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이란 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목적지 없이 달구지를 타고 수렵지를 찾아 느긋하게 정처 없이 집단 이주한 데서 유래됐다고 하기도 하고, 유럽 사람들이 대자연을 찾아 서두르지 않고 걸어서 여행을 한 데서 비롯됐다고도 한다.
트레킹이 유행하기 전에 우리가 하던 관광은 어떤 것이었을까?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관광이란 자신의 일상생활권을 벗어나 다른 지역의 자연경관이나 문화를 감상하거나 관람하며, 지식체험, 휴양, 행사참가 등등의 활동으로 정신적 육체적 생활의 변화를 추구하는 이동활동이며, 일시적으로 거주지를 떠나 일이나 영리의 목적이 포함되지 않은, 순수하게 여가를 즐긴 후 귀가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되어 있다.
그렇다면 트레킹이, 세월이 흐르면서 문명이 발달하고 생활이 풍족해 지면서 변화된 것이 관광이 아닐까?
경상북도의 최북단에 위치한 영주시는 해발 약 200m이고, 소백산맥이 서남쪽으로 뻗어 있으며 소백과 태백권 교통의 중심도시다. 토질은 대부분이 사질양토로 각종 농산물이 잘 자라며, 특히 북부 산악지대는 사양토이기 때문에 배수가 잘되어 인삼, 사과 등의 생육에 적절하다. 2시간 10분을 달린 버스가 영주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늦은 3시다. 출발 전에 미리 알아 둔 렌터카 회사에 가서 소형 승용차를 빌려 영주 시내를 한 바퀴 둘러보고 부석사로 향했다.
은행(銀行)은 돈이 있는 곳이다. 돈이 좋은 뜻으로 쓰이면 더없이 아름답지만 잘못 사용되어 썩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시궁창이 된다.
은행(銀杏), 나뭇잎이 노랗게 물들면 그 아름다움이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하지만 알맹이가 떨어져서 썩으면 이 또한 구린내가 진동을 한다.
하늘에 구름이 많다. 저녁노을을 보기는 틀린 것 같다. 카메라맨들이 실망하여 하나 둘 자리를 뜬다. 하지만 그냥 갈 수야 없지 않은가! 구름 사이로 막바지 숨을 몰아쉬는 태양이 날카로운 빛을 발사했다. 찍고 보니 그럴듯한 작품이 나왔다.
부석 면소재지에서 민박을 했다. 다음 날 아침, 영주시청에서 가지고 온 지도를 보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순흥 소수서원 가는 골골에는 누런 나락과 까만 포도, 빨간 사과가 가을을 알록달록 풍요롭게 수놓고 있었다.
소수서원, 우리나라 최초의‘사액서원’
강학당, 저곳에서 유생들이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고, 훗날에 나라의 기틀이 되기 위해, 오늘날의 입시생 못지않게 고민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비상을 꿈꾸었겠지! 초가을 햇빛을 받아 하얗게 반짝이는 이름 모를 나뭇잎이 간 날의 선비의 도포자락을 연상케 한다.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린다. 선비의 책 읽던 소리가 저리 듣기 좋았겠지! 본 적도 없는 옛날 선비를 흠모하며 소수서원의 전각들과 후원을 휘돌아 나와 선비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선비촌, 희미한 호롱불 아래
예로부터 학문과 예(禮)를 숭상했던 선비! 선비 중에서도 우리나라 최초의 성리학자였던 회헌 안향 선생의 고향인 순흥에 선비촌이 자리 잡은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선비촌은 영주의 선비들이 실제로 살았던 생활공간을 그대로 복원했다고 한다. 마을은 수신제가, 입신양명, 거무구안, 우도불이빈 등 네 가지로 조성되어 있다.
길 건너편에는 눈곱만큼의 꿀림도 없는, 기와집처럼 웅장해 보이지는 않지만 참으로 평화롭고 안락해 보이는 초가가 있었다. 그 집안에 살던 선비는 소찬에 보리밥을 먹을망정 세속과 타협하지 않았을 것 같다. 나라가 위급할 때 분연히 일어섰다가 백성이 편안해 지면 명예나 권력에 연연하지 않고 다시 소죽 끓이는 사랑에서 흔들리는 호롱불 아래 서안을 마주하고 앉아 낭랑하게 책을 읽었으리라.
선비촌은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관람을 하면 참 좋겠다. 아니면 아예 템플스테이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초가에는 초가에 어울리는 한데 아궁이와 장독대가 있고, 헛간에는 망태와 탈곡기, 쟁기가 있다. 기와집 역시 그 위세에 어울리는 살림살이가 있어 시대의 생활상을 잘 반영해준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농기구를 직접 만져 보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탈곡기를 밟아 직접 나락을 터는 체험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또한, 영주는 주위의 아름다운 배경 덕분에 TV드라마 촬영지로 인기가 높다. 특히 선비촌과 무섬마을에서 촬영을 많이 한단다.(추노, 동이, 짝패, 공주의 남자, 해를 품은 달, 사랑비
희방폭포와 착한 자연
소백산 비로봉,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 천문대가 있는 산!
