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경매제의 도입과 700㎒ 주파수 대역의 의미
전 세계적으로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서 상당량의 여유 주파수 대역이 700㎒ 대역에서 발생될 예정이다. DTV 전환에 따른 여유 대역의 활용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환을 마무리한 나라들과 진행 중인 여러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이 주파수 대역은 방송과 통신 등 다양한 용도에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역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관심은 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영국, 호주 등의 경우 주파수 관리정책에 있어 공통적인 특징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시장중심적인 방향으로 주파수 관리정책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를 두 가지로 정리하면, 우선, 방송통신 산업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시장친화적인 산업론이 방송통신 산업정책의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아가고 그에 따라 주파수 관리 역시 시장친화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주파수의 활용도와 필요성이 크게 늘어나면서 주파수가 희소성이 높은 자원으로서 인식되면서 주파수를 경제적인 자원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특히, 3G뿐만 아니라 4G 대역의 이동통신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주요 선도산업으로 주목받게 되면서 시장 기반의 주파수정책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전통적으로 국가의 관리대상이었던 주파수가 상품으로서 인식되게 되었고, 국내를 포함한 각국에서 시장 기반의 주파수 관리정책이 마련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현재 TV방송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 대역 가운데 700㎒ 대역(CH52~69, 698~806㎒)이 2012년 12월 31일 아날로그TV 방송의 종료 이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서 회수할 예정이며, 전파법 개정에 따라 1월부터는 가격경쟁을 통해 주파수를 할당하는 주파수 경매제도가 시행된다. 방통위는 이 황금주파수 대역(미국의 FCC 경우 2008년 3월 700㎒ 대역 주파수 경매금액 195억 9000만 달러)에 대해 주파수 경매 계획을 마련할 전망이며, 주파수 경매제를 통해 확보되는 재원은 방송통신발전기금 재원으로 충당될 예정이다.
지상파방송의 차세대 서비스의 의미: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와 보편적 서비스 구현
방송 역사의 1차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컬러TV 전환 이후 디지털 전환은 2차 방송분야의 혁명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방송분야에서는 새로운 디지털TV나 셋톱박스 구입 등 비용의 문제와 설치 시의 기술적 문제와 사용의 복잡성 같은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대한 적응문제는 아날로그시대에 익숙했던 시청자들에게 많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방송의 디지털화뿐만 아니라 방송통신 융합기술의 발전으로 대두되는 서비스들은 유료 서비스로 제공되기 때문에 이용자들에게 비용부담을 주고 있다.
지상파 아날로그방송의 종말을 유발시키고 있는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변화는 모든 시청자들이 접근과 이용의 보편화로 혜택을 볼 수 있을 때 긍정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유료방송 시청자들의 서비스 비용지불이 늘어나고 있으며, 심지어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 디지털 정보 불평등과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즉, 방송분야의 디지털 전환은 보편적 서비스의 문제를 대두시키고 있다.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는 디지털시대에 더욱 강조되고 있다. 지상파방송의 MMS 도입, 난시청해소 및 수신환경 확대 등의 방송분야에 보편적 서비스는 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디지털 취약계층 해소 같은 소수자 배려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즉, 디지털 전환으로 발생되는 소외계층에 대해 최소한의 방송 접근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가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비용과 기술의 제약으로 인한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자유롭고 보편적인 접근이 차단될 경우 접근격차는 이용격차를 낳고, 이용격차는 정보격차로 이어져 정보와 편익의 계층별 격차, 지역별 격차를 발생시키고 사회적으로 불평등 구조가 심화될 수 있다. 이러한 불평등은 계층 간, 지역 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으로서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방송통신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심화될 것이며, 700㎒ 대역이 4세대 통신 서비스를 위해서 경매된다면 디지털 정보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지상파방송의 보편적 서비스 구현은 특히 저소득층,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미디어 이용권과 정보 접근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미디어가 제공하는 편익이 전체 국민에게 평등하게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관점에 입각해 있다. 유료(방송, 통신) 서비스로부터 배제되는 소외계층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지고 그에 따른 정보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의 확대 재생산이 우려됨에 따라 방송매체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 보장 등을 내용으로 하는 보편적 서비스의 적용이 강조되고 있다.
방통위의 2009년 전파진흥기본계획에 따르면, 디지털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을 통한 3DTV와 UHDTV가 시현될 예정이지만, 콘텐츠 제작능력과 무료 보편적 서비스 확대 차원에서 지상파방송을 제외하고 차세대방송 서비스의 구현은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서도 나타났지만, 유료방송을 통한 3D방송은 이루어지지 못하였고 지상파방송을 통한 3DTV방송만(66번 채널)이 가능하였다. 방통위는 위성방송을 통해서 2014년 4K급 UHDTV를 상용화하고, 2017년에 8K급 실험방송을 예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지상파 HDTV 압축방식과 전송기술로는 UHDTV의 수용이 불가능하며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방통위의 계획에 따라서 디지털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 등을 통한 3DTV와 UHDTV가 시현될 예정이지만, 콘텐츠 제작능력과 기술수용 능력을 고려할 시에 지상파방송을 제외하고 차세대방송 서비스의 구현은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한 상황이다. 차세대방송을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시청하기 위해서는 지상파방송의 차세대 서비스가 확대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2020년 또는 2025년경에 초고선명TV(UDTV), 3차원입체영상TV와 HD다채널이나 UDTV의 복합형 서비스 등 차세대 미래방송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새로운 방송, 이동통신, 융합형 서비스 등 신규매체의 등장으로 인해 주파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보편적 서비스를 지향하는 지상파방송의 차세대 미래방송을 위한 주파수 확보를 우선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차세대 미래방송은 현재 방송보다 높은 데이터 전송용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6㎒라는 한 채널 대역폭으로는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며, 대역의 확장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방송 서비스용 주파수로는 지상파방송의 송∙수신 환경을 고려할 때 디지털 TV방송과 인접한 700MHz 대역이 가장 적합하다.
방통위의 정책에 따라서 성능 좋은 무선망(4G 등)이 마련된다고 할지라도 그에 부합하는 고품질∙고화질 콘텐츠가 제공되지 못한다면, 4G 서비스는 앙꼬 없는 찐빵이 될 것이다. ‘Contents is King’시대에 차세대 방송과 통신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차세대방송을 위한 주파수정책 마련이 시급하게 요청되며, 차세대방송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과 콘텐츠 역량을 갖추고 있는 지상파방송을 위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차세대방송의 서비스 육성을 위해서 기술이나 경제적 효율성만큼이나 방송을 통해 구현되는 공익성을 중시하는 주파수정책이 마련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