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영방송 BBC를 둘러싼 뉴스 키워드 퍼즐

영국 공영방송 BBC를 둘러싼 뉴스 키워드 퍼즐

이번 호에서는 최근 몇 주간 보도된 BBC 관련 주요 뉴스들을 한 데 모아 보았다. 일견 서로 다른 내용들로 보이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공통의 연결고리로 묶여질 수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어쩌면 공영방송 BBC의 미래라는 거대한 퍼즐의 몇 개 조각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조각들이 어떤 위치에서 다른 조각들과 어떻게 맞물릴 것인지, 퍼즐은 이미 시작되었다. 관건은 아직 그 내용을 알 수 없는 다양한 퍼즐 조각들로 만들어질 앞으로의 전체 공영방송 BBC의 미래는 어떠한 모습일지 그리고 그 모습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일 것이다.

칙허장(Royal Charter) 갱신과 녹서(Green Paper)
BBC의 법적 존립 기반으로 10년마다 갱신되는 칙허장(royal charter) 갱신이 내년 말로 다가왔다. 영국 정부는 칙허 갱신을 앞두고 BBC와 재무구조 개선과 비용 절감, 지배구조 변경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16일 발표된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의 녹서(Green Paper)는 2016년 말에 만료되는 BBC의 면허를 검토하기 위해 1) BBC의 임무, 목적과 가치 2) BBC의 서비스와 운영의 규모와 범위 3) (수신료에 기반한)BBC의 재정 4) BBC의 거버넌스와 설명책임(accountability) 등 가히 BBC의 모든 것을 재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정부는 BBC에 세 가지 옵션의 운을 띄우고 있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BBC 트러스트의 개혁, 단일 위원회와 별도의 새 감독기구 창설로의 구조개편, 혹은 BBC가 Ofcom의 규제를 받도록 하는 것이 그것이다.
사실상, 현 보수당 정부는 지난 5월 총선을 앞두고 BBC에 대해 노동당에 우호적으로 편향된 태도를 보였다는 비난을 한 바 있고, 공공연히 BBC 개혁을 벼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BC의 미래가 공개적이고 철저한 검토 과정을 통해서 결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던 문화부 존 위팅데일(John Whittingdale) 장관은 16일 의회에 출석해 지난 10년간 BBC의 규모와 방송 범위가 엄청나게 확대되었으며, 아울러 모두가 수신료를 내는 보편성이 개념이 여전히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고 밝히면서 BBC 서비스와 재원, 지배구조 변화 논쟁이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향후 정부 녹서에 대한 자문 및 의견 청취는 10월 8일까지 12주간 이루어지며, 이후 2016년 봄에 최종안에 대한 검토 제안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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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본사와 텔레비전 센터 /출처 : 위키피디아
BBC 본사와 텔레비전 센터 /출처 : 위키피디아

BBC 없는 삶은….박탈 테스트(deprivation test)
정부와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BBC를 비롯, BBC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우려와 반발도 만만치 않다. BBC는 성명을 통해, 정부의 녹서가 ‘더 많이 약화되고 덜 인기 있는 BBC(a much diminished, less popular BBC)’를 만드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편, 배우, 작가, 방송인 등 영국의 유명인사 29명이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총리 앞으로 공식 서한을 보내, BBC를 약화시키는 정부의 어떤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BBC가 최근 ‘박탈 테스트(deprivation test)’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은다. 정부 녹서가 수신료 감축과 그에 따른 BBC 서비스 범위의 축소를 다루고 나섰다는 점에 대응하는 일환으로, BBC는 사람들이 BBC를 이용하지 못할 때 어떠한 변화들이 생기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이러한 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험 참가자 그룹은 수신료 납부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 수신료 납부에 반대하는 사람으로 구분하였다. 참가자들은 BBC의 모든 TV, 라디오, 온라인 서비스를 2주간 전혀 이용하지 못한다. 결과는 곧 발표될 예정이다(The Guardian, 2015. 7. 17.). 과연 참가자들은 실험 후 기쁜 마음으로 수신료를 기꺼이 낼 수 있을까?

