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군의 B급 잡설, La Strada (The Road, 길)

C군의 B급 잡설, La Strada (The Road,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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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의 에필로그에서 약속드린 대로 이번 호부터 C군의 ‘인트러덕션 투 어러머리브 텍날러쥐(Introduction to Automotive Technology, 자동차공학 개론)’ 연재를 시작합니다. 시작에 앞서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지난 한 달 동안 C군은 어디에서부터 어떤 이야기로 자동차공학 개론을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첫째는 아무 대책 없이 연재를 수락해버렸기 때문이고, 둘째는 항상 논리보다는 정서를 우선하고, 과학적 방법 보다는 막연한 감으로 때려잡기를 좋아하는 기질 탓에 무언가 체계를 잡아서 조리 있게 설명하는 것에 소질이 없기 때문입니다.

꽤 많이 벗어난 이야기지만 위 마지막 문장의 기질-소질 같은 단어의 나열을 보며 C군은 기가 막힌 라임(rhyme)이라며 홀로 탐미의 늪에 빠진 채로 한 동안을 취해 있었습니다. 마감이 코앞인데도 넘치는 감성을 다스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C군에게서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글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또한 정확한 과학적 사실과 치밀한 분석도 불가능합니다. C군의 공학 세계는 오직 ‘자의적 해석과 비과학적 분석’ 그리고 ‘느낌적인 느낌’만이 부유(浮游)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C군의 B급 잡설의 본격적 시작에 앞서 다시 한 번 걱정 어린 당부를 드립니다. 부디 자의적이며 때로는 고의적으로 왜곡된 C군의 글을 있는 그대로 신뢰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내용 또한 지나친 축자적(逐字的) 해석을 경계하시고 ‘느낌적인 느낌’으로만 마음에 가벼이 담아 씹고 버리는 껌처럼 즐기다 잊어주시면 더없이 감사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연재할 이야기의 시작을 찾아 서성이다 보니 야속하게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이육사 님의 광야[曠野] 중)’ 이윽고 마감이 다가왔습니다. 아직 길고 긴 연재의 여정을 시작하는 단계일 뿐인데 벌써부터 이리도 그 무엇 오고 간 흔적도 없이 비어있는 원고…… 탄식과 함께 온몸의 무게가 바닥으로 꺼지는 황망함만이 C군을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황망함을 달래는 것은 오직 C군이 하릴없이 곱씹고 있는 ‘긴 연재의 여정’이라는 말 뿐…… 그러나 비논리와 비약으로 가득한 C군의 지적작용은 ‘긴 연재의 여정’을 곱씹던 순간 뒷걸음질하던 소처럼 뭔가를 낚은 듯한 느낌을 교감신경을 통해 ‘빡’ 알려왔습니다. 교감신경의 작용으로 동공이 확대되고 심박수가 높아지며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기 시작했습니다.

긴 연재의 여정 ➝ 연재의 여정 ➝ 여정….. 여정….. ➝ 길?? ➝ 길? ➝ 길!

유종지미(有終之美)로 끝날지 비명횡사(非命橫死)로 끝날지 모르는 본 연재의 운명과 안개 자욱한 길의 이미지가 중첩되며 길 위를 달리는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 또한 길에서 시작해 보는 것도 그럭저럭 괜찮은 방향 같다는 막연한 기분이 삼척의 겨울파도처럼 강렬하게 밀려왔습니다. 이 정도 필(feel)이 왔으면 주저하지 말고 속된 표현으로 일단 연재를 지르는 게 상책입니다. 매우 추진력 있는 본인의 자세에 지금 이 순간 C군도 스스로 매우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엄청 얻어걸린 듯한 느낌이지만 결론을 얻은 방법에 상관없이 C군의 마음에 잉크처럼 퍼져나가는 ‘길’에 대한 희망적인 느낌은 어떠한 방식으로도 표현할 수 없었고 알 수 없는 확신까지 들게 했습니다. 그래서 이달의 제목을 폼나게 La Strada(The Road, 길)로 정하고 길과 자동차의 이야기로 본격적인 연재를 시작합니다.

자! 시작합니다!
 
