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바퀴 다는 것도 간단치 않다더라…… (下)

[C군의 B급 잡설] 차에 바퀴 다는 것도 간단치 않다더라……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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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독자 여러분께서 이 글을 읽으실 무렵에는 5월이 시작되고 있겠지만 C군이 보잘 것 없는 본 연재의 조각을 적어 내려가고 있는 현재는 벚꽃이 만개한 4월 초입니다. 며칠 후면 덧없이 사라질 벚꽃이지만 피어있는 순간만큼은 칼날보다 더 선명하고 피보다 더 참혹한 고결함으로 침묵하고 있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언젠가 덧없이 사라져야만 하는 본 연재의 숙명을 생각하니 과연 본 연재는 저 꽃처럼 아름다운 순간을 한 번이라도 남길 수 있을까 하는 처절한 자기반성이 마음의 미닫이문을 열어젖히는 것도 아닌, 막 그냥 깨부수고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부질없이 진다고는 하나 낙화의 순간마저도 아름다운 벚꽃입니다. 그에 반해 구조조정을 당하여 퇴출되는 본 연재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해보면 그 너절한 순간의 비루함은 인중 주변에서 흐느적거리다 방울져 늘어지는 싯누런 콧물보다 더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아마도 뜬금없이 “밥은 먹고 다니니?”라고 물어보고 싶어지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득 감상에 빠지기 시작하니 진지함이 팔랑거리는 마음을 뭉근히 눌러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최소한 유치하지 않게 연재를 이어나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본래 밑천이 없는 C군이라서 피할 수 없는 태생적 유치찬란함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노력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유치함은 이해를 부탁드리며 사뭇 진지한 마음으로 연재를 이어가겠습니다.
지난 연재에서 자동차 바퀴가 서스펜션에 달린 각도를 캠버(Camber), 캐스터(Caster), 토(Toe)의 3요소로 묘사한다고 설명해 드렸습니다. 이미 지난 연재에서 캠버와 캐스터는 설명을 드렸고 오늘은 마지막 요소인 토에 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지난 연재를 보셨더라도 이번 호의 토픽인 토가 무엇인지 잊으신 독자 여러분을 위해 다시 한 번 토의 정의를 상기시켜 드리겠습니다.

• 토(Toe)
차량을 위에서 보았을 때 바퀴의 앞쪽이 차량 쪽으로 기울어 있는 정도를 각도로 나타낸 것이 ‘토’입니다. 좌우 바퀴의 토(각도)는 같게 세팅이 됩니다. [그림 1]과 같이 바퀴의 앞쪽이 안으로 모여 있으면 토-인(Toe-In), 바깥으로 벌어져 있으면 토-아웃(Toe-Out)이라고 합니다. 

   
▲ 그림 1. 토(Toe)

캠버, 캐스터와 마찬가지로 토 또한 양쪽 바퀴가 평행선을 기준으로 토-인 또는 토-아웃한 각도를 이용하여 표시하지만 양쪽 바퀴의 앞에서 측정한 바퀴 사이의 거리와 뒤에서 측정한 바퀴 사이의 거리의 차이로 표시하기도 합니다. 토는 그 세팅에 따라서 차량의 타이어 마모, 직진 안정성, 코너 진입 특성을 나타내는 회전성의 세 가지 부분에 지배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타이어 마모와 동력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차량의 진행 방향과 정확히 일치하는 바퀴의 정렬이 바람직합니다. 과도한 토-인이나 토-아웃은 차량의 진행방향에 대한 타이어의 정렬이 상당히 틀어져 있게 되므로 빠른 타이어 마모를 일으킵니다. 과도한 토-인은 타이어 바깥쪽의 빠른 마모를 일으키고 과도한 토-아웃은 타이어 안쪽의 빠른 마모를 일으킵니다. 위의 내용대로 토-인이나 토-아웃이 타이어 마모라는 중요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면 왜 토 각도를 설정하는 걸까요? 대답은 굉장히 명확합니다. 타이어 마모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토 각도의 설정에 의해 차량의 직진성이나 회전성의 두드러진 변화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토-인의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그림 2]를 참조하겠습니다. [그림 2]의 좌측과 같이 토-인의 경우 핸들을 중립에 놓았을 때 양쪽 바퀴는 서로 교차하는 경로를 따라 진행하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양쪽 바퀴가 서로 상충하는 경로를 따라 진행하려고 하기 때문에 차량의 회전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 그림 2. 토-인 세팅 차량의 장애물 통과에 따른 앞바퀴 정렬 변화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실세계에는 상상 속의 완벽히 매끈한 길 같은 것은 없습니다. 실제의 길에는 크고 작은 요철들이 있고 이 요철들은 끊임없이 바퀴의 진행을 방해합니다. [그림 2]의 우측과 같이 한쪽 바퀴만이 각목 같은 작은 장애물을 지나는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런 장애물을 만나면 바퀴는 저항을 받아 조향축을 기준으로 뒤로 밀리며 다소 바깥쪽으로 회전하게 됩니다. 장애물에 의해 뒤로 밀려 회전한 바퀴는 조향장치로 연결이 되어 있는 다른 쪽 바퀴도 같은 방향으로 회전시킵니다. 하지만 장애물에 의한 바퀴의 토 각도 변화가 미미한 수준이라면 양쪽 바퀴 모두 차량의 진행 방향을 바꿀 정도의 충분한 각도를 가지지 않습니다. 물론 큰 장애물이 상당한 토 변화를 유도한다면 차량의 진행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일상적인 외부의 작은 간섭에 대한 저항을 가지는 구조를 가진 토-인 세팅은 차량의 직진성을 향상 시키게 됩니다.

