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중계기의 원리 그리고 한계

분산중계기의 원리 그리고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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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012년을 기점으로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었지만 그 전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산악지형이 70%가 넘는 국내 지형 특성상 기간국 송신소의 방송 네트워크에 수많은 음영지역이 만들어지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수 천 여대의 중계기가 설치되어야 했다. 특히 정부가 지상파 DTV 채널 대역을 14번에서 51번까지로 제한하면서 2000년 초반 디지털 전환을 위해 만들어졌던 채널 배치 안이 중간에 변경되어 방송사는 많은 혼란과 추가적인 예산이 들여야 했다. 실제로 중계기의 설치를 위한 채널 확보가 쉽지 않아 중계기 설치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파수 혼신, 간섭 현상들을 하나하나 해결해가며 겨우 방송네트워크의 최적화 및 디지털 전환을 겨우 완료할 수 있었다. 그런데 분산중계기를 도입하여 채널을 다시 한 번 재배치하자는 주장이 최근에 나와 방송계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도입한 ATSC 방식은 다중경로간섭 신호에 취약해서 단일주파수망(SFN, Single Frequency Network)으로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만 기술 발전으로 최신 수신기들이 제한적 조건에서 다중경로 신호 처리 능력이 개선되어 극소출력 동일채널중계기 등 국부적인 전파 음영지역을 해소하는 기술 등이 시범적으로 적용되어 왔을 뿐이다. 이를 광역 네트워크 채널배치에까지 적용하자는 주장은 TV 수신기 마다 천차만별인 고스트 처리 능력을 과장하여 광역 방송망을 설계하자는 것으로 실제 주파수 혼신 및 간섭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주장이다. 본 고에서는 분산중계기술에 대하여 동작 원리부터 이론적으로 검토한 후 그 한계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2. 분산중계기의 원리

1) SFN을 구현하려면?
디지털 방송네트워크로 SFN을 구축하려면 같은 네트워크 안의 송중계기는 기본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반드시 충족 시켜야 한다.

                                                        1. 주파수 일치
                                                        2. 타이밍 일치
                                                        3. 데이터 일치

첫째, 송신하는 주파수가 완벽히 일치하여야 한다. 특히 ATSC 방식에서 SFN을 말하고자 한다면 단 몇 Hz의 차이도 네트워크의 구성에 치명적이다. ATSC 극소출력 동일채널 중계기를 만들고자하는 많은 업체들이 이 0Hz 스펙을 만족시키지 못해서 성능평가에서 탈락했을 정도로 ATSC에서 동일 주파수로 동기를 맞추어 송출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만약 주파수가 일치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도플러(doppler) 효과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달려오는 기차는 다가올 때와 멀어질 때 주파수가 달라진다. 즉 같은 지연시간을 갖는 다중경로 신호라도 이렇게 실시간으로 주파수가 변화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를 동적 고스트(dynamic ghost)라 한다. ATSC는 이러한 동적 고스트에 매우 취약하다(그 이유는 뒷부분에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주파수 동기가 맞지 않는 두 개의 송신기는 바로 이러한 동적 고스트와 같은 효과를 유발하고 신호의 복조를 위한 주파수 동기 성능이 나빠지게 된다.

둘째, 송신하는 타이밍이 일치해야 한다. 송신 타이밍의 차이가 의미하는 것이 바로 다중경로 간섭신호이다. 송신기나 중계기에서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그것은 고스란히 수신기에서의 수신 타이밍의 차이가 되고 실제로 수신자는 각 송신기로부터 임의의 위치에 있게 되므로 그 차이는 수신 위치에 의한 차이만큼 더 벌어지게 된다. SFN에서 송신 타이밍을 맞추는 일반적인 방법은 TxID(Transmission Identification) 신호를 송출 신호에 삽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수신기는 다중경로의 신호가 들어올 때 각 신호가 서로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 그리고 그 지연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특정 수신점에 대한 개별 신호의 수신 타이밍을 인지하게 된다. 물론 현재 방송하는 우리나라의 DTV 신호에는 이러한 TxID가 삽입되어있지 않다.

