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간(버츄얼 인플루언서), 앞으로 어떠한 활약을 할까?

디지털 인간(버츄얼 인플루언서), 앞으로 어떠한 활약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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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인간(버츄얼 인플루언서), 실제 사람과 헷갈렸던 이유는?
한 보험사의 TV 광고에 등장한 여성 연기자는 버스 정거장에서 혼자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더니, 이후 지하철에서는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춘다. 얼굴이 번들거리고 이목구비가 인공적인 느낌이 들긴 했지만, 필자는 처음에 이 광고모델이 실제 존재하는 인간인지 아니면 가상의 ‘디지털 인간’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이 광고모델이 실제 인간일까 아닐까가 이슈화될 때에도 필자는 실제 인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신한라이프 TV 광고에 등장해 광고모델로 인기를 끌고 있는 ‘로지(Rozy)’에 관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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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인간 ‘로지’를 만든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홈페이지 화면
디지털 인간 ‘로지’를 만든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 홈페이지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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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가 TV 광고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21년 7월인데, 유튜브에서도 공유된 이 광고영상은 일주일 만에 유튜브에서 조회 수 80만 뷰를 넘겼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2021년 10월 18일 기준으로는 30초 분량의 광고영상은 972만 뷰, 15초 분량의 광고영상은 1,116만 뷰를 기록 중이다. 단일 광고영상치고는 폭발적인 숫자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로지를 개발한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SIDUS studio X)’는 TV 광고 출연 이후 불과 몇 달 사이에 인지도가 높아진 로지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연예기획사로 따지면 소속된 연예인을 대박 낸 셈이다.
로지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가상으로 만들어져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버츄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 형태의 디지털 인간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고 많은 화제도 낳고 있다. ‘릴 미켈라(Lil Miquela)’, ‘루시(Lucy)’, ‘이마(Imma)’ 등과 같은 디지털 인간이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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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인간 02

디지털 인간 03

디지털 인간의 인스타그램 활동 이미지(상단 첫 번째 줄부터 ‘릴 미켈라’ , ‘루시’ , ‘이마’
디지털 인간의 인스타그램 활동 이미지(상단 첫 번째 줄부터 ‘릴 미켈라’
, ‘루시’ , ‘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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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디지털 인간을 소셜미디어나 TV 광고에서 처음 접하면, 실제 인간인지 디지털 인간인지 다소 헷갈릴 수 있다. 이들은 확실한 자기 세계관을 기반으로 정체성을 표현한다. 때문에, 소셜미디어에 사진이나 동영상 하나를 업로드해도 여느 스타성을 갖춘 인플루언서와 다를 바 없이 어색하지 않고 주목을 끌며, 그러면서도 당당한 모습의 이미지를 업로드한다. 그러므로 디지털 인간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이들이 실제 인간 인플루언서인지 버츄얼 인플루언서 형태의 디지털 인간인지 알아채기 어렵다.

한편, 오늘날은 사진이나 동영상 기술력이 크게 발전하여 특수효과를 가미한 촬영도 손쉬워지고 필터를 활용하여 얼마든지 이미지에 변형을 줄 수 있다. 본질적인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 전혀 현실과는 다른 이미지를 창조해내기 쉽다. 그래서인지 실제 인간과 디지털 인간의 차이를, 인공적・인조적인 요소가 얼마나 가미되어 있느냐로 구분해내는 것이 어렵다. 아니, 어렵다기보다는 그렇게 구분해내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보는 편이 맞을 수 있다. 어차피 우리에게 노출되는 대부분의 이미지라는 것이, 그 이미지 뒤편에서 누군가 기술로써 조합해낸 형상이 대부분인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오늘날 인기를 끌고 있는 버츄얼 인플루언서 형태의 디지털 인간은, 실제 인간의 모습과 유사하거나 실제 인간과 구별하기 헷갈려서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보다는 오늘날의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에게 디지털 인간과 실제 인간, 그 둘을 구별하는 노력은 무의미하므로 디지털 인간이라도 얼마든지 인기를 끌 수 있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디지털 인간이라도 실제 인간보다 더 멋지고 아름답다면, 또한 당당한 아우라를 풍길 수 있고, 타인과 다양한 방식으로 감정을 공유해 활발히 소통할 수 있다면. 이제 디지털 인간은 인플루언서나 광고모델도 되며 유명인이 될 수 있다. 즉, 누구든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인간을 만들 수 있다면 그 누군가는 디지털 인간의 매니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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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이 등장했던 그때와는 다른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사이버 가수가 등장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사이버 가수 이름은 ‘아담’이다. 당시 사이버 가수 아담은 많은 국내 가요 청취자들에게 인기를 끌기도 했었는데, 그야말로 ‘반짝인기’를 얻고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그도 그럴 것이, 아담이 등장한 시기는 1998년이다. 당시는 인터넷이라는 개념이 대중에 퍼지기 시작한 시기였다. 네이버(Naver)나 구글(Google) 같은 국내외 포털 사이트도 막 등장하던 때였다. 네트워크에서 처리하는 데이터 전송 용량 한계 때문에 고정형의 PC에서도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이 어려운 시절이었고, 디지털카메라를 통해 사진을 찍는 것이 시작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사진 이미지마저도 많은 용량을 전송하거나 받는 것이 일상적이지 않았던 시기다.