그러나 [그림 3]과 같이 토-아웃으로 바퀴를 세팅하면 토-인과 비교해서 장애물에 의한 바퀴의 정렬변화가 차량의 회전이 가능한 수준으로 쉽게 일어납니다. 여기서 여러분은 의아해하실 겁니다. [그림 2]와 [그림 3]의 우측 그림들을 각각 비교해보면 좌우 바퀴의 위치가 다를 뿐 바퀴들이 향하는 방향은 똑같아 보이는데 왜 [그림 3] 우측의 토-아웃 세팅에서 외부 간섭에 의해 바퀴가 회전한 경우가 더 회전성이 좋은가 하는 의문이 자연히 생길 겁니다. 저도 사고실험으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권위 있는 레이싱 차량 제작 기술자(C군은 이 권위 있는 레이싱 기술자가 누군지도 기억 못 합니다. 본 연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셔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ㅜ.ㅜ)의 말에 의하면 코너를 선회할 때 코너의 안쪽 바퀴가 항상 코너의 바깥쪽 바퀴보다 작은 원을 그리게 되므로 코너의 안쪽 바퀴가 코너의 바깥쪽 바퀴에 비해 더 코너 안쪽으로 회전이 되어 있을 때가 같은 각도로 코너의 바깥쪽 바퀴가 코너의 안쪽 바퀴에 비해 더 코너 안쪽으로 회전이 되어 있을 때보다 쉽게 회전이 된다고 합니다. (설명이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왠지 꽤나 복잡 합니다. “간장공장공장장은 간공장장이고 된장공장공장장은 된공장장이다.” 내지는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를 몇 번이고 읊는 느낌입니다. ^^; 부족한 C군의 작문실력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 그림 3. 토-아웃 세팅 차량의 장애물 통과에 따른 앞바퀴 정렬 변화

    

장애물에 의한 간섭 이외에도 약간의 핸들 조작만으로도 바퀴는 코너링이 가능한 상태로 토-인에 비해 빠르게 정렬이 됩니다. 요약하면 토-아웃의 경우 토-인에 비해 장애물에 의한 간섭이나 작은 핸들 조작만으로도 언제든 빠르게 코너로 진입하려는 성질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 토-인에 의한 직진성 향상과 토-아웃에 의한 회전성 향상이 명확해졌습니다.   

토-인과 토-아웃의 특성을 이해하셨다면 독자 여러분은 이제 토 세팅은 토-인에 의한 차량의 직진성 향상과 토-아웃에 의한 차량의 회전성 향상 사이의 Trade off 라는 것도 이해하셨을 겁니다. 생활의 편의를 위해 차량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안락하고 편안한 운전을 원합니다. 조금만 상태가 안 좋은 길을 가면 차의 진행방향이 영향을 받아 이리저리 핸들을 돌려야 하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레이싱을 위한 차량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주로 코너에서 승부가 갈리는 레이싱의 특성 때문에 레이서들은 직진 안정성이 떨어지더라도 코너에서 확실한 반응을 해주는 쪽을 원합니다. 그래서 일상적인 용도의 차들의 앞바퀴는 직진 안정성이 좋은 토-인으로 세팅이 되고 레이싱카들은 코너의 반응을 높이기 위해 앞바퀴를 토-아웃으로 세팅합니다.