직원 감원과 뉴스채널의 온라인화
수신료 수입 감소에 따른 재정 악화를 이유로 BBC가 1,000명 이상의 직원을 감원할 예정이다. 현재 BBC 인력이 1만 8천 명임을 감안하면, 이는 전체 직원의 5%에 달하는 인원이다. 이번 감원으로 연 5,000만 파운드(약 880억 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BBC는 제시하고 있다. 인원 감축 대상 부서는 특히 인사·경영, 마케팅, 재무팀 등에서 주로 이뤄지고 기술부서 통합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Strabase, 2015. 7. 9.). 고위 관리자와 중간 관리자 직급 감원, 의사 결정 간소화 등의 과제도 함께 제시되었다.
현재 BBC의 주 수입원인 수신료는 현재 연 145.50파운드이다. 영국 정부는 2010년 이래 수신료를 인상하지 않아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터넷을 통해 아카이브된 비디오나 주문형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TV 보유 가구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BBC의 수신료 재정 악화와 직결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BBC의 토니 홀(Tony Hall) 사장은 인원 감축을 발표하면서 지금까지 일련의 비용 절감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7년간 수신료가 동결된 반면 TV 보유 가구 수가 2016-17 회계연도 기준으로 2011년 예상치 대비 100만 가구가 감소하고 그에 따라 1억5천만 파운드 가량의 수신료가 감소한 현실에서는 추가적인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BBC 뉴스채널을 온라인으로만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The Guardian, 2015. 7. 7.). 이는 재정난 속에서 주 이용자의 콘텐츠 이용행태 변화에 따라 온라인으로만 제공하는 것을 모색하고 있는 BBC3의 비용절감 조치와 비슷한 맥락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2013/14년도 기준으로 뉴스채널의 제작비가 2,680만 파운드, 뉴스수집비용 2,120만 파운드가 소요되는 등 채널 운영 부담이 큰 반면, 이용자들은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이용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러한 변화 속에서 BBC도 사람들에게 도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BBC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온라인만으로 뉴스 방송을 할 경우 어떤 영향이 있을지에 대한 검토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플레이어(iPlayer)와 수신료
한편, 최근 영국 정부와 BBC 간에 향후 수신료 정책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 골자는 75세 이상의 TV 보유 가구에 대해 수신료를 부과하지 않은 대신, TV를 보유하지 않아 수신료를 내지 않으나 아이플레이어를 통해 BBC 콘텐츠를 시청하는 이용자들에게 수신료를 부과하는 것, 그리고 향후 물가를 반영해 수신료를 지속적으로 인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STRABASE, 2015. 7. 9).
75세 이상 수신료 면제는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경우 그 비용이 점차 증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TV 이외의 인터넷 기반 플랫폼에 수신료를 부과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향후 프로그램 이용 행태 변화에 따른 수신료 징수 체계 변화의 가능성이 열렸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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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BBC iPayer 홈페이지
BBC, BBC iPayer 홈페이지

국경을 넘어 아이플레이어를 찾는 세계인
BBC 아이플레이어는 수신료를 지불하는 영국 시청자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온라인 캐치업(catch-up) 서비스이다. 영국에서 아이플레이어는 가장 인기 있는 온디맨드 서비스로, 2015년 6월 기준 영국 내 16~64세 인터넷 이용자의 45%가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 조사된 리서치 전문회사 글로벌웹인덱스(GlobalWebIndex)의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 6천5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인터넷 지역 제한을 우회하여 셜록(Sherlock), 탑기어(Top Gear), 닥터 후(Doctor Who) 등 BBC의 간판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플레이어는 원칙적으로 영국 내에서만 이용 가능하지만, 이 보고서는 중국에서만 3천8백만 명이 프록시 우회나 가상사설망 등을 이용해 아이플레이어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서유럽, 호주, 캐나다에서 유료로 제공하던 국제용 아이플레이어는 지난 6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서비스 당시 유럽에서는 월 £4.3, 캐나다에서는 £3.7, 호주에서는 £3.8의 요금을 부과한 바 있다(The Guardian, 2015. 7. 21.).
아이플레이어 우회 이용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요한 의미를 가진다. 첫째는 현재 BBC의 간판 프로그램들이 가지는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과 소구력이고, 둘째는 (불법적 이용자의 지불의사가 낮을 수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외국에서 우회적 수단을 통해 아이플레이어를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들의 규모는 글로벌 버전의 아이플레이어가 상당한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은 지속적으로…콘텐츠 장르별 플랫폼 전략 모색
앞서 언급한 정부의 녹서에는 BBC가 <The Voice U.K.>와 같이 ‘과도하게 상업화된’ 오락 프로그램을 방송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BBC의 토니 홀 사장은 최근 발간된 2014/15 연차보고서를 통해, ‘BBC는 이상론적인 담론이나 경제학적인 논쟁에 머무르지 않고, BBC가 하고 있는 것, 즉, 프로그램과 서비스에 집중할 것’임을 밝히며 <Wolf Hall>, <The Missing>, <Poldark> 등의 드라마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은 BBC의 핵심 장르로 지속되어야 하고, 모든 시청자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BBC의 임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한편, BBC는 기존 TV, 라디오, 온라인 등 매체별로 운영되고 있는 커미셔닝팀을 장르별 체계로 전환하고 각 콘텐츠가 모든 플랫폼을 아우를 수 있도록 중앙에서 관리하는 부서를 설치할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SNL Kagan, 2015. 7. 14.).

