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직접수신환경 개선을 위한 과제

지상파 직접수신환경 개선을 위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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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 순차 종료됐던 아날로그 방송이 12월 31일 새벽 4시, 수도권을 끝으로 디지털TV 방송으로 전면 전환되었다. 2001년 10월 관악산에서 디지털방송이 시작된 이후 12년 만이다.

TV는 일상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매체다. 2011년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가 매일 TV를 시청하고 있고, 연령대가 증가할수록 TV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시청자들은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TV를 시청하며 그중 지상파 방송을 가장 많이 시청하고 있었다.

 

   
 

아날로그방송과 달리 디지털방송은 안테나만 설치하면 무료로 쉽게 수신되고, 화질도 매우 선명하다. 그러나 시청자의 90% 이상은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막연히 거주지역이 난시청이라고 생각하거나 안테나를 통해 수신된 화질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안테나를 통해 지상파를 직접수신하려 해도 안테나를 판매하는 곳이나 실외안테나를 설치해주는 곳이 보이지 않아 직접수신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저렴한 가격의 유료방송 상품에서 다양한 채널을 볼 수 있는 것도 원인이다.

예전에는 TV에 안테나는 필수였다. 중계유선이 서비스하는 일부 난시청 지역을 제외하고는 TV와 안테나가 하나의 기기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1995년 3월 종합유선방송이 출범하면서 시청자들은 안테나가 없어도 TV를 시청할 수 있게 되었고 시청 가능한 채널도 훨씬 많아졌다. 보다 선명한 화질로 다양한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케이블가입자가 급증하면서 가전사에서는 안테나를 함께 판매하지 않게 되었고 이에 따라 안테나를 판매하고 설치해주던 전파사 등이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그동안 방송사는 디지털 전환을 위해 1조 6,500억 원을 투자하였고 국민들은 수십조 원을 지불하며 디지털TV를 구입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안테나를 찾거나 설치하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유료방송에 가입하면 수십 개의 채널을 저렴한 요금으로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인 정부는 아날로그TV로 지상파를 직접수신하는 가구에 대해 안테나를 설치 지원해주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 사업이 종료된 내년 이후, 기존에 설치된 안테나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신규로 안테나를 설치해서 지상파를 무료로 시청하고자 하는 가구가 있을 경우 누가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가가 우려된다. 지상파를 직접 수신할 수 있는 생태계가 훼손되어 안테나를 설치해주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디지털 전환의 혜택은 고화질방송과 다채널 방송이다. 전 세계 각국은 고화질 다채널 방송을 디지털 전환의 촉매로 활용하고 있고, 시청자들은 아날로그 때보다 대폭 증가된 채널을 무료로 시청하고 있다. 지상파 다채널 방송이 실시되면 안테나에 대한 시청자들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고, 수요 증가에 따라 안테나를 판매하는 곳이 자생하기 시작할 것이다. 안테나 판매와 설치하는 업체가 증가하면서 누구나 손쉽게 지상파를 직접 수신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될 것이다. 훼손되었던 지상파 직접수신생태계가 복원되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전담조직을 마련하여 다채널 방송 포맷 확정과 규제기관과의 협의 등 전향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또한 규제기관은 다채널 방송을 매체정책 차원이 아니라 시청자 복지차원에서 접근하여 지상파 방송사 자율의 다채널 방송을 즉시 허용해야 한다.

아파트에는 옥상의 커다란 안테나를 통해 모든 세대가 지상파 방송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도록 <공시청>설비가 구축되어 있다. 공동주택의 특성상 공시청설비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입주민들은 유료방송에 가입해야만 지상파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된다. 2011년 11월과 2012년 1월 케이블방송사가 지상파 재전송을 중단하여 케이블방송만 시청 가능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2011년 7월에는 서울 서초동 우면산 산사태로 케이블 방송 선로가 끊어짐에 따라 수만 가구가 며칠 동안 TV를 시청할 수 없었고 추가로 발생할지 모를 재난에 대비할 수도 없었다.

아파트 입주민의 TV시청권 확보를 위해 150세대 미만 아파트는 DTV KOREA가, 150세대 이상 아파트는 디지털시청100%재단에서 공시청 개보수 비용의 50%를 지원해주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공시청 개보수 지원 사업이 추진되면서 일부 케이블사업자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아파트를 대상으로 비용이 수반되고 관리가 어려운 디지털 공시청 시설을 구축하는 대신 자신들이 무료로 제공하는 20개 채널을 시청하라는 영업이 전국적으로 펼쳐졌다. 개보수 지원을 취소하는 아파트도 있었고 공시청 유지관리에 대한 혼란이 극심했다. 이에 지상파 방송사와 DTV KOREA에서 공시청 선로 관련 법령을 제정하는 국토해양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하였고, 다음과 같은 해석이 나왔다.

 

   
 

아파트의 공시청설비는 단순한 부대시설이 아니라 아파트 입주민들의 TV 시청권과 매체선택권을 보장하고 더 나아가 재난재해 발생 시 생명을 보호하는 중요한 설비다. 아파트의 공시청설비는 주택법47조의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5년 내 20% 부분수리하고 15년 내 100% 전면교체해야 한다. 또한 주택법 제59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 하여금 장기수선계획의 이행 여부에 대해 점검하도록 하고 있고 동법 101조에는 과태료 조항도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점검주기, 점검방법 등에 관한 법령은 제정되지 않아 많은 아파트의 공시청 설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들의 TV시청권 및 매체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

 

< 방송과기술 VOL.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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