   
▲ 그림 4. 후륜구동차의 주행에 따른 앞바퀴 토 변화

 
이제 토-인, 토-아웃의 특성을 이해하게 되었으니 캠버, 캐스터, 토 등 바퀴의 정렬이 차량의 주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완결이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완결에 이르기 위해서는 설명해야 할 한 가지가 더 남아 있고 이 또한 토에 관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풀어놓은 토에 관한 이야기는 차량의 서스펜션에 존재하는 모든 관절이 완벽히 유격이 없다는 가정을 깔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차량의 서스펜션 관절에는 부싱(Bushing)이라는 완충소재가 들어가 있습니다. 사람의 관절로 이야기하면 연골 정도라고 이해하시면 정확하지는 않아도 이해에는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부싱의 역할은 자잘한 노면의 진동이 서스펜션을 타고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진동을 흡수할 수 있는 소재이다 보니 독자 여러분께서 상상하시는 대로 쇠보다는 물렁한 소재입니다. C군이 표현은 ‘쇠보다 물렁한 소재’라고 했지만 사람이 손으로 눌러서 들어갈 정도로 물렁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에게는 여전히 단단하고 맞으면 아픈 소재입니다. 이 부싱 때문에 하중이 크게 걸리면 서스펜션은 어느 정도 유격을 갖게 됩니다.

[그림 4]처럼 뒷바퀴 굴림차를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서스펜션에는 부싱이 있기 때문에 뒷바퀴가 차를 앞으로 밀면 앞바퀴는 자연히 조향축을 기준으로 뒤로 젖혀지게 됩니다. 정지상태에서 토-인으로 세팅이 되었다고 해도 주행상태가 되면 토 각도가 0도이거나 토-아웃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앞바퀴 굴림차의 경우도 흥미롭습니다. [그림 5]는 앞바퀴 굴림차의 주행 중 토 변화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앞바퀴 굴림차의 경우 뒷바퀴 굴림차와 달리 앞바퀴가 구동력을 갖고 차량을 견인하는 경우이므로 뒷바퀴 굴림차의 토 변화와 다른 현상이 일어납니다. 앞바퀴에 구동력이 전달되기 시작하면 조향축을 기준으로 앞바퀴가 차량 안쪽 방향을 향하려는 성질이 나타납니다. 앞바퀴에 구동력이 전가되면 왜 바퀴가 차량 안쪽 방향을 향하게 되는지는 별다른 무리 없이 사고실험만으로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앞바퀴 굴림차량은 정지상태에서 토 각도가 0으로 세팅이 되었다고 해도 실제 주행상태가 되면 토-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 그림 5. 전륜구동차의 주행에 따른 앞바퀴 토 변화

동적 상황에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토의 성격상 차량의 토는 원하는 주행성(직진성, 회전성)을 기준으로 서스펜션 관절의 유연성을 고려하여 세팅이 되어야 합니다. 예로써, 일반 승용차량은 노면의 진동을 차단하고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연한 재질의 부싱을 사용합니다. 반대로 승차감에 상관없이 주행 성능만을 추구하는 레이싱카는 노면에 대한 바퀴의 일관성 있는 정렬을 위하여 상당히 단단한 재질의 부싱을 사용합니다. 자연히 동적상황에서 승용차의 토 변화가 레이싱카에 비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정지상태에서 승용차의 토-인, 토-아웃 세팅이 동적 상황에서의 같은 토 세팅을 설정한 레이싱카에 비해 큰 값을 갖게 됩니다.

이렇게 모두 써놓고 나니 간단한 이야기를 너무 장황하고 복잡하게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어 다시 간결하게 고쳐보려고 노력을 해봤습니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의 부족 탓인지 간결하고 명확한 설명으로 재구성하는 일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내용을 장황하게 쓰면서 항상 마감에 쫓기는 C군이 한심합니다. 스스로의 재능에 심한 자괴감과 우울을 느낀 C군은 봄도 되었고 분위기도 한 번쯤 바꾸어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회 연속 자동차 이야기만을 늘어놓았으니 다음 호에는 잠시 ‘산수’ 이야기로 잡설다운 잡설을 풀어볼까 합니다. ‘산수’ 잡설로 주위를 환기 시킨 후 다시 자동차 잡설로 면학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변변치 못한 내용을 들여다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호의 ‘산수’ 잡설은 자동차 잡설보다 읽기 편한 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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