생시키는 일일 수십억 건의 프롬프트와 다음의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독점하여 AI 모델을 지속해서 조정하고, 카카오는 이를 바탕으로 모빌리티, 커머스 등 전 계열사의 즉각적인 AI 전환(AX) 시너지를 이뤄내는 완벽한 구조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은 앞서 언급한 다음의 피봇과도 직결된다. 바야흐로 검색의 패러다임이 단순 키워드형 포털 검색에서 퍼플렉시티(Perplexity), 서치GPT(SearchGPT) 등 ‘AI 기반 대화형 검색’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카카오의 전략은 생명력을 잃어가는 포털 다음을 단순히 유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업스테이지의 검증된 솔루션(Solar 등)을 탑재하여 초개인화된 AI 기반 대화형 에이전트로 완전히 탈바꿈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K-AI 연합과 동반성장
결국 카카오는 비핵심 사업과 인력을 분리해 경영 효율화를 추구하면서, 리스크가 큰 자체 거대 모델 개발 대신 검증된 외부 기술을 수혈해 즉각적인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반면 업스테이지는 카카오와 지분 투자로 묶임으로써, 스타트업 자력으로는 확보하기 불가능에 가까운 대규모 한국어 데이터와 다음 검색, 카카오톡 등 트래픽을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선 지분 동맹을 통한 내적 시너지 창출이며, 카카오가 보유한 방대한 콘텐츠 자산과 업스테이지의 기술력을 결합해 다양한 서비스를 외부로 확장하는 진정한 윈윈(Win-Win)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카카오의 전략적 피봇은 현재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국가 주도 AI 성장 및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소버린 AI(Sovereign AI) 확보라는 정책 기조와도 정확히 부합한다. 무엇보다 카카오와 업스테이지의 파트너십은 구글, 오픈AI 등 글로벌 거대 자본의 공세 속에서, 순수 국내 자본과 기술로 경쟁력을 유지하며 국내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협력 모델을 제시한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 대기업은 막대한 자본과 데이터, 대국민 사용자 접점(Market)을 제공하고, 기술 스타트업은 민첩한 기술력과 솔루션을 공급함으로써, 단순한 하청 구조가 아닌 상호 의존적인 동반 성장 구조를 확립했기 때문이다. 이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R&D 리스크를 분산하고,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확실한 시장과 성장의 퀀텀 점프 발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향후 국내 AI 생태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플랫폼 재편을 넘은 미디어 변화
이러한 카카오와 업스테이지의 전략적 연대는 단순한 플랫폼의 개편을 넘어, 차세대 AI 플랫폼으로의 대전환을 예고한다. 나아가 이들의 ‘이유 있는 동맹’은 머지않아 미디어 생태계 전반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제로 클릭(Zero-click) 검색 시대로 인한 미디어 생태계의 재편이다. 대화형 AI가 포털과 메신저 내에서 기사와 방송 클립을 요약해 완성된 답변을 제공하게 되면, 언론사나 방송사 웹사이트로 유입되는 아웃링크 트래픽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이는 기존 트래픽과 광고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가 필요한 것을 의미하며, 미디어 플랫폼들이 새로운 생태계 룰을 마련해나갈 것을 예고한다.
둘째, 막강한 원천 IP와 AI의 융합을 통한 제작 워크플로우의 혁신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소유하고 있는 막대한 웹툰, 웹소설, 드라마 IP에 업스테이지의 AI 기반 고성능 문서 이해 기술이 결합한다면 수십 년간 쌓인 방송 대본과 영상 메타데이터를 AI가 순식간에 분석하여 흥행 가능성이 높은 숏폼 클립이나 각본을 자동 추출할 수 있다. 또한, 한국어 영상 대본을 글로벌 진출 국가의 문화적 뉘앙스에 맞게 실시간 자동 번역 및 자막화하여 K-콘텐츠의 제작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셋째, 능동형 인터랙티브(Interactive) 미디어의 대중화다. 앞으로 시청자들은 단순히 방송을 수동적으로 시청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카카오톡 안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예능, 드라마 속 캐릭터와 실시간 메신저 대화를 나누며 스토리의 전개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가 있다. 즉 콘텐츠 IP를 활용해 페르소나가 부여된 AI 캐릭터로 시청 경험과 상호작용을 강화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카카오와 업스테이지의 이번 지분 동맹은 쇠락해 가는 1세대 포털의 단순한 매각이나 구조조정이 아니다. 이는 막대한 자본력과 속도로 무장한 글로벌 빅테크의 맹공 속에서, 모든 것을 스스로 감당하려 했던 올인하우스를 과감히 버리고 토종 AI 생태계가 살아남기 위한 가장 치열하고도 영리한 생존형 피봇이다. 다음의 방대한 데이터 유산과 카카오톡이라는 대국민 인프라는 글로벌 시장이 인정한 업스테이지의 고효율 AI 원천 기술을 만나 가장 파괴적 시너지를 보여줄 것이다. 이들의 결합은 단순한 포털 검색 패러다임의 전환을 넘어, 미디어 전반의 밸류체인과 대중의 소비문화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강력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 서울경제(2025. 7. 21). K스타트업의 위엄…머스크도 인정한 업스테이지 ‘솔라 프로 2’ 성능 세계 12위.
・ 연합뉴스(2026. 1. 29). 업스테이지, 포털 다음 인수한다…카카오 지분 맞교환.
・ 파이낸셜뉴스(2026. 1. 18). ‘국대 AI’ 1차전 탈락 후폭풍… “재도전, 리스크 너무 크다”.
・ SDF 다이어리(2025. 9. 20) 일론 머스크도 견제한 한국의 AI ③국가대표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 Artificial Analysis. Official page(2026. 02. 18 검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