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MBC 기술국 막내 박재규입니다. 저는 2011년 1월에 함박눈을 맞으며 동기들과 함께 울산MBC에 입사했는데, 벌써 계절이 돌고 돌아 그때의 눈이 그리워지는 무더운 더운 여름이 되었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훌륭한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남들에 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시행착오의 경험들을 이야기해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미래의 예비 방송기술인 후배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방송기술인 도전에 인생을 걸다 저의 방송 엔지니어 도전사의 시작은 참으로 평범했습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면서도 공부는 늘 뒷전이었습니다. 사실 공부의 목표가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지상파 방송국에 입사한 대학 선배를 만납니다. 방송국에 대한 동경심으로 방송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하기로 했는데, 돌이켜보면 우연한 연속들로 이루어진 운명적 사건인 것 같네요. 방송기술을 공부하면서 저의 대학생활은 180도 바뀌었고, 그때부터는 공부가 재밌었습니다. 방송기술 이론에 대해서 하나씩 배워가면서 희열을 느끼곤 했습니다.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던 저에게 잘할 수 있는 일이 생긴 셈입니다. 처음에는 홈쇼핑 회사에서 오디오를 담당하면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생방송 특유의 생동감에 그 일이 재미있었지만, 좀 더 제가 꿈꾸던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후에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공부하면서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에 저의 꿈을 그려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꿈이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5~6년 정도 하나의 목표만 바라보고 왔는데, 아직도 꿈만 같습니다.
공부에 왕도가 있나요? ‘방송국 입사’라는 목표에 대한 열정의 차이와 준비 기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계실 것이라 믿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공부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겠지만, 커뮤니티에 있는 기출 복원 문제를 보고, 스터디를 만들어서 공부하는 과정들은 비슷할 것 같습니다. 이 중에서도 필기 공부가 중요한데, 디지털 방송 이론에 대한 공부가 특히 중요합니다. 처음엔 내용들이 생소해서 어렵겠지만 꼭 내용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차세대 디지털 방송기술’같은 책은 지금 다시 읽어 봐도 디지털 방송 이론 분야에 바이블 같은 책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제가 남들에 비해 더 공부한 부분은 ‘정보통신기술사’ 관련 책입니다. 네트워크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근래의 방송기술의 흐름으로 인해 통신과 네트워크에 대한 공부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기술사 책에는 정의와 분류에 대한 설명이 상세히 서술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어렵던 내용도 쉽게 이해되었고, 기술의 흐름을 파악하는데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최신 기술에 대한 공부도 꼭 해두셔야 합니다. 저는 전자신문을 구독하면서 기술을 파악해 가는 것에도 색다른 재미를 많이 느꼈습니다. 여기에 투자되는 시간적 기회비용도 적지 않겠지만, 면접 등에서 언젠가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입사 준비를 하면서 ‘학원과 스터디가 필수인가?’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무엇이 되었든 간에 둘 중의 하나는 필수로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둘 다 도움을 받아보려고 했습니다만, 대학 선배 중에서는 독하게 혼자 공부하셔서 입사한 선배도 있으니 필요조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두 가지 방법 중에서도 마음이 잘 맞는 스터디 멤버를 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스터디 멤버 간에 실력 차는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멤버끼리 잘 지내면서 서로 협력하고 보완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저도 마지막으로 했던 스터디를 6명과 함께 했는데, 그중에서 4명이 지상파 방송사를 입사했습니다.(나머지 2명도 그때의 공부를 통해서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공부한 방식은 일반적인 스터디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방송이론과 네트워크 관련 책들의 내용을 토론 형식으로 이야기하고, 마칠 때는 전공 퀴즈와 상식 문제를 개인별로 만들어서 취합하고 그것을 풀어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스터디가 좋았던 것은 서로 힘들고 지칠 때, 정신적으로 서로에게 의지했던 것이었습니다. 2009년 모든 회사의 채용이 없어서 실망하던 그해 겨울에도, 미래의 동반자가 되겠다는 의지로 함께 힘을 냈던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면접. 스스로에게 자신있다면, 무엇이 두려운가 저도 지금은 성공담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반대로 가장 많은 실패를 했던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가장 뼈아팠던 면접은 2007년 KBS 최종면접이었습니다. 그전까지는 너무나 자신 있었고 전형을 잘 치러왔습니다. 그런데, 임원들 앞에서 면접 보기 1분 전부터 코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고, 그 순간 모든 자신감은 날아가 버렸습니다. 결과는 아시는 것처럼 먼 길을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물론 결과는 불합격이었지만 그 준비과정에서의 소중함을 되새이며 좋은 약으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 사회적 경험이 쌓이면서 면접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해봤습니다. 겸손한 태도도 좋지만, 적당한 자신감이 있는 면접 태도 역시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울산MBC 면접을 임할 때 능력을 다 발휘할 수 없더라도 자신 있게 면접에 임하겠다고 마인드컨트롤을 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실제로 임원 면접 때, 실제로 어느 국장님께서 “합격할 자신이 있느냐?”라고 물어보셨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변만큼은 정말 자신 있게 답했던 것 같습니다. 그 답변으로 좋은 점수를 얻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마지막으로 면접에서 언급하고 싶은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엔지니어 채용에서 기술적인 질문을 물어볼 때가 많습니다. 이때, 저의 견해로는 기술적인 스펙사항을 전부 다 말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가령 “ATSC를 설명해보세요”라는 질문에 19.39Mbps 전송용량 등의 세부적인 스펙을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에는 당황해서 면접을 망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어렵게 스펙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DTV의 출현배경을 이야기하면서 DTV 분류에 따른 ATSC, DVB-T 정도만 언급해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저도 길게 말하면, 꼬리를 잡히는 스타일이라서 면접에서 그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입사하는데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중간에 다른 직장 생활 경험도 있었지만, 목표를 잊은 시간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긴 준비 과정 동안 슬럼프는 늘 찾아왔습니다. 슬럼프 극복의 방법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그냥 마음 편하게 생각했습니다. 힘들 때는 친구를 만나서 기분도 풀고 혼자 영화도 보고 했습니다.(그래서 남들보다 오래 걸렸는지도 모르겠네요) 게을러지기 싫어서 운동도 시간을 내서 했습니다. 제가 마라톤 풀코스를 처음 완주한 것도 공부하던 시기였습니다. 그 성취감으로 인해 공부에 새로운 자극이 되기도 했습니다. 언제 날지 모르는 채용 공고에 대한 불안감도 마음 편하게 잊고 공부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불안해한다고 좋은 것도 없고, 막상 공고가나면 더 불안해지는 것이 사람 마음인 것 같네요. 기회는 준비하고 기다리는 사람에게 반드시 찾아오게 마련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포기하지 않고 준비하고 있을 때, 좋은 기회를 잘 잡은 것 같습니다.
꿈은 꿈꾸는 자의 몫이다 저는 준비하면서 ‘방송이 무엇이 좋아서 내가 이런 공부를 하고 있을까?’라고 반문해본 적도 많았습니다. 그에 대한 답은 ‘그냥 좋아서’였습니다. 솔직히 아직 이보다 명확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한때의 꿈이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이 꿈이 확고했기에 6년이라는 시간을 준비했던 것이고, 다른 길을 펼치지 않았습니다. 오기로 버티다 보니 어느 정도의 실력을 알아주던 회사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실패도 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실패들은 저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방송사 입사는 누구나 꿈꾸고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엔지니어로서의 꿈은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같이 그런 꿈을 이루어갈 인연으로 만나길 바랍니다.
< VOL.200 방송과기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