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人 INTERVIEW – 아버지와 아들, 2대에 걸친 방송기술과의 인연!

방송기술人 INTERVIEW – 아버지와 아들, 2대에 걸친 방송기술과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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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중 EBS 부장 (학교교육기획부)
김선홍 KBS 사원 (창원방송총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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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잇는 직업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50년 전통, 100년 전통, 3대, 4대째를 이어오는 직업에 대한 느낌은 우선 ‘믿음’이다. 여기 아버지에 이어 아들까지 방송기술직에서 일하고 있는 부자(父子)가 있다. 바로 EBS 한국교육방송공사의 김석중 부장과 KBS 창원방송총국의 김선홍 사원이 그 주인공이다. 아버지인 김석중 부장은 다년간의 경험으로 방송기술에서는 베테랑이라 불리며, 아들인 김선홍 사원은 이제 막 방송기술에 발을 디뎠다. 1989년과 2015년이라는 27년의 세월 차이가 있지만 이 부자에게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지 않을까. 아날로그에 이어 디지털로 방송되는 시점에서 두 주인공은 자연스레 그 변화와 함께 방송기술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자! 부자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안녕하세요. ‘방송과기술’입니다. 우선 독자 여러분께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아버지 : 방송인에 대한 동경을 품고 89년에 입사하여 어언 27년째 방송기술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 기술개발부에 배치받아 17년간 한 부서에서만 근무하였습니다. 이후 승진하면서 기술개발부장과 라디오기술부장을 거친 후 영상기술팀에서 3년 근무, 현재는 학교교육기획부에서 인터넷스튜디오 인프라운영관리 총괄을 맡고 있으면서 평소에 취미로 날리던 RC를 활용하여 헬리캠 촬영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아들 : 안녕하세요! 저는 KBS 창원방송총국 기술국의 TV 주조정실에서 음향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선홍이라고 합니다. KBS 42기로써 작년 1월 1일에 입사한 신입사원이며, 창원이라는 제2의 고향에 온 지는 1년 정도 되었습니다. 부모님 곁을 떠나 이렇게 멀리서 따로 살게 된 건 군대 빼고는 처음인데요. 너무 먼 곳으로 와서 부모님께서 걱정을 하셨지만 창원총국 선배님들께서 가족같이 챙겨주셔서 저는 매우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아버지와 아들, 두 분이 같은 직종에서 일하시는 경우는 많지만 똑같이 방송기술을 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으신데, 그에 대한 소감을 들어볼게요.
아버지 : 대학교에서 배우는 전공과목을 가지고 서로 토론을 할 때는 무언가 서로 공통점이 있었으며, 아들이 취업 후에도 방송기술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이야기할 때는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 이야깃거리가 많아 좋았습니다. 기술 파트에 문외안인 집사람도 저희 부자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슨 별나라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하면서도 싫지는 않은지 흐뭇한 모습으로 바라봅니다.
아들 : 일단 회사 선배님들께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아버지와 아들이 방송 분야에서도 특히 같은 기술직에 종사하는 걸 신기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부자가 같은 일을 하는 걸 TV에서만 봐왔었는데 직접 저희 부자가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왠지 모를 뿌듯함 같은 게 있었어요. 방송과 밀접한 집안이 된 것 같은 느낌이고요. 미래의 제 자식도 방송기술인으로 키워서 삼대 방송엔지니어 집안으로 만드는 게 저의 계획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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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홍 사원에게 질문 드리겠습니다. 어렸을 적 아버지의 직업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셨는지요? 그리고 방송기술직을 택한 이유는요?