C군은 본지의 주된 독자층의 연령대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 달구지나 리어카를 타본 경험이 있는 독자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C군이 말하고 싶은 ‘길’을 이해하기 위해선 달구지나 리어카를 타본 경험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달구지나 리어카에 관한 ‘생체(生體)의 기억’이 없는 독자는 글쓴이로서 매우 송구스럽지만 스스로의 상상력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포장도로는 완만히 변하는 굴곡을 따라 변하는 완벽히 매끄러운 평면입니다. 그래서 아무런 완충장치가 없고 강철로 된 링으로 나무바퀴를 감싼 달구지를 타고 그 위를 지나도 별다른 진동이나 충격을 느낄 수 없을 거라 상상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순진한 상상은 달구지를 타고 아스팔트 위를 지나는 순간 속절없이 무너집니다. 아스팔트 표면의 작은 돌기들로 인해서 기분 나쁜 진동이 매우 높은 주파수로 반복되고 이내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이 기분 나쁜 진동을 참아낸다고 해도 진짜 문제는 속도가 높아지면 작은 요철에도 달구지가 튀어 오르기까지 한다는 겁니다. 강철 링을 두른 바퀴를 단 달구지로 아스팔트 위를 신나게 달릴 수는 없습니다.

   
▲ [그림 1. 노면의 요철과 달구지의 운동]

그럼 달구지에 고무튜브가 달린 바퀴를 장착하는 것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우둘두둘한 아스팔트 표면으로 인한 자잘한 진동이나 작은 요철에 의한 튀어 오름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속도가 높아지면서 역시나 요철에서 큰 충격으로 튀어 오르는 문제가 생겨납니다. [그림1]은 노면의 요철에 따른 달구지의 운동을 나타낸 것입니다. [그림1]처럼 현실 세계에 있는 길은 크고 작은 요철이 여기저기 있습니다. 정지 상태에서 보면 그저 큰 문제없이 넘을 수 있을 것 같은 요철도 달구지의 속도가 높아질수록 탑승자 입장에서는 급격하고 큰 충격을 주는 요철로 변합니다. 설상가상으로 더욱 속도가 높아지면 도로의 굴곡조차도 달구지를 심하게 상하로 흔들어 대기 시작합니다. 바퀴에 다른 어떤 장치를 장착하여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면 아무리 도로포장을 잘한다고 해도 현실의 도로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로 인하여 높은 속력으로 길 위를 달릴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높은 속도에서 ‘현실 세계의 길’을 달구지가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게 할 수 있을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법은 바퀴와 달구지 사이에 스프링을 달아서 완충효과를 내게 하는 것일 겁니다. 그럼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스프링이나 바퀴와 달구지 사이에 달면 될까요?

[그림2]에 스프링의 강도에 따른 달구지의 노면반응을 대략 묘사하였습니다. (A)는 강도가 강한 스프링을 장착한 경우이고 (B)는 (A)보다 강도가 약한 스프링을 장착한 경우입니다. 그림으로 보면 스프링이 비교적 부드러운 편이 달구지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면서 요철을 효과적으로 지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는 사고실험을 해보면 쉽게 동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스프링이 무한대로 강해서 쇠막대기와 똑같다고 하면 이는 스프링이 없는 달구지와 동일할 것입니다. 이 상태에서 스프링이 부드러워질수록 노면의 충격을 완화해주는 정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 [그림 2. 노면의 요철과 달구지의 운동 : (A) 강한 스프링, (B) 부드러운 스프링]

 

하지만 부드러운 스프링을 바퀴와 달구지 사이에 장착하는 것으로 충분할까요? 세상의 많은 문제들이 그렇게 쉽게 풀리면 사는 게 어찌 이리 어렵고 고단하겠습니까? 부드러운 스프링을 사용하면 달구지에 가해지는 충격은 줄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스프링이 부드러울수록 노면의 요철에 쉽고 빠르게 수축되고 요철에 의한 충격이 어느 정도를 넘으면 100% 수축된 스프링에 의해 바퀴의 충격이 달구지 본체에 그대로 전달되게 됩니다. 게다가 부드러운 스프링일수록 수축된 후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기 전에 [그림2]의 (B)에 표시된 것과 같은 진동을 합니다. 부드러운 스프링으로 노면의 격한 충격은 상당히 완화되었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요철 이후의 울렁거리는 진동은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의 좋은 방법은 없는 걸까요? 부드러운 스프링의 울렁거리는 진동을 제거하고 급격한 충격에도 필요 이상으로 수축하지 않게 할 수는 없을까요? 너무도 답이 보이는 질문이지만 당연히 답을 찾았기에 오늘날 고속에서도 안락하게 주행할 수 있는 자동차가 존재합니다. [그림3]의 장치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입니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쇼바라고 불리는 것으로 원래 정식 명칭은 쇼크업소버(Shock Absorber)입니다. 말 그대로 충격을 흡수해주는 목적으로 사용하며 실린더 안에 점성이 있는 유체를 채우고 그 안에서 피스톤이 움직이게 한 장치입니다. 피스톤에 작용하는 유체의 저항으로 진동을 흡수하며 급격한 충격을 늦추는 작용을 합니다. 이때 피스톤에는 유체를 통과시키기 위한 작은 구멍이나 밸브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유체의 점성이 충격을 흡수하는 정도나 진동을 줄이는 정도를 결정하게 됩니다. 물론 [그림3]은 개념도에 가깝기 때문에 현대의 복잡한 쇼크업소버와 실제의 구조는 차이가 있습니다.

   
▲ [그림 3. 쇼크업소버(Shock Absorber)]

 

쇼크업소버를 스프링과 함께 사용하면 마법과 같은 일이 생깁니다. [그림 4]는 스프링과 쇼크업소버를 달구지와 바퀴 사이에 함께 장착했을 때의 노면반응입니다. 물론 개념적인 설명을 위해 치밀한 산술적 계산이 없이 느낌으로 그렸으므로 독자 여러분도 대충 느낌만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 [그림 4. 노면의 요철과 달구지의 운동 : 쇼크업소버(스프링옆 노란 실린더) 장착 시]

 

독자 여러분도 대부분 공학을 전공하셨으므로 스프링의 강도와 쇼크업소버의 유체저항에 따라 각기 다른 노면반응이 나올 것을 예상하실 겁니다. 그리고 그 예상이 맞습니다. 스프링과 쇼크업소버의 최적 조합을 찾으면 [그림 4] 또는 그 이상의 쾌적한 노면반응을 얻을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앞바퀴와 차체의 공간 사이로 굵은 쇠기둥이 중심을 지나는 스프링을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스프링의 중심을 지나는 그 굵은 쇠기둥이 쇼크업소버입니다.

하지만 자동차의 네 바퀴에 스프링과 쇼크업소버만을 장착하면 바퀴가 차체에 얌전히 붙어 있을까요? 상식적으로 불가능할 것입니다. 무언가 기계장치를 만들어서 바퀴를 차체와 강하게 연결시켜 놓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바퀴가 상하로 움직일 수 있는 상태도 유지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그 상하운동을 스프링과 쇼크업소버를 통하여 제어하며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는 [그림 5]와 같이 차체와 바퀴를 금속과 같은 강한 소재의 암(arm)으로 연결합니다. 이 암과 스프링, 쇼크업소버를 합쳐서 서스펜션(suspension)이라고 부릅니다. 이 서스펜션이 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고속도로를 안락하게 달릴 수 있는 것입니다.

   
▲ [그림 5. 자동차 서스펜션 개념도]

 

서스펜션은 공중에 떠 있는 자동차 차체와 땅 위의 바퀴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서스펜션은 차체의 무게와 차체에 가해지는 힘을 바퀴에 전달하기도 하고 역으로 바퀴가 노면으로부터 받는 힘을 차체에 전달하기도 합니다. 복잡하게 논리적으로 따지지 않아도 ‘느낌적인 느낌’으로 서스펜션이 자동차의 주행특성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서스펜션에 관한 정확한 지식이 없는 C군이지만 다음 호부터 서스펜션의 특성에 관해 자의적인 해석과 비과학적인 분석이 가득한 B급 잡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겠습니다.

부족한 글로부터 ‘느낌적인 느낌’을 헤아리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부디 본문의 내용을 100% 신뢰하지 마시라는 당부와 함께 앞으로 더욱 알찬 내용으로 찾아뵙겠다는 약속으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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