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운동과 스트레스 해소를 한번에!!

복싱, 운동과 스트레스 해소를 한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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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석 SBS 라디오기술팀

내 인생은 다이어트와 요요의 연속이었다. 식탐이 워낙 많아 정신없이 먹다 보면 살이 쪄있고, 몸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면 그때만 운동해서 조금 감량하고, 다시 방심하고 먹다 보면 또다시 살쪄있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살을 빼려고 그때마다 한 운동은 살 빼기 위한 방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재미는 없었지만 건강을 위해 살을 뺐었다.

힘들었던 취업 생활을 거쳐 입사를 하고 1년도 안 된 어느날, 정신을 차려보니 내 몸무게는 80kg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고3 시절 최고 몸무게가 0.1톤 가까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보니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그때 문득 머릿속에 복싱체육관이 떠올랐다. 가끔 출퇴근할 때 ‘다이어트 복싱’이라는 간판을 보고 저기는 어떻게 운동할까라는 호기심이 있던 상태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복싱체육관에 등록해서 3개월 동안 열심히 운동해서 10kg을 감량했다. 딱히 식단조절을 하지 않았지만, 주 4회 정도 빠지지 않고 운동을 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복싱을 쉬는 동안 다시 몸무게가 운동하기 전 몸무게로 돌아갔다. 그래서 복싱을 시작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또 한 번의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방송기술 선후배님들 앞에서 선언함으로써 다이어트 시작의 계기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에 ‘방송과기술’에 부끄럽지만 글을 쓰게 되었다.

복싱체육관
복싱체육관

위의 사진은 복싱체육관의 모습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끔 주인공이 멋있게 운동하는 장면에 몇 번 나타났던 것 같다. 사각의 복싱링과 여러 종류의 샌드백들, 그리고 자신의 복싱 자세를 볼 수 있도록 유리벽이 있다. 아마 예전에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배우 한채아 씨가 복싱을 하는 것을 본 분이 계신다면 금방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복싱을 하는 연령대도 굉장히 다양한 편이다. 오전에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어머님들이 삼삼오오 모이셔서 카페에서 차 한잔하시고 운동하러 많이 오신다. 내가 촬영을 하러 갔던 오후 시간에는 주로 학생들이 운동을 한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친구들과 함께 오는 편인데, 아무래도 초등학생들이 있다 보니 약간은 소란스럽고 정신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도 오전 오후 시간대는 사람이 많지 않아 코치님이 일대일 지도를 조금 더 세세히 해주신다. 저녁에는 대학생들과 퇴근한 직장인들이 많아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운동을 해서 답답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교대근무의 특성상 근무시간 외에는 자유롭게 운동을 갈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은 오전, 오후에 운동을 하고 개인적으로는 저녁 운동을 피하는 편이다.

타임벨 / 스트레칭 후 줄넘기
타임벨 / 스트레칭 후 줄넘기

섀도 복싱
섀도 복싱

운동시간은 주로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편이다. 먼저 체육관에 오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가볍게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다. 스트레칭 후에는 줄넘기를 한다. 내가 다니는 체육관은 줄넘기를 5라운드 실시한다. 체육관에는 타임벨로 라운드를 센다. 타임벨은 3분간 운동하고 30초간 쉬는 것을 계속 반복하며 온종일 돌아가는데 시간에 맞춰서 스스로 운동을 하면 된다. 처음 운동할 때는 3분이 짧게 느껴진다. 아무 생각 없이 줄넘기를 하면 금방 3분이 지나가는 것 같지만 운동을 하다보면 3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수가 없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쉬는 30초는 너무 짧아서 호흡을 조금 고르려면 마치 공포영화의 BGM처럼 운동시작이 가까워졌다는 타이머가 울린다.

줄넘기를 다 하면 복싱 핸드랩을 손에 감고 거울 앞에서 기본 동작들을 취한다. 나 같은 경우는 운동신경이 좋지 않아서 제자리 뛰기부터 그동안 진도 나갔던 동작들을 한 번씩 다 해보는 편이다. 거울을 보며 연습을 하고 있으면 코치님이 다니시면서 자세도 교정해주시고 새로운 동작들도 가르쳐주신다. 운동 라운드는 개인적으로 적당히 조절하면 된다. 보통 기본적인 ‘잽잽원투’ 동작을 4라운드씩 하고, 나머지 기본동작들은 2라운드씩, 그리고 새로 배운 동작들은 4라운드 이상씩 운동한다. 이렇게만 운동해도 준비운동을 포함하면 한 시간 정도가 지난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워낙 다양한 동작들을 취하고, 진도도 자주 나가는 편이어서 새로운 동작을 배워가는 재미도 있다.

