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스마트폰 FM라디오 수신 기능 활성화 방안

바람직한 스마트폰 FM라디오 수신 기능 활성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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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운 남서울대하교 멀티미디어방송연구센터 교수

최근 “9월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에 FM라디오 수신기능이 활성화되어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라디오방송을 수신할 수 있게 될 것이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스마트폰 FM라디오 수신기 활성화는 많은 국민이 바라왔던 국가적 숙원 사업이라고도 볼 수 있어, 이 뉴스를 접하는 순간 기뻐하고 감격해야 마땅할 것이나, 우려가 앞서는 것은 왜일까?
그간 스마트폰에 내장되어있으나 제 역할을 못 하고 무용지물로 잠자고 있는 FM라디오를 깨우기 위해 참으로 많은 노력이 경주되어 왔다. 이 중에는 국회에서의 법제화 추진, 라디오방송사, 학계와 국책연구기관들의 대정부 건의, 방송 관련 학회, 협회 등 여러 전문단체들의 요구 등 다양한 목소리로 주창하여 왔다. 특히 스마트폰의 FM라디오방송을 이용하여 재난경보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는 온 국민을 놀라게 하였고, 불안에 떨게 했던 경주 지진 이후, 보다 큰 공감대를 형성하며 더욱 많은 지지를 받게 되었다.

스마트폰 FM라디오 활성화를 위한 그간의 노력들
스마트폰 FM라디오 활성화를 위한 여러 노력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방안으로 기대되었던 법제화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에 스마트폰을 포함한 이동통신단말기에 라디오방송 수신 보장을 명시”하는 것이 핵심으로 2016년 9월에 의원 발의되었으나, 지난해 혼란한 정국 영향으로 추진동력을 잃고 아직까지 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2016년 12월에 방송사, 학계와 국책연구기관들이 공동으로 “재난경보체계 고도화를 위한 스마트폰 라디오 활성화 제안”이라는 제목으로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에 대정부 건의를 제안한 바 있다. 내용으로는 지진, 태풍, 쓰나미 등 대형 자연재해 및 북한의 무력 도발 등에 대비하여 신속한 재난 경보 체계의 확보를 위해 성인 국민 거의 모두가 보유한 스마트폰 내의 FM라디오를 활성화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이동통신망이 태풍, 쓰나미, 지진, 폭격 등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는 파손, 침수 등으로 인하여 무용화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FM라디오의 경우 고지대에 설치된 대출력 송신기로 넓은 수신 지역 내의 모든 수신자들에게 송신지연 및 데이터 병목현상 없는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며,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FM라디오 칩이 내장되었음을 적시하고 이의 활성화를 요구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되었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에서도 활성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동통신사, 단말제조사들을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으며, 업계의 입장도 고려하여 점진적인 도입을 위해 노력한다는 정도의 답변을 받은 바 있었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협회를 포함한 여러 전문학술단체 등에서도 여러 국내외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세미나, 토론회 등을 통해서도 이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방송사가 배제된 서비스 도입 추진 발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재난경보 서비스 제공을 위하여, 스마트폰 내 FM라디오 활성화를 위한 많은 요구들에 대하여, 이 문제 해결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이동통신사나 단말제조사들은 오랫동안 미온적인 태도만을 보여 왔다. 그 이유로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라디오방송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데이터와 광고 판매 이외에도 음원 등 콘텐츠 판매 등 그간 누려오던 그들의 비즈니스가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렇게 요지부동이던 국내의 대표적인 스마트폰 제조사가 미국 내에서 스마트폰에 FM라디오 수신을 포함한 부가서비스(이하 하이브리드라디오 서비스)를 독점 제공하는 업체인 넥스트라디오 사와 6월에 국내에서 협의를 하였고, 8월 말부터 해당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 뉴스는 스마트폰 라디오방송 수신을 위해 애써온 많은 국내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였다. 정확한 표현은 기쁘기보다는 우려가 더 컸다. 필자도 해당 보도를 접한 후 라디오방송 관련 전문가들과 사안에 대한 팩트 확인과 향후 전개될 상황 예측 및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느라 급한 움직임을 해야만 했다.

