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자전거

우리 안의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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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소 자전거

자전거는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이는 자전거와 함께 하는 세상이 우리를 들뜨게 만들기 때문이다. 빙글빙글 도는 두 바퀴에 몸을 맡기면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감성을 스치는 자전거의 고유한 느낌이 사람들을 사로잡는 것이다. 영화 ‘E·T’에서 보름달을 가로질러 하늘을 나는 순수한 동심의 모험이 담긴 장면은 자전거와 함께 그려져 어린 마음을 더욱 흔들었으며, 드라마 ‘겨울 나그네’ 속에서 연인들의 운명적인 첫 만남이 자전거의 떨리는 설렘으로 아름답게 표현됐다. 자전거는 가슴으로 통하는 어떤 대상인 것이다. “그녀의 자전거가 나의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는 한 때 유명했던 모 광고 카피가 이를 잘 보여준다.

요즘 이런 자전거의 정서가 풍성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린운동의 일환으로 자전거 타기가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도시 내에서 자전거 전용도로가 닦여지고, 그 위를 달리는 자전거 무리들이 계속 이어진다. 나아가 전문적인 취미로 모험정신을 쫓는 산악자전거도 인기가 많아졌다.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자전거 라이프가 풍요로워졌다. 어쩌면 지금의 모습이 낯설게 보이기도 하는데, 자전거가 한 시절의 유행처럼 소비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전거의 정서가 뿌리를 내리면 생활 곁에서 자연스럽게 머물 것이다. 그 매력에서 사람들이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생활 속의 자전거

나에게 자전거는 기본적으로 교통수단이었다. 교통수단하면 간혹 접하는 이국의 자전거 선진문화처럼 잘 정비된 환경에서 여유롭게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한동네 토박이로 자라 동네 주변지리에 훤한 나의 공간지각력 덕분에 자전거가 편했던 게 이유였다. 거기다 생활반경이 자전거 거리로 모두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한 서울지역에 살아 자전거가 안성맞춤이었다.

시내 종로까지 자전거는 막힘없이 나를 안내하는 전용 차편이었다. 학교, 아르바이트, 약속까지 자전거는 생활 교통수단의 중심이었던 것이다. 주 경로인 학교까지는 그 중 하이라이트다. 대학캠퍼스마저 동네에서 다니는 행운 아닌 행운으로 자전거 생활은 계속 이어졌다. 학교 가는 길은 언제나 쫓기듯 바쁘다. 수업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쉼 없이 페달을 돌리는 구간이었다. 정신없이 앞길을 나아가는 와중에도 그 속에서 아침을 시작하는 리듬감이 있었다. 자전거의 빠른 속도에 분주한 아침의 풍경이 빠르게 지나가며 다이내믹함이 느껴졌다. 다이내믹한 한국에서 그 중심 한 복판을 가로지르는 통쾌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도로에 가득한 차들과 나란히 지나갈 때며 출근길에 바쁜 걸음의 사람들이 풍경으로 지나칠 때 불어오는 바람에서 생동감이 가득했다. 자전거로 시작하는 아침에 하루의 넘치는 기운을 받으며 힘차게 생활하는 힘을 얻은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내 자전거 통학은 가장 빠른 수단이 되었다. 나를 지각의 위험에서 여러 번 살린 것이 자전거였다. 대중교통보다 빨라 자전거 이용은 시간 보증 장치가 되었던 것이다. 버스나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면 편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내 몸을 움직여 자전거를 이끌면서 삶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힘찬 등교와는 다르게 하교 길은 가벼운 길이었다. 조금은 지친 몸을 자전거에 맡기면 집까지 편안하게 데려다 주었다. 시원한 바람결에 하루의 스트레스까지 훌훌 날려버릴 수 있었다. 거침없이 내리막길을 질주하면 맞바람이 내 몸을 통과하며 시원하게 스쳐갔다. 악명 높은 경사로 활주로라 통칭되는 캠퍼스 내 대성로 길이 있다. 쭉 뻗은 직선거리에 정면이 막힌 듯 경사가 심해 활주로로 원성이 자자한 길이였다. 등교 때 이 길은 힘든 고비가 되지만, 반대로 하교 때는 가장 신나는 구간이다. 속도를 마음껏 내며 물리적 저항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하루의 피로마저 씻기는 느낌이다. 이때 자전거만이 선사하는 청량감이 생긴다. 더운 날씨의 시원한 청량음료 한잔처럼 자전거 질주가 온 몸을 꿈틀거리게 한다. 전신에 신선한 바람이 순환하며 오감을 깨우듯 몸이 가벼워졌다. 이 맛에 자전거 라이딩은 놓칠 수 없는 유혹이 되었다.