초등학생에게 교육용 컴퓨터 무료 배포
BBC는 코딩 및 프로그램 교육용으로 소형 컴퓨터를 개발해, 오는 10월부터 100만 명에 이르는 영국 내 모든 7학년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BBC는 새로운 세대의 디지털 창의력을 북돋우고 이들을 테크놀로지 개척자로 키우기 위해 이러한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BBC Media Centre 홈페이지). 최근 컴퓨터가 모든 것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일선 학교에서의 프로그래밍/코딩 교육이 교육계의 주요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코딩의 원칙에 기반한 사고방식을 배우면 장기적으로 기술이 이끌어가는 세상에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이다.
BBC의 “2015 Make it Digital” 이니셔티브의 일환이다.
이와 관련, BBC는 개발된 소형 컴퓨터 ‘마이크로 비트’를 최근 공개했다. 이 소형 컴퓨터는 독립적인 PC로 작동하지 않고, 게임용 디바이스나 리모컨 등에 임베디드되는 기본 보드 형태다. BBC와 마이크로소프트, ARM, 프리스케일, 삼성전자 등 29개 회사가 참여해 만들었다. 크기는 가로·세로 40×50mm에 불과하지만 상태를 표시할 수 있는 소형 LED 25개와 버튼 두 개, 가속도 센서와 방향 센서를 달았다. 다음에 보이는 다섯 개의 고리와 블루투스를 이용해 다른 기기들과 정보를 주고받는다. 웹브라우저를 통해 간단한 프로그래밍을 하고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올 연말부터는 일반 소비자 및 해외에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CNET KOREA, 2015. 7. 8.).

존립기반인 칙허장 갱신의 즈음에서 BBC를 둘러싼 정치적, 경제적, 기술적 위협은

 BBC 마이크로 : 비트 사양 설명 그림 / 출처 : BBC Media Centre 홈페이지
BBC 마이크로 : 비트 사양 설명 그림 / 출처 : BBC Media Centre 홈페이지

BBC에게 위기와 도전이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주는 듯 보인다. BBC 개혁 요구의 한편에서 BBC가 지닌 사회적 의미에 대한 지지와 성찰이 강화되고 있다. TV를 떠나 온라인과 모바일로 이동하는 이용자들 속에서 수신료의 재정적 기반은 갈수록 위축되어 인력을 감축하고 뉴스채널이 TV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는 한편에서, 온라인은 글로벌 시장에서 BBC 콘텐츠의 경쟁력을 확인시켜주고 있으며 수신료의 새로운 부과대상으로 국면 전환 중이다. 상업적 콘텐츠를 왜 BBC가 제공하느냐는 비판적 공세도 강력하지만, BBC는 교육 등 다방면에서 주도적인 디지털 이니셔티브를 추진함으로써 또 다른 차원의 강력한 공영성의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BBC를 둘러싼 최근 몇 주간의 뉴스는 퍼즐의 일부분이지만, 앞으로 그 퍼즐이 어떤 조각들로 채워질 것인가는 전 세계 공영방송의 미래와도 직결되어 있다.

참고문헌
BBC 홈페이지. BBC Annual Report and Accounts. available at http://www.bbc.co.uk/aboutthebbc/insidethebbc/howwework/reports/ara.
BBC 홈페이지. BBC micro:bit Groundbreaking initiative to inspire digital creativity and develop a new generation of tech pioneers. available at http://www.bbc.co.uk/mediacentre/mediapacks/microbit/specs.
CNET KOREA(2015. 7. 8.) BBC, 교육용 초소형 컴퓨터 ‘마이크로빗’ 공개.
SNL Kagan(2015. 7. 14.). BBC chief to stand up for entertainment shows; broadcaster mulls restructure.
SNL Kagan(2015. 7. 17.). UK govt launches consultation on BBC charter review, issues green paper.
STRABASE(2015. 7. 9). BBC, 수신료 협상 타결…75세 이상 수신료 면제하고 대신 iPlayer 수신료 부과와 수신료 인상으로 숨통 마련.
The Guardian(2015. 7. 17.). BBC puts viewers through ‘deprivation test’ to highlight value of output.
The Guardian(2015. 7. 21.). BBC iPlayer ‘watched by more than 60 million people outside the UK for free’.
The Guardian(2015. 7. 7.). BBC considering move to make news channel online only.
The Wall Street Journal(2015. 7. 3). BBC to Cut over 1,000 Jobs.
ZDNet Korea(2015. 7. 8.) 영 BBC, 뉴스 온라인으로만 제공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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