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여인의 향기’라는 드라마에서 여주인공 김선아가 암 선고를 받은 뒤 자신의 남아 있는 삶 동안 꼭 해야 할 일 20가지를 작성한 버킷리스트를 실행하는 모습이 방영되면서 버킷리스트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자연스레 다가왔다. 20가지 중 마지막 두 개인 ‘이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와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사람 품에서 눈감기’는 나의 눈과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었다. |
자격증 취득
나는 독특한 취미 생활이 하나 있다. 바로 자격증 취득이다. 지금도 진행형인 버킷리스트 1번으로 지금까지 취득한 자격증은 총 12가지이다.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다는 자아 만족과 내가 모르는 분야를 공부해보고 도전해보는 모험을 즐긴다. 이런 요소들이 나의 생활에 활력소가 된다. 나의 1호 자격증이자 전 국민의 생활 자격증인 운전면허부터 전공 분야 자격증인 무선설비기사, 정보통신기사, 방송통신기사, 항공무선통신사와 나의 전공분야 이외인 응급처치강사, 비서 1급, 워드 1급, 유통관리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작년에는 한식, 양식 조리 기능사와 음향전문사 1급, 3가지 자격증을 취득했다. 특히 조리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음식을 구성하는 재료 및 양념에 대한 안목과 내가 만든 음식도 맛있을 수 있다는 자신감,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은 정성과 사랑이라는 값진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전공 분야 이외에 나를 넓혀나가는 행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 앞으로 1년에 1개 이상의 자격증을 꾸준히 취득하는 것이 목표이다.
자서전 쓰기
천재소년 두기 TV프로그램을 보면서 주인공이 하루를 마무리하며 컴퓨터로 일기를 쓰는 것이 어찌나 멋있게 보이던지, 나도 크면 저렇게 컴퓨터 앞에서 일기를 써야지 하며 상상하곤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초등학교 때 가장 싫었던 방학숙제 하나가 일기 쓰기였다. 어릴 때 TV를 통한 조기 교육 덕분인지 고등학교 때 컴퓨터를 가지고 나서부터는 짬짬이 컴퓨터를 이용한 글쓰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갑자기 떠오르는 좋은 문구가 있으면 컴퓨터로 저장하고 적절한 시기에 요긴하게 꺼내어 사용하곤 한다. 대학 시절에 친구랑 술 한 잔하고 들어와서 쓰는 짧은 글이 어찌나 일취월장이던지 아침에 일어나면 내가 쓴 글인가 의심이 들 때가 많았다. (※ 그렇다고 해서 본인이 글을 잘 쓴다는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착각일 수 있다.) 차곡차곡 몇 편의 글들이 모이니 어느 날 자서전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15년 전부터 써왔던 월간 일정표와 일기, 편지들, 독후감, 기고문 등을 지금까지 열심히 모으고 있다. 여러 글과 함께 나의 사진들, 어린 시절 즐겨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 사진, 군것질거리 사진들도 인터넷에서 찾아서 함께 모으고 있는 중이다. 대중들이 생각하는 성공적인 삶을 사셨던 훌륭한 위인들의 자서전이라기보다는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글들을 하나하나 모아서 내가 살아온 인생을 앨범처럼 들춰 볼 수 있는 자서전이고 싶다.
우주여행
올 3월 버진겔랙틱의 민간 우주선 스페이스쉽2가 우주비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의 우주여행 꿈이 단순한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우주여행은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보았고 실행해 보고 싶어 하는 소원 중의 하나일 것이다. 우주에 다녀온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우주에서 보는 지구는 에메랄드처럼 아름다워 우리의 숨을 멎게 할 정도로 놀랍고 초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나의 숨을 멈추게 할 정도의 영롱한 지구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 지구에 발을 디디며 살아가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지구 상의 수많은 사람이 우주로 가서 눈부신 지구를 보고 온다면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져 행복한 지구마을로 변하지 않을까? 가격은 20만 달러(2억 원 정도), 장기간의 우주 훈련도 필요 없고, 이미 560여 명의 예약자가 계약금을 내고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가격은 아직 많이 비싼 편이지만 우주여행이 활성화되면 더 저렴한 가격에 갈 수 있을 것이다.
전원주택 직접 짓기
부모님 곁을 떠나 서울 살이 한지도 벌써 12년의 세월이 흘렀다. 서울은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며 편리한 점도 많고 무엇보다도 나의 직장이 있는 곳이라 애착이 가지만 나의 폐를 망칠 것만 같은 탁한 공기와 교통지옥, 열심히 돈을 벌어도 내가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집을 지을 수 없다는 사실이 서글퍼진다. 이런 곳을 떠나 거실에서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집을 내가 직접 짓고 싶다. 바다가 보이는 천장이 높은 거실, 나만의 서재, 음악 감상실, 마당의 수영장, 직접 키운 채소가 있는 정원 등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 요소를 적용한 멋진 집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자연 친화적이라면 더없이 좋은 집이 될 것이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탁 트인 마당을 배경으로 독서도 하고 친지나 친구들을 초대해서 멋진 바비큐 파티도 열 수 있는 낭만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장기기증 서약 동의하기
“추기경님, 큰 이상은 없습니다. 다만 눈을 너무 혹사하셨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너무 죄스러워요.”