셋째, 송출하는 데이터가 완벽히 일치되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수신기는 이를 노이즈로 인식하고 수신 성능이 급격이 저하된다. ATSC 방식의 경우 상대신호가 노이즈로 인식되면 이 신호보다도 적어도 15dB 이상 센 신호로 들어와야만 수신이 가능해지므로 수신 가능 커버리지가 급격히 작아진다.

2) 분산중계기와 동일채널중계기
광역 SFN에 대한 대안으로 많이 언급하는 것은 중계기에 의한 SFN의 구현이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크게 분산중계기와 동일채널중계기를 들 수 있다. [그림 1]에서와 같이, 분산중계방식은 모국의 신호를 수신한 2개 이상의 중계기가 같은 주파수로 송출하는 것으로 중계기가 사용하는 주파수는 모국의 주파수와 다르다. 즉 수신자 입장에서는 모국의 신호 또는 다른 채널의 중계기 신호를 수신하는 2가지의 채널 선택권이 생기는 것이다. 이에 반해 동일채널중계방식은 모국의 신호와 같은 주파수로 재송신하는 것으로 과거 아날로그 시절의 증폭 후 재전송하는 리피터(repeater)의 개념과 동일하다. 수신자 입장에서는 채널을 선택할 필요 없이 하나의 주파수로 수신하되 음영지역은 중계기의 신호로 보완되는 형식인 것이다.

   
▲ (a)분산중계방식
   
▲ (b)동일채널중계방식그림 1. 분산중계방식과 동일채널 중계방식비교

각 방식의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분산중계기는 중계 방식으로만 보면 중계용 주파수를 따로 사용하므로 GPS 등을 활용하여 중계기간의 동기 및 송출 타이밍을 용이하게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중계기용으로 새로운 주파수를 필요로 하는 것이 단점이다.
동일채널중계기는 주파수를 새로 받지 않고도 주 송신기의 음영지역을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재송신하는 신호가 다시 입력으로 피드백되어 인입되는 커플링 간섭에 의해 발진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쉬워 적용 가능한 장소에 제약이 많다. 또한 자체 신호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시간이 최소 6μsec 이상 되어 상대적으로 긴 고스트를 유발하므로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송신안테나의 방향이나 송신출력에도 제약이 있다.

3) 분산중계기의 구현 원리
일반 DTV 중계기들은 RF 수신기-MPEG TS(Transport Stream) 복조기 – 변조기 및 익사이터(exciter) – HPA(High Power Amplifier)로 구성되어있다. 만약 하나의 송신기로부터 송출된 신호를 함께 수신하는 두 대의 중계기는 동일한 신호를 송출할까? 그렇지 않다. MPEG TS를 복조하고 재 변조하는 과정에서 프레임 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ATSC에는 DVB-T와 같이 프레임의 시작을 규정하는 메가 프레임(Mega frame)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2대의 변조기에 같은 TS를 입력해도 서로 다른 프레임 구조의 데이터를 만들어 낸다.
분산중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극복해야 하므로 몇 가지 아이디어가 제시되었다.

[그림 2]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제안한 방식의 개념도이다. 이 방식은 모국으로부터 수신한 RF 신호를 모두 복원하지 않고 디지털 심벌 수준까지만 복조한 후 ATSC 수신기와 같은 원리의 등화기를 적용하여 고스트를 먼저 제거한다. 이 과정에서 채널추정을 통해 수신 심볼을 복원하게 되고 이를 다시 원하는 채널로 재전송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특징은 1) 모국의 수신신호의 클록을 추출하여 이를 송출 주파수와 동기 시키므로 GPS를 사용하지 않아도 중계기간의 주파수 및 타이밍 동기를 구현할 수 있고, 2) 별도의 메모리 동기 등 데이터 동기를 위한 특별 패킷의 전송의 필요 없으며, 3) 복조과정을 다 수행하지 않아 지연시간이 짧다는 점이다. 다만, 수신신호의 복조를 등화기까지만 수행하기 때문에 FEC(Forward Error Correction) 및 인터리버(Interleaver) 등의 채널오류정정기능을 수행하지 않아 약 3~4dB 가량의 임계 C/N비의 손실이 있다. 이는 수신신호의 SNR(Signal to Noise Ratio)이 좋지 않을 경우 수신 및 중계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일반 중계기 보다 좀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 그림 2. ETRI 분산중계기 개념도