기술적인 수준이 그 정도였으니, 가상의 인간을 만들어 정체성을 부여하는 일도 어려웠다.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제작비용이 많이 들고, 설령 만들어낸다고 해도 애니메이션 캐릭터 수준 이상으로 살아있는 캐릭터가 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환경이 그러하다 보니, 사이버 가수 아담이 할 수 있는 것은 노래밖에 없었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구현되는 이미지라는 것도 뮤직비디오 하나를 찍어서 그 콘텐츠 하나만 활용되는 방식이 다였다. 따라서 아담이 가수로 데뷔했다고 하더라도 TV 광고에도 나오고 드라마도 찍고 영화 주인공도 되는 실제 인간 가수와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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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가수 ‘아담’을 조명한 JTBC
사이버 가수 ‘아담’을 조명한 JTBC <슈가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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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재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스웨덴의 다국적 통신 회사인 ‘에릭슨(Ericsson)’이 예측하기로, 2026년이 되면 전 세계 5G 통신망 가입자가 35억 명이 된다. 물론, 이후에도 지속하여 증가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전 세계 월간 사용자 숫자로 10억 명이 넘는 대표적인 소셜미디어에는 페이스북(Facebook), 왓츠앱(WhatsApp), 유튜브(YouTube), 인스타그램(Instagram) 등이 있는데, 몇 년 안에 이러한 소셜미디어 가입자 중 특히 젊은 층은 5G 네트워크를 통해 더 다양한 소통할 수 있게 된다고 볼 수 있다.

5G 네트워크에서는 더욱 많은 정보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생산과 소비과정에서 더욱 많은 정보량이 요구되는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이나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는 5G 네트워크 위에서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가상의 그 무엇’으로 만들어진 현실과 현실을 ‘가상의 그 무엇’으로 재현해내는 바로 그러한 서비스가 5G 네트워크 위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가상의 그 무엇’의 범위 안에는 디지털 인간도 포함되기 때문에 5G 서비스에서는 디지털 인간이 더욱 현실 세계의 인간과 비슷한 모습으로 개발되거나 그들이 인간의 현실 세계에서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더는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게 될 것이다.

1998년에 촬영된 뮤직비디오 공간 밖에서는 인간의 활동을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었던 ‘아담’이, 20년이 지난 지금 태어났다면 로지처럼 인플루언서 활동을 모두 소화해냈을 것이다. 실제 만날 수 있는 것만 빼고 소셜미디어 공간에서는 자유로는 소통을 기반으로 연예인이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해냈을 것이다. 이 모두 5G를 포함한 ICT 기술이 계속 발전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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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모바일 가입자 수 추이(단위 : 십억 명)
전 세계 모바일 가입자 수 추이(단위 : 십억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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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인간이 최고의 활약을 하려면, 결국 인간에게 고용되어야
자, 필자가 원고를 여기까지 쓰고서는 독자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아, 그렇다면 디지털 인간이 연예인의 일자리를 빼앗게 되나요?”
“디지털 인간이 나와서 연예인이라는 직업도 어렵게 되겠네요.”
“결국, 디지털 인간이 인간을 위협할 수 있겠군요.”

2016년에 바둑을 두는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을 이기고 난 이후에 나타났던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들을 고스란히 디지털 인간의 상황에 적용하여 언급하는 독자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디지털 인간이 활약하면 활약할수록 인간의 일자리가 없어질까? 디지털 인간의 활약은 결국 인간에게 해가 될까?

필자 생각은 다르다. 디지털 인간으로 인해서 인간이 오락적 요소를 제공하는 형태가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미래에는 누구나 조금만 기술을 다룰 줄 알면, 얼마든 디지털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디지털 인간 로지, 릴 미켈라, 루시, 이마 등이 활약을 하면 할수록 누구에게 이익을 안겨줄 수 있는가? 바로 그들을 만든 제작업체나 이들을 고용한 광고주들일 것이다. 디지털 인간의 활약이라는 것은 결국 인간이 그들을 개발한다는 조건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고, 그들의 활약은 그들을 만든 인간에게 이득이 되게 하는 일이므로 그렇다. 결국, 디지털 인간이 활약하려면 인간에 의해 개발되어야 하고, 인간에게 고용되어야 한다. 그래야 디지털 인간이 최고의 활약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성립된다.

앞으로 디지털 인간의 활약이 기대된다. 그런데 그들의 활약만큼이나 더욱 기대되는 것은 디지털 인간의 표정이나 감정, 또는 내면을 표현하는 기술의 발전이다. 또한, 그들에게 정체성을 불어넣고 다채로운 활동을 가능케 하는 디지털 인간 세계관에 대한 기획력의 발전도 기대된다. 디지털 인간이 본받을 수 있는, 디지털 인간 외형이나 정체성의 롤모델이 되는 실제 인간 인플루언서들의 달라지는 역할이 기대되기도 한다. 디지털 인간은 결국 가장 인간적인 모습의 인간을 닮아야 더욱 성장할 수 있으므로 필자가 기대하는 것은 디지털 인간의 활약이 아니라, 디지털 인간에게 인간성을 불어넣는 인간의 활약상이다.

ICT 기술에 조금만 친숙한 사람이라면 결국 누구나 디지털 인간을 개발하고 소유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 감히 상상해 본다. 현재의 기술적인 여건으로 볼 때, 인간과 똑같은 실물형 로봇이 실제 삶에서 인간과 함께 생활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본다. 반면, 디지털 인간의 가능성은 이미 입증되고 그 사례들을 남기고 있다. 로지, 릴 미켈라, 루시, 이마 등 인기를 끌고 있는 디지털 인간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만큼 디지털 인간을 만들고 운용하는 능력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우리가 기대해야 할 것은 디지털 인간의 활약상이 아니라, 디지털 인간을 만들고 운용하는 실제 인간의 활약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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