“죄스럽다니요?”
“이 눈도 다 천주님께서 제가 살아 있는 동안만 잠시 제게 맡겨두신 것인데 말이에요.”
<<주천기 ‘세상을 보여줄게’ 중에서>>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선종하시면서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몸소 보여주고 가셨다. 추기경님의 장기 기증으로 사회적 관심이 증대되어 선종 2년 만에 장기 기증 의사를 밝힌 사람이 7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장기기증으로 나의 신체 일부가 다른 사람에게 희망의 등불이 된다는 것은 큰 기쁨이지만 선뜻 서약서에 사인하기에는 아직 용기가 조금 부족한 게 사실이다. 당사자가 기증 의사를 밝혔더라도 실제 기증 단계에서 가족 등의 반대로 이식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가족의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기회가 된다면 주위 가족들과 함께 장기기증 서약을 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성경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
가톨릭 신자이므로 당연히 성경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인생을 새롭게 재창조하고 인간 삶의 길이 성경 속에 밝혀져 있으므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꼭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성경은 전 세계에서 300개 이상의 언어로 완역되고 부분적으로는 1,600여 개 언어로 번역된 가장 많이 팔린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라고 하니 성경 속에는 어마어마한 파워가 입력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어렸을 적부터 많이 접해왔고, 완독해야겠다는 수많은 다짐과 여러 번의 시도는 있었지만 쉽지 않았음은 나의 정성이 부족해서 그랬을 것이다. 취업을 위해서 그 두꺼운 전공 서적도 마다치 않았던 나 아니던가. 성경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려면 최소한 수십 번은 읽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단 한 번이라도 완독하고자 한다.
개 키우기
개띠라서 그런지 개를 참 좋아한다. 그러나 한 번도 직접 키워 본 적이 없다. 초등학교 때 큰아버지가 선물로 주신 강아지를 하루 만에 어머니가 되돌려 주신 적이 있다. 관리가 힘들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어린 나이에 공감도 갔지만 섭섭한 마음은 감추지 못했다. 그런 이유에서 TV프로그램 ‘달려라 래시’를 잘 챙겨 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 프로그램을 즐겨 본 어린이들의 특징은 집에서 개를 못 키우게 해서 더 열심히 챙겨보지 않았을까하는 추측을 해 본다. 지금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나로서는 당장은 힘들지만 내가 지은 집 앞마당에서 진돗개나 리트리버 종을 키워보고 싶다. 래시처럼 똑똑하고 주인에게 봉사하는 삶을 사는 개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마음 한 구석을 채울 수 있는 친구이면 좋겠다.
5개 국어 구사하기
세상은 넓고 언어는 많다. 영어도 완벽하게 못 하면서 무슨 외국어? 그래도 한국어, 영어, 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5개 국어를 구사하고 싶다. 5개 국어의 능통으로 글로벌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는 정도는 아닐지라도 읽기, 쓰기와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할 수 있으면 한다. 우선 한국어와 영어는 의사소통은 가능하니 나머지 3가지 언어 습득에 노력이 필요하다. 각각의 언어마다 서로 다른 매력이 넘친다. 글로벌 언어인 영어, 명확하고 빠른 템포의 스페인어, 문장 구조와 한자어 발음이 한국어와 유사한 일본어, 성조 덕분에 노래 같은 중국어, 과학적으로 발명된 자랑스러운 우리 한국어. 욕심이 과해 보여도 하나하나 꾸준히 학습을 실천하다 보면 언젠간 이루어질 것이다.
기고를 부탁받고 일주일 동안 시간을 내어서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것들을 구체화 시키고 리스트를 작성하는 과정을 진행했다. 이것을 통해 몇 가지는 평소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어서 쉽게 적었지만 생각보다 큰 도전이고 설정이 쉽지 않은 인생의 나침반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버킷리스트 100가지를 적어보는 과정을 통해 내가 살아가야할 길을 다시 묻게 되었고, 살아온 짧은 인생을 잠시나마 돌아볼 기회도 얻었다. 또한 나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한 감각을 확장하는 일이기도 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자신의 버킷리스트 작성을 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100가지를 다 채우기에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나머지 리스트는 살아가며 계속해서 채워나가야 할 목표이자 숙제로 남겨본다.