분산중계기와 일반 중계기를 제작비용 측면에서 비교해 보면 상용 MPEG 복조기 및 변조기 칩셋을 활용할 수 있는 일반 중계기가 분산중계기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구현된다. 실제로 2010년 방송통신위원회의 분산중계기 시험적용을 위해 도입된 분산중계기 설치비용과 각 방송사의 DTV 중계기의 도입비용을 비교해 보면 수 배 이상의 큰 차이가 남을 알 수 있다. 이는 쉽게 구현이 가능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한 일반 중계기 시장과는 달리, 송수신단을 FPGA 커스텀으로 설계 및 제작해야 하며 그나마도 고액의 특허실시권을 지불하고 기술을 이전하여 로열티를 주고 제작해야 하는 분산중계기의 제작현실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ATSC 방송망에 분산중계기를 적용한다면 어느 정도의 SFN을 구축할 수 있을까?
 
3. 분산중계기 적용의 문제점

1) SFN을 위한 수신기의 전제 조건
DVB-T 나 DMB와 같은 방송 방식의 경우 전송에 사용한 전송모드에 따라 처리 가능한 고스트의 지연시간(앞서 설명한 수신 타이밍의 최대 차이)이 정해져 있고 수신기에 상관없이 그 성능은 거의 동일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T-DMB에서 적용한 전송모드의 경우 최대 약 246μsec만큼 지연 또는 선행된 고스트를 처리할 수 있다. 이는 직교 주파수 분할 전송방식(OFDM)을 사용하는 방송방식의 경우 전송 반송파(carrier)의 수 및 가드인터벌(Guard Interval, GI)에 의해 결정되는 값으로 얼마나 큰 범위의 SFN 네트워크를 설계할 수 있는지 기준이 된다.