 

투어 속의 자전거

   
 

자전거는 생활과 취미를 동시에 해결한다. 평소에는 편리한 생활수단이 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는 든든한 여행의 동반자가 된다. 자전거에 이끌려 갑자기 충동적인 마음에 남산과 한강 둔치에 나가면 일상의 상쾌함을 다시 찾을 수 있다. 조금 먼 길을 나서 좋은 풍경을 접하며 짧은 일탈도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장기 투어를 계획하면 자전거와 함께 즐거운 휴가까지 즐길 수 있다. 일상을 벗어나 자전거를 즐기는 방식이 새롭게 열린다. 속초 투어를 하고 7번 국도를 돌면서 자전거 나들이를 재밌게 즐겼다. 속초 투어는 자전거 라이딩 자체를 즐기는 신나는 질주였다. 원 없이 페달을 밟으며 자전거와 함께 무한 레이스를 펼치는 재미를 만끽했다.

속초 투어는 자전거 마니아의 첫 번째 관문이다. 서울에서 속초까지 거리 200km를 하루 안에 달리면 라이딩계에서 인정을 받았다. 호기로 시작한 투어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200km가 넘는 거리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마의 거리였다. 예상보다 큰 벽을 절감하고 레이스는 초반부터 부담감에 지치기 시작한다. 그 때 포기하고 싶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쉼 없이 나아갈 때 자전거 라이딩의 참맛이 나온다.

걷는 거에 익숙한 다리가 페달을 밟는 리듬에 빠져든다. 체력적으로 지친 상태이지만 이 순간부터 진짜 라이딩이 시작된다. 자전거와 내 몸이 하나가 되어 자연스럽게 라이딩하는 신비스러운 체험을 하게 된다. 늦게 발동이 걸려 다음날 오전까지 투어가 이어졌지만, 속초 투어는 자전거를 타는 새로운 경지를 발견하고 체험시켜 준 소중한 여행이었다.

7번국도 투어는 여유 있는 라이딩을 즐기는 코스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7번국도는 대표적인 관광 코스다. 아름다운 동해안 해안선과 인접한 도로가 평탄하게 이어지는 무난한 도로가 나 있다. 이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면 여유가 생긴다. 자전거의 편안한 리듬에 동화되어 자전거의 시선에서 풍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 중간 바다를 배경으로 시원한 라이딩이 이어지면 가슴이 펑 뚫리는 것 같다. 이런 여유 속에서 휴가의 기분 전환이 충만해 온다.

야생 캠프로 텐트를 준비해서 밤을 자연 속에서 보냈다. 계곡근처에서 시원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편안한 수면을 취하고, 방학 중인 인근 지방학교의 고요함 속에서 깊은 밤의 적막함을 느끼며 잠드는 것은 보너스다. 그리고, 투어족의 마음을 이끄는 풍경에는 잠시 쉬어 간다. 단지 스쳐 지나치는 것이 아닌 풍경 속에 들어가 그 정취를 느낀다. 죽변 버스터미널에서 오래된 정류장이 주는 쓸쓸하지만 떠남과 만남을 반복하는 것을 보며 삶의 자취를 어렴풋이 느껴본다. 자전거 투어는 자전거 라이딩의 진짜 맛을 제공하면서 때로는 주변 경관에 푹 빠져드는 기회까지 제공한다.

 

   
 

자전거 탄 풍경

자전거를 탈 때 볼 수 있는 풍광이 있다. 자연의 싱그러움이 가까운 위치에서 시원한 바람과 사람의 숨결이 모이면 세상은 푸름의 필터 안으로 들어온다. 자전거에서 맑은 세상이 보이는 것이다. 주변과 조화를 이룰 수 있기에 자전거 세계가 설레는 것은 아닐까? 자전거 라이프가 늘어나는 가운데 자전거 탄 풍경이 꾸미는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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