쉐도우복싱이 끝나면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친다. 샌드백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샌드백 / 아쿠아 펀칭백 / 더미
샌드백 / 아쿠아 펀칭백 / 더미

맨 왼쪽에 있는 사진이 복싱체육관하면 떠오르는 샌드백이다. 샌드백을 치면 모래주머니를 주먹으로 치는 느낌이다. 위아래로 길기 때문에 다양한 동작을 연습할 수 있다. 내가 다니는 체육관에도 처음에는 샌드백만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아쿠아 펀칭백이 새로 들어왔다. 아쿠아 펀칭백을 실제로 쳐보면 물공을 치는 느낌인데 실제로 사람을 쳤을 때의 묵직한 느낌을 살린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쿠아 펀칭백도 다양한 사이즈가 있는데, 작은 사이즈는 얼굴 높이로 매달아 놓고, 큰 사이즈는 조금 아래에 두기도 하는데 딱 용도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더미는 실제 사람의 상반신 모양으로 제작되어 높이 역시 사람 높이로 세워둔다. 더미 앞에서 실제로 다양한 동작을 취하면서 타격하고자 하는 부위를 정확히 알도록 한다. 이 밖에도 에어펀칭볼이라는 것도 있다. 조그마한 볼이 천장과 바닥에 고무줄을 묶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을 치면 뒤로 빠졌다가 탄력에 의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고 피하면서 운동하는 경우도 있다.
샌드백을 치는 운동도 4라운드 정도 진행한다. 거울을 보며 연습했던 동작을 그대로 샌드백을 치면 된다. 이렇게 샌드백을 치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한 번에 쫙 풀리는 느낌이 든다. 운동이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면 짜증이 나게 마련인데 샌드백을 칠 때면 힘들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샌드백을 치는 이 순간 때문에 사람들이 복싱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샌드백 치기
샌드백 치기

이렇게 샌드백을 치고 있으면 코치님이 오셔서 한 라운드 정도 미트를 대주신다. 처음에는 제자리에서 ‘잽잽원투’동작만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돌진기나 후진기, 옆으로 도는 스텝까지 배우면 코치님이 움직이시는 것을 따라가 미트를 치면 된다. 한 라운드만 해주시는데도 샌드백을 치거나 쉐도우복싱을 하는 운동량과는 차원이 다르다. 실제로 공격을 하면서도 미트를 주먹이라고 생각하고 피해야 할 경우도 있어서 집중하고 한 라운드 운동하면 땀이 비 오듯 흐른다. 경우에 따라선 링 위에서 훈련을 할 때도 있고, 그냥 체육관 바닥에서 할 때도 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다른 운동하시는 분들과 3라운드 정도의 스파링을 하기도 하는데 나는 아직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추지는 않아 시도해보지는 않았다. 그래도 거친 분위기가 아니라 복싱을 즐기는 분위기여서 너무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운동이 끝나면 개인적으로 근육운동을 한다. 코치님이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는 기본적으로 30회씩 시키시고 나머지 운동은 알아서 한다. 한쪽에 아령이나 덤벨 등과 요가매트들이 있어 복싱이 아닌 다른 운동들을 할 수 있다. 복싱의 경우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언제든 시간 나는 대로 가서 운동할 수 있고, 끝나는 시간도 자신이 정할 수 있어 자유롭다.

글을 쓰다 보니 복싱에 빠져 거의 매일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생각에 그동안 잠시 쉬었던 복싱이 너무 하고 싶어졌다. 내 생각에 복싱은 체력증진이나 체중감량 등의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현대인의 가장 큰 병인 마음의 병,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좋은 운동이라 생각한다. 이젠 남자들만의 운동이 아닌 남녀노소 모두가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복싱에 다들 한 번쯤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복싱링
복싱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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