   
▲ 그림 3. ATSC 수신기의 일반적인 구조

그러나 ATSC는 어떠한가? [그림 3]은 ATSC 방식 수신기의 일반적인 구조를 보여준다. 다중경로 간섭신호 즉 고스트가 들어오면 수신기의 등화기(Equalizer)라는 일종의 디지털 필터를 이용하여 제거하게 된다. DTV 수신기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디지털 필터는 입력 신호를 누적 합산하여 크기와 위상을 추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순간적으로 변하는 동적 고스트(dynamic ghost)는 취약하며 일정하게 들어오는 정적 고스트(static ghost)에 한 해 어느 정도 제거 가능한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ATSC 전송방식은 20여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90년대의 미국의 TV 수신환경을 기초로 설계되어 고층 건물의 간섭이 없는 평지 2층 건물의 지붕에 안테나를 설치(30피트 높이)하여 수신할 경우를 수신 모델로 하였다. 이 기준에 의해 설계된 등화기 및 각종 수신단의 성능이 도심지의 강한 고스트 등 간섭신호에 취약하다. 그래서 도입 초기 우리나라에서는 ATSC 방식이 도심지 주거지역이 발달한 우리나라의 수신 환경에 맞지 않다고 해서 DTV 전송방식변경 투쟁으로 발전되기도 하였다. 그나마 LG전자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수신기 등화기의 성능개선이 이루어지고 DMB의 도입으로 DTV의 이동수신을 보완하기로 하면서 당시의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ATSC 수신기의 수신성능이 SFN을 언급할 만큼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는가? 그렇지 않다. 먼저 간단한 예로 우리가 전송방식 선정 논란시절부터 수 없이 언급했던 DVB-T와 ATSC의 수신기 성능을 비교해 보도록 하겠다. 주지하고 있듯이 DVB-T에는 다양한 전송모드가 있다. 방송네트워크를 최대의 가드 인터벌을 확보하여 SFN에 최적화할 수도 있고, 이동수신에 최적화할 수도 있다. 일단 논의의 주제가 SFN이므로 SFN에 최적화하여 네트워크를 설계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전송 파라미터는 일반적으로 8K 64QAM GI=1/16 정도로 설계한다. 이 경우 약 56μsec의 신호 사이의 공백이 생기고 이 사이에 들어오는 고스트들은 그것이 동적 고스트이든 정적 고스트이든 DVB-T 수신기는 큰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다.
ATSC 수신기의 고스트 처리성능은 어떤가. ATSC의 권고안에는 수신기 성능 가이드라인인 A/74가 있다. 1998년 이후 이 권고안은 수신기의 발전에 따라 조금씩 수정되었다. 2014년 기준으로 공고되어있는 ATSC 수신기의 고스트 처리 성능을 그래프로 그리면 [그림 4. (a)]와 같다. 앞서 제시한 DVB-T의 전송모드를 따르는 수신기의 경우 [그림 4. (b)]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그림에서 보면 Y축은 메인 신호 대비 고스트(echo)의 크기를 의미한다. 0dB가 의미하는 것은 메인 신호와 같은 크기의 고스트 신호를 의미하고, -3dB는 메인신호대비 3dB 작은 즉 1/2크기의 고스트가 들어옴을 의미한다. 그림의 X축은 지연시간이다. ATSC 수신기는 시차를 두고 들어오는 신호 중 가장 센 것을 주 신호로 잡고 나머지는 모두 선행 고스트 또는 후행 고스트의 고스트로 인식을 한다. ATSC는 고스트의 지연시간에 따라 제거 및 처리할 수 있는 고스트의 크기가 다르며 특히 지연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성능은 급격히 나빠짐을 알 수 있다. 특히 메인신호 보다 먼저 들어오는 선행 고스트의 성능은 훨씬 더 열악한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 그래프는 하나의정적인 고스트만 있다고 가정한 것이다. 실제 전파환경에서는 서울과 같은 도심지의 경우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한 다중경로의 고스트가 수신되며 0dB 고스트가 유입되기도 한다.

   
▲ 그림 5. 실제 수신 신호의 고스트 분포 (여의도, 관악산 채널15번 수신)

[그림 5]는 여의도 북부에서 관악산 신호를 수신했을 때 고스트의 분포를 DTV 채널분석기를 통해 측정한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 복잡한 양상의 고스트가 유입됨을 알 수 있으며 만약 이 고스트 중 메인 신호가 뒤쪽 신호로 잡히게된다면 수신 성능은 급격히 열화될 것이다. 이는 ATSC 수신기가 등화기를 이용해 강제로 고스트를 제거해야 하는 방식을 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반면 DVB-T 방식에서는 이러한 복잡한 고스트, 동적 정적 고스트에 크게 상관없이 수신이 가능하다. 앞서 예를 든 전송모드의 DVB-T 수신기의 경우 가드 인터벌에 해당하는 56μsec까지는 어떤 크기의 어떤 형태의 고스트가 들어와도 수신에 거의 문제가 없다. 하나의 송신기에 의한 고스트에 대해서도 이렇게 취약한데 만약 엄청난 시차를 두고 유입되는 타 송신기로 부터의 신호 간섭은 어떻게 될 것인가?

