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과 함께한 홍콩 여행기

저가항공과 함께한 홍콩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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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균 tbs 라디오기술부

“홍콩 항공권이 10700원 이래” 홍콩익스프레스 프로모션 광고를 본 와이프의 전화 한 통이 여행의 시작이었다. 홍콩익스프레스는 홍콩의 대표적인 저가항공사(LCC)인데 좁은 좌석과 잦은 지연 및 결항으로 홍콩 여행객들에게 평이 좋지 않은 항공사이다. 또한 게다가 수화물 추가, 좌석 지정 및 운항정보 변경 문자 발송 수수료까지 받는다고 들어 특가 소식을 듣고도 조금은 망설임이 있었다. 그러나 여행은 빈손으로 갔다가 무겁게 돌아오는 것이니 돌아올 때 수화물만 추가하면 된다는 와이프의 주장에 설득을 당해 KTX 부산 왕복 요금으로 홍콩 항공권을 구입 했다. 하지만 여행이 항공권만으로 될 일인가? 항공권 다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호텔!! 홍콩은 높은 인구 밀도와 세계적인 도시답게 호텔가격이 비싼 편이다. 그러나 조금만 외곽으로 눈을 돌린다면 합리적인 가격의 호텔을 구할 수 있다는 말에 호텔까지 전광석화로 결제완료. 사실 홍콩이 그리 크지 않고 지하철이 잘되어 있어 이동시간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우리의 일정은 홍콩섬 비중이 높아 홍콩섬 쪽 성완 지역에 예약을 했다. 이제 떠나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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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중국 남부에 위치한 홍콩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약 3시간 30분 거리에 있으며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한 시간 늦다. 홍콩은 구룡 반도와 신계, 홍콩섬을 비롯한 260여 개의 외곽 섬을 포함하고 있다. 면적은 인천광역시보다 조금 넓다. 대부분 홍콩 여행 시 홍콩 섬과 구룡 반도 지역을 둘러보고 오게 된다. 여행하기 좋은 시기는 우기가 끝나고 선선해지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며, 통화는 홍콩달러(1HK$ = 약 145원)이다. 영국은 중국과의 19세기 중반 아편전쟁에서 승리 후 홍콩을 지배했고, 99년간의 통치 끝에 1997년 홍콩의 주권을 중국에 반환하였다. 현재 홍콩은 특별 행정구로 지정되어 정치, 경제에 관한 부분들은 자치권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

출발 며칠 전, 홍콩익스프레스의 대량 결항 및 지연 사태가 발생하여 홍콩 언론에도 보도되고 여행 카페에는 피해 글이 속속 올라와 출발 전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다행히 우리가 타고 간 항공편은 지연 없이 정상 운행하였고 비행기 내부도 쾌적하였다. 큰 기대를 안 했는지 몰라도 생각했던 것보단 좌석 간격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첵랍콕 공항에 도착하여 한국에서 미리 구매한 AEL(공항철도) 티켓을 수령 후, 24분 만에 홍콩섬에 도착하였다. 홍콩은 공항에서 도심까지 가까워 이동 시간이 짧다. 호텔 체크인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빅버스 투어를 하기로 했다. 빅버스는 이층 버스로 홍콩의 주요지역을 순환하는 버스로 홍콩섬 투어(레드 루트), 구룡 반도 투어(블루 루트), 스탠리 투어(그린 루트), 나이트투어(야간전용) 4가지 루트가 있다. 원하는 루트를 선택하면 24시간 동안 정류장에서 자유롭게 승하차가 가능하다. 또한 기본적으로 한국어 안내방송이 있어서 홍콩을 빠르게 둘러보는데 도움이 된다. 빅버스 티켓 또한 한국에서 미리 구매하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빅버스 투어를 마치고 딤섬으로 배를 채운 후 코즈웨이 베이로 이동하였다. 코즈웨이 베이는 홍콩 최대의 쇼핑가이자 젊은이들의 가장 많이 찾는 지역으로 백화점부터 명품, 트렌디 숍까지 쇼핑의 모든 것이 있는 곳이다. 같이 간 와이프는 이곳에서 쇼핑을 하고 난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보마산으로 향했다. 홍콩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옥토퍼스 카드’를 사용하는데 우리나라의 ‘티머니’와 비슷한 개념이다. 옥토퍼스 카드는 대부분의 교통수단과 음식점, 편의점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며 잔돈이 남지 않아 간편하다. 공항이나 모든 MTR(지하철) 역에서 구매 및 충전할 수 있으며, 처음 구매가격은 보증금 50달러를 포함한 150달러이며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때 보증금에서 9달러(수수료)를 제외한 차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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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마산을 가려 한 이유는 이곳에선 홍콩의 색다른 야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이곳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서 보고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장소이다. 버스에서 내린 후 20여 분 등산을 한 후 포인트에 도착하였다. 부지런한 몇몇 분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실 예전 홍콩 방문 때도 보마산에 왔었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다음을 기약했었다. 그런데 오늘도 날씨가 완벽하지는 않았다.

