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오류로 느껴지는, 모바일 앱 포털(관문)의 영향력

카카오톡 오류로 느껴지는, 모바일 앱 포털(관문)의 영향력


화재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인명피해가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화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무형의 재산상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한다. 모든 화재는 어디에서 발생하든 그 규모가 크든 작든 간에 어떤 유형의 피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인명피해든 재산상의 피해든 간에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를 피하기는 힘들 것이다.

2022년 10월 15일 오후 3시 19분. SK C&C 데이터센터 A동 지하 3층 전기실에서 발생한 화재는 다행히 인명피해를 발생시키지 않았다. 모든 화재가 그렇듯 크고 작은 여타의 사고와 피해가 발생했다.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으니, 심지어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일어났으니 장비가 불타고 기술적인 기능이 마비되며 데이터가 유실되는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을까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화재는 단순히 그런 종류의 화재 사고와는 차원이 달랐다. 한 사회를 마비시킬 수 있을만한 화재였으니까.

 

카카오 홈페이지에 소개된 카카오의 문화 / www.kakaocorp.com/page/kakao/kakaoCulture
카카오 홈페이지에 소개된 카카오의 문화 / www.kakaocorp.com/page/kakao/kakao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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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의 정지, 일상이 정지되다
화재를 질적 수준으로 측정할 수 있다면 이 화재의 수준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 데이터센터에 불이 났고, 그 화재로 데이터 복구에 시간이 걸렸고, 복구하는 도중에 이용자들은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었으며 하는… 이런 정도로 언급할 수 있는 화재라면 그 화재는 아마 어느 정도 규모의 이용자를 유치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그 서비스와 연관된 데이터센터에서 일어난 화재일 것이다.

우리가 지난 10월 15일 화재에 대해 다소의 공포감과 혼란스러운 상황들을 경험했고, 그 어떤 유형의 화재만큼이나 재발 방지 대책이 절실하다고 느꼈던 이유는, 화재가 ‘카카오톡’ 서비스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국민 메신저 앱으로 불리며 국내에서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Monthly Active Users)로 4천7백만 명을 훌쩍 넘긴 카카오톡이 한순간에 정지된 것이다. 전 국민이 소통하는 도구가 일순간 기능을 상실해버렸으니 그 화재가 지닌 의미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카카오톡 작동 오류 캡처 화면
카카오톡 작동 오류 캡처 화면

 

카카오톡의 작동 오류 화면을 처음 접할 때 만해도 메신저 서비스 하나 작동 안 된다고 삶이 크게 불편해질까 생각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카카오톡은 우리 삶에서 단순히 대화를 주고받는 기능의 소셜미디어 서비스, 그 이상으로 삶의 필수적인 도구들을 제공하고 있었다. 카카오톡 메신저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혼란을 느꼈던 이유는 단순히 타인과의 소통 채널이 단절되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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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모바일 앱 서비스로 통하는 관문의 폐쇄효과?

1990년대 개발된 포털 서비스는 웹서비스로 통하는 관문의 역할을 했다.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면 포털은 내가 원하는 정보가 저장된 곳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모바일 앱 서비스로의 관문 역할을 하는 서비스는 무엇인가?

바로, 카카오톡이다. 카카오톡은 메신저 서비스로서 많은 소셜미디어 중 하나로 분류되는 그저 그런 서비스가 아니다. 오늘날, 특히 우리나라에서 카카오톡은 다양한 모바일 앱으로 연결되는 관문인 셈이다.

카카오톡이 일상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바일 앱 서비스들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고? 의심스러우면 지금 카카오톡을 열어서 전체 서비스를 살펴보자. 일상에서 무심코 터치하여 이용한 서비스 목록들이 펼쳐진다. 선물하고, 쇼핑하고, 길 찾고, 글 읽고, 게임 하고, 스케줄 관리하는 그런 일상의 활동들을. 우리는 카카오톡이라는 관문을 통해 향유하고 있었다. 그러니, 카카오톡이 하루만 기능을 못 해도 불편할 수밖에. 그리고 혼란스럽고 공포감마저 들 수밖에.

 

카카오톡이 제공하는 서비스

 

카카오톡에서 소개되는 카카오 계열의 서비스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흡사 포털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이 자사가 개발한 서비스를 포털 사이트에 탑재해 제공하는 것과 같은 모양새다. 카카오톡 이용자는 계정 연동을 통해 이러한 서비스들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카카오톡을 관문으로 한 일종의 카카오톡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라고 볼 수 있을 것이고, 카카오 계열의 서비스에 소비자가 묶여버리는 ‘자물쇠 효과(lock-in effect)’라고도 볼 수 있다.

 

카카오톡에서 연결되는 모바일 앱 서비스
카카오톡에서 연결되는 모바일 앱 서비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이번 화재로 인해서 깨달은 바는 바로 이것이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는 일상에서,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카카오톡이 모바일 앱으로의 관문 역할을 해왔으며 그 관문이 막혀버릴 때 정말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것. 스마트폰이, 그리고 모바일 앱이, 우리 삶을 돕는 도구가 아니고 우리 삶 자체가 되어가는 일상 속에서 카카오톡은 일상을 열고 닫는 역할을 해왔다는 것. 그래서 카카오톡이 막혀버리면 우리의 일상도 아예 닫혀서 열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공포감. 우리는 이번 화재에서 그런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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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복구가 완료되고 일상도 복구되며,
그리고 공포감의 실체를 찾아가며
지난 10월 20일 오후 11시를 기점으로 카카오는 모든 서비스의 복구가 완료되었음을 알렸다. 피해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복구하겠다는 메시지도 남겼다. 이제야 일상이 복구되는구나. 라고 느낀 사람이 필자 한 명 뿐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다.

 

카카오 서비스 복구 완료 안내 페이지 / www.kakaocorp.com/page/detail/9815
카카오 서비스 복구 완료 안내 페이지 / www.kakaocorp.com/page/detail/9815


카카오톡이 복구되자, 책임을 따져 묻는 국정감사가 열렸고 기업들은 책임을 통감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책임자 문책도 이어졌고, 소비자들의 기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주가가 이를 반영하여 하향 그래프를 그리기도 했다.

그런데 잠깐, 우리의 일상으로 통하는 중요한 관문이 폐쇄될 때 느꼈던 공포감. 이 공포감은 재발의 방지만 약속될 때 해소될 수 있는 것인가. 그 공포감의 실체란 우리가 평소 알지 못했던 그 관문의 중요성을 알게 되어서 체감된 공포감인가. 아니면 그 관문 하나의 영향력이 너무나 크다는 점을 체감했기 때문에 인지된 공포감인가. 아니면, 그 관문만을 통하고 싶은 이들이 겪었을 상실감을 우리는 공포감으로 느꼈던 것인가.

우리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평소 이용했던 그 관문이 폐쇄되었을 때 느꼈을 공포감이 해소되기 위해 관문을 새롭게 개선하는 게 좋은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제시하는 관문 이외에 평소 틈틈이 나만의 관문을 만들어 생활하는 게 좋은 것인지, 그도 아니면 누군가 더 유용하고 매력적인 관문을 만들어주는 게 좋은 것인지. 우리의 공포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무엇이 더 좋은 것인지 우리는 한번 짚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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