2) ATSC 수신기 성능의 한계
또 하나의 문제점은 ATSC의 수신 성능은 수신기에 따라 상이하다는 점이다. [그림 6]은 IEEE 방송심포지엄에서 발표된 ATSC 수신기 고스트 처리 성능 비교 결과이다. 그래프에는 2005년 삼성 수신기, 2003년 Zenith(LG) 수신기 성능과 1세대 수신기가 있고, 그리고 ATSC A/74에서 권장하는 수신기의 성능이 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수신기 세대별로 그리고 메이커별로 모두 고스트 제거 성능이 다르다는 것이다.

   
▲ 그림 6. ATSC 수신기 고스트제거 성능 비교

이러한 수신기를 대상으로 [그림 7]과 같은 SFN 서비스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림 7]은 동일한 출력으로 주파수 및 타이밍 동기를 정확히 맞추어 송출하는 두 대의 분산중계기로부터 신호를 수신하는 경우이다. 실제로 분산중계기를 인근에 배치할 경우 송출 출력에 따라 흔히 접할 수 있는 혼신 유형이다. [그림 7. (a)]의 경우는 거의 동일한 크기로 두 개의 신호가 들어오게 되므로 하나의 신호를 메인으로 잡으면 나머지 하나는 지연시간이 거의 없는 0dB 고스트가 된다. [그림 7. (a)]의 경우 이런 상황에서는 최신 수신기들은 그나마 수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그림 7. (b)]와 같은 경우이다. 거리로 보면 왼쪽 중계기 신호를 수신해야 하나 중계기로부터 바로 오는 신호를 막는 장애물이 있는 경우 멀리서 오는 신호가 동일 크기 혹은 더 큰 크기로 수신이 될 수 있다. 만약 멀리서 오는 신호를 메인으로 수신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럼 가까운 신호가 선행 고스트가 될 것이다. 이 경우 [그림 6]에 나열된 4종류의 수신기 중 어떤 수신기도 이러한 상황에서는 수신불가가 된다. 최신 수신기들도 선행 고스트에 대해서는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ATSC에서는 수신기 별로 다 다르고 또 수신 지점마다 다 다른 것이다. 어떤 채널 시뮬레이터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 또는 반영하여 수신 성능을 감안한 채널 시뮬레이션을 할 수 없다.