보마산에서 촬영한 홍콩 야경
보마산에서 촬영한 홍콩 야경

 

익청빌딩
익청빌딩

보마산에서 내려온 후, 코즈웨이에서 와이프를 만나 홍콩섬의 동쪽 지역인 ‘타이쿠’역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영화 ‘트랜스포머4’와 ‘공각기동대-고스트 인더 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 ‘익청빌딩’이 있는 곳이다. 익청빌딩은 ‘ㄷ’자 모양의 큰 주상복합 건물로 1층과 지하는 상가이고, 그 위에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가 있다. 처음부터 ‘ㄷ’자는 아니었고 증축에 증축을 더하다 보니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는 말이 있다. 홍콩 도심의 화려한 빌딩과는 달리 낡은 건물 외관과 좁게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독특한 느낌을 준다. 또한 이곳은 관광지가 아닌 생활 터전이라 조금은 조심스레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첫날 일정을 마치며 트램을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은 홍콩섬 서쪽에 있으니 트램을 타고 꽤 가야 한다. 트램 2층에서 바라보는 홍콩의 풍경은 항상 새롭다. 홍콩 트램은 100년이 넘게 홍콩섬의 도심을 가로지르며 서민의 중요한 교통수단뿐만 아니라 이동하는 광고판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트램은 2층 형태로 뒤에서 승차해 앞으로 내릴 때 현금(2.3달러)이나 옥토퍼스 카드로 요금을 낸다.

둘째 날은 숙소 근처인 성완과 센트럴을 둘러보기로 했다. 센트럴은 주요 금융기관과 세계적 기업들이 포진해 있는 홍콩 비즈니스의 중심지이자 거대한 마천루들이 들어서 있는 홍콩 제일의 관광명소이다. 그에 비해 성완은 빈티지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지역이다. 센트럴과 셩완 지역은 홍콩의 근대사가 시작된 곳이다. 영국군은 올드타운 센트럴 지역을 시작으로 홍콩을 점령해 나갔다.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길 중 하나인 할리우드 로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아시아와 서양의 작품을 선보이는 갤러리와 앤티크 샵이 줄지어져 있어 그래피티의 형태로 나타난 다양한 작품을 길거리 골목골목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중에는 한국인 작가의 작품도 여러 점 있다.