스마트폰의 FM라디오 수신 활성화는 단말제조사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통신사업자의 의사도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보도에 이동통신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나, 별도의 논의 및 합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방송사가 배제된 서비스 도입 추진에 대한 우려
그럼 이 대목에서 왜 작금의 제조사와 미국기업인 넥스트라디오 주도에 의한 하이브리드방송 서비스 도입이 우려스러운 지에 대해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하이브리드라디오는 라디오방송과 통신이 결합되어 제공되는 서비스이며, 라디오방송이 주가 되고 통신 기능을 추가로 이용하여 다양한 부가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하이브리드라디오를 이용하여 제공되는 서비스들은 사전 기획, 편성, 제작 및 송출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며, 방송사의 참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런데 이번에 보도된 대로 방송사들은 배제되고 단말제조사와 미국의 하이브리드라디오 서비스 제공사인 넥스트라디오 사만 참여하는 서비스로는 우리가 구상해왔고 원하는 하이브리드라디오 서비스 제공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스마트폰에 FM라디오를 내장하여 재난경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FM라디오방송의 오디오만을 이용해서도 효과적인 제공이 가능하지만, 여기에 FM라디오방송에 포함된 데이터 서비스 채널을 함께 활용할 경우, 더욱 수준 높은 재난경보서비스와 다양한 부가서비스들의 제공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FM라디오 데이터 서비스 방식으로는 RDS(Radio Data Service)와 DARC(Data Radio Channel)가 있으며, 각각 1187.5bps와 16k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송출할 수 있다. 이 속도가 낮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방송망을 이용한 데이터 송출 및 수신에서는 병목 현상이 없어 이용자 수에 제한 없이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특히 통신망이 마비된 재난상황에서 방송망을 이용한 데이터 서비스는 그 효용 가치가 대단한 것이다.
이동통신이 불능화된 재난 상황에서, 오디오만을 이용한 FM 재난경보 방송은 라디오를 직접 청취해야만 한다. 그러나 FM라디오 데이터 서비스 기능을 이용하여 자동 Wake-Up 재난경보 코드 등을 전송하여, 이용자가 잠을 자고 있는 한밤중이라도 스마트폰에 진동 혹은 경보음 등을 발생시키고 오디오 방송을 켜는 등 기존 오디오 방송과는 차별화되는 자동 재난경보서비스 수신 기능 제공이 가능해진다. 국민을 재난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보호하려면 이런 수준의 FM라디오가 하이브리드라디오에서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보도된 단말제조사-넥스트라디오 주도의 하이브리드라디오에서 이런 수준의 서비스가 고려되었는지 묻고 싶다. 이런 서비스는 기상청 등 재난경보발령기관과 방송사, 단말제조사, 서비스 앱 개발사 등이 긴밀히 협력해야만 제공이 가능해진다.
하이브리드라디오 도입을 위한 최고의 목적은 대국민 재난경보서비스인데, 라디오방송사의 참여 없이는 제대로 된 재난경보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할 것이다.

끝으로 지적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 라디오방송을 포함한 방송생태계의 교란 가능성이다. 이번에 출시되는 단말제조사-넥스트라디오 협력 하이브리드라디오가 단순히 스마트폰에서 라디오방송 수신만을 제공한다면 반쪽짜리 서비스로서 아쉬운 대로 감사하면서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넥스트라디오가 미국에서 하듯이 라디오방송 수신앱에 많은 광고를 판매하고, 연관 상품 판매 서비스 등을 연계하여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국내 라디오방송 광고 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으며, 방송사 등이 소유하고 있는 방송프로그램 저작권 침해 등 법률적 문제를 야기 시킬 우려가 있다. 일부 국내 메이저 라디오방송사에서는 이 문제 관련하여 법률 검토를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바람직한 도입 방안
그럼 제대로 된 하이브리드라디오 서비스는 어때야 하며, 어떻게 도입되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해 필자는 다음 사항들을 바람직한 도입방안들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이동통신이 마비된 재난 상황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오디오방송과 데이터방송 모두를 이용하여 재난경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이용자들이 데이터 이용 요금부담과 빠른 배터리 소모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마음껏 라디오방송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단순한 라디오방송 청취뿐 아니라, FM라디오방송 자체 데이터 채널의 활용과 이동통신망들과 연계되어 새롭고 다양한 부가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해야 한다. (이런 서비스들의 예로는 앞서 언급한 자동 Wake-Up 재난경보 서비스나 방송서비스와 연계한 음반 할인판매 서비스 등을 들 수 있다.)

바람직한 서비스 도입을 위한 요구사항
끝으로 위와 같은 하이브리드라디오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들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스마트폰이 FM라디오 수신기 탑재 및 활성화를 허용하여 유통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수신탑재/활성화 외에 수신안테나를 내장시켜야 한다.
(이어폰을 꽂아야만 수신이 가능한 대부분의 DMB 내장 스마트폰이 이용자들로부터 외면받은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FM라디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이어폰을 꽂아야만 한다면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도입 초기부터 수신칩 활성화뿐 아니라 안테나 내장이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 FM라디오의 오디오 방송 외에 RDS, DARC 등 방송 데이터 채널을 활용할 수 있도록 방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신기에서도 이를 지원하여야 한다.

넷째, 방송사, 통신사 및 단말제조사가 공유할 수 있는 윈-윈-윈 비즈니스 모델을 포함한 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다섯째, 기존에 각 방송사가 별개로 제공하던 스트리밍 서비스기능을 포함한 통합 하이브리드라디오 서비스 플랫폼 및 앱을 개발하고 보급해야 한다.

여섯째, 라디오방송 서비스 커버리지 유지 및 서비스 품질을 유지해야 하며, 여기에는 거주지, 도로, 지하철, 터널 등을 포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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