   
▲ 그림 7. 2대의 분산중계기로부터 신호를 수신(신호의 혼신이 발생)하는 경우

이러한 상황에서 ATSC 수신기의 고스트 성능을 감안한 채널배치가 가능하겠는가? 수신기에 따라 다르고 상황에 따라 다르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채널배치를 해야 하는가?
다시 말해 수신기의 고스트 처리 능력을 고려한 채널 배치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면 DVB-T의 경우는 어떤가? 이런 수신기의 처리 성능을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다. 어떤 신호가 들어오든 가드인터벌 안에 들어오는 고스트 신호들은 모두 처리되기 때문이다. 즉 정해진 가드 인터벌 내에서 모든 수신기들은 0dB의 고스트를 처리할 수 있다고 감안하고 채널 배치를 위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할 수 있다. 이것은 누구나 납득 가능한 채널 배치가 될 것이다. 그러나 ATSC의 채널배치를 DVB-T와 같이 0dB의 고스트 처리할 수 있다거나 [그림 6]에 언급된 어느 특정 수신기를 모델로 하는 채널배치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고서는 이를 토대로 분산중계기를 적용한 네트워크를 설계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ATSC 전체 수신기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 공론적인 추정일 뿐이다.
혹자는 제시된 수신기의 성능이 2005년도 발표된 것으로 현재 출시되는 수신기와 성능차이가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ATSC 표준 수신기의 성능 지표는 지금 ATSC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문서와도 큰 차이가 없고,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2005년도 이전에 출시된 DTV를 시청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신기 수신 성능의 차이는 분명 고려해야 하는 방송 지표 중의 하나인 것이다. 또한 2005년 이후로 가전사에서는 DTV 칩 개발 및 성능개선 활동을 축소한 바 있고 ATSC 3.0 등 차세대 DTV 연구로 주요 연구 활동이 전환되었으며, 심지어 국내 주요 TV 생산업체들 조차도 자사에서 개발한 칩셋이 아닌 저가의 타 업체 칩셋을 적용하고 있는 것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4. 정리 및 결론
분산중계기는 2대 이상의 중계기가 모국이 되는 송신기의 신호를 수신하여 같은 주파수로 재전송하는 방식으로 모국 주파수와 상이한 주파수를 쓴다는 점에서 같은 주파수를 쓰는 동일채널 중계기와 구분된다.
ATSC 전송방식은 MFN(Multiple Frequency Network)을 타겟으로 설계된 방식으로 ATSC의 권고안 A/74에서 설명하는 것과 같이 정적인 인접 고스트에 한해 수신기의 등화기에 의해 수신을 할 수 있다. DVB-T나 DMB와 같이 SFN(Single Frequency Network)이 되는 전송방식들은 동일 주파수 송신기간에 발생할 수 있는 고스트의 길이를 감안하여 커버리지를 설계할 수 있는데 그 근거는 수신기에서 최대 고스트 범위 내에 동적 정적 고스트를 0dB(원신호와 동일한 크기)까지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토대로 SFN에 기반한 전파분포 및 채널배치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그러나 ATSC의 경우 세대별, 제조사 별로 수신기의 고스트 처리 특성이 상이하며 또 지향성 수신안테나를 사용하는 특성 상 수신지점마다 각 채널별로 혼신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SFN 네트워크를 설계하기 위한 기준을 수립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불확실한 채널 분석을 통해 기존 방송 채널배치를 재구성하는 것은 수천억의 예상 소요 비용도 문제지만 성공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모험이다.
우리나라는 산악 지형의 특성으로 원활한 커버리지 구축을 위해서는 지상파 DTV 방송망을 위한 주파수가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하며, 2000년대 중반의 갑작스런 주파수 조정으로 인해 중계망 구축을 위한 주파수 최적화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전환이 완료된 지금 시점에서도 주거지역 인근의 높은 건물들과 산악지형으로 인해 국부적인 난시청이 우려되고 있으므로 분산중계기를 굳이 활용하고자 한다면 최초 개발 목적대로 기존의 채널배치는 유지하면서 700MHz에서 분산중계용 주파수를 추가로 할당하여, 간섭으로 인해 극소출력 동일채널중계기를 설치하기 힘든 국부적 전파 음영지역에 전용 중계용 주파수를 통한 분산중계기의 적용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극소출력 수준으로 운영하므로 긴 고스트에 의한 혼신은 최소화 하면서도 효과적으로 국부적 난시청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ATSC, "Standard A/53: ATSC Digital Television Standard," Advanced Television Systems Committee, April 2001.
[2] ATSC, "Recommended Practice A/74: Receiver Performance Guidelines," Advanced Television Systems Committee, April 2010.
[3] H. M. Kim, S. I. Park, H. M. Eum, Y. T. Lee, J. H. Seo, J. Y. Lee, and J. S. Lim, "Development of Distributed Translator," 57th IEEE Broadcast Symposium, Oct. 2007.
[4] Young-Woo Suh, Sang-Hun Kim, Man-Sik Kim, Jin-Yong Choi, Jong-Soo Seo, "A Novel Integrated Measurement and Analysis System for Digital Broadcasting," IEEE Trans. Consumer Electronics, vol. 55, no. 1, pp. 56-62, Feb.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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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Y.-T. Lee, S. I. Park, H. M. Eum, J. H. Seo, H. M. Kim, S. W. Kim, and J. S. Seo, "A design of equalization digital on-channel repeater for single frequency network ATSC system," IEEE Trans. on Broadcasting, vol. 53, no. 1, pp. 23-37, March 2007.
[7] Jaekwon Lee, Young-Woo Suh, Ha-Kyun Mok, Man-Sik Kim, Min-Ho Park, Jong-Soo Seo, “Performance of Feedback Cancellation for Digital On-Channel Repeater in ATSC DTV System”, Broadcast Asia, Singapor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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