저의 어렸을 때 기억을 떠올려 보면 아버지를 따라 방송국에 자주 다닌 것, 아버지가 집에 오시면 취미로 HAM이라는 무선통신장비를 운용하셨던 것, 아버지가 어디선가 가져오신 고물 전자장비를 분해해 보고 계신 장면들이 많이 기억에 남는데요. 아버지께서 제작에 참여하신 프로그램을 보면 아버지가 매우 자랑스럽게 느껴졌고요. 집에서 취미로 일을 할 정도로 아버지는 일을 즐기시는 듯한 모습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아버지의 그 모습을 본받고자 방송기술직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제가 KBS 방송기술인이 되기를 바라셨어요. 그래서 효도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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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아버지께서는 아들이 ‘어떤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으셨는지요?
처음 방송기술을 접하면서 모 선배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그 선배님도 자신의 아들이 방송계에 근무하게 되면 좋겠다는 말을 넌지시 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방송기술인의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던 분이었습니다. 저 역시 방송에 대한 매력과 방송기술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라 그 선배님 말씀처럼 제 아들도 직업이 방송 쪽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아들만큼은 대물림하지 않고 다른 업계에서 일하기를 바라는 아버지들이 많은데 저는 제가 가고 있는 길을 제 아들과 동행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자식이든 아들이 잘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은 다 같을 것이라 봅니다. 제가 걸어온, 방송기술인으로서의 보람이 제 아들에게로 이어졌으면 했지요. 처음 아들이 방송기술인이 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든든한 동지가 생긴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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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직 준비에 대해서 질문 하겠습니다. 김선홍 사원은 아무래도 아버지로부터 방송기술직 준비에 대한 조언이나 정보 등을 참조하셨을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었는지요? 그리고 나름대로의 공부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얘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께서 ‘방송과기술’이라는 책자를 한 권씩 가져오셨어요. 그리고 방송기술직을 준비하면서 이 월간지를 보며 공부했습니다. 방송기술의 동향에 대해서 10년간 어떤 방식으로 방송이 변해왔는지 앞으로 어떤 동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알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KBS 필기시험의 중요한 관문인 논술 시험을 잘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공 시험 과목에 대해서는 대학교 때 배운 지식을 살려 공부하였지만 방송공학은 배운 적이 없기에 아버지께서 ATSC나 H.264 등 방송기술의 중요한 부분들을 대부분 가르쳐 주셨습니다. 또 KOBA 같은 방송기술 전시회에 아버지를 따라갔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KBS 발표가 났을 때, 집안의 분위기를 알 수 있을까요?
아버지 : 한마디로 난리 났었죠. 친척들이 달려와서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회사와 친구들에게 취업 턱 내느라 돈 많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고생한 아들에게 처음으로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이 빚어낸 작품이라고 엄마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아들 : 저는 일단 얼떨떨했죠. 제가 취업준비생이었을 때 무턱대고 여의도 공원에 가서 KBS 본관을 향해서 합격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던 기억도 있었을 만큼 KBS에 입사하고 싶었으니까요. 어머니와 부둥켜안고 환호를 질렀죠. 특히 아버지께서 좋아하셨어요. 발표 난 당일부터 아버지의 아들 자랑이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랍니다. 그래서 아마 아버지 회사 내에 저를 모르시는 분은 안 계시지 않을까 싶네요(웃음). 그런 의미에서 2015년은 저희 가족에게 매우 뜻깊은 행운의 연도로 기억되게 되었습니다.

김선홍 사원은 현재 송출기술부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직접 방송기술을 체험하고, 현재 일을 하고 난 후 느낌은 어떤가요?
방송국은 제가 바깥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바쁜 곳이었어요. 지역 총국에서는 하루에 뉴스 생방과 프로그램 녹화를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가요. 그리고 제가 담당하고 있는 음향은 눈에 보이지 않는 파트라서 특히 쉽지 않은 분야인 것 같아요.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방송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느껴보고 경험하고 공부해갈수록 감이 잡혀가는 것 같아요. 여담으로 마트에 가서 평소에 들여다보지도 않던 헤드폰 코너를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되는 직업병도 생겼습니다. 방송국은 일도 많고 바쁜 곳이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고 특히 제가 하고 싶던 방송기술 엔지니어가 되어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며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두 분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아버지 : 정년이 5년 정도 남았는데 아버지가 못다 이룬 소원을 이제 시작하는 아들이 대를 이어 끝까지 방송기술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업무에 종사해주면 좋겠다는 것이 아버지로서의 바람입니다.
아들 : 제가 방송국에 입사한 지 일 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 모르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방송기술의 영역이 매우 넓은데, 이렇게 모르는 부분을 배워가는 재미가 있어요. 예전에 제가 잠깐 아버지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아버지를 모르는 분이 없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EBS의 맥가이버라는 별명을 가지고 계시더라구요. 저의 계획은 아버지처럼 방송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의 방송기술 명장이 되는 것입니다. 그 길은 물론 멀고 험하겠지만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묵묵히 하나하나씩 배워나갈 생각입니다. 제게는 30년 경력의 든든한 방송기술 선배이자 멘토이신 아버지가 계시니까 좀 더 수월하겠죠?(웃음)

‘방송기술’에 대해 한마디씩 들어보고자 합니다. 두 분, 인터뷰 감사합니다. 27년 후 ‘방송기술인 3대’ 특집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아버지 : 빠르게 변하는 방송 환경에서 예전의 2인치 테이프 시대에서 지금은 NPS 시대로, 아날로그 시대에서 울트라 4K 시대로 변하는 방송환경을 보면서 모든 방송기술인이 시대의 흐름에 잘 적응하는 새로운 인재상이 되기를 빌어봅니다.
아들 : 제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방송기술이 무슨 일을 하고 얼마나 방송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르더라구요. 저는 그 친구들에게 방송기술 엔지니어가 방송국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목에 핏대 세우며 역설하고 있습니다. 방송기술은 실제로 방송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묵묵히 방송을 원활히 제작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 경우에도 어떤 분들은 음향 콘솔을 다룰 때 페이더만 올려놓으면 되지 않느냐 말씀하지만 저희 음향 엔지니어는 조금이라도 더 양질의 방송을 만들기 위해 그 몇 시간의 녹화 내내 온 신경을 쏟아 페이더를 끊임없이 조절하고 있습니다. 많은 시청자분들이 방송을 보면서 방송기술 엔지니어의 노고를 한 번씩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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