43홍콩에서 가장 유서 깊은 지역인 센트럴은 특징 있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많아 미식가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전통 딤섬에서부터 길거리 음식 그리고 디저트까지 다양한 음식을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카레국수 집 ‘카우키’를 방문하기로 했다. 이 집은 60년 전통으로 소고기 양지와 도가니를 넣고 삶은 카레국수가 주메뉴이다. 홍콩 영화배우 양조위의 단골집으로도 알려져 있고, 유명한 식당답게 오픈 전부터 수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배를 채웠으니 홍콩의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인 ‘빅토리아피크’를 올라가 보기로 한다. 보통 피크트램을 타고 올라가지만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면 야경을 감상하려는 관광객들이 몰려 대기시간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꼭 피크트램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버스를 이용해 올라가는 것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다. 센트럴에서 빅토리아피크까지 버스로 40~50분 정도 소요된다. ‘빅토리아피크’에 올라왔다 하더라도 홍콩의 전망을 볼 수 있지만 탁 트인 전망을 보려면 입장료를 내고 ‘스카이 테라스’에 올라가야 한다. 스카에 테라스 입장하면 홍콩의 전망이 360도로 펼쳐지며 주요 방향에 대한 한국어 안내방송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전망대보다 ‘뤼가르드 로드’에서 보는 전망을 더 추천한다. 좀 더 개방감 있는 전망을 선사하며 게다가 무료다. ‘뤼가르드 로드’는 전망대 건물 옆쪽으로 난 산책로인데 10여 분 정도 걸어가면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있다.

심포니 오브 라이트
심포니 오브 라이트
뤼가르드 로드에서 본 홍콩의 야경
뤼가르드 로드에서 본 홍콩의 야경

첫날에 이어 둘째 날도 해가 지니 해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홍콩 날씨는 해안가라 그런지 정말 순식간에 돌변한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한 채 구룡 반도로 이동을 해서 침사추이 쪽에서 야경을 담기로 했다. 침사추이로 넘어온 이유는 매일 밤 8시에 열리는‘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보기 위해서다. 심포니 오브 라이트‘는 홍콩섬과 구룡 반도 양쪽 하버 사이드에 있는 총 44개의 고층 빌딩에 설치된 서치라이트가 13분 동안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홍콩의 대표적인 쇼다. 초반에는 33개의 빌딩을 하나씩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각 빌딩이 소개될 때마다 레이저나 조명, 네온사인으로 답을 하며, 마지막은 모든 건물이 일제히 레이저를 발사하며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어느덧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홍콩 역에서 항공사 ‘얼리 체크인’을 하고 홀가분하게 ‘스타페리’를 타고 침사추이로 향했다. 스타페리는 홍콩섬과 구룡, 외곽 섬까지 연결하는 홍콩의 오랜 교통수단으로 모두 4개의 노선이 있다. 그 중 센트럴과 침사추이를 약 10분 만에 잇는 노선이 가장 인기가 높다.

침사추이 시계탑 모습
침사추이 시계탑 모습

침사추이 선착장에 내리면 커다란 시계탑을 볼 수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1970년대까지 중국과 유럽을 왕복하던 시베리아 횡단열차 역이 시계 탑 앞에 있었다고 한다. 기관사가 열차의 출발·도착 시간을 체크하기 위해 있었던 시계탑으로 지금은 침사추이의 상징이 되었다. 우리는 근처에 있는 캔톤로드로 향했다. 캔톤로드는 전 세계의 모든 명품 브랜드 매장이 모여 있는 거리다. 엄청난 매장 규모와 화려한 인테리어로 여성 관광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영화 <첨밀밀>에서 여명과 장만옥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거리가 바로 명품거리로 탈바꿈하기 전의 캔톤로드였다고 한다. 이곳 근처에는 홍콩영화에 자주 등장했던 ‘청킹맨션’이 자리 잡고 있는데, 리모델링을 해서 영화 속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이제 아쉽지만 여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저가 항공사라 많은 걱정을 했었지만 오히려 부담 없이 가볍게 올 수 있는 여행이었다. 수하물이 없어 강제적으로 짐을 가볍게 싸야만 했는데, 오히려 개인적으론 덜어냄의 미학을 배울 수 있었고, 합리적인 가격을 생각한다면 불편한 점들도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자주 특가 이벤트를 하는 항공사라니 종종 이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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