희방폭포는 소백산에서 최고 높은 봉우리인 비로봉(1,439m)으로 올라가는 해발 850m 지점에 있다. 폭포의 높이는 28m로 영남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희방사에 가려면 폭포 옆에 놓인 철계단을 30분가량 올라가야만 된다. 철계단이 싫으면 평탄한 길로 올라가서 내려올 때 폭포 쪽으로 내려올 수도 있겠으나 지난여름 장마 때 지반이 물러지면서 낙석 위험이 있어서 폭포 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출입을 금지해서 조금 아쉬웠다. 가을이라서 폭포의 물줄기는 그다지 풍요롭지 못했다. 그 대신 주변의 나무들이 갖가지 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면서 폭포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었다. 장마 뒤엔 천지를 진동하는 폭포소리에 귀가 먹먹하다니 감히 폭포의 기세를 가늠할 수가 없다.
삶의 애환을 간직한 죽령옛길
이번 영주 관광의 주된 코스가 죽령옛길 트레킹이다. 소백산 제 2연화봉(
유구한 역사와 온갖 애환이 굽이굽이 서려 있는 죽령은 삼국시대에 한동안 고구려의 국경으로서 신라와 대치, 삼국의 군사가 뒤엉켜 엎치락뒤치락하는 불꽃 튀는 격전장이기도 했다. 서기 590년, 고구려의 명장 온달 장군이 왕께 자청하여 군사를 이끌고 나가면서 ‘죽령 이북의 잃은 땅을 회복하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겠다’는 등의 기록(삼국사기)으로 보아 당시의 죽령이 막중한 요충지였음을 짐작할 만하다.
죽령, 조선 시대 때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가장 중심이 되었던 길이다. 영남대로 중에서 중간에 위치한 죽령옛길은, 장원급제해서 금의환향하는 선비들이나 한양에 물건을 팔러 가던 장사꾼들 할 것 없이 넘기 힘들었을 높고 험한 고개다. 오래 묵혀둔 길이라서 지금은 좁은 오솔길이 되었지만, 그래서 운동 삼아 걷는 길이 되었지만, 그 옛날 이 길을 따라 바리바리 이고 지고, 혹은 애끓는 사연 가슴에 안은 채 이 길을 갔을 이야기들은 어디쯤에서 부려졌을까!
죽령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은 변화가 많아서 심심하지 않았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길은 가팔랐다. 1시간가량을 올라가니 드디어 죽령 정상에 죽령루가 보였다. 죽령 정상에는 영주와 단양의 경계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고 죽령 주막이 있었다. 죽령 터널이 뚫린 후 이곳은 관광지가 되어 일부러 나들이 오는 사람들과 단양과 영주를 오가는 사람들, 옛길을 걷는 사람들의 쉼터가 되고 있었다.
이로써 계획한 이틀간의 일정은 모두 끝났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풍기에 5일장이 서는 날이다. 얼른 내려가서 풍기인삼과 풍기인견에 대한 정보도 알아보고, 인삼 갈비탕도 먹어야 봐야겠다.
*Tip 풍기인삼과 풍기인견
풍기인삼, 신라 시대 때부터 소백산에 산삼이 많이 자생한다는 것을 알았다. 조선 신제 주세붕 선생이 1541년 풍기 군수로 부임하면서 산삼에만 의존하던 것을 인위적으로 재배 생산케 했으며, 그 수요를 충족하고자 전국에 인삼이 자생하는 토양과 기후가 비슷한 곳을 찾던 중 풍기가 인삼재배에 적합한 곳임을 발견하고 산삼종자를 채취하여 인삼재배를 시작했으며 조정에서는 풍기인삼만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풍기인견, 주원료는 정제된 낙엽송의 목재 펄프와 면씨앗에서 분리한 잔털의 린터가 쓰이며 셀룰로오스 섬유를 원료로 하여 제조한 순수 천연섬유다. 성질은 가볍고 시원하며 몸에 붙지 않고 통풍이 잘되며 착용 시 촉감이 아주 상쾌하며 땀 흡수력이 좋다. 정전기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서 갓난아기부터 노인까지 피부가 약한 사람이나 피부병이 있는 사람에게 아주 좋다. 세탁기를 사용할 때는 망에 넣어서 하고, 섬유유연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교통 정보
내비게이션 : 영주, 부석사 혹은 순흥소수서원
고속버스 : 동서울, 강남터미널 < – > 영주(1일 36회, 2시간 30분소요)
동대구 중앙고속터미널 < – > 영주(1일 21회, 1시간 50분소요)
부산 동부시외버스정류장 < – > 영주(1일 16회, 3시간 30분소요)
열차편 : 청량리 < – > 풍기, 영주(1일 9회, 중앙선)
대구, 동대구 < – > 영주(1일 2회 중앙선) (1일3회 경북선)
부산, 부전 < – > 영주(1일 3회 중앙선) (1일3회 경북선)
먹을거리 정보
풍기인삼갈비 : 054-635-2382. 약선당한정식 :054-638-2728. 굴국밥전문점 : 054-632-2282
잠잘 곳 정보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 : 054-604-1700. 괴헌고택민박 : 054-636-1755. 그랜드모텔 : 054-633-7266
< VOL.203 방송과기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