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SBS 기술기획팀 신입사원 오주봉입니다. 인턴과정을 거쳐 기술기획팀에 발령받아 팀업무 적응에 여념이 없는데, 뒤돌아 보니 벌써 6개월의 시간이 흘렀네요. 1월 2일 첫 출근 날, 입사 동기들과 간단한 OT를 받고 기술본부 선배님들을 만나러 가기 전 회의실에서 대기하던 순간이 아직도 선명히 떠오릅니다. 앞으로 동고동락할 직장과 선배님들에 대한 기대감과 궁금함에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벌써 선배님들과 친해져 농담도 주고받고 기술기획팀의 어엿한 일원으로서 일을 하고 있네요.
방송기술인으로서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지만 그간 제가 느끼고 경험한 것들이 지금도 어디선가 자신들의 꿈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예비 방송기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이렇게 입사 후기를 적어봅니다.
저는 대학에서 전자통신공학을 전공하였습니다. 대학 3학년 때 모교의 선배이신 교수님께서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을 초청해 주셔서 방송국 업무에 대해 강의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중견 방송기술인이셨던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다양하고 역동적인 방송기술에 대해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전자기학과 통신이론 과목이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입사해서 몇 달 일해보니 과연 그러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에 더하여, 최근의 방송기술 트렌드를 고려할 때 방송국 입사 준비를 하시는 여러분들께 네트워크와 데이터베이스 등 IT 과목 또한 관심을 가지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영상 콘텐츠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과정이 과거 TAPE 기반에서 FILE 기반으로 대부분 바뀌었으며, 공중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를 발사하는 전통적 지상파 플랫폼에서 IP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으로 방송망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께서 대학을 다니는 동안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는 폭넓은 공부를 하셨다면 이미 방송기술인으로서의 자격을 절반은 갖춘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들어올 때 SBS의 입사 시험은 서류, 필기, 1차 면접, 2차 합숙 면접 그리고 3차 임원 면접 이렇게 5번의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긴 과정에서 지원자의 능력과 성품에 대해 파악하려 하는데,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키워드는 성실성과 차별성인 것 같습니다.
서류전형의 자기소개서 질문에서는 지원자의 장점을 묻기도 하지만 실패 또는 좌절의 경험에 대해서도 질문합니다. 성장 과정이나 성격, 경험 등을 말하면서 자기만의 개성이나 장점을 솔직하게 어필해야 되겠지만 단점, 부족한 점에 대해서도 막연하거나 애매모호한 말로 감추려 하기보다는 실패의 경험 등을 통해 얻은 바를 진정성 있게 기술하는 것이 더욱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필기시험을 볼 때 느낀 점은 전공과목에 대한 학문적 이해도뿐만 아니라 실용 기술에 대한 지식도 테스트한다는 점이었습니다. 2013년 필기시험에 출제되었던 ‘8VSB 방식의 장단점에 대해 논하라’라는 문제는 통신이론 공부를 열심히 하여 아날로그통신 방식인 VSB에 대해서는 잘 알아도 현재 디지털방송 전송방식으로 사용되는 8VSB에 대한 지식 없이는 제대로 풀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3차례의 면접을 보는 동안은 한 단계 한 단계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면접 준비를 위해 스터디그룹을 구성했는데, 좋은 사람들을 만나 서로의 장점은 부각시켜주고 단점은 가감 없이 지적해주는 바람직한 스터디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전공공부를 하는 와중에도 역사나 법 등 인문학 관련 서적을 가끔 읽었고 타 전공 친구들과 인문고전 독서 스터디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와 얘기해도 수월히 의사소통할 수 있는 방송 엔지니어라는 자기 PR을 하였습니다. 다행히도 당시 면접관이었던 선배님들께서 좋게 보아주셨던 것 같습니다.
4개월 동안의 인턴 교육과정을 마치고 기술기획팀의 기술정책 파트에서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제가 들어왔을 때는 지상파가 UHD 방송을 시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고 이제 막 정부로부터 실험방송 허가를 받았을 때였습니다. UHD 방송을 위한 기술표준으로서 2015년에야 표준화 작업이 완료될 ATSC 3.0보다는 이미 표준화되어있으며 현실적인 DVB-T2를 선택하였기 때문에 제게 주어졌던 첫 번째 일은 DVB-T2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DVB-T2에 관한 많은 요약 자료들을 구글링하여 읽어보았지만 무엇인가 허전함과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선배님께서 요약된 자료만 볼 것이 아니라 EBU와 ETSI의 원본 문서를 보라고 귀띔해 주셔서 읽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영어로 쓰인 기술용어들에 압박감을 느꼈으나 신입사원의 패기로 읽어나감으로써 많은 유용한 지식을 얻게 되었습니다.
선배님들은 모두 실험방송 측정장비 발주하랴, 외부회의 나가랴, 방송 시스템 설계하랴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셨는데 저 혼자만 느긋하게 앉아 공부만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들어 “가끔 제가 도와드릴 일 없습니까?” 라고 여쭤보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지금은 공부하는 게 네 일이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긴장감이 흐르는 사무실에서 공부하기를 두 달! 드디어 관악산에 송신기가 올라가고 실험방송 전파를 송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발사된 전파가 어디까지 도달하며 실내수신은 잘 되는지 그리고 SFN 구성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을 조사하기 위해 측정차를 타고 외부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SBS의 방송권역인 서울, 경기 및 충청 일부를 돌아다니며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를 측정하는 일이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문서로 익힌 DVB-T2 지식으로 이 상황에서는 이런 모드가 적합하겠구나 라고 예상하고 실제 측정하였을 때 다른 결과를 얻었던 경험을 몇 번 하면서 ‘이론과 실제는 다를 수도 있구나’라는 점도 느꼈습니다. 따라서, 이론적 지식만을 바탕으로 속단하여서는 안 되며 꼭 현장에 나가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도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저는 ‘생각은 곧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며, 행동은 습관으로 굳어지고, 습관은 성격이 되어 결국 운명이 된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이 말을 짧게 요약하면 ‘나의 생각이 나의 운명을 결정한다.’가 될 것입니다. 방송기술인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하나하나의 과정에서 겸손한 자세로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생각을 갖고 임한다면 여러분들의 말, 행동 그리고 습관에서 그러함이 드러날 테고, 어느새 방송기술인으